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하드랭크 게임 (43/207)



〈 43화 〉하드랭크 게임

날아가는 속도에 있어서 개미들은 두 신수의 빠르기를 당해내지 못하고 곧바로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외계인 플레이어가 감격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맙다. 랭크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만 해라.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주겠다.”

외계인의 말에 내가 싱긋 웃으며 곧바로 화답했다.


“보답해주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겠지.”

내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그래도 그는 자신이 보답해 줄 길이 있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같이 빙긋 웃었다.
하지만.


푹!

내가 갑자기 그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자 그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며 고통에 일그러진 채 한마디 했다.


“왜..?”


“왜긴? 내가 바라는 보답은 이것뿐이다.”

가슴을 찔렀지만 그는 체력이 아직 남아있는지 바로 죽지는 않고 바닥으로 쓰러지기만 했다.


“바로 죽었으면 나도 편했을 텐데..”

푹푹푹푹푹!

쓰러진 그가 죽지를 않자 나는 연속해서 찔렀던 자리만 다섯번 연달아 다시 검을 꽃아 넣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그의 몸이 유리처럼 바스라지며 번쩍 하고 허공중에 사라져 버렸다.


‘나보다 경험이 분명 많을 텐데 나를 너무 믿고 있었군.’


놈을 죽이고 나자 잠시 후 주작과 청룡이 돌아와 내 머리 위를 신난 듯 빙빙 돌고 있었다.

‘모두 해치웠구나, 잘했다.’

쿠워워웍.. 캬르르릉.

내 칭찬에 두 신수가 기쁜 듯 괴성을 질러댔다.
소환해 낸 김에 다른 플레이어나 생명체들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이곳은 너무 위험하고 두 신수는 아직 약했다.


곧바로 두 신수는 다시 사라지게 하고 죽은 플레이어가 있던 자리를 보니 보물 상자는 나타자지 않았다.

‘아직 아이템을 하나도 얻지 못한 모양이군.’


그가 건물을 수색하기 전에 개미떼의 공격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아 참! 경험치가 얼마나 올랐나 볼까?’

플레이어를  놈 처치했고 흰개미도 확실치는 않지만 16-7마리는 나 혼자 죽인 것 같았다.

‘한 레벨 더 승급했으면 좋으련만.’

전에 경험치가 149/500이었으니 흰개미 머리수당 경험치가 높다면 충분히 승급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플레이어 한명도 죽였으니 말이다.


=========================

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5
경험 : 434/500
능력치 P: 도력 : Lv 5
특수능력 P : 도술 : Lv 5


==========================

 십점이 모자라 레벨업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도달했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레벨업을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획득한 경험치를 따져보니 죽인 플레이어의 경험치를 30으로 계산하면 흰개미 17마리는 한 마리당 15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레벨자보다 경험치가 많군.’


어찌된 일인지 흰개미 한 마리가 1레벨 플레이어보다 경험치가 높았지만 그건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흰개미 한 마리가 1레벨자보다 약간 상위의 능력을 지닌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건 결코 아닌 것 같았다.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생명체는 혹시 보너스는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하긴 플레이어만으로 레벨을 올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리고, 언제 브론즈를 벗어날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던 터다.

레벨업이 무척 빠르다고 할 수 있는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동기들이나 나보다 경험이 많은 내 밑의 레벨자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이것을 생각하자 다른 플레이어들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하드 게임이 레벨을 올리기 아주 좋은 기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곧바로 건물로 들어서자 1층부터 3층을 수색한 끝에 보물 상자 하나를 발견할  있었다.
역시 궁금함은 어쩔 수 없어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열어보니 은색의 머리통만 둥근 물체가 하나 들어 있었다.


헌데 위쪽을 보니 누르면 들어갈 것 같은 장치가 되어 있어 이것이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 궁금해 급히 집어 들었다.

[띠링! 반경 5미터 고압축 매설용 레이저 지뢰를 획득했습니다.]

은빛 지뢰를 집자마자 윗부분에 불룩 솟아나온 부분을 눌러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는데, 역시 그게 지뢰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었나 싶었다.


‘반경 5미터라면 전후좌우는 물론 허공까지 5미터란 얘기인데.’


한마디로 윗부분을 누르면 사방 5미터 이내는 레이저가 파편처럼 뻗쳐 쑥대밭이 된다는 뜻이다.
천상  지뢰는 던져서 터트릴 수도 없으니 말 그대로 매설해 놓고 적을 유인하거나 또는 실수로 적이 밟길 기다려야 했다.

쓸모가 있을 것 같아 곧바로 인벤토리에 넣고 하드 랭크게임에 나타나는 생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날아다니는 생물체뿐 아니라 땅위를 걸어 다니는 생물체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지뢰를 잘만 활용하면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드게임에 나타나는 생물체들에게서 경험치를 획득하기 좋은 이유는 방금 전 흰개미를 사살할 때처럼 체력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생물체는 부상을 당해도 플레이어들처럼 금방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부상이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급소에 치명타만 먹인다면 한방에라도 끝낼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 게임이 왜 하드게임인지 나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건 하드게임이 아니라 차라리 보너스 랭크게임이라고 이름을 다시 명명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혹시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내가 아직 하드게임을 완전히 겪어보지 않아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다.
아레스의 말을 들어보면 하드게임에도 수백 종류가 있다고 했다.
저난도부터 초고난도에 이르기까지.

지금 내가 떨어진 하드맵은 혹시 저난도 하드맵은 아닌가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아주 좋은 기회인 셈이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사이 자기장이 더 다가와 어느새 2키로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한 것 같아 우선은 자기장에서 여유있게 멀어지기 위해 안전지대 방향으로 바삐 움직였다.

약 30분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 난  생존자수를 확인해보니 웬일인지 그사이 벌써 82명으로 줄어 있었다.
아직은 안전지대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광범위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플레이어들끼리 만났을 가능성은 희박했을 텐데, 벌써 18명이라는 숫자가 줄어든 것이다.

답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맵에 존재하는 생물체들에게 하급 레벨자들이 당했을 확률이 높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물론 더 강력한 생물체가 존재한다면 상위의 플레이어가 당했을 수도 있었을 테고.


예를 들어 얼마 전과 같은 흰개미들이 100여 마리 이상 몰려다닌다면, 아무리 중상급 레벨자라 해도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벅찰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이 10여키로는 왔지만 멀리 보이는 산맥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후우, 300여 키로를 걸어갈 수는 없고 분명 어딘가에 이동 수단이 있긴 있을 텐데.’


경험상 그 거리를 걸어가게 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빠른 이동 수단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전지대로 급하게 너무 가까이 가지 않고 서서히 가더라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필히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
꼭 적의 공격을 받아야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육체적 피로가 쌓여도 체력이 아주 미세하게는 떨어진다.
그뿐 아니라 체력바와는 상관없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빠져버리게 되면 아무래도 싸울 때 불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초원지대라 풀들이 20여 센티는 자라 있었고 또한 야생지대라 어떤 곳은 사람 키를 넘기는 잡풀들도 무성했다.
헌데 얼마 후 근방을 세심히 살피며 걸어가던 그때 조금은 높게 자라난 잡풀들 사이로,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비춰져 혹시나 하고 그쪽으로 이동해 갔다.


‘혹시 플레이어가 잠복해 있는 건지도..’


혹시나 몰라 급히 오러검을 생성시켜  앞에 치켜들고 급습에 대비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다행히 근처에 도착했는데도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이곳에서 혹시라도 재수 없게 나보다 상위 레벨자를 만나 죽게 된다면 너무 억울했다.
이제 경험치 몇십 점만  획득하면 레벨업이 되는데.


반짝이는 무언가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풀을 헤치니 역시 은빛으로 빛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드디어 이동 수단을 발견했다.’


아주 단순하게 생긴 작은 물체를 두 손으로 잡아 일으키자 머릿속에서 울림이 전해져왔다.

[띠링! 반중력 킥보드를 획득했습니다.]

약 40센티 정도 되는 은빛의 발판에 기다랗게 봉이 위로 뻗어 있고 그 끝은 양쪽으로 갈라져 손잡이 모양이 갖춰져 있었다.

곧바로 발판위에 올라서니 바퀴가 없는 킥보드는 자동차와 같이 허공 30여 센티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손잡이를 앞쪽으로 밀자 허공에 뜬 채 앞으로 휭하니 나아가는 것이었다.


‘자동차보다 낫군.’

자동차보다 달리는 속도는 훨씬 느렸지만 타는 재미가 있었다.
손잡이를 앞으로 기울이면 앞으로 나아갔고 몸과 함께 좌우로 기울이면 기울인 방향으로 꺾어지기까지 했다.
지구에도 사실 이것과 비슷한 종류의 기구가 있어 그리 낫설지는 않았다.


내가 평소 달리는 속도의   이상은 족히 더 빨라 이것만 잘 간수하고 있으면 안전지대까지는 편하게 도착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이것을 노리고 나를 공격하는 놈들 또한 있을 것이라 달리면서도 근방의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너무 빨리 안전지대로 갈 수는 없어 얼마 가지 않아 킥보드의 빠르기를 걷는 속도로 늦추었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돌연 알림음이 다시 전해져 왔다.

[띠링! 10분후 지급품이 보급됩니다. 맵을 열어 지급품이 떨어지는 장소를 확인하기 바랍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