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하드랭크 게임
나타난 이십여 마리의 짐승들은 개같이 생겼지만 실상 이리나 혹은 늑대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일반 이리나 늑대가 아닌 말과 같이 커다란 덩치에 이마 한가운데에는 무척 날카로운 20여 센티 길이의 뿔이 솟아나 있고, 양쪽 송곳니가 밖으로 튀어나와 공격력이 무척 강화 되어 있는 몬스터화 된 놈들이었다.
게다가 이리들이 나타나자 이번에는 놈들의 보스로 보여지는 또 한 놈의 무척 거대한 덩치의 이리(?)가 뒤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헌데 놈 또한 모습은 분명 몬스터화 된 이리와 똑같았는데 희한하게도 이족 보행을 하고 있었고, 키가 자그마치 2.5 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조금은 거대하다고까지 생각될 정도의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놀이다!”
옆에 있던 플레이어가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보통 놀이라는 놈은 혼자 다니지만 흔하지는 않아도 이처럼 부하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놈도 종종 있었다.
놈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경험치는 분명 트롤보다 조금은 높을 것이라 생각됐다.
게다가 부하들까지 20여 마리나 있으니 이놈들을 모두 처치한다면 8레벨로 승급되고 난 후 바로 9레벨로 승급될 발판까지도 마련될 경험치였다.
하지만 이놈들은 보통 이리가 아니었고 놀 또한 평범한 놀이 아니다.
한눈에 보아도 놀은 물론 이리들까지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리의 살갗은 마치 철갑을 두른 듯 색깔이 번들거리며 무척 단단해 보여 웬만한 공격력으로는 상처를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 놈들의 보스인 놀이야 더 강해보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옆에 있던 플레이어가 나를 슬쩍 바라보자 나 또한 마주보며 빙긋 웃어주었다.
이제 한시적으로 동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바로 그때 뒤쪽에 있던 놀이 앞에 포진한 이리들에게 명령하듯 크게 한번 울부짖었다.
와우우우.. 우워워웍!
순간 드디어 20여 마리의 이리들이 순식간에 펄쩍 뛰어오르며 우리에게 달려 들어왔다.
크르르릉.. 크아아앙
놈들은 송곳니와 뿔뿐만 아니라 발톱까지도 무척 뾰족하고 날카로워 한번 긁히게 된다면 치명상을 입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곧바로 나와 플레이어도 달려오는 놈들을 향해 오러검과 손톱을 앞세운 채 마주 달려 나갔다.
쏘아아악.. 쉬라라락
크워워엉!
내 오러검과 플레이어의 손톱이 맨 앞에 달려 나오는 두 놈의 몸체를 재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내 검은 그래도 두 놈의 몸에 제법 깊은 상처를 입혔지만 같이 공격한 플레이어의 발톱은 그리 깊이 파고들지를 못하고 경미한 상처만을 입히고 있었다.
상처 입은 두 놈은 무척 화가 난 듯 우리를 지나쳤던 몸을 바로 세우며 다시 나와 플레이어에게 덤벼들었다.
그 사이 다른 놈들도 우리를 둥글게 포위하며 이빨과 발톱 그리고 뾰족하게 솟아난 뿔까지 이용해 우리를 공격해 들어왔다.
한마디로 온몸이 무기인 놈들이었다.
이때 보스는 뒤쪽에서 마치 인간 행세를 하려는 듯 팔짱을 끼고 포위되어 싸우고 있는 우리 둘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놈은 아마도 부하들만으로도 우리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포위는 20여 마리가 하고 있었지만 공간의 한계가 있어 정작 한사람에게 달려드는 숫자는 두 세놈이 전부였다.
하지만 한 놈이 공격하고 물러나면 다시 다른 놈이 교대로 공격해와 놈들이 우리 둘을 먼저 지치게 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놈들의 몸체는 생각했던 대로 무척 강해 오러의 검인데도 불구하고 내장까지는 파고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8레벨로 올라와 도력이 전에 비해 한참 높아졌는데도 이런 상황인데 만약 트롤을 처치하지 못하고 승급이 되지 않았다면 무척 낭패를 봤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근처에서 싸우고 있는 동업자는 역시 처음에는 제법 버티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끊임없이 교대로 공격해 오는 놈들에게 조금씩 상처를 입으며 체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그는 처음 내가 생각대로 6레벨이 확실해 보였다.
헌데 동업자가 트롤을 처치할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처럼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리인지 놀인지 하는 놈들이 비록 교대로 공격해오고 있기는 했지만 3-4마리 정도면 트롤보다 강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지만 확실히 이놈들은 평범한 이리들이 아니었기에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돌아가며 계속 공격해 오는 놈들은 내가 그래도 강한 것을 눈치 챘는지 나는 포위만 한 채 그리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지 않고 연신 한쪽에 있는 동업자에게만 달려들고 있었다.
아마도 먼저 약한 동업자부터 처치하려는 작전임에 틀림없었다.
‘동업자가 죽기 전에 몇 놈이라도 처치해야 한다.’
이대로 나 혼자 20여 마리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군다나 놀 이라는 보스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이곳을 보려보고 있지 않은가.
곧바로 계속된 공격에 조금은 지친 표정을 보이고 있는 동업자에게로 달려가, 공격하고 있는 이리의 목을 향해 이번에는 검 끝을 바로 세워 힘차게 찔러 들어갔다.
푹.
커흐흐응!
순간 이리의 목이 꿰뚫리며 한순간 놈의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지며 즉사했다.
확실히 긋는 것보다 찌르기가 더 강력해 마침내 첫 사상자를 낼 수 있었다.
헌데 놈들의 약점은 목인 듯 한번 사상자가 나오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목을 공격해라.”
내가 급히 동업자에게 말하자 그도 내 공격이 성공한 것을 보더니 조금은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놈들의 약점을 찾은 이상 두려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사정이지 동업자는 역시 이제 몸을 사리며 조심스럽게 공격해 오는 이리들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공격에 두 세놈이 다시 죽어나가고 그래도 한 놈이 동업자의 발톱에 목이 뚫려 죽긴 했다.
하지만 그 사이 동업자는 수차례 이리의 발톱과 뿔에 찍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물론 이리가 4-5마리 정도만 된다면 동업자 혼자서도 이길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 있어 상황은 동업자에게 무척 불리했다.
다시한번 내가 한 놈을 죽이고 동업자 또한 한 놈을 죽였지만 동업자의 옆구리가 한 놈의 송곳니에 깊이 물려 버렸다.
“크으윽!”
순간 동업자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는지 곧바로 쓰러질 듯 몸을 휘청거리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군.’
그때 두 놈이 한꺼번에 동업자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듯 발톱과 뿔을 앞세운 채 번개같은 속도로 공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몸을 쏜살같이 회전시켜 마치 풍차처럼 돌며 공격해 오는 두 놈을 향해 연신 검을 휘저어 물러나게 했다.
‘고맙다.’
동업자가 희미하게 웃으며 쓰러지려는 몸을 이내 바로 잡으며 인사치레를 했다.
“고마울 것 없다.”
나 또한 빙긋 웃으며 한마디 하고 이내 검을 내뻗어 동업자의 목을 꿰뚫자 핏줄기가 확 뿜어져 나오며 그가 두 눈을 부릅뜬 채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왜..?”
대꾸할 필요가 없어 나는 곧바로 찔러 넣은 검을 한바퀴 회전시켜 목구멍을 걸레로 만들어 버렸다.
확실히 그는 이제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는지 이내 온몸이 부서져 내리며 허공중에 사라져 버렸다.
이때 뒤쪽에 있던 보스 놀이 내 행동에 깜짝 놀란 듯 했지만 이내 다시금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동업자가 사라지자 놈들은 이내 나를 포위한 채 거리를 조금씩 좁혀오고 있었다.
이제 놈들은 13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약점인 목을 조심하며 공격해 오기 때문에 한순간에 모두 물리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할 수 없군, 나중에 정말 위급할 때 써 먹으려고 아껴두려 했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 같군.’
불개미들과 싸울 때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템이다.
하긴 불개미는 이놈들 보다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나와 사신수만으로도 충분히 대적할 수 있어서 사용하지 않은 것뿐이다.
하지만 이놈들은 개개인이 불개미보다는 한참 우위에 있었다.
놈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자 나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은 채 급히 품속에서 부적 한 개를 꺼내 내가 서 있는 땅바닥에 집어 던지며 주문을 외쳤다.
‘안개!’
순간 부적이 불타오르며 타오른 부적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나와 내 주위를 새하얗게 뒤덮어 가기 시작했다.
이리들은 안개가 퍼지며 내가 눈앞에 보이지 않자 접근하던 행동을 멈추고 혹시나 위험질까봐 크르릉 거린 채 연기가 다가오면 연신 뒷걸음치며 물러나고 있었다.
놈들이 물러나는 기미가 보이고 내 모습이 놈들에게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레이저 지뢰를 꺼내 들었다.
파삭.. 파삭
들고 있던 오러검으로 재빨리 지뢰 크기의 구덩이를 재빨리 판 나는 그곳에 지뢰를 묻고 근처의 풀잎들로 위를 덮어 완전히 위장을 시켜 놓았다.
지뢰를 무사히 매설하고 나자 잠시 후 안개는 서서히 걷히며 다시 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리들은 물론 보스인 놀까지 내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지만, 보다시피 아무런 변화가 없자 의아한 눈초리를 하는 중에도 현실이 이러하니 다시 사방에서 나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보스는 이제 나 혼자서는 13마리의 이리들을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여유 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은 내가 직접 처리해주마.’
여유롭게 나를 비웃듯 쳐다보는 놈을 슬쩍 한번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한마디 했다.
물론 한번 폭발에 13놈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레이저의 폭발 반경이 5미터이니 놈들의 덩치로 봤을 때 한번에 잡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어 보였다.
놈들이 으르렁거리며 다가오자 나는 놈들이 더 가까이 접근하도록 검 끝을 땅 방향으로 내린 채 방비는 전혀 하지 않고 온 몸을 허점투성이로 만들었다.
내가 싸울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는지 조금은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놈들도 이제 두 눈빛을 빛내며 물러났던 만큼 더욱 빨리 다가오기 시작했다.
13놈 모두가 이제 3미터 정도 다가오자 나는 갑자기 두 무릎을 구부리며 한순간 검 끝을 다시 하늘로 번쩍 들어 올렸다.
순간 그것을 기점으로 놈들이 내게 달려 나오며 어떤 놈은 날아오르고 또 어떤 놈은 그대로 달려 내게 돌진해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구부리고 있던 다리에 최대한 도력을 주입해 반동을 주어 제자리에서 허공 높이 뛰어 오르며 재빨리 부적 하나를 깨내 내 머리위로 집어던졌다.
‘주작!’
주작이 보스 불개미에게 소멸된 지는 이미 두 시간이 훨씬 지나 있었기 때문에 다시 소환해 낼 수 있었다.
비록 5미터 높이로 뛰어오르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레이저 지뢰가 폭발되고 잠잠해질 때까지는 지상으로 내려설 수 없었기에, 잠시 허공에서 체공해야 해 주작을 소환해 낸 것이었다.
‘이제 아무나 한 놈만 지뢰를 밟기만 해라.’
허공 6미터 정도에서 왼손을 뻗어 다리에는 불꽃을 생성시키지 않은 주작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비록 나를 들고 날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되지 않았지만 날개를 퍼득여 잠시 체공하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주작은 이제 8레벨이 되고 나니 몸체 일부분까지도 불꽃에 휩싸여 있어 더욱 듬직해 보이기까지 했다.
잠시 후 마침내 한 놈이 위장해 놓은 지뢰를 밟은 듯 폭발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한순간 방원 5미터 거리에 수많은 푸른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츠츠츳.. 츠츠츠츠츠
케켕.. 커으으흥.. 케에엑.. 크르르륵
놈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지상에서 일어나는 특별난 레이저 쇼에 나는 허공에 뜬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