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하드랭크 게임 (56/207)



〈 56화 〉하드랭크 게임

정말 한순간이다.
그 한순간에 5마리의 이리들이 죽고 두 놈이 부상을 당해 바닥에 쓰러져 낑낑대고 있었다.


경미한 부상과 그리고 조금 떨어져 있어 부상을 당하지 않아 싸울 수 있는 놈들은 이제 6마리 남짓이다.

나는 재빨리 주작의 발목에서 손을 떼고 다시 부적  개를 꺼내 나머지 사신수들을 모두 소환해 냈다.

이제 한 레벨 더 승급되고 나니 사신수 모두는 조금 더 완전체로 변신해 있어 보기에도 더 매끄러워 보였다.

이리 여섯 놈은 이제 사신수가 맡아서 처리할 것이다.
나는 사신수가 나타나 아직 죽지 않고 낑낑대고 있는 두 놈을 죽이는 것을 보며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보스 놀에게 다가갔다.


크르르릉!


놈은 순식간에 부하들이 죽고 사신수까지 나타나 상황이 갑자기 역전되자 무척 화가 났는지, 길게 튀어나온 양 송곳니를 드러낸  무서울 정도의 표정으로 으르렁 거리며 나를 위협했다.

“병신 새끼.”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조롱하듯 조용히 중얼거리자 내 말귀를 알아들은 것인지, 이번에는 양 손에 길게 자라난 8개의 날카로운 손톱마저 드러낸 채 나를 향해 마주 다가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250센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놈의 덩치는 가까이 다가오자 조금은 위압감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싸움은 덩치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곧바로 놈이 달려 나오자 나 또한 놈을 향해 쏘아지듯 달려 나갔다.


채챙.. 차차창

확실히 놈의 힘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내 오러의 검 또한 놈에게 밀리지 않았다.
생각한대로 놈의 실력은 흑기사보다는 조금 약한 듯 했다.

부적으로 마법 공격을 한  오러 검으로 맹공을 퍼부으니 놈은 얼마 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당황하며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7레벨로 흑기사를 해치운 나다.
헌데 그보다 약한 놈을 8레벨인 상태로 맞이하니 나는 제법 여유롭게 놈을 몰아붙일 수 있었다.
한 레벨차이가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사신수 쪽을 힐끔 보니 그들 또한 벌써 세 놈을 죽이고 나머지 세 놈마저 얼마 있지 않아 모두 처치할 수 있을  같았다.


‘더욱 강해졌군.’

사신수가 불개미들과 싸울 때보다 한층 강해진 것이 한눈에 들어와 이 또한 무척 흡족했다.

보스는 어느 정도 싸우다가 도저히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는지 갑자기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려했다.


채채챙


크르르르렁!

헌데 놈의 힘이 어느 정도 빠졌는지 어느 순간 오러검과 한번 부딪치고 난 후 갑자기 뒤로 멀직이 물러나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놈이 돌연 몸을 재빨리 돌리더니 안전지대 안쪽을 향해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저런 개새끼가!”

나도 모르게 점잖은 입에서 또다시 쌍욕이 튀어나왔다.
놈은 커다란 덩치와 짐승이라는 잇점을 지니고 있어 달리기에는 정말 일가견이 있는 듯 한순간 내게서 멀어져 갔다.


도력을 최대한 다리에 주입해 놈을 쫒아갔지만 역시 한계가 있어 나는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다시 킥보드를 꺼내 놈을 추격했다.

다행히 지형은 그리 험하지 않아 얼마 후 놈이  멀리 달아나는 모습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넌 뒈졌다!’

두 다리로 달아나는 놈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허공에 떠서 쏘아지듯 날아가는 킥보드의 속도보다는 느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놈을 추월할 것이 분명했다.
얼마 후 놈과의 거리는 이제 40여 미터까지 가까워져 있었다.

 사이 사신수는 이리떼를 모두 처치하고 내게로 날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혹시나 다른 상위 플레이어의 공격을 받을까봐 사신수를 그대로 소멸시켜 버렸다.
보스 놀은 이제 나 혼자로도 충분히 처치할  있었고  필요할 때는 아무 때나 소환  수 있으니 굳이 모험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얼마 후면 놈을 처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생존자수를 확인하니 13명만이 남아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1등을 먹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5등까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은 10등 안에 들어 보상 경험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제 세 플레이어만 죽으면 보상 경험치가 주어진다.

이제 보스 놀과의 거리는 다시 30여 미터.

헌데 한참 눈독을 들이며 놈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져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촤라라락

갑자기 보스의 우측 방향에서 느닷없이 엄청난 빠르기로 흰색 물체가 날아와 보스의 몸에 적중되는 것이 아닌가.
보스의 달리는 속도가 무척 빨랐는데도 흰 물체는 길게 늘어선 끈과 같이 몇십 미터를 날아와 정확하게 보스의 몸체를 꿰뚫어 버렸다.


‘최소 9레벨이다.’


누구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아무리 보스 놀이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한번의 공격으로 놈에게 치명상을 입힐 정도라면 분명 8레벨보다는 상위 레벨자가 분명할 터다.


크르르릉!

얇은 끈과 같은 흰빛이 가슴에 꿰뚫리자 놈이 그 자리에 멈춰서며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여기서도 눈에 선하게 보였다.

순간 흰빛의 줄을 따라가 보니 그 끝은 거의 50여 미터는 될 듯한 거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헌데 그 끝에는 줄로 연결된 흰옷을 입은  여자가 놈에게로 날아가듯 다가서며 이어진 줄에 반동을 주어 회전을 먹이고 있었다.


회류류륙


줄이 회전을 먹니 당연히 보스의 가슴에 박혀있던 줄의 끝도 회전이 먹혀 놈의 가슴이 한순간 걸레처럼 찢어지며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렸다.

‘내 밥! 헌데 저 옷은 뭐지..?’

보스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지금은 마치 줄과 같은 기다란 흰빛이 여자의 옷에서 뻗어 나온 것과, 여자의 레벨이 나보다 위일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쓰쓰쓰쓰

보스를 죽인 흰 줄은 이내 빠른 속도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며 여자의 이상한 옷에 그대로 파묻히듯 스며들어가 버렸다.

동양적인 모습에 검은  머리를 지닌 여자가 걸치고 있는  옷은 온몸을 전부 감싸고도 남아돌아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인 양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선녀라고 불려졌던 천사의 옷이나 아니면 가끔 추억의 고대 미디어에서 보았던 무술을 하는 여자들이 입었던 옷과 같다고나 할까.

헌데 알고 보니 흰빛은 줄이 아니라 여자의 옷 일부인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옷이 줄과 같이 길게 뻗어나와 보스를 죽인 것이다.


‘마법 옷인가?’


보스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여자가 이내 비웃음이 담긴 얼굴로 다가왔다.
곧바로 킥보드를 타고 달아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보스를 죽였던 옷에서 뻗어나온 흰줄을 생각하니  빠르기가 정말 엄청나, 뒤돌아서 도망가다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서서 도망가다가  뒤나 혹은 엉덩이에라도, 늘어난 흰옷감에 뚫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볼쌍사납게 죽을 수도 있어 그 생각은 바로 접어야 했다.

여자가 아시아계의 여자라 혹시 지구인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지만 우주에는 아시아계의 인간형 생명체들도 무수히 많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 행성 출신이라는 느낌이 들어 물어보려 했지만 맵 안에서는 같은 지구인이라 할지라도 적일뿐이다.
혹시 암흑물질에서 생성되는 다크 사이어돈이라는 엄청난 우주의 괴수가 출현해 용병으로 착출되어 한편으로 싸우기 전에는 말이다.


헌데 여자가 비웃음을 머금은 채 내가 묻지 않은 것을 물어왔다.


“혹시 지구인..?”

첫 게임에서 무척 무시하고 비웃으며  죽인 금발의 외계 여자도 그렇고 티르얀도 그렇고, 또 검은 머리의 동양적인 그림자 술사도 마찬가지로  만나는 여자들마다 모두 비웃음을 짓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긴 나보다 약한 플레이어라고 생각되면 나도 상대를 비웃기는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이 기 싸움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하니 이제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그래.”

지구인이냐고 묻는 것을 보면 여자도 지구인이 틀림없을 터.
굳이 거짓말을  필요가 없어 내가 사실대로 말하자 여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맺혔다.

“같은 지구인을 하드 맵에서 보다니 정말 오래간만인걸.”

“..........,”


비웃음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반가운 것일까, 여자는 바로 싸움을 시작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 같은 아시아계인 인걸 보니 어쩌면 같은 지역에 살지도 모르겠어. 혹시 키엘런 교육원 출신인거야? 아니면 코레일..? 그것도 아니면 바라넬 교육원..? 난 키엘런 출신이야.”


키엘런이라면 얼마 전 내가 동기 모임때 2레벨이라고 깝치다가 혼내준 세 놈이 나온 교육원으로 내가 나온 코레일과는 견원지간인 교육원이다.

여자가 왜 이런 위험한 지역에서 빨리 싸워 승부를 보려하지 않고 이렇게 한가하게 말장난을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엘런 출신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살짝 찡그려졌다.
그만큼 두 교육원은 제일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그곳의 교육생들은 서로간에 알게 모르게 자존심 싸움을 오래전부터 해온 터다.

여자가 이리 여유를 부리는 것을 보면 어느 누가 나타나도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비춰져,  오랜 기간 랭크게임을 해온 경험자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헌데 내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여자가 조금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인상이 곱지 않은 것을 보니 혹시 코레일 출신..?”

“맞아.”

“그래...!? 이거 정말 인연인걸, 이런 곳에서 코레일 출신을 만나다니. 같은 지구인이고 지역도 비슷한 곳에서 사는 플레이어를 만나다니 조금 반갑기는 한데.. 하지만 이를 어쩌지?”

“..........?”

“그냥 키엘렌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그랬어. 그러면 고통 없이 죽여줄 수는 있었는데.”


“네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장담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여자가 비록 나보다 상위 레벨자인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나도 이제 8레벨이라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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