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하드랭크 게임
헌데 바로 그때 보스 개미가 갑자기 촉수를 더욱 세차게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순간 갑자기 고릴라에게서 후퇴하려던 일반 개미들이 후퇴를 멈추고 다시 고릴라를 향해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살아남은 8마리의 호위 개미들은 여전히 보스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제 다른 플레이어들과 싸우던 150여 마리 남은 불개미들 또한 후퇴를 멈추고 고릴라에게 다가서는 것이 아닌가.
보아하니 부하들을 희생 시키고 보스개미 자신은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내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만약 모든 불개미들이 한곳에 모인다면 보스 개미를 처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겠지만, 지금은 내게서 도망친 일반개미 20여 마리와 호위 개미 20여 마리 뿐이라 사신수와 함께라면 힘들기는 하겠지만 보스를 처치 할 약간의 가능성은 있어보였다.
헌데 잠시 후 고릴라에게서 도망친 8마리의 호위 개미들이 보스에게 합류해 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때 또다시 의외의 변수가 발생했다.
7명의 살아남은 플레이어들 중 그나마 체력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한 2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두 플레이어도 아마 보스의 목을 따 경험치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두 플레이어의 등장이 내게 호재인지 악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 호위개미 30여 마리와 일반 개미 20여 마리가 앞을 막고 있으니 역시 혼자서는 무리라 생각하고 당장은 호재라 생각하기로 했다.
헌데 달려오는 두 플레이어를 보는 순간 쓰러져 있던 플레이어들이 몸을 일으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씨발!”
나도 모르게 쌍욕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 나왔다.
몸을 일으킨 5명의 플레이어들은 이미 죽은 플레이어들에게서 생성된 3개의 보물 상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상위 레벨자들이라 웬만한 공격구나 방어구는 눈에 차지 않겠지만, 지금은 체력이나 기력이 많이 소진되어 있어 시간이 지나 기력이나마 회복될 때 까지는 하찮은 공격구나 방어구도 절실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지금 뛰어가는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역시 체력회복 포션이었다.
분명 저 세 상자 안에는 수시로 나오는 회복 포션이 들어 있는 상자도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 5명의 지친 플레이어들은 상자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겹치는 놈들은 싸우기 시작했고, 설사 먼저 상자를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죽이면 다시 빼앗을 수 있어 5명이 각자 위치에 맞게 싸우기 시작했다.
‘이제 동업은 물 건너갔군. 그나저나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보스에게 오기 전에 아이템부터 먼저 챙겨 놓을걸.’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비록 내가 7레벨이었지만 나는 앞으로 레벨이 올라가더라도 귀찮아하지 않고, 아무리 하찮은 아이템이라 해도 획득해 인벤토리에 넣어 두려고 예전부터 마음먹고 있던 터였다.
쓸모가 약해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이었고, 만약 아무 때고 나나 상대방이 싸우다가 서로 모두 체력과 기력이 완전 바닥이 나는 때가 오게 된다면, 그때는 설사 바늘 하나로라도 상대를 먼저 죽일 수도 있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내 아쉬운 마음 접고 이제 그쪽은 동업이 물 건너갔다고 여겼지만 이곳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반 불개미도 그렇지만 호위 불개미들의 능력은 정말 얕볼게 못돼, 다가오는 두 플레이어와 당분간은 동업을 하는게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두 플레이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순간 주작과 청룡을 호위병들 넘어 보스에게 날려 보내 공격해 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역시 지금의 두 신수로는 낭패만 볼 것 같아 그것은 자제하기로 했다.
다행히 달려온 두 플레이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나를 공격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곧장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여 후퇴하고 있는 보스에게로 달려들었다.
물론 고릴라는 이제 170여 마리나 되는 일반 불개미들과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어 이쪽과는 무관한 상태였다.
두 플레이어들이 이내 호위병들과 맞닥뜨리자 나도 지체하지 않고 사신수와 함께 곧바로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헌데 그때 보스개미가 맨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더니 싸움이 벌어지자, 호위 개미들과 일반 개미가 우리들을 막고 있는 사이 이내 몸체를 반대로 돌리더니 냅다 달아나는 것이었다.
‘저런 의리 없는 년!’
일반적이라면 여왕개미가 맞아 나도 모르게 정말 의리 없이 혼자 도망가는 보스 년을 향해 욕이 튀어 나왔다.
사실은 의리 때문이 아니라 놓칠까봐 걱정되는 것이기는 했지만.
앞에는 호위병들과 일반개미 50여 마리가 결사적으로 막고 있어 한순간 뚫고 지나가기란 요원해 보였다.
호위 개미들은 역시 일반 개미들과는 차원이 틀렸다.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일반 개미보다 거의 두 세배는 강한 놈들이었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마치 기관에서 특수 훈련이라도 받은 놈들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대로 보스를 포기할 수는 없어 곧바로 한창 놈들을 공격하고 있는 주작을 보스가 달아난 방향으로 곧바로 날려 보냈다.
꾸워워웍
내 명령에 따라 주작이 날아가자 그제서야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지금 주작을 저렇게 거리낌 없이 날려 보낸 것은 현재 모든 플레이어들이 지급품이 떨어져 내린 곳에 거의가 집결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급 레벨자라면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만 역시 조금이라도 상위의 레벨자가 허공에 날고 있는 주작을 발견하게 된다면 위험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렇게 보스에게 집착하는 것인지 자문해 보았지만, 역시 저런 보스급은 경험치가 얼마나 되는지 그 궁금증을 풀어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이라 스스로 답을 내렸다.
호위병들이 고릴라와 싸울 때는 자세히 보지 않아 몰랐는데 만약 두 플레이어가 합류하지 않았다면 나 혼자로는 무척 위험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일반 개미들은 거의가 모두 죽고 호위 개미들도 20여 마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도 그 사이 온몸에 액체를 몇 번 적중당해 이제 체력은 85% 그리고 강철 방탄복의 내구력이 25%, 헬멧은 75%로 떨어져 있었다.
헌데 바로 그때 두 플레이어중 레벨이 나와 비슷해 보이는 인간형 외계인 한명이, 호위병이 내쏜 액체에 배를 정통으로 적중당해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로 죽겠군.’
이제 이런 순간은 온전히 내 전문이 되어 플레이어가 언제 죽을지는 어느새 대충 간파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와 있었다.
더 두고 볼 것도 없이 나는 곧바로 현무에게 명령을 내려 여자부터 죽이도록 했다.
곧바로 여자와 제일 가까운 현무가 다가가 십여 마리의 구렁이중 한 마리가 아가리를 크게 벌려 여자의 머리를 통째로 덥석 물어버렸다.
“그르르륵!”
여자는 과연 내 짐작대로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는지 이내 맹독에 의해 머리부터 새까매지더니 곧바로 다리까지 금방 번져, 구렁이가 잠시 후 물고 있던 머리를 놓아주자 이내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한순간 몸체가 바스라져 반짝 하고 사라져 버렸다.
한동안 격전을 벌인 끝에 나머지 한명 남은 플레이어마저 호위 개미에게 죽자 이제 나 혼자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놈들 또한 15마리로 줄어 있어 나와 세 신수들이 처치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듯 했다.
곧바로 두 놈이 더 죽어나가자 이제 세 신수로도 놈들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이내 싸움터에서 몸을 빼내 주작이 따라가고 있는 보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호위개미들의 능력이 저 정도라면 보스의 능력은 더 강할 것이라 생각해 혹시나 몰라 주작에게는 추적만 명령했다.
헌데 보스가 달아나는 속도는 황소만한 덩치에 걸맞게 무척 빨라 달리기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축지술을 쓸까?’
한순간 축지술을 사용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7레벨이 됐다지만 아직까지 축지술은 한순간에 도력이 너무 많이 줄어들었다.
순간 얼마 전 획득해 지급품이 떨어진 장소까지 이동한 후 인벤토리에 넣어둔 킥보드가 생각났다.
곧바로 킥보드를 꺼내 타고 달리니 역시 보스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것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의 달아나는 행로는 다행히도 안전지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어 그 또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약 10여분을 추격한 끝에 이제 머지않아 놈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손잡이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 속력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 나가던 그때.
한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인상을 잔뜩 일그러뜨려야 했다.
[띠링! 체력이 65%로 줄었습니다.]
역시나 곧바로 알림음이 전해져왔다.
‘누구 짓이지?’
알림음과 함께 주작과 공명하던 느낌이 한순간에 사라져 이내 주작이 누군가에 의해 소멸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작도 웬만한 공격으로는 한번에 사라지지 않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보며 무척 강력한 공격을 받은 것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환된 후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 어거지로 사라지게 되면 신수가 다시 형체를 복원하는 동안은 다시 소환을 할 수 없었다.
굳이 그것을 시간으로 따진다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니 이제 내 느낌대로 보스를 추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공명한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고 보스는 계속 한쪽 방향으로만 달렸으니 추적하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얼마를 달려가자 드디어 저 멀리 달아나는 보스를 발견하자 주작은 분명 놈이 죽였을 것이라 생각해 입술을 질끈 깨물고 추격에 더욱 열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과의 거리가 50여 미터로 줄어들자 보스가 뒤를 힐끔 보더니 달아나는 것은 무의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만약 주작을 보스가 정말로 단 한번의 공격으로 죽인 것이라면 놈의 능력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7레벨로 올랐는데 이깟 놈 하나 혼자 처치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때 보스는 계속 그르렁 거리며 호위 개미와는 또 다른 무척이나 길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채 나를 바라보며 무척이나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긴 자신의 그 수많은 부하들을 죽였으니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또한 느낌이었지만 놈의 눈빛을 보니 확실히 어느 정도는 생각을 할 줄 아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니 부하 개미들을 마치 인간 지휘관이 작전을 짜서 지휘하듯 그렇게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문득 청룡의 시각을 통해 그곳 상황을 내려다보니 이제 호위 개미들은 6마리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세 신수는 무사하고 이제 그곳의 상황도 머지않아 종료될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