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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레벨업을 하라 (22/207)



〈 22화 〉레벨업을 하라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허공에  채 급히 품속에서 부적을 꺼내 검을 생성시켜 오른손에 움켜잡고, 허리를 위로 구부려 넝쿨을 쳐내고 했다.
하지만 넝쿨은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좌우로 휘저으며 허리를 들어 올리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헌데 바로 그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무척 화가 난 듯 소리치는 사내의 음성과 그에 대응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놔라, 이 계집년아! 한번 정정당당하게 싸워보자.”

“조금만 기다려라, 이 근처에 다른 놈이 나타났으니 네놈과 같이 죽여주마.”


계속해서 넝굴이 나를 이어받으며 계속 이리저리 휘젓는 바람에 허리를 들어올릴 수 없어 끌려가기를 얼마 후, 마침내 나무가 그리 무성하지 않은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헌데 나를 끌고온 넝쿨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그쪽으로 끌고가더니, 곧바로 두 연놈이 있는 장소의 다른 넝쿨이 나를 다시 인계받아 내 몸을 바닥에 팽개치듯 내동댕이쳤다.
하지만 내 다리를 휘감고 있는 넝쿵은 그대로여서 나는 땅바닥에 비스듬이 누워있는 꼴이 되었다.

곧바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니 한 계집이 나무줄기와 수많은 넝쿨에 휩싸여 마치 보호를 받고 있는 듯  있었고, 그녀의 20여 미터  앞에는 덩치가 2미터는 족히 넘는 온몸이 마치 돌덩이와도 같은 모습의 사내가, 온몸에 나무줄기와 넝쿨이 휘감긴 채 계속 힘을 주며 감겨오는 줄기들을 끊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휘감겨오는 줄기로 인해 돌덩이 사내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줄기를 힘으로 계속 끊어내면서 계집을 향해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사내를 살핀  계집을 보니 그녀는 검은 머리에 달걀형의 얼굴로 큰 눈과 오똑한 코를 지니고 있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맵으로 떨어질 때 지구인은 나와 서양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녀가 비록 아름다운 지구인처럼 생겼지만 결코 지구인이 아닌 인간형 외계 생명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와 흡사한 환경조건의 행성에서 사는 생명체도 지구인과 똑같은 인간의 구조와 DNA를 지니고 있어 인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여자의 능력은 늘씬한 겉모습과는 달리 무척 강맹하게 생긴 사내보다 레벨이 무척 높은 듯, 사내는 그녀에게 꼼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식물술사인가? 그리고 사내는 힘을 사용하는 직업..?’

한눈에 보아도 두 연놈의 직업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계집은 나와 힘을 쓰는 사내 둘을 잡아놓고도 자신이 있는 듯 제법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곧바로 내가 재빨리 상체를 들어올려 손에 들고 있는 검으로 다리에 묶여 있는 넝쿨을 쳐내고 벌떡 일어서자 그제서야 그녀가 내게 눈길을 주었다.


주위의 움직임이 이상해 곧바로 주위를 살피니 근처에 있던 나무와 넝쿨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나와 사내 그리고 여자를 빙 둘러싼 채, 마치 울타리처럼 우리 세 사람을 순식간에 감싸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높은 울타리는 반경 30여 미터는 됐는데, 높다란 나무에서 뻗어난 가지까지 함께 어우러져 무척 높아 점프를 해도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였다.


여자는 마치 오래전 원형 경기장과도 같은 격투사들의 싸움터를 재연해 놓은  같았다.
이제는 도망칠래야 도망 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주위의 넝쿨과 가지가 계속 조여오는 것을 끊어내던 사내가 얼마  모두 끊어내고 나를 힐끔 쳐다보며 조용히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넌 몇 레벨이냐?”

“........,”

내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여자는 물론 사내도 경계를 하자 곧바로 놈이 입가를 한쪽으로 말아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6레벨이다,  계집은 나보다 강하니 적어도 7레벨은 될 것이고. 네놈이 몇 레벨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힘을 합쳐  계집년을 죽여버리자. 그리고 다음 상황은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네 생각은 어떠냐?”

놈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는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있었다.

나와 힘을 합쳐 계집을 죽이고 난후 나를 처치할 속셈임이 뻔했다.
하지만 역시 지금 상태에서는 놈의 말이 타당해 나도 고개를 끄떡이며 곧바로 호응했다.

“좋다, 우선은 너와 힘을 합하겠다.”


“그럼 계약은 맺어졌다.  년이 죽기 전까지 우리는 적이 아닌 임시 동업자다. 헌데 너는  레벨이지?”

“그건 네가 알 필요 없다.”

“뭐라고, 이런..!”

내가 말을 하지 않자 놈이 기가 차다는  잠시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만약 놈에게 4레벨이라고 한다면 혹시라도 여자를 처치한 후 놈은 나를 얕보고 바로 공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그것도 문제였지만 만약 다음 게임에서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내가 자신보다 약자라는 것을 알고 나를 아무 거리낌 없이 공격해올 수도 있어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놈은 자신은 밝혔는데 내가 끝내 입을 열지 않자 조금은 화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수그러뜨리고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좋아, 그건 네놈이 싸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


이때 여자는 나와 사내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콧방귀를 날리며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쳐든 채,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은  입을 열었다.

“저 애송이가 이곳으로 쉽게 끌려온 것을 보면 결코 5레벨은 넘지 않을걸. 설사 애송이가 6레벨이라고 해도 너희 두 놈으로는 나를 이길 수는 없다.”


물론 여자의 레벨이 우위에 있는 것이 거의 확실했기에 그녀의 그 말 또한 거의 확실했다.
하지만 내 직업은 도사다.
힘만을 사용하고 식물만을 조정할  있는 두 사람보다는 훨씬 다양한 공격 루트가 있다.
게다가 두 연놈들에 비해 비록 공격력과 방어력이 약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얼마  4레벨까지 승급된 상태다.
곧바로  눈을 슬며시 내리자 믿음직한 부츠 또한 눈에 보여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머리를 잘 굴려 내게 이득이 되는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사내놈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터다.
하지만 우선은 역시 상위 레벨인 계집년부터 처지하는게 급선무였다.

곧바로 사내가 나에게 눈짓을 하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아아아아악!”

쿵쿵쿵쿵..!

사내가 곧바로 여자를 향해 달려 나가자 나 또한 품속에서 부적을 하나 꺼내 그녀를 향해 날리며 재빨리 풍결이라 외쳤다.


순간 공기중에 바람의 입자가 모여들며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불탄 부적 주위로 바람이 여러개로 압축되며, 마치 화살과도 같은 빠르기로 수십개가 한꺼번에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비록 바람이 압축된 보이지 않는 공격이었지만 그 하나하나의 날카로움은 비수보다  예리하고 총알보다 더 강력했다.

이 공격은 4레벨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 나도 그 위력이 자못 궁급했다.


쑤아아앗 쏴아아아아

사내가  주먹을 앞세우며 무식하게 뛰어가고 또 예리한 바람 소리가 파동치듯 들려오자, 여자가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말아 올리며 두 손을 갑자기 앞으로  뻗어냈다.

순간 몸에 두르고 있던 수많은 넝쿨과 나뭇가지가 마치 살아 있는  서로 얼기설기 엮어지며, 순식간에 여러 개의 두꺼운 살아있는 나무와 같이 변해 달려오는 사내와 내가 쏘아낸 바람의 공격을 맞아갔다.


여자의 주변에서 엮여지며 쏘아진 두터운 나뭇가지들은 너무 촘촘해 풍결의 공격이 뚫고 들어갈 틈이 없어 나뭇가지들과 곧바로 부딪쳤다

파파팟 퍼퍼퍽


한순간 팔뚝 굵기만한 무수한 나뭇가지들이 풍결의 공격에 쩍쩍 갈라져나갔지만  이상 서로에게 접근하지 못해 누구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이때 달려 나가던 사내를 향해서도 나뭇가지들이 쏘아져가자 사내는 두 주먹을 불끈 쥔  다가오는 가지를 양손으로 연거푸 후려지기 시작했다.


우두둑 두두둑


굵은 가지들이 사내의 몸을 꿰뚫으려 하자 돌과 같은 주먹에 맞은 나무들이 연신 부러져 나가며, 역시 사내도 계속 날아오는 가지를  이상 뚫을 수 없어 뒤로 물라나고 여자도 곧바로 가지들을 뒤로 잠시 물렸다.

 한번의 부딪힘은 서로 간을 본 싸움이라  수 있었다.
여자는 나와 사내의 협공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려는 것이었고 나와 사내 또한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마법사가 직업인가?”

여자가 두 눈을 치켜뜨며 인상을 살짝  채 묻자 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마법사는 아니고 혹시 도사라고 들어 봤는지 모르겠군.”

사실 마법사나 도사는 명칭과 기력 그리고 발현하는 술법의 매개체만 달랐을 뿐 공격이나 방어법은 거의 비슷했다.
굳이 따지자면 마법사는 마나라는 기가 매개체였고 도사는 도력이라는 기를 사용할 뿐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모두 같은 종류의 기로, 모두 공기 중에서 얻은 것을 몸에서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때문에 두 가지는 사실  형제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도사는 검이나 봉  단순 화합 물질을 술법으로 만들어 낼  있는 반면, 마법사는 화합물질은 만들어 낼 수 없고 자연의 순수한 물질만을 발현시킬 수 있었다.

물론 도사 역시 순수 자연 물질을 발현시킬 수 있어 솔직히 나는 두 가지 종류를 모두 발현할 수 있는 도사라는 직업이 마법사 보다  마음에 들었다.


모든 직업 중에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직업을 뽑으라면 누구나가 마법사나 도사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 상대가 더 까다로워 해야 하는 직업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도사라는 것이 지금 내 생각이다.
헌데 어떻게 된 일인지 도사라는 직업은 내가 졸업한 교육원이나 다른 교육원에서도 그런 직업을 가졌다는 졸업생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녀도 도사라는 직업을 들어는 보았는지 인상이 전보다 조금 더 일그러졌다.

“귀찮은 애송이로군.”

“자꾸 애송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귀에 거슬리니 삼가 줬으면 좋겠어.”


“풋, 내가 봤을 때 넌 애송이가 분명해, 그런데 레벨은 확실히 나보다 한참 아래인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능력은 조금 있는  같군. 도사라는 특이한 직업 때문인가?”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아무튼 칭찬 같아 듣기 싫지는 않군.”


방금 전 한번의 격투로 그녀는 내 능력을 조금은 인정해 주는  같았다.
헌데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혹시 같은 레벨인데도 직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같은 레벨이어도 수련의 성과나 또는 재능에 따라 조금의 우위를 점할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 같은 3레벨인 지구인 여자를 그리 어렵지 않게 사살했던 것이 불현  떠올랐다.

난 이제 겨우  번째 참가하는 랭크게임이었고 그녀는 무수한 게임을 치루며 올라온, 그야말로 백전노장다운 경험을 거치며 승급한 3레벨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히  도리가 없어 나는 혼자 도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조금은 특출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체 결론을 내렸다.
혹시라도  생각대로 도사가 다른 직업보다 우수한 직업이라면 나로서는 좋은 일임은 분명해 그것이 문제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야 너희  연놈, 둘이 사귀냐? 안싸울거야!”


잠깐 대화를 하는 사이 사내가 생긴  답게 참을성 없이 끼어들었다.
하긴 그녀와 더 이상 나눌 대화도 없어 사내가 소리치자 이제 본격적으로 생사를  2대1의 대결을 벌여야 할 때가 다가온 것을 서로가 느끼고 있었다.


사내가 말을 마치고 이번에는 괴성이 아닌 여자가 듣기 거북한 말을 하며 다시 두 주먹을 좌우로 휘두른 채 곧바로 돌진해 들어갔다.


“네 년이 그 썩은 나무로 지금껏 나를 괴롭혔겠다? 이제 네년을 때려눕히고 사내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 테니 각오하고 있어라.”


사내가 음침한 괴소를 흘리며 말하는 뜻을 여자가 모를리 없어, 그녀의 표정이 한순간 차갑게 변하며 다시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냈다.


파파팟 파라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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