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동업
[띠링! 40% 체력회복 포션을 회득했습니다.]
[띠링! 유효사거리 1000미터인 10발 사용가능한 AR 레이저 저격총을 획득했습니다.]
레이저총.
그것도 1키로 유효사거리인 저격용이라면 일반 총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레이저총보다도 위력이 더 강력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내 레벨이 낮아 아이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이템이 아직까지 내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총은 바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포션을 마시니 여자도 그것을 보고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같이 마셨다.
[띠링 체력이 95%로 상승했습니다.]
어차피 마실 포션을 다른 플레이어들은 왜 체력이 바닥난 후 위험해지면 마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창태창 또한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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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4
경험 : 210/400
능력치 P: 도력 : Lv 4
특수능력 P : 도술 : Lv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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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가 140점 올라간 것을 보니 먼저 죽인 힘이 센 남자는 분명 6레벨이고, 지금 죽인 사슬 술사는 8레벨이 확실했다.
생존자 수 또한 어느새 52명으로 줄어 있어 그 사이 많이 죽어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경험치 190만 더 획득하면 5레벨이 된다.
여자가 7레벨이니 여자까지 죽었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기회를 봐서 여자까지 죽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난 알타우리안 성운에 위치한 플러니아 행성의 티르얀이라고 한다. 어차피 이 게임에서 누군가 죽을 때까지는 동업하기로 했으니 서로 이름 정도는 알아둬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서로 호칭하기도 편할 테고.”
그녀가 처음 나에게 동업을 제안했을 당시의 표정은 날 이용해 먹은 후 죽이려한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어쩌면 이제 진심으로 나를 동업자로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물론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헌데 내가 그녀의 행성인 알타우리안 성운이니 플러니아 행성이니 하는 것들이 우주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난 우리 은하계의 지구라는 행성 출신인 최 준수라고 한다. 그냥 준수라고 부르면 돼.”
“이름 한번 발음하지 고약하군. 헌데 우리 은하의 지구라면 가만..? 우리 플러니아 행성과는 2453광년 떨어져 있는 꽤 먼 행성이군. 그런 외곽 은하에도 나와 같은 휴먼인이 살고 있었다니 조금은 놀라운걸. 하긴 우주 곳곳에 생명체가 없는 은하는 없으니 그리 특별난 것은 아니지.”
그녀의 행성은 아마도 무척 고도의 문명을 지니고 있는지 그 먼곳에 있는 우리 은하계에 있는 지구를 알고 있었다.
“그만 안전지대로 출발하지, 자기장도 4키로까지 접근했어.”
그녀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곧바로 내가 재촉했다.
비록 서서히 좁혀지고 있었지만 티르얀이 부츠가 없으니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연치 않게 이번 게임에서 동행이 생겼지만 그녀의 마음이 나와 같지만 않다면 동업자가 있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것도 나보다 한참 상위의 레벨이니 도움은 많이 될거라 생각했다.
교육원에서의 말대로라면 듀오 게임이 아닌 이런 솔로 랭크게임에서, 처음 본 상위 레벨자와 마음이 맞아 파티원을 이룬다는 것은 정말 꿈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이니 나야 물론 나쁠게 전혀 없었다.
다만 그녀가 나처럼 기회를 봐서 나를 죽일 생각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였지만.
아니 그녀는 이미 그런 마음은 접은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날 죽이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죽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곧바로 안전지대로 향하며 그녀가 문득 내게 물었다.
“혹시 5레벨인가?”
아마도 울타리 안에서 내가 처음 6레벨과 동업을 해 그녀 자신에게 만만치 않게 대항했고, 또 그 6레벨자를 죽인 것 때문에 그리 생각한 모양이다.
비록 정당하게 죽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하위레벨자가 상위 레벨자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레벨 차이가 기껏해야 한 단계 아래일 때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굳이 내 정보를 말할 필요는 없어 곧바로 딱 잘라 말했다.
“알 필요 없어.”
“야박하군, 하긴 자신의 정보를 굳이 남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우리가 비록 이번 게임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의 능력은 되지 못하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될 경우를 생각한다면. 하지만 네가 나보다는 확실히 하위 레벨인 것은 이제 알았으니, 혹시라도 다음에 널 다시 보게 된다면 너를 피하거나 겁낼 이유는 없을 것 같군.”
다음 게임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됐을 때 내가 정말 빠른 진전을 이뤄, 그녀 자신보다 더 상위 레벨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녀는 하지 않고 있었다..
혼자 말을 하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그녀가 돌연 엉뚱한 질문을 해왔다.
“혹시 너 듀오 게임에 참가한 적 있어?”
그녀의 물음을 듣고 보니 그녀는 나를 분명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내가 초짜라는 것을 밝힐 이유가 없어 나는 곧바로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없어.”
“난 나와 친한 같은 레벨자와 한번 참가해 봤었는데 다시는 그 듀얼 랭크게임에는 참가하지 않으려고 해. 내 체질에 맞지가 않아. 파티원과 같이 맵에 떨어지고 얼마 있지 않아 파티원이 먼저 죽어버리는 바람에 나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두 놈에게 집단 강..., 아니, 아무튼 너도 될 수 있으면 듀오 랭크게임에는 참가하지 마라, 아무리 친한 사람이 같이 참가하자고 꼬드겨도 말야.”
“그럴 마음 전혀 없으니 나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
“거참 되게 쌀쌀맞군. 어차피 동업자가 된 마당에 그렇게 쌀쌀맞게 굴 필요 없잖아. 남들이 나보고 쌀쌀맞다고 했는데 여기 나보다 더한 놈이 있었군”
그녀는 듀오게임에 참가했다가 파티원이 먼저 죽어버리고 상대 두 놈에게 아마 강간을 당했던게 확실해 보였다.
그래서 듀오 게임에 진저리를 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난 듀오게임에 참가해서 파티원까지 챙겨주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듀오 게임자체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티르얀이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지만 넌지시 나를 떠보는 말을 했다.
“보통 듀오게임은 같은 레벨끼리 파티원을 이뤄 참가하는게 보통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말야, 혹시 넌 내가 같이 참가하자면 참가할 수 있어?”
그녀는 대화를 나눌수록 조금씩 딱딱한 말투에서 아주 약간이나마 부드러운 말투로 점점 바뀌어져 가고 있었다.
헌데 하위 레벨인 나와 듀오 게임에 참가할 뜻이 있느냐는 그녀의 말에, 나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듯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 없어.”
“왜지? 다른 플레이어들은 자신보다 상급 레벨자가 참가하자고 하면 얼씨구나 할텐데.”
“네가 절대 나와 함께 참가할리도 없을 테고, 또 난 누구와 함께 파티원을 이루고 싸우는 것 자체가 귀찮아.”
그녀가 지금 하는 말이 날 놀리는 것이라 생각해서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물론 혹시라도 듀오 랭크게임에 그녀와 같은 7레벨과 같이 참가할 수 있다면 나야 대찬성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역시 은지가 듀오게임에 함께 참가하자고 꼬실까봐 은근 걱정했듯이, 그녀와 같은 7레벨자가 나와 함께 참가하자는 말은 애초에 믿지도 않았다.
내 말에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넌 참 이상하다. 귀찮은걸 떠나서 상위 레벨자와 듀오에 참가한다면 지금보다 레벨이 올라갈 확률이 더 높다는걸 너도 알고 있잖아. 그리고 네가 귀찮을게 뭐가 있어. 귀찮은 거라면 상위자가 하위자 챙겨주느라고 더 귀찮지. 그리고 내가 너와 함께 참가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이유가 뭐지? 내가 실없이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로 보여?”
“당연하지. 너 자신에게 손해나는 짓을 네가 굳이 왜 하려 하겠어.”
“그 말은 당연하지만 오늘 네가 6레벨자와 협공해 나를 공격하고, 또 나와 함께 동업해 8레벨자를 상대해보니 넌 무척 쓸모가 많을 것 같아. 특히 그 도사라는 직업은 조금만 더 레벨이 오른다면 나에게도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단 말이지.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몇 번 게임을 더 치루고 나서 혹시 네가 1레벨이 더 오르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너와 듀오 게임에 참가할 뜻은 있어.”
티르얀의 표정을 보니 그녀의 말은 정말 거짓이 아닌것 같았다.
내가 그녀의 말을 인정하듯 잠시 잠자코 있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다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손 내밀어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선은 서로의 기를 기억해두자. 나중에 혹시라도 각자의 행성에서 게임이 시작되기 직전 내가 기로 신호를 보냈을때 너도 찬성한다면 내 기를 받아들여. 만약 나와 함께 듀오게임에 참가하기 싫다면 내가 보내는 기 신호를 거부하면 되겠지.”
모든 플레이어들은 자신만의 특유한 고유 기를 지니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 주파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기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신만의 고유 기를 상대에게 보내, 상대가 그 기를 받아들이면 그때는 두 플레이어가 솔로 게임이 아닌 듀오 게임 맵에 함께 떨어지게 된다.
또한 같은 공간에 있다면 맵으로 소환되기 직전 서로 신체가 맞닿아 있어도 함께 듀오게임에 참가할 수도 있다.
물론 같은 브론즈 티어끼리 기를 받아들이거나 신체를 접촉하고 있다면, 브론즈 티어들만이 모이는 듀오 게임 맵에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골드티어와 브론즈티어가 기를 공유하게 되면 상위인 골드티어의 듀오게임 맵에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지금 내 기를 기억해두려 했고 나 또한 그녀 자신의 기를 기억해 두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것은 지금 내게는 아무 해가 없었고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혹시라도 그녀가 내게 듀오게임에 참가하자는 뜻으로 기를 보내온다면, 그 또한 지금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지금 상태에서 함께 듀오게임에 참가하게 된다면 내게 이득이었고, 또 한번쯤은 듀오 게임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4레벨이라는 것을 알면 과연 그때에도 그녀가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역시 내 레벨을 말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녀가 내 도사의 능력을 무척 높이 쳐주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행동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곧바로 손바닥을 펴며 내밀자 그녀 또한 손바닥을 펴고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이내 무형 무취한 그녀 특유의 주파수와 같은 기가 머릿속에 전달되어 졌고, 내 기 또한 손바닥을 통해 그녀에게 흘려보냈다.
잠시 지나 그녀가 손을 떼며 다시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번 게임에서 네가 나와 팀웍이 잘 맞는다면 오래 두고 볼 것도 없이 조만간 듀오게임에 참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어. 그러니 연습 삼아 이번 게임에서는 동업자로서 잘해보자.”
처음 도도하고 딱딱했던 그녀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지금 그녀는 마치 나를 정말 동료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무참히 강간당하고 죽임 당할 것을 구해주어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상황이 한순간 이렇게 바뀌자 내 머리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되면 티르얀을 죽일 수 없는 건가?’
사실 이번 게임에서 그녀를 죽여 경험치 70점을 얻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그건 바보나 할 짓이다.
혹시라도 그녀와 같이 듀오 게임에 참가해 상대를 죽인다면 그녀와 나는 동일한 경험지를 획득할 수 있다.
예를들어 파티원인 상대방 6레벨 두 놈을 듀오 게임에서 죽인다면, 그녀는 물론 나 또한 120점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6레벨 두 명을 만난다면 그녀와 나의 능력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아니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6레벨 플레이어 둘은 그녀 혼자서도 제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