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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의문의 여자 (59/207)



〈 59화 〉의문의 여자

하지만 역시 현실에서 만난다고해도 어색하고 감정만 상해 있을 뿐 서로 손을 쓰지는 못했다.
그것은 정해진 법률과도 같아 만약 그런 일로 누군가를 살해하게 되면 그 역시도 기관에서 움직여 똑같이 소멸해 버리기 때문에, 랭크게임에서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살해한 자신도 소멸될 각오를 해야 했다.

‘이 넓은 지역 안에서 우연히 만날 확률은 거의 없겠지.’


만약 그녀를 만난다면 무척 어색하고 혹시나 귀찮게 하면 어쩌나 싶어 조금 걱정은 됐지만,  도시라 해도 무척 넓었기 때문에 역시나 우연히 만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라 단정 지었다.


‘그나저나 국장이 9레벨로 귀환한 것에 대해 또 귀찮게 굴지도 모르겠군.’

저번에 분명 내가 마음이 바뀌어 연락하기 전까지는 귀찮게 하지 말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세 번째 게임에서 9레벨까지 승급됐다면 체면 불구하고 다시 스카웃하려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모른 척 또다시 전화를 할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일들이 그 사람이 해야할   한부분이기도 해서 이해는 갔지만, 정말 또 다시 귀찮게 할까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


지지징.. 지지징..


손등에서 진동음이 들려왔다.
손등을 터치해보니 역시 국장이라는 이름이 적혀있고 이미 영상 통화가 신청되어 있었다.
귀찮은 마음에 그냥 받지 말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받지 않는다면 계속   같아 다시한번 거절하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곧바로 영상통화를 터치했다.

“정말 전화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군. 나도 마스터 티어 랭크게임에서 귀환한지 얼마 안된다네. 헌데 이번에도 역시 자네가 브론즈 티어 5레벨 참가자 중 가장 늦게 귀환해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정말 믿을 수 없게도 이번에는 9레벨로 귀환 했더군. 바로 본론을 말하자면 내가 이렇게 전화를 한 것은 자네를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셔서 연락한 것이네.”

“저를요? 누가..?”


“아, 누군지 밝힐 수는 없고 내일 정오에 시간을 한번 내 줄  있겠나? 그냥 점심 한 끼 먹는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면 되네. 물론 시간되면 내가 자네 집으로 사람과 차를 보내겠네.”


“제가 왜 가야합니까? 내일 저는 할일이 있습니다.”


“부탁이네. 자네가 그렇게 나오면 내가 무척 난처해진다네. 이번에는 내가 부탁을 하지. 내일 꼭 시간 좀 내 주게. 말했듯이 그냥 점심만 간단하게 한끼 먹으면 되는 일이라네.”


누구를 만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장은 도저히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사실 내일  일이란 다름 아닌 수련과 함께 생활비도 벌  도태자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부탁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국장 말 대로 점심이나 먹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점심만 먹고 오겠습니다. 헌데 만약 또 저를 기관 요원으로 스카웃하려는 것이라면 저는 중간에라도 그냥 나올 겁니다.”

“알겠네.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게.”

“헌데 누구를 만나는 겁니까?”


“그건 말했다시피 알려줄 수가 없네. 하지만 방금 말했듯 그냥  분과 평범하게 식사나 한끼 한다고 생각하면  것이네. 이것은 결코 자네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는 시간도 있으니 10시 정각 자네 집에 사람이 도착하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국장과 통화를 끝내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누가 날 만나보고 싶어 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아무튼 누굴 만나든 그건  알바 아니었고 그래도 안면이 있는 국장이 저렇게 끈질기게 말하니, 그의 말대로 그냥 마음 편히 식사나  끼 하고 오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다음날 외출준비를 마치고 정확히 10시가 되자 전에 나를 인도했던 썬그라스를 낀 두 요원이 정확히 도착했다.


 요원도 내가 9레벨로 귀환한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느낌이었지만 전보다 더욱 정중하게 날 대해주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국장의 지시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또한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이  요원이 지금 나를 보호하려고 항상 근처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국장을 만나러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나를 위해서이고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지만 내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국장님께서 이렇게  플레이어에게만 신경을 쓰시는 것이 사실 처음에는 너무 오버하시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최준수씨가  번째 게임에서 9레벨로 귀환한걸 알고부터는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확실히 윗분들은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걸 다시한번 알게 됐습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요원이 뒤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저 말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런 식으로 스카웃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희처럼 평범한 요원들은 정규직으로 시험을 거쳐 뽑는게 일반적이지만, 가끔 이렇게 최준수씨처럼 특별한 자질을 타고나서 눈에 띄는 플레이어들은 국장님이 직접 확인하고 스카웃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물론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그런 재능이 우수한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저희 같은 평범한 요원으로 키우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무궁한 레벨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중요직에 요긴하게 쓰기 위해 미리 포섭해 두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혹시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주라도 하게 되면  인재를 고스란히 다른 기관에 빼앗겨 버리는 셈이 되니까요.”

“전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윗분들이야 어디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 헌데 지금 제가 만나러 가는 분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 그건..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요원은 분명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굳이 알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난처하게 할 필요는 없어 재차 묻지는 않았다.

 시간 이상을 달리자 마침내 중앙 기관으로 도착하니 국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게, 식사 자리는 이미 마련됐으니 바로 가지.”

기관 건물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서자 국장의 안내로 조금은 단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누구를 만나는데 이러시는 겁니까?”


마음 편하게 식사만 한다지만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음식을 먹는다는게 말이 되지 않아 다시한번 묻자, 국장이 빙그레 웃으며 또다시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자네 팬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마음 편히 가지면 된다네. 자네가 3번째 게임에서 9레벨로 승급된 것에 대해 대단히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라는 것만이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전부라네.

계속 같은 말만을 반복하자 더 이상 물어봐야 소용없음을 알고 나도 그의 말대로 이제는 정말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그냥 좋은 음식으로 한끼 때웠다고 생각해야겠군.’

문득 혹시나  대단한 존재는 아닐까 하고 자문도 해보았지만 그것은 역시 아닐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최고의 대단한 플레이어가 나 같은 최하급 플레이어에게 관심이 있을 턱이 없었고, 더군다나 이렇게 시간을 따로 내서  따위를 만날리도 없을 것이라  나름대로 단정 지었다.

얼마 후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리며 곧바로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오자, 국장이 정중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손한 모습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헌데 들어온 사람을 보고 나자 나도 모르게 조금은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여자였다.
그것도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대단한 미모를 지닌 여자였다.
동양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는 칠흙같은 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나를 향해 빙긋 웃더니 이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최 준수씨.”

“아, 예...,”


깔끔한 바지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는 얼굴만큼이나 몸매 또한 일품이었다.
그녀를 보니 역시 그 대단한 존재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

헌데 마스터인 국장이 그녀가 들어오자 무척 공손해지는 것을 보며, 아마도 여자의 신분이 최소 국장보다 순위가 많이 높은 마스터급는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스터 티어부터는 레벨은 없이 순위로 매겨져 그 순위에 따라 신분이 좌우되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여자가 자리에 앉자 마치 인간과 똑같은 휴먼 안드로이드 종업원들이 곱게 차려 입은 옷을 입고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상이 차려지자 여자가 자연스럽게 포크를 들며 나를 향해 빙긋 미소 지은 채 음식을 권했다.


“국장님께서 말씀드렸겠지만 전 그냥 최준수씨의 승급 속도를 보고 팬이 된 사람이에요. 그러니 아무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식사나 한끼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아 예, 잘 먹겠습니다.”


확실히 처음 보는 사람과 아무 의미 없는 식사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색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뿐인 듯 이내 여자와 국장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헌데 음식은 내가 사는 지역 사람들이 먹는 불고기나 약간은 매콤한 음식이 주로 나와 있었다.
약간은 의아한 생각을 하며 내가 느끼한 음식은 손에 대지 않고 조금은 매콤하면서도 자극적인 음식에만 손을 대자 여자가 또다시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했다.

“저도 최준수씨와 같은 지역 출신이라서 그런 음식들을 좋아하죠. 앞으로 가끔 친구처럼 만나 식사라도 해야겠네요.”


여자의 말에 국장이 웬일인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여자의 말에 대꾸했다.

“솔직히 이런 자리는 불편해서 다음부터는 나오지 못할  같습니다.”

내 말에 국장의 얼굴이 이번에는 놀람을 넘어 조금은 굳은 채 여자를 보았지만, 여자는 그런 국장은 쳐다보지 않은 채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 볼로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처음이라 그렇지 몇 번 식사를 하고 조금 친해지면 괜찮아지지 않겠어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럼 다음에도 저와 정 식사를 하고 싶다면 다음부터는 그쪽이 제가 사는 지역으로 오십시오. 솔직히 여기까지 오고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거든요. 또 저는 따로 할 일도 있고 해서 말입니다.”


거침없는  말에 국장이 더욱 놀란 듯 이번에는 얼굴까지 시뻘개진 채 표정이 일그러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자가 그런 국장을 보고 나를 다시 돌아보더니 무척 화사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후훗, 알겠어요, 그럼 제가 가끔 시간이 난다면 연락하고 그쪽으로 찾아뵙도록 하지요.”


여자의 말에 나도 빙긋 웃어 화답해 주었다.
이렇게 괜찮은 여신이 나와 식사를 원하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제 발로 내가 사는 곳까지 찾아온다는데 손해 날 일은 없지 않은가.
여자의 말에 내가 한 가지  토를 달았다.


“낮에는 바쁘니 혹시 오실 일이 있으면 저녁시간에 오십시오. 그리고 아시다시피 전 브론즈라서 돈이 없습니다, 보아하니 최고급 음식만 드시는 것 같은데 만약 만나게 된다면 계산은 그쪽이 해야  겁니다.”

 말에 국장이 기어이 울그락 불그락해진 얼굴로 한마디 하려했다.


“자네! 지금 그런 말을 함부로..,”

“아, 됐어요. 국장님은 잠자코 계십시오.”


국장이 내게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다가 여자가 말리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사람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는 분명 중앙 기관에서 국장과 상하관계가 아니면  더 높은 순위의 마스터는 아닐까 짐작만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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