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70/207)



〈 70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머리통이 뻥 뚫린  놈이 눈을 홱 까뒤집으며 한순간 뒤로 벌러덩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아직 체력이 다하지 않았는지 머리 상처가 급격히 아물기 시작했다.

푹푹푹.. 푹푹푹푹..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고 곧바로 쓰러진 두 놈에게 다가간 나는 이쪽 저쪽으로 오가며 오러검을 연속해서 두 놈의 심장에 깊이 쑤셔 박아 넣었다.


당연히 얼마 버티지 못하고 두 놈은 잠시 후 온 몸을 바르르 떨더니 이대로 죽기에는 무척 아쉽다는 듯, 뒤집혀진 눈동자가 한순간 바로 돌아와 날 바라본 채 반짝 빛을 발하더니 기어이 온몸이 바스러지며 허공에서 반짝하고 사라져 버렸다.


“후우.. 드디어 10레벨이다. 이제 이 맵에서는 최대한 경험치를 획득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 11레벨로 승급되기만 하면 다음에는 실버 티어로서 맵에 참가하게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당연히 11레벨로 참가하는 것과 그 이상의 레벨로 참가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어, 내친김에 11-12레벨뿐 아니라  많은 경험치를 획득해 그 이상이라도 레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직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등을 차지하게 된다면 보상 경험치를 또다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에 10등 했을 때 1000점의 보너스 경험치가 주어졌었지.’

10등일 때 1000점이었으니 1등이면 혹시 그 열배인 일 만점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역시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일 만점이라면 곧바로 실버티어의 중상급 레벨로 승급될 점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수많은 브론즈 티어의 플레이어들  마지막 게임에서 차지하는 보상으로 1위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혹시 모르는 일이라고도 생각됐다.


‘해보면 알게 되겠지.’

두 놈을 죽이고 잠시 생각하던 그때 티르얀이 무척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내가 레벨업이 된 것을 눈치 채고 축하를 해주었다.

“정말  당하지 못하겠다. 어느새 나보다 레벨이 더 높아졌잖아, 나도 60점만 더 획득했으면 10레벨이 되는 건데 정말 아까워 죽겠어. 아무튼 축하 한다 파티원.”

“네가  놈들을 빨리 처치해준 덕분이야, 고맙다.”


“고맙긴 뭐가 고마워. 어차피 내 경험치이기도 한 건데.”

“그래도 네가 제때 처치해주지 못했다면 난 벌써 지구로 귀환했을 거야.”

“고마울거 없어, 네가 귀환했다면  또한 그 두 놈에게 바로 죽임을 당했을 테니까.”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그럼 고맙다는 말은 취소할게.”

“뭐야..! 그런게 어딨어. 아무튼 내가 말을 말아야 한다니까.”

내 농담에 그녀가 짐짓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쏘아보았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 더 놀려줄까 하다가 이내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농담이고, 정말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 표정 짓지마.”

“히힛, 나도 장난  거야.”


그녀의 표정이 새침한 표정에서 금방 짓굳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행동과 표정을 보니 외계 인간형 생명체는 지구 여자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새감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전 우주의 행성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수없이 많으니 진화 과정 또한 인간과 똑같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그런 종족들은 사는 행성만 다를 뿐 인간이라고 봐야했다.

헌데 티르얀은 나에게 오는 도중 이미 상태창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나도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역시 티르얀이 죽인 놈들은 모두 8레벨이었고 방금 내가 죽인 놈들은 9레벨이라는 것을  수 있었다.

=========================


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10
경험 : 285/1000
능력치 P: 도력 : Lv 10
특수능력 P : 도술 : Lv 10

==========================

상태창을 확인하며 10이라는 숫자가 여러 군데 보이자 이제서야 10레벨로 승급됐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이제 브론즈 티어의 마지막 단계.


솔직히 남들에 비해 무척 쉽게 통과 했다는 생각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실력도 실력이지만 사실 행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문득  동안 싸웠던 플레이어들이 주마들처럼 한명 한명 뇌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개같은 년들!’

나도 모르게  게임에서 말과 표정으로 무시하며 날 죽인 재수 없는 년과 그림자술사 그리고 키엘렌 출신의 마법옷 그녀들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속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상태창 확인했으면 빨리 움직여야지. 이러다가 경험치 다른 새끼들한데 다 뺏기겠다.”

그녀가  어깨를  치며 말하자 그제서야 내가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래 가자.”


로봇 말이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져 있으니 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없어 다른 플레이어들과 전진 속도를 맞추기 위해 우선은 걷기로 했다.
그리고 말을 타고가면 아무래도 걷는 소리보다는 크게 들려 적들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아 그냥 걷기로 한 것이다.

물론 말을 타고 가다가 누군가 우릴 발견하고 다가온다면 좋겠지만 하위 레벨자들은 언제나 조심성 있게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를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바로 튀어나오지 않고 숨어서 우릴 관찰할 것이 분명했다.

그럴 바에는 아예 우리가 놈들을 조용히 찾아다니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헌데 귀를 기울이며 걷고 있는데 티르얀이 문득 품속에서 자그만  한 개를 꺼내 들었다.


“이거 가지고 있어   놈  두 놈에게서 나온 아이템이야.”


“그거 포션 아냐?”

“그래 맞아, 30% 체력 회복 포션이야.”


“넌..?”

“두개가 있었어,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네가 가지고 있으라고.”

“알았어.”

건네주는 포션을 받자마자 바로 마셔버리자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지만 이내 그것은 자신만의 취향이라 생각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기장이 제법 좁혀져와 안전지대 방향으로 대각선과 일직선으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걸어갔다.
헌데  30분 정도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자 저 멀리 두 명의 플레이어가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곧바로 우리는 마치 짐승을 사냥하듯 살금살금 다가가 둘이 한 놈씩 맡아 처치하고 보니 모두 7레벨이었다.

티르얀이 60점 모자라는 9레벨이었으니 이제 그녀도 10 레벨로 승급된 것이다.

“이제 누구를 만나도 겁날 것 없겠어. 사실 10레벨 파티원을 만나면 어쩌나 계속 조마조마 했었거든.”

그녀가 두 놈을 처치하고 나자 안도의 한숨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사실 나도 혹시나 몰라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이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문득 생존자수를 확인해보니 어느새 113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확실히 맵이 넓지가 않아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는데도 숫자가 그 사이 생각보다 많이 줄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와 티르얀 모두 브론즈 티어에서는 최고 상위레벨인 10레벨이니 1등을 목표로 하고 있어, 보너스 경험치를 기대하며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지금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다닐 수도 없기는 했지만.

“확실히 10레벨이 되니까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너무 편안한거 있지. 그런데 다음에는 실버티어에서 다시 강자들과 싸울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지려고 해.”

그녀가 환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게 우리 숙명인걸 어쩌겠어. 실버 티어에서도 최대한 빨리 하위 레벨을 벗어나는 수밖에.”


실버티어를 생각하자 티르얀에 대해 문득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각났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파티원이라고 조금 걱정되기도 한 부분이었다.


“너 브론즈 티어에 첫 참가한 것이 언제쯤 되지?”

내가 묻자 그녀는 내가 묻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표정이 급 환해졌다.


“너, 내가 도태자가 될까봐 걱정되는 거지?”


“그래, 조금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게 좋냐?”

“네가 날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당연히 좋지. 이거 감격해서 울기라도 해야할까보네, 하지만 걱정해 준건 고마운데 걱정 안해도 돼, 나 브론즈 티어에 처음 참가한 것이 고작 2년밖에 안됐거든.”


“그래? 그거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래.”

“네가 나를 그렇게까지 걱정해 줄지 몰랐어, 정말 감격해서 눈물이 나올거 같아. 어흐흑.. 어흑.. 크흐흑...,!”


그녀는 내가 그걸 물어본게 무척 기뻤는지 오버를 하며 장난까지 치고 있었다.
하긴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나고부터 조금은 쌀쌀맞고 냉정하게 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게임에 참가하고 나서 처음으로 동업을  동료였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인식되어서인지, 겉으로는 그렇게 대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마음이 쓰였던  또한 사실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티르얀이 얼마전 나에게 듀오게임에 참가하자고 신호를 보냈을 때 그녀는 나를 6레벨로 알고 있던 때다.
몰론 티르얀 자신은 9레벨이었고.


물론 그 후 내가 한번의 게임에서 9레벨까지 승급했지만 티르얀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걸 따지지 않고 내게 듀오 게임에 참가하자고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물론 전에 약속한 부분이 있었지만 자신보다 한참 하위 레벨에게 듀오게임을 신청하는 상위 레벨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아마 나도 그것이 고마워 이렇게 그녀에게 조금은 신경이 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가 장난을 치며 그녀의 너스레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한동안은 제법 즐겁게 안전지대로 향하는 사이, 분위기는 마치 남들이 보기에는 연인이 데이트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 분위기였다.

헌데 한참을 그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 안전지대를 향해 가는 사이 문득 한쪽에서 또다시 아련하게 전투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순간 우리 둘은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서로 마주 보며 씨익 웃고는 다시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들렸다.


“이번에도  명이겠지?”


“전투가 벌어졌다면 당연한거 아냐.”

티르얀이 마치 확인하려는 듯 당연한걸 묻고 있었다.
볼 것도 없이 우리는 곧바로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려오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리가 아주 미약하게 들려온 것으로 봐서는 거리가  돼는  같았다.


한동안 소리의 발원지를 따라 조금은 울퉁불퉁한 초원 위를 가다가 조금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니, 과연 저 아래에서 이번에도 역시 한 무리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헌데 그곳을 바라보던 그녀와 나는 다시한번 서로를 쳐다보며 이번에는 동시에 인상이 살짝 일그러져야 했다.


우리  사람은 곧바로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언중에 다시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한동안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티르얀이 여전히 인상을 쓴 채 조용히 내 의견을 물어왔다.

“어떡하지? 그냥 갈까..?”

“글쎄..?”

그녀의 제법 진지한 말에 나도 한동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