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동업
놈이 최대한 잘 보이는 조금 평평한 지대에 곧바로 자리를 잡고 엎드려 저격총을 어깨에 고정시켰다.
스코프에 눈을 대고 공유하고 있는 주작의 시야에 정신을 집중하니 놈의 모습이 렌즈 속에 또렷이 잡혔다.
‘한방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놈의 레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발사 횟수가 달라지겠지만, 일반 레이저보다 강력한 저격용이었기에 10발까지는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경험치를 생각하면 레벨이 낮은 것보다는 조금 더 높은게 낫겠지.’
죽이고 나면 놈이 몇 레벨인지 알 수 있을 터다.
잠시 후 렌즈의 열십자에 놈의 머리통이 정조준 됐다.
머리의 뇌를 뚫는다면 아무래도 회생되는 속도가 다른 곳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느릴 수밖에 없다.
퓨슝.
‘명중.’
렌즈 속에 놈이 땅바닥으로 거꾸러지는 모습이 보이자, 놈을 따라 스코프를 살짝 아래로 내리며 쓰러지는 놈을 계속 주시했다.
푸슝.
땅바닥에서 꿈틀대는 놈의 심장 쪽을 향해 탄알이 다시한번 발사됐다.
급소만 두 군데 맞자 렌즈 속에서 놈의 몸체가 연신 떨리는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회복이 되면서도 엄청난 고통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저렇게 꿈틀대며 떨고 있는 것이리라.
느낌상 한방만 더 먹이면 끝날 것 같았다.
푸슝.
다시한번 놈의 머리통에 정통으로 적중하며 피가 뒤쪽으로 튀자, 역시 놈의 몸이 유리알처럼 부서진 채 허공중에 사라졌다.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경험치를 확인했다.
‘몇 레벨인지 궁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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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4
경험 : 270/400
능력치 P: 도력 : Lv 4
특수능력 P : 도술 : Lv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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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210이었던 경험지가 270로 변해 있어 놈이 6레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외로 레벨이 높은 놈이었다.
‘아무래도 전에 누군가와 싸워 체력이 떨어졌었던 모양이군.’
정상적인 체력의 6레벨이라면 아무리 급소라지만 레이저 3발로 잡을 수는 없다.
“제법이군, 사격 솜씨가 좋은데?”
“.......,”
티르얀도 멀리서 점이 쓰러지는 모습과, 또 내가 세발 연거푸 발사하자 점의 몸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찬사를 보내주었다.
‘이제 130점만 더 획득하면 레벨업이다. 물론 삭감될 경험치를 생각하면 점수를 더 획득해야겠지.’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런 작전을 쓸래야 쓸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물론 그들에게는 주작이라는 나와 정신을 공유하는 사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사냥을 계속하면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역시 문제는 이제 7발 남은 탄알과 티르얀이 문제였다.
티르얀이 나만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이런 방법을 찬성할리 없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가 무심히 그녀를 향해 넌지시 말했다.
“이제 7발 남았는데 이 탄알만 모두 소진될 때까지 이 작전을 쓰자. 그렇게 해준다면 그 다음 어떤 놈을 처치하든 그때는 난 방해하지 않고 네 몫으로 쳐줄테니. 지금 나는 약해서 레벨이 올라가야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가서도 너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어. 그게 아니라면 난 여기서 너와 동업을 접고 이제부터 혼자 행동할 테니 그렇게 알아.”
“지금 나한테 협박하는 거야?”
“그렇게 들렸다면 어쩔 수 없고, 하지만 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야. 지금의 나는 너와 파티원으로서 내가 생각해도 능력이 많이 모자라. 만약 내가 한 레벨 더 승급한다면 너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내 말이 먹힌걸까.
그녀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화답했다.
“좋아, 그 7발을 모두 사용할 때까지는 이대로 진행하자. 하지만 너도 말했듯이 그 다음 놈은 무조건 내 꺼야. 나도 이제 경험치를 조금만 더 획득하면 레벨업을 할 수 있거든.”
“좋아, 그럼 협상 타결이다.”
이제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이 최대한 떨어지고, 레벨은 최대한 높은 놈이 걸려들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7발로 과연 130점을 획득해 5레벨로 승급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은 됐다.
하지만 만약 그게 안된다면 그녀에게 한 놈을 양보하고, 그 다음 놈은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처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최대한 적은 총탄으로 여러 놈을 사살 할 수 있기만 고대하며, 다시 주작에게 수색을 하게하고 나는 그녀와 함께 다시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생존자수는 이제 38명.
삭감되는 경험치를 생각하면 130점에 38점은 플러스 시켜야 했다.
물론 내가 더 오래 살아남을수록 숫자가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너와 같이 다니면 무척 편하긴 하겠는걸,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확인 할 수 있으니 말야.”
“주작이 희생당하면 내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거야.”
그녀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주작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런 시스템이 내게는 더 이득이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상대는 날 모르고 있고 나는 상대의 위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혹시라도 놈이 상위 레벨자 같으면 피하면 그만이다.
또한 그 전에 미리 어떤 작전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었고.
예를 들어 상위 레벨자 두 놈이 싸우는 것을 주작이 발견한다면,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은신해 있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두 놈의 체력이 바닥날 즈음 내 전문인 짜짠 하고 나타나, 두 놈을 손쉽게 죽여 경험치를 챙길 수도 있을 터다.
또한 주작이 죽는다고 해도 지금의 내 레벨에서는 체력이 15% 남짓 줄어들 뿐이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레벨이 더 올라간다면 주작은 웬만한 레벨자도 쉽게 건들 수 없는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이었다.
물론 사신수 모두 레벨이 올라가며 얼마나 강해질지 나조차도 몰라 앞으로 그들의 활약이 기대 되기도 했다.
얼마 후 주작이 또 한 놈을 발견해 전과 같은 방법으로 사살하니 4레벨로, 놈 또한 이미 체력이 어느 정도 줄어든 놈이었다.
그렇게 남은 다섯발로 5레벨 두 놈을 더 처치하고 상태창을 열어보니 마침내 그토록 고대하던 5레벨로 승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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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5
경험 : 10/500
능력치 P: 도력 : Lv 5
특수능력 P : 도술 : Lv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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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체력이 100%로 상승했습니다.]
레벨업이 되니 체력 또한 기준치까지 오르고 상태창의 숫자 또한 모두 바뀐걸 보니, 내 마음이 왠지 모르게 후련하면서도 흐뭇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남아 있는 경험치다.
저장된 경험치가 10점이니 다시 경험치를 획득하지 못할시 10등 안에 들어야 죽어서도 5레벨이 유지된다.
‘혹시 모르니 이제 다른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죽기만을 바랄 수밖에.’
생존자수는 이제 32명.
‘22놈만 더 죽어라, 그렇게 되면 새로운 경험치가 주어진다.’
모든 티어의 맵에서 10등 안에 들면 막대한 경험치가 주어진다고 했다.
물론 주어지는 경험치는 티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얼마가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10등에 들어보고는 싶었다.
‘티르얀과 함께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티르얀이 지금 7벨리인데 얼마 전 그녀도 경험치를 조금 더 획득하면 레벨업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 그녀가 8레벨 내가 5레벨.
둘이 힘을 합한 상태인 지금 10등 안에 들지 못하란 법도 없다.
“너 경험치 조금만 더 획득한다면 레벨업이라고 했지?”
“그래,”
“좋아, 이번에 우리 둘이 10등 안에 들어보자.”
“그게 될까?”
그녀의 표정을 보니 그녀도 지금껏 10등에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7레벨로 10등은 조금 무리일 듯도 싶다.
“할 수 있어. 우리 둘 중 누가 9,10 등이 되건 아무튼 최대한 죽을힘을 다해보자.”
5레벨이 되고나니 갑자기 또 다른 욕심이 생겨났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리라.
다른 상위 레벨자들이 들었다면 웃었을 테지만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니다.
8레벨이 나와 같이 있는 이상 브론즈 티어의 최강자인 10레벨만 피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생각했다.
“좋아 해보자.”
그녀도 이제 8레벨이 되면 나도 함께 있으니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되건 안되건 도전해보는 것은 공짜이니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넌 레벨업을 한거야?”
그녀가 묻자 내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넌 알거 없어.”
“또 그렇게 쌀쌀맞게 말하네. 꼭 그래야겠어?”
“처음 네가 어땠는지 생각해봐.”
“그때는 너와 이렇게 파티원이 될지 몰라서 그랬던 거잖아.”
“다음 게임에서 혹시라도 다시 너와 만나게 된다면 그땐 우린 다시 적이야. 서로 정 붙어봐야 좋을거 없어.”
“그땐 그때고, 휴.. 아무튼 너란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티르얀은 조금 삐쳤는지 먼저 안전지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작을 계속 날아다니게 한다면 내 도력이 아무래도 조금씩은 계속 소진되겠지만, 티르얀이 빨리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 놈을 더 찾을 때까지는 수색을 계속 하게 해야 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르고 나니 능력치인 도력과, 특수 능력인 도술 또한 한 레벨씩 더 올라 그렇게 큰 무리는 없었다.
30분쯤 나아가자 드디어 주작이 다시 한 놈을 또 발견했다.
안전지대까지는 아직 69키로가 남아있었고 생존자수는 또다시 29명으로 줄었으니, 넓은 지역에서 좀처럼 플레이어들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찾았다.”
앞서가는 그녀를 향해 내가 조용히 외치자, 그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뒤돌아서 환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물었다.
“어디 있어?
티르얀이 경험치를 얼마나 더 획득해야 레벨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갑자기 밝아진 표정을 보니 아마도 얼마 전 말한 대로 정말 적은 경험치만 획득하면 되는 듯해 보였다.
“따라와.”
내가 앞장서자 그녀는 언제 삐쳤었냐는 듯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얼굴에 조금은 백치미를 내비치며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30여 미터쯤 숲을 해치며 나아가자 저 멀리 한 놈이 안전지대로 향하며, 역시 나무사이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티르얀이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놈의 기가 느껴져, 놈은 분명 5레벨이나 6레벨이야?”
티르얀의 말대로 5,6레벨이라면 다행이다.
만약 지금 9,10레벨은 물론 8레벨만 만난다고 해도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전에 8레벨인 사슬 술사와 싸울 때와는 달리 이제 내가 레벨업을 해서 승률은 모르겠지만, 역시 테르얀이 레벨업을 하기 전에 상위 레벨자와 싸우는 모험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넌 여기 그냥 있어 내가 혼자 가서 처치할 테니까.”
내가 전처럼 경험치를 낚아챌까봐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자신이 경험치를 가져가기로 했으니, 나처럼 자신도 혼자 처치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앞장서가자 나도 어차피 안전지대로 향하는 길이었기에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뒤따라갔다.
20여 미터쯤 다가서자 그녀가 놈 주위에 있는 나무줄기를 제어해 놈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슬며시 접근 시켰다.
스스스스
놈은 뒤쪽의 줄기와 넝쿨이 은밀히 움직이는 줄도 모른 채, 여전히 안전지대로 향하며 앞과 옆만을 살펴볼 뿐이다.
곧바로 뒤까지 다가간 몇 줄기의 식물들이 순식간에 놈의 두 다리부터 묶어 제압해 쓰러뜨렸다.
“뭐, 뭐야!”
갑작스런 상황에 놈이 순간 당황했지만, 놈도 경험과 실력이 보통이 아닌 듯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양팔을 앞으로 뻗어냈다.
츠앗 스릇
순간 놈의 양팔이 갑자기 번쩍 빛나더니 길쭉해지며, 무척 날카로운 은백의 검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때 앞이 뾰족한 줄기 수십 개가 놈을 향해 순식간에 쏘아지듯 뻗어나갔다.
쐐애액 슈슈슈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