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두번째 랭크게임
폭격을 가하는 레드존은 아직 초반이라 역시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곳에도 간간히 폐가가 존재해 그런 곳에 상자가 있을 확률이 높겠지만, 이렇게 밀림처럼 우거진 숲에는 어디에든 상자가 있을 확률이 높아 이제 땅바닥에 표시된 안전지대로 향하는 반투명한 화살표를 따라 가며 주위를 세심히 살핀 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200키로가 넘는 지역을 자동차나 오토바이 없이 가려면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군.’
일반 길로 걸어가도 그 정도 거리라면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데 만약 이런 우거진 숲이 계속 펼쳐져 있다면 며칠 내로 안전지대까지 간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맵에 도착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조건이었기에 달리 불만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레벨이 낮은 나 같은 플레이어들은 차라리 은신하기 좋은 이런 장소가 낫겠다고 생각하니 어찌보면 이런 맵에 떨어진 것이 고맙기도 했다.
얼마쯤 가다가 마침내 커다란 나무밑둥이 마치 작은 동굴처럼 움푹 파인 것이 눈에 띄어 안을 살펴보니 과연 나무상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도사의 능력이 3레벨이 되어 총이나 수류탄같은 복잡한 구조의 무기는 아니었지만, 검이나 창 같은 간단한 아이템은 내 스스로 생성해 낼 수 있어 그런 것이 아니 다른 아이템이 나오기를 고대했다.
곧바로 상자를 여니 안에는 검붉은 색의 얇은 장갑 두 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장갑은 마치 잠자리 날개와 같이 무척이나 얇고 볼품없어 보여 그리 대단한 아이템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뭐지?’
이런 장갑이 위험한 랭크게임에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하며 조금은 실망한 채 집어 들자 곧바로 울림이 전해져 왔다.
[띠링! 70% 파워 오우거의 장갑을 획득하였습니다.]
오우거라는 소리에 순간 생각나는 것은 힘이었다.
오우거하면 무엇보다 무지막지한 힘이 생명 아닌가.
70% 파워라면 오우거의 힘을 70%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곧바로 장갑을 끼니 마치 맨손처럼 장갑이 손에 착 감겨왔지만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 몸통보다 조금은 작은 아직 어린 나무가 보여 그곳으로 다가갔다.
비록 어린나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높이가 10여 미터는 훌쩍 넘어 있었다.
나무로 다가간 나는 혹시나 해서 나무를 양손으로 잡고 힘껏 힘을 주어 보았다.
우지지직!
순간 장갑에서 갑자기 전류가 흐르듯 한순간에 내 몸을 찌르는 느낌과 함께 나무가 서서히 뿌리째 뽑히는 것이 아닌가.
‘대단하군.’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정도 나무를 뿌리째 뽑으려면 적어도 중형자동차 한 대 정도 힘은 낼 수 있어야 했다.
더군다나 장갑의 사용 한계는 정해진 바가 없었기에 이번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아이템을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겠어.’
확실히 보기와는 영 딴판으로 장갑의 위력은 대단한 편이었다.
잠시 장갑을 얻었다는 기쁨과 함께 맵을 열어보니 이제 자기장이 서서히 좁혀지고 있어 지체없이 다시 빠른 걸음으로 숲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0여분을 걸었지만 보물 상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조금은 실망하며 계속 걸어가고 있는 그 순간.
타타탕 탕탕탕!
“크흑.”
갑자기 고요한 정적을 깨고 수발의 총성이 울리며 내가 지나가고 있는 옆의 나무에 수발의 총탄이 박히며 내 배에도 한발이 명중했다.
[띠링! 체력이 90%로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3레벨이었기에 치명상을 입고도 10%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레이저총과 같은 더 강력한 무기에 맞았다면 체력이 더 떨어졌을 것은 당연했다.
배에 한 대 맞고 곧바로 몸을 땅바닥에 엎드린 후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 저격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총알 또한 다시는 날아오지 않았다.
내가 땅에 엎드려 있으니 숲이 워낙 우거져서 놈도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대로 계속 대치만 하고 있다가는 자기장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 더 위험해 질 수 있어, 놈은 그냥 포기하고 안전지대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보았다
타타탕 타타타
‘이런 씨발! 어쩌자는 거야?’
다시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나도 모르게 화가 나며 다시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주시했다.
정말 어쩌자는 것인지 놈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장은 계속 다가오는데 이대로 마냥 대치만 하고 있자는 말인가.
놈의 생각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이건 서로에게 시간낭비일 뿐이다.
놈의 이런 행동으로 보아 레벨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놈일 것이란 생각 또한 들었다.
원거리 공격구가 있으니 날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그건 오산이다.
‘정 그렇다면 내가 잡아주지.’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 나는 정신을 집중해 다시한번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세밀히 둘러보았다.
역시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한방 먹을 것을 각오하고 두 눈은 앞을 주시하며 한순간 몸을 일으켜 놈이 있을 법한 방향으로 재빨리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다다다닥
타타탕 타타탕
“큭!”
[띠링 체력이 75%로 줄었습니다.]
이번에는 우측 가슴을 한방 맞아 체력이 15%나 줄어들었지만 수확은 있었다.
총알을 맞으면서도 앞을 주시한 결과 40여 미터 정도 떨어진 나무위 잎사귀들 사이에서 반짝하고 빛나는 물체가 발견됐다.
아마도 총을 발사하며 생겨난 섬광이리라.
숲속이었기고 놈은 원거리 공격구를 지니고 있어 나무 위에 매복해 있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겠지만 그건 놈의 명백한 실수였다.
‘확실히 레벨이 높지 않은 놈이 틀림없어.’
놈은 아무래도 내가 만만해 보였던 모양이다. 그러니 나를 잡으려고 끝까지 저렇게 바둥거리고 있는 것일 테고.
놈의 위치가 확인되자 이제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놈의 총탄을 피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며 놈에게 점점 다가가자 놈이 계속 총을 쏴댔지만, 역시 놈의 위치를 알고 나무들을 방패막으로 삼아 접근하니 순식간에 10여 미터 앞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헌데 그때쯤 놈은 총알이 떨어졌는지 이번에는 석궁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10여 미터 앞이라면 이제 3레벨인 내 도술이 통할 수도 있는 거리였다.
놈이 쏜 화살을 나무 뒤로 피한 후 나는 곧바로 품속에서 노란 부적을 한 장 꺼내 놈에게 날리며 ‘풍’ 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쏴아악
곧바로 부적에 붉은 글자가 새겨나며 타들어가더니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의 화살과도 같은 압축된 바람이 생성되어 놈에게로 날아갔다.
“흐윽!”
곧바로 놈의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려와 나는 그 순간 지체 없이 10여 미터의 거리를 한순간에 좁혀 나무에 다가가 나무를 양 주먹으로 힘껏 내질렀다.
후두두둑
한순간 나무가 크게 휘청이며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놈이 떨어져 내리지 않자 내가 다시한번 주먹으로 나무를 치자 그제서야 놈이 어쩔 수 없었는지 나무에서 뛰어내려왔다.
내려선 놈의 눈빛을 보니 아주 초짜는 아닌 것이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역시 2레벨은 넘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3레벨인 내 기로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상위인 나는 놈의 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나보다 하위로 보이는 놈은 결코 내 기를 느낄 수 없을 것이었다.
“용케도 여기까지 왔군.”
놈이 나를 비웃듯 바라보며 말을 하더니 갑자기 한손을 허공에 올려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한순간 나를 향해 그 무엇인가를 휘둘러왔다.
쉬리리릿 솨아아앗
놈이 휘두른 마치 기다란 뱀과 같은 물체를 보니 분명 채찍이었다.
헌데 채찍 전체는 손잡이를 제외하면 마치 송곳과 같은 뾰족한 강철이 촘촘히 박혀 있어, 한 대라도 맞으면 몸에 여러 군데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사사삭
내가 재빨리 몸을 피하며 채찍을 빗나가게 했지만 채찍은 마치 살아 있는 듯, 피하는 나를 따라다니며 내 몸을 감싸려했다.
헌데 이상하게도 놈은 높지 않은 레벨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놈의 속력은 나를 압도하고 있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생각하며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채찍에 한번 휘감기게 된다면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 많은 체력이 줄어들 것은 뻔해 무척 조심하며 한동안 재빠른 놈의 공격을 그나마 피해내고 있었다.
헌데 한순간 채찍 끝이 교묘하게 움직이며 내 가슴을 순식간에 파고들자 나는 할 수 없이 무의식중에 한손을 내밀어 놈의 채찍 끝을 잡게 됐다.
‘방어구까지 겸한 건가?’
오우거의 장갑을 낀 손은 놀랍게도 그토록 날카로워 보이는 송곳에도 뚫리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게 채찍 끝을 말아 쥐고 있었다.
“어!”
채찍 끝이 잡히자 놈이 순간 당황하며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이제 놈의 귀찮은 채찍이 움직이지 못하자 나는 한순간 놈의 채찍 끝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힘껏 끌어당기며, 나또한 놈에게로 재빨리 다가선 채 나머지 한 주먹으로 놈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퍼펑
“카흑!”
한순간에 일어난 일에 놈의 몸은 채찍을 붙잡은 채 딸려와 내 주먹에 명치를 정통으로 강타당하며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오우거의 힘은 무지막지해서 배에 맞는 순간 놈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며 나가 떨어져 한순간 고통으로 인해 놈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기에 나는 쓰러진 놈에게 다가가 다시 주먹으로 가슴이며 얼굴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니, 놈이 기어이 꺼억 소리를 내며 고개가 떨구어지려 해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정면에서 강타하니, 앞면이 함몰되며 곧바로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꺼지듯 사라져 버렸다.
놈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나무상자가 하나가 나타나 안을 보니 채찍과 신발 한짝이 들어 있었다.
‘운 좋게도 두 가지 아이템을 획득했군.’
그 사이 놈은 두 가지 아이템을 획득한 것이다.
놈을 처치하고 획득한 것이니 그렇게 상급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채찍을 인벤토리에 넣고 신발을 들어보니 머릿속에서 울림이 전해져왔다.
[띠링! 100%의 속력을 더해주는 부츠를 획득했습니다.]
100%라면 지금의 내 속력에 두 배 속도다.
그제서야 놈의 움직이는 속도가 왜 그렇게 빨랐는지 이해가 됐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아이템이 쓸모없으니 이런 아이템이 주어지는 것인 것 같아 랭크게임은 정말 단 한 가지도 소홀함 없이 만들어 졌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됐다.
곧바로 부츠를 신고 맵을 열어보니 자기장이 어느새 2키로 밖까지 좁혀져 있었다.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어 다시 화살표 방향을 따라 빠르게 걷기 시작하자 이게 웬일인가.
‘이 신발 정말 끝내주는군.’
빠른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걸었는데 그 속도는 마치 평소 달리는 속도와 맞먹었다.
곧바로 더 속도를 내어 달려보니 양쪽 나무들이 내 뒤로 획획 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쳐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정말 끝내주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며 달리면서 상태창을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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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3
경험 : 24/300
능력치 P: 도력 : Lv 3
특수능력 P : 도술 : Lv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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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 20이 주어진 것을 보니 역시 놈은 2레벨이었다.
2레벨에게 그렇게 시간을 허비한 것을 생각하니 링크게임에서는 역시 아이템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느끼고, 달려가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살피는 것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확실히 부츠를 신고 달리니 자기장과는 다시 점점 멀어져 조금이나마 안심하며 숲을 가로 질러가기를 20여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헌데 20여분을 뛰었는데도 그렇게 숨이 차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츠를 신고 있으면 달리더라도 걷는 체력 정도만을 소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역시 괜찮은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것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