소설리스트

〈 71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71/207)



〈 71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는 분명 네 명이 있었다.
헌데 싸우는 놈들은 세 명이었다.
말하자면  놈이 두 놈과 싸우고 있었고 나머지 한 놈은 팔짱을 낀 채 싸움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한마디로 상위 레벨자 한 놈이 하위 레벨자 두 놈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위 레벨자라고 해서 결코 약한게 아니었다.
그들도 내가 보이게는 최소 8레벨 정도는 되어 보였다.
아니 어쩌면 9레벨인지도 몰랐다.


한 놈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저렇게 여유를 보인다는 것은 싸우고 있는 상대 두 명보다 자신의 파티원 한명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그것도 월등히 말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듯 티르얀도 여유를 부리는 파티원이 10레벨이라는 것을 짐작했던 것이다.

여기서 놈들과 붙어 아예 결판을 내느냐 아니면 나중에 싸우느냐를 지금 당장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냥 가자.”

내가 결정을 내리자 그녀도  뜻을 짐작하고 빙긋 웃었다.

“그래,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야.”


나와 티르얀의 생각은 혹시나 놈들에게 패할 수도 있으니 우선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서 충분한 경험치부터 얻어내 11레벨로 승급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2등을 해도 11레벨업은 될 테니 지금 싸워 10위안에 들어가지 못할 위험을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놈들은 마지막에 가서 1-2등 결정전  싸워도 된다.
굳이 먼저 싸움을 걸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결정은 아마 우리와 놈들의 위치가 바뀌었어도 놈들 또한 바보 멍청이가 아닌 다음에는 당연히 지금 나와 똑같은 결정을 내렸으리라 생각했다.


결정이 내려지자 우리는 살며시 그 자리를 벗어나 혹시나 몰라 놈들과는 반대인 다른 대각선 방향을 틀어 다시 안전지대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맵에도 10레벨 파티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아니 어쩌면 10레벨이 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 티르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조금은 침중한 표정으로 나를 힐긋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놈들이 이 맵에서 이미 10레벨을 지나 그 이상으로 승급을 올렸으면 어쩌지?”

“그럼 우린 2위가 되겠지. 놈들을 맨 마지막에 만난다는 전제하에서.”

“그렇겠지..?”

그녀는 짐작뿐이고 아직 닥쳐오지도 않은 상황에 대해 미리 풀이 죽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녀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탁 치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직 모르는 일을 가지고 벌써부터 그렇게 실망할 필요 없어. 정 불안하다면 놈들을 만나기 전에 우리도 최대한 경험치를 획득해 놈들보다 더 높은 레벨로 승급하면 되잖아. 그리고 놈들이 10레벨 이상이라는 것도 우리 짐작뿐이고.”


“그렇지? 하긴 혹시라도 놈들이 우리보다 강해 우리가 설사 2위가 된다 해도 보상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다음게임에서는 실버티어 맵에 참가할 수 있으니, 그렇게 서운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해.”

그녀는 한순간에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생각을 바꾼  모양이다.
하긴 그녀 말대로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능력치와 특수 능력 레벨을 공짜로 한 레벨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보상 경험치도 꽤 될 것 같아 그렇게 낙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부터 땡땡이를 피우면 안되겠다, 조금  빨리 움직이자!”


“땡땡이..? 그건 또 뭐야?”

“내가 사는 곳에서 그 말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그래..? 그럼 땡땡이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곧바로 내가 걸음을  빨리 하자 그녀도 처져있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진   옆을 바짝 따라 붙었다.

헌데 한 시간정도 지나는 동안 6레벨 파티원 한 팀 밖에 만나지 못해 그녀와 나는 경험치 120점 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플레이어들은 점점 줄어 이제 93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안전제대까지도 어느덧 28키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안전지대로 들어선다면 얼마 전 본 강자들을 만날 확률이 더욱 높아져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할 판이었다.
서로 만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만나게 된다면 꼬랑지를 내리고 달아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지?  우리 앞에 이 새끼들이 한 놈도 안 보이는 거야? 모두들 정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역시나 티르얀이 옆에서 투덜거리는 소리에 나 또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우리가 운이 없어 계속 플레이어들이 없는 곳으로만 이동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 경험치를 획득하지 못하자 얼마 전부터 망설이고 있던 대비책을 이제는 정말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없군, 체력이 조금 감소할 각오를 하는 수밖에.’

잠시 고민한 끝에 이제 망설이면 안된다는 것을 느낀 나는 곧바로 품속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들었다.
헌데 그 모습을 보고 티르얀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의아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하게? 나하고 싸우자고..?”

“훗, 아니.. 네가 좋아하는 주작을 불러내려고 그래.”

“아직은 위험하다고 했잖아.  참! 그건 예전에 네가 6레벨이었을 때였지. 이제 10레벨로 승급했으니 많이 강해졌겠네?”

“그래도 아직 위험한건 마찬가지야. 하지만 이제 상위 레벨자만 아니라면 괜찮을 거야.”


“듀오게임에는 하위 레벨자보다 상위 레벨자가 더 많이 참가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너는 옆에서 계속 투덜대고, 플레이어는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하긴, 그 불새가 몇 명을 찾아내고 죽어버려 네 체력이 떨어진다 해도 플레이어들을 빨리 찾아 내는게 낫긴 하겠다. 찾아낸 플레이어들로 인해 레벨업이 되면 체력이 다시 기준치인 100%로 회복되니까 말야.”


“그러고 보니 네 말이 일리가 있네.”

나는 주작이 죽어 체력이 떨어질 것만 생각했지 티르얀이 방금 말한 그것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내 체력 문제로 너무 사신수를 아끼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멸을 각오하더라도 그들을 불러내어, 내가 레벨업을 더 빠르고 용이하게 할 수 있게 이용해야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가지 문제점은 만약 사신수가 누군가에 의해 강제 소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다시 본체를 회복하기 위해서 약 2시간 정도는 다시 소환해낼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할 생각을 해야지 무조건 아낀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주작을 불러내 살펴보니 예전에는 몸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불덩어리였지만, 이제는 몸통 전체가 불덩어리로 흽싸여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불덩이 속에 어렴풋이 주작의 원래 모습이 아른거린다는 점이었다.

‘완전체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군.’

온몸이 완전한 불길에 휩싸이고도 원래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불의 색깔 또한 더 고열의 빛으로 변해야 했다.


아마도 골드를 넘어 플래티넘 티어는 돼야 어느 정도 완전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꾸워워워웍! 쿠우우우웃!

주작은 소환되자마자 마치 자유를 얻은 듯 허공으로 머리를 높이 쳐든 채 우렁찬 괴성을 크게 토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하루빨리 더욱 레벨업을 해 사신수 모두가 자신의 몸 하나쯤은 언제라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수시로 소환해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고 싶었다.


이내 주작과 공명해 하늘로 날려 보낸  이번에도 역시 허공을 뒤덮은 자기장과 가장 가까운 높이에서 날게 했다.


헌데 한동안 주작이 날아간 방향을 따라가 보아도 플레이어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방향을 틀어 날려 보내니 그제서야  멀리 누군가 포착됐다.

한눈에 봐도 촤상위 레벨은 아닌 듯 두 놈은 아주 조심스럽게 주위를 경계하며, 좁혀져 오는 자기장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안전지대 방향을 향해 빠른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 이 맵에 플레이어들이 떨어질 때 한 장소로 몰린 건가?’


우리가 향하던 방향으로 주작을 보냈을 때는 보이지 않다가 방향을 바꾸니 그제서야 보이는 것을 보고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혹시라도 전에 보았던 우리가 피했던 파티원을 만날까봐 조금 꺼리직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곳을 그대로 통과하며 아무 이득도 없이 그대로 안전지대로 들어설 수는 없었다.


곧바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우선 확실하게 티르얀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풀잎으로 사방을 에워싼 후, 내가 부적  개를 날려 공격하니 놈들이 깜짝 놀라며 무척 당황해 하고 있었다.


퍼퍼펑.. 파파팟!

“커윽.. 으으흑!”


레벨이 올라가니 도술의 발현은 물론 쏘아져가는 공격속도 또한 빨라져  놈은 내  번째 공격부터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통에 적중 당했다.
아니, 쏘아져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뒤돌아서 발견했을 때는 이미 피하기에 늦어 있었다.

두 놈의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아  쳐줘봐야 6레벨 정도 될 것 같았다.
6레벨이면 그래도 안전지대까지는 들어갈  있을 정도인데 놈들로서는 운이 없는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티르얀은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풀잎으로 울타리만 쳐 놓고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하고 있었다.


놈들이 협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상대는 되지 못해 오러검과 부적술에 의해 두 놈이 허공중에 사라졌다.

헌데 그 순간 한곳에서 아주 희미하고도 미세한 기가 아주 잠깐이었지만 한순간 감지됐다.
그 기를 티르얀도 느꼈는지 우리 둘은 동시에 두 눈을 번득이며 재빨리  방향을 쳐다보았다.


헌데 그리 멀지 않은 곳 지대가 조금 높은 초원위에 두 인영이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뻔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새끼들이야!”


티르얀이 맛깔난 쌍욕으로 놈들의 정체를 밝혀주었다.


그렇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내가 지금껏 싸우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던 놈들은 전에 최소 10레벨은 된다는 그 파티원이었다.

하지만 두 놈은 우리가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을 텐데도 그 자리에  박힌 듯 그 대로 서있기만 했다.


“쫒아가서 한번 붙어볼까? 저 새끼들도 저렇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완전한 자신감은 없는  같아. 분명 우리와 같은 10레벨이 틀림없어.”

“가만히 있어, 지금 모험을 할 필요 없어! 놈들 또한 그걸 바라고 있지 않아.”

두 놈도 확실히 우리와 아직은 싸울 의향은 없는 듯 우리를 꼬나보며 한동안 눈싸움만이 이어졌다.
아니, 기 싸움이라고 해야 옳았다.


지금 서로 붙는다면 장단점은 있겠지만 그런 모험을  수 없다는 것을 바보가 아닌 이상 놈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순간적으로 놈들과 지금 붙으려 했던 티르얀은 바보가 되는 셈이다.


한동안 우리와 놈들과는 서로 눈빛을 부딪친 채 서로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던 한 순간 놈들 중 한 놈이 눈빛을 거두고 뒤돌아서자 나머지 놈도 이내 자리를 뜨며 이렇게 놈들과의 첫 대면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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