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하드랭크 게임
잠시 후 상처가 모두 회복된 고릴라는 이제 싸울 상대가 없어지자 그래도 경험치가 제일 높을 것 같은 보스 개미를 향해 나는 듯 뛰어오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거의 보스 개미에게 가까워졌는데 놈이 뛰어오자 당황한 것은 나였다.
하지만 이내 전차를 공격하고 보스를 호위하려고 왔던 불개미 30여 마리가 뛰어오는 고릴라를 향해 재빨리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뿐 아니라 고릴라의 능력을 간파한 듯 플라즈마 포에 죽고 남은 30여 마리 남아있던 원래의 덩치 큰 호위 개미 일부마저도, 고릴라를 막기 위해 다른 일반 불개미들과 함께 제자리를 이탈하고 있었다.
상대의 숫자가 줄어드니 나로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내게 원래 달려있던 불개미 30여 마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와 두 신수에게 20여 마리로 줄었고, 이제 호위 개미도 20여 마리로 줄었으니 나로서는 한번 붙어볼만하다고도 생각되었다.
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 이제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곧바로 품속에서 두 개의 부적을 더 꺼내 곧바로 땅에 내던지며 주문을 외쳤다.
‘백호! 현무!’
부적이 불타오르며 이내 나머지 두 신수마저 모습을 드러냈다.
백호는 고양이와 같았던 예전의 모습을 모두 벗어버리고 이제 아기 송아지만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또한 입 밖으로 튀어나온 양 이빨과 발톱 또한 몰라보게 길고 날카로워져 있어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는 되어 보였다.
현무 역시 어느새 덩치가 백호와 비슷하게 자라나 있었다.
현무는 거북이의 형상에 등껍질 속으로 수십 마리의 뱀 꼬리가 달라붙어 몸체와 머리가 허공을 향해 뻗어 올라 흐느적거린 채, 날카로운 이빨과 함께 혀를 연신 날름거리고 있었다.
또한 2레벨 때 소환했던 때와는 달리 그 작았던 뱀은 어느새 길이가 1미터나 되는 구렁이와 같아 한눈에 보기에도 제일 혐오스러워 보였다.
허공에는 주작과 청룡 땅에는 현무와 백호.. 사신수를 모두 소환하자 왠지 모르게 뿌듯하면서도 듬직했다.
보스 개미에게 호위 개미가 있다면 이들 사신수 또한 듬직한 내 수신위들이다.
만약 이 사신수가 완전체로 성장한다면 그때는 나도 이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무척 강력하다는 것만은 어림짐작으로 느끼고 있었다.
곧바로 하늘과 땅에서 사신수들이 우선은 내 근방에서 연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내게 액체를 내 뿜고 있는 일반 불개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백호는 원래 빠른 신수였는데 바람의 속성까지 타고났으니 네 발에 바람을 일으켜 나는 듯 달리면서도 점프력 또한 엄청났다.
속도에 있어서는 정말 지상에서 가장 빠를 것이라 감히 장담할 수 있을 정도다.
헌데 현무가 거북이라서 느릴 것 같았지만 현무 또한 지상의 웬만한 빠른 짐승 못지않게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현무가 바로 대지의 속성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현무가 거북이라서 물의 속성일 것 같았지만 의외로 대지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두꺼운 발은 굵기와는 상관없이 무척 재빨랐고 대지의 속성을 타고 난 신수답게 자신 근방의대지 또한 마음대로 조정해, 흙을 마치 물결치듯 일으켜 초원을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쇠라도 뚫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이빨과 등위에서 허공을 향해 마치 해초처럼 흐느적거리는 구렁이들이었다.
십여 마리의 구렁이들은 역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꼬리는 현무의 등짝 외곽에 달라붙어 사방으로 몸체를 뻗어내 불개미를 한번 물고 잠시 있으니, 이빨에서 생성된 강력한 독에 의해 불개미의 몸이 녹아 시커멓게 변해 죽어버렸다.
또한 개미의 목을 휘감아 조여 죽이기도 하니 사실 사신수중 현무의 활약이 제일 돋보이기까지 했다.
혹시라도 현무와 백호가 지상에서 숫자에 밀려 소멸되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실 체력은 65%까지 줄어 있었고 강철 방탄복의 내구력 또한 35%가지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역시 아다만티움의 헬멧은 내구력이 무척 강력해 머리에 수발의 액체를 맞았는데도 아직 85%의 내구력이나 남아 있었다.
헌데 사신수 모두가 불개미를 죽이기 시작하자 이내 반가운 느낌이 전해져왔다.
‘드디어 7레벨로 승급했군.’
곧바로 사신수를 살펴보니 어느새 그들의 몸체는 다시한번 완전체를 향해 변모해가고 있었다.
주작은 이제 몸체만을 제외하고 머리까지 모두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청룡은 마치 철갑과 같은 비늘이 듬성듬성 돋아나기 시작하며 발톱 또한 더욱 자라나 날카로움이 배가 된 상태였다.
현무는 이제 온몸이 더욱 검게 변해 등짝과 살가죽이 더 강한 느낌과 함께, 등위의 구렁이들 역시 비늘이 더욱 두터워진 듯 했고 길이 또한 1.5미터 정도로 자라나 있었다.
백호는 바람의 속성 신수답게 더욱 빨라져 있었고 이빨과 발톱은 한층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물론 사신수 모두 덩치가 더 커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다시 반가운 알림음이 전해져왔다.
[띠링! 체력이 100%로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승급되니 체력도 다시 기준치인 100%로 올라왔다.
만약 30% 체력 상승 포션을 먹고 130%에서 레벨업이 되면 그대로 130%의 체력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기준치인 100%미만이었을 때 레벨업이 되면 기준치인 100%로 밖에 체력이 상승되지 않는다.
레벨업이 되니 체력과 도력 그리고 도술까지 높아져 어느 정도 지쳐있었던 나는 다시 힘이 솟아났다.
게다가 사신수까지 한 단계 더 강해져 이제 겁날게 없을 것 같았다.
꾸어어억.. 카아아앙..쿠오오오..!
시신수가 변신을 하자 모두들 기쁨을 발산하려는 듯 하늘을 올려다 본채 제각기 괴성을 크게 한번씩 토해냈다.
곧바로 사신수가 명령에 따라 내 근방의 불개미들을 처치하기 시작하자 나는 문득 고릴라를 비롯해 다른 10명의 플레이어들과 보스개미 쪽을 살펴보았다.
보스개미를 향해 달려오던 고릴라는 중간에서 30여 마리의 일반 개미와 10여명 마리의 호위개미들과 마주쳐 곧바로 전투가 벌어졌다.
확실히 호위개미들 10여 마리는 정예 중에 정예인지 덩치 값을 하고 있었다.
뿜어내는 액체의 강력함은 물론 움직이는 속도 또한 무척 빨라 원반이 날아오면 재빨리 피하기까지 하며, 고릴라에게 달려들어 날카로운 이빨로 물으려 하기도 했다.
헌데 이때 갑자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일반 개미 몇을 더 죽인 고릴라의 표정이 한 순간 환해지더니 날아다니던 두 개의 원반이 더욱 강력한 회전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날아다니던 두 개의 원반 외에도 이제 축소가 되지 않은 더욱 강력해진 원반 두가개가 양손에 또 생성되는 것이 아닌가.
곧바로 새로 생성된 두 개의 원반을 양 손에서 10여 센티만을 떨어지게 한 그는, 몸 근처로 다가오는 개미들을 이제는 거침없이 도륙내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전에 한 개인 원반을 두 개로 나누어 생성시킬 때는 분명 원반 크기가 축소되었었는데, 이번에는 네 개가 생성되었는데도 크기는 그대로인 채 회전력은 더욱 빨라져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강해진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고릴라의 행동과 표정을 보자 나는 곧바로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실버티어인 11레벨로 승급했군.’
확실히 고릴라의 흐뭇해하는 표정과 다시 힘이 솟아난 것 같은 재빠른 동작에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고릴라도 이제 레벨업이 되니 체력이 다시 100%로 상승하고 능력치와 특수 능력치가 같이 올라가 불개미들을 더욱 몰아쳐가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게임부터 고릴라는 실버티어의 맵에 떨어져 다시 최하위 플레이어로서 다른 실버티어의 레벨자들과 겨루어야 한다.
순간 이제 실버티어로 승급한 고릴라가 왜 저렇게 더욱 불개미들을 처치하려고 애쓰는 것인지 교육원에서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렸다.
교관의 말대로라면 만약 지금처럼 10레벨이 브론즈 맵에서 싸우던 도중 11레벨로 승급이 되면,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얻어지는 경험치는 모두 그대로 다음 실버티어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실버티어로 승급된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지금 고릴라가 이곳 브론즈 맵에서 엄청난 경험치를 더 획득하게 된다면 획득한 경험치 에 따라 다음 레벨에서 11이 아닌 12-13레벨로도 실버티어 맵에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경험치를 얻기가 더 쉬운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저렇게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것이었다.
40대 1이었지만 이제 실버티어로 승급된 고릴라를 불개미들은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곧바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니 이제 곳곳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어느새 7명으로 줄어 있었다.
물론 그 만큼 불개미의 숫자 또한 줄어들어 있는 것은 당연했다.
마지막으로 보스개미를 보니 놈도 고릴라가 더 강해진 것을 눈치 채고 이제는 당해 낼 수 없다고 느꼈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헌데 한순간 보스개미의 이마 양쪽에 삐죽 솟아나온, 마치 더듬이와 같은 얇은 두 개의 촉수 같은 물체가 한없이 떨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순간 나를 공격했던 개미들이 어쩐 일인지 공격을 멈추고 보스 개미 쪽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곳을 힐끔 보니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던 불개미들도 모두 공격을 멈추고 보스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쓰쓰.. 츠츠츠츳
한순간에 불개미들이 후퇴를 하자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 얹는 자들도 있었다.
순간 지쳐버린 플레이어들에게 당장 달려가 처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았다.
어찌됐든 지금은 한시적으로나마 동업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이때 고릴라를 공격했던 불개미들 또한 후퇴를 하려 했지만 고릴라는 한 놈이라도 더 죽이려는 듯, 네 개의 더욱 강력해진 원반을 연신 날려대며 후퇴하는 놈들을 가만 놔두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