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귀환
“교육원을 갓 졸업하고 첫 랭크 게임에 참가한 후 귀환한 아시아 지역 플레이어들의 레벨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네. 거의가 경험치 0 에 머문 플레이어들이 대다수였고 1레벨을 올린 플레이어들이 수백만 명 중에 104명이 있었지. 그리고 2레벨은 한명도 없었고. 그것만으로도 정말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네."
내 얼굴을 바라본 채 흐뭇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인 후 잠시 뜸을 들인 국장의 입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1레벨을 올리고 첫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전부 귀환한 후에도 아직 한명이 귀환을 하지 않았네. 나는 그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첫 참가자들이 모두 귀환했는데도 한참 동안 한 플레이어가 아직 랭크게임에서 귀환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네. 그 플레이어가 누군지는 자네도 알고 있을 걸세.”
“.........,”
“나는 곧 첼린저님께 이 사실을 보고했고 첼린저님께서도 흥미를 느끼시고 자네가 언제 귀환할지, 아니 언제까지 버티고 그리고 과연 몇 레벨로 귀환할지 궁금해 하셨네. 한참이 지나고 마침내 자네가 귀환한 후 시스템에 곧 자네의 레벨이 올라오더군. 3레벨이었네. 나는 너무 흥분해서 첼린저님께 바로 보고를 하고 자네에 대해서 첼린저님과 화상으로 상의를 했네. 그 상의 결과가 뭔지 알겠나?”
“모르겠습니다.”
내가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말했지만 국장은 개의치 않고 조금은 흥분된 표정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연히 자네를 기관에 스카웃하자는 상의였고 자네에게 최대한의 보상을 보장하는 동시에 최고의 대우를 해주자는 것이었지. 아..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자네의 레벨 승급에 대한 성과에 따라 점점 높은 보상이 주어질 걸세. 솔직히 말하면 지금 아시아지역 첼린저님뿐 아니라 지구의 5명 첼린저님들 모두 첫 게임에서 2레벨로 귀환하셨다네. 3레벨은 지구에서도 최초지만 아마 다른 행성에서도 최초일 것이라고 생각하네.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
국장은 내가 당연히 자신들의 스카웃 제의를 수락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거절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솔직히 내가 몰랐던 정보를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국장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가령 수백만의 첫 참가자중 2레벨은 한명도 없었고 1레벨로 귀환한 플레리어들이 104명이었다는 것과, 5명의 첼린저들이 오래전 첫 게임에서 2레벨로 귀환했다는 것이 내가 모르고 있었던 정보였다.
국장은 내가 귀 기울여 듣고 있자 조금은 흥이 난 듯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앞으로 자네가 어느 정도 빠른 성취를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수만년 동안의 경험상으로 보아 자네는 최소 나와 같은 마스터 티어급으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네. 물론 첼린저님께서도 그렇게 내다보고 계시고. 혹시 아는가, 자네가 첼린저 티어급으로 성장 할지. 그렇게 되면 우리 지구에 첼린저가 한명 더 추가되니 다른 행성에 전혀 꿀릴 것이 없어지게 되겠지. 물론 첼린저 티어들끼리 링크게임을 하겠지만 우리 아시아 지역 첼린저님은 그렇게 속이 좁으신 분이 아니시라네. 뭐 대의를 더 생각하신다고나 할까?”
국장은 나를 너무 높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감히 첼린저 티어로까지 성장할 것이라 말을 하고 있자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국장의 혼자 말은 곧바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자네도 교육원에서 교육받아서 잘 알고 있을 것이네. 지구 내에서 각 첼린저들이 다스리는 지역끼리도 종종 다툼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사소한 문제이고 행성간의 다툼이 더 크다는 것을 말일세. 종종 행성간에 전투가 일어나면 용병이라는 명칭아래 각 티어들이 모집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지구에서 한명의 고급 티어가 더 탄생한다는 것은 지구의 각 첼린저님들도 모두 바라고 있는 바이지.”
교육원에서 들은 바로는 지구의 첼린저들끼리 다툼이 일어나 만약 우리 아시아지역과 다른 지역이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용병이라는 미명하에 중앙기관인 이곳에서 각 티어들을 대량 모집한다.
물론 그 모집은 거부할 수없는 의무적인 것이었다.
또한 그때에는 당연히 모집된 용병들에게 생명수당이라는 것이 붙어 월급을 몇 배는 더 지급해준다.
한마디로 더욱 위험한 일에 모집될수록 생명수당을 더 높이 쳐주는 것이었다.
또한 행성간의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때 역시 지구의 각 첼린저들이 이때만은 서로의 대립을 멈추고 하나로 뭉쳐 그때에도 각 지역마다 대대적인 용병들이 차출된다.
하지만 더욱 위험하고 한번 출정하게 되면 목숨을 보존하기가 어려운 모집이 있었다.
곧바로 국장의 얼굴이 이내 어두워지며 그것에 대한 얘기가 다시 흘러나왔다.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네. 그 암흑 물질이라는 것은 알다시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기라고 할 수 있지. 암흑 물질이 얼마나 강력하게 뭉쳐있느냐에 따라서 그곳에서 생성되는 다크사이어돈의 강함이 정해지지. 만약 다크사이어돈이 출현하게 되면 그 주위의 행성에서는 모두 용병들이 모집되어 놈을 처치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겠지?”
“교육원에서 들어 알고 있습니다.”
다크사이어돈이란 한마디로 말해 엄청난 크기의 괴수였다.
보통 약한 암흑물질에서 생성되는 다크사이어돈의 크기만 해도 수천 제곱미터에 달한다.
그런 약하다는 놈을 상대하려 해도 최소 수천의 티어들이 투입된다.
하지만 그 곳에 투입된 티어들은 수많은 사상자가 나와 모든 플레이어들은 다크사이어돈이 출현해서 용병에 차출이 되면 누구나가 소멸을 머릿속에 먼저 떠올린다.
물론 렝크게임이 아닌 밖에서 죽는다면 소생을 할 수 없어 한번 죽는다는 것은 영원히 소멸되는 것이라 전쟁보다 놈의 출연에 더욱 겁을 먹고 있는게 현실이다.
약한 놈이 그럴진대 만약 암흑물질이 더 강력한 곳에서 생성된 조금이라도 더 강한 놈이 출현한다면 수천이 아니라 수만, 아니 수십만의 티어들이 근처 행성에서 차출된다.
만약 근처 행성의 힘으로도 모자라면 더 넓은 지역의 행성들도 참가해야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이유는 놈들의 강함이 한 행성을 단숨에 파괴할 정도로 무척이나 강력해, 놈을 처치하지 못한다면 근처의 행성뿐 아니라 우주 그 어디 행성도 안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첼린저들이 나가서 싸우면 되겠지만 첼린저들은 최후의 방어선이다.
각 행성마다 첼린저들은 황제나 마찬가지였기에 우선은 하위 티어들부터 나가 놈들을 막아야 했다.
국장이 이런 얘기를 왜 꺼내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역시 국장은 내가 묻지 않아도 알아서 술술 모두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얘기를 왜 하는 것인지 궁금할 것이네.”
“...........?”
“솔직히 자네같은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보호하고 싶은게 첼린저님의 뜻이라네. 나중에 혹시라도 자네가 첼린저가 되어서 지금의 첼린저님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네. 아니 더 과장되게 말해서 자네가 지구의 모든 첼린저들 위에 군림한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우선은 지구라는 터전이 있어야 다른 행성과 경쟁을 할수 있지 않겠나.”
나가도 너무 나갔다.
국장의 말은 마치 꿈같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상상의 말을 하고 있었다.
국장이 이렇게 거창한 말을 하면서까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지는 곧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는 꼭 우리 요원이 되어주었으면 하네. 그 이유는 용병 차출이 렌덤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자네도 알고 있을 것이네. 하지만 우리 요원이 되면 용병 차출에서 빠질수가 있지. 물론 티어가 높다면 지휘자의 자격으로 갈수도 있겠지만 자네같은 인재를 그런 위험한 곳에 절대 보내지는 않을 걸세.”
이제서야 국장이 왜 이토록 거창한 말까지 하면서 날 요원으로 들이려는지를 알 수 있었다.
순간 솔직히 솔깃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요원이 되어 이들이 명령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내 체질에 맞지 않았다.
국장은 거창한 설명을 끝낸 뒤 아주 당연하게도 내가 요원으로 들어간다고 확신하는 모양인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임시 요원이겠지만.
“자 그럼 내 설명은 모두 끝났으니 이제 자네의 선택만 남았네. 그리고 한 가지 알려줄 것은 한번 용병에 차출되면 설사 첼린저님 빽이라 해도 물릴 수가 없네. 그것은 오래전부터 정해진 불변의 법칙이지.”
나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국장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대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전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솔직히 교육원에서 25년 동안 속박당하고 졸업한지 7일 만에 다시 어디에 소속되어 속박당하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다크사이어돈이 자주 출몰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 넓은 우주공간에서 꼭 우리 은하계에 출몰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리고 만약 지구내 지역간에 전쟁이 나거나 또는 행성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건 요원이나 일반 플레이어나 위험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그런 전쟁에는 요원들이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브론즈 3레벨을 앞에 두고 너무 거창하게 말을 하니 나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거절하자 국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벙 쪄있었다.
마치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냐는 듯이.
당연하게도 모든 플레이어들이 골드가 되어 요원으로 들기를 고대하고 있는 판국에, 고작 최하위 천민인 브론즈 3레벨을 스카웃하려 하는데 단숨에 거절하니 벙 찔 수밖에.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구만. 모든 플레이어들이 요원이 되는 것을 꿈으로 생각하고 있는게 현실이네. 혹시 보수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그러는가? 아니면 대우가 시원찮을까봐 그러는가? 그런 것이라면 걱정 말게, 비록 임시 요원이지만 지금은 정식 요원과 같은 대우를 해줄 것이네. 물론 티어가 올라갈수록 그에 비례해서 더 높은 보수를 보장해줄 것이고. 우리가 이러는 것은 첼린저님의 특별 명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첫게임에서 3레벨을 달성한 인재를 혹시라도 잃을까봐 그러는 것이네.”
“고마운 말씀이지만 전 요원이 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정말 답답하구만. 어찌해야 내 말에 따를 텐가? 한번 원하는 바를 말해보게.”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저는 그냥 이대로가 좋은 것뿐입니다.”
한동안 국장의 설득이 이어졌지만 나는 끝내 국장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 후 국장이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고개를 뒤로 제껴 뒷목을 한번 잡고 나더니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후우, 이 좋은 조건도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헌데 자네 혹시 다른 지역으로 이민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헌데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나한테 바로 전화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아쉽구만, 자네 마음이 바뀌기를 정말 바라고 있겠네.”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밖에서 매사에 조심하길 바라네. 혹시라도 자네같은 인재를 허무하게 잃는다면 우리 아시아 지역으로서는 정말 크나큰 손실이니까.”
“알겠습니다.”
“우리 요원이 다시 데려다줄 것이니 잠시 밖에서 기다리게.”
내가 밖으로 나가자 곧바로 두 요원이 안으로 들어갔다.
국장은 두 요원이 들어오자 준수가 나간 문을 쳐다보며 요원을 향해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최준수의 안전은 너희 둘이 책임진다. 물론 사생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은밀히 지켜봐야한다. 그리고 만약 최준수의 안전에 위해가 될만한 그 어떤 존재가 발생한다면 사살해도 좋다. 물론 그것도 은밀해야겠지.
“알겠습니다.”
곧바로 두 요원이 나오고 주차장으로 가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 두 요원 중 한명이 나를 쳐다보며 넌지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