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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귀환 (13/207)



〈 13화 〉귀환

키르맨들은 모두 골드 티어들로 구성되어 그들이 기관에서 받는 월급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 골드 티어들 보다 대우가 상당하다는 것은 은연중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레스 교관은 정말 내가 대견한 듯 연신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교육원에서와는 영 딴판으로 나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술이 어느 정도 거나해지자 교관이 나를 바라보며 농담식으로 말을 했다.

“준수야, 혹시 네가 나중에 골드티어를 지나 더 위로 승급해 나와 같은 맵에서  만나게 된다면 넌 어쩔거지?”

“당연히  체력이 내려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도와줄 겁니다. 그리고 만약 끝에 가서 교관님과 제가 1,2등을 다퉈야 한다면 최대한 고통 없이 죽여드릴 겁니다.”


“그래, 그렇게 날 생각해 준다니 고맙구나. 이거 준수에게  보여야겠는데.”


교관과 여러 얘기를 나누는데 옆자리에서 다른 동기들과 건배를 하며 술을 마시던 은지가 불숙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끝도 없이 재밌게 나누세요?”


“뭐, 준수에게 나중에  좀 봐달라고 아부 좀 했지.”

아레스는 술을 마셔서 그런지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도 술을 먹어서인지 아레스가 은지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지금 세계에서는 모두가 25살에 나이가 멈춰져 있기 때문에 나이는 무의미하다고  수 있었다.

천민부터 귀족까지 모든 것은 티어로 결정되어 나이와는 무관하게  티어대로 월급이나 대우가 달라지는 시대다.
다시 말해서 나이가 아무리 적어도 티어가 높다면 나이 먹은 사람은 그에게 죽어지내야 된다.
만약 아레스가 교육원이라는 연결 매체로 인한 우리의 교관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우리를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도 감히 골드 티어인 그녀와 이렇게 술자리를 함께 하며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간 술을 더 먹고 나자 아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이제 그만 가 볼테니 모두들 더 마시고 즐기다 가거라. 계산은 충분히 해 놓을테니 걱정들 하지 말고.”

브론즈 1레벨의 월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레스가 말을  때마다 계산 얘기를 하자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마도 제자들이 돈 걱정을 할까봐 마음이 쓰이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준수야, 그럼 너도 재밌게 놀다가 들어가거라. 아까도 말했지만 조만간 기관에서 널 찾아갈  같으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도록 하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럼 난 간다.”


“네,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동기들도 모두 일어나 배웅하고 아레스가 나가자 다시 친한 동기들끼리 제각각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도 옆에 앉아 있는 은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들이 한 두명씩 빠지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었지만 동기들이 오늘  때문에 모였는데 먼저 일어날 수는 없었다.
솔직히 교육원에서  그렇게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특별히 친하다고 할 동기는 없었다.
그나마 은지가 옆에 앉아서 말을 시켜주니 심심하지는 않을 뿐이다.
얼마 있지 않아 자리에는 이제 7명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모두들 정말 거나하게 취해 있었고 나또한 이제는 어느 정도 정신이 흐릿해져 있었다.

“오늘 정말 준수 때문에 포식했다. 정말  먹었어.”

“그래 우리가 언제 이렇게 맘 놓고 맘껏 먹을  있겠냐.”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 얘기를 하자 이제 조금 짜증이 나려고 했다.
좋은 소리도 한 두번이지 벌써 백번은 넘게 듣는 것 같았다.

“이제 그런 소리는 그만 하고 어서 먹기나 하자.”

“그래 알았다.”

다시 술자리가 이어지려는데 우리 자리와는 조금 떨어진 탁자에 자리 잡은 한쪽에 있던 사내  명이, 우리가 들으라는 듯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며 하는 소리가 나뿐 아니라 모두의 귀에 들려왔다.

“이제 막 교육원을 졸업한 애송이들인 모양이군.”


“그러게 말야, 들어보니 코레일 출신들인  같은데  교육원은 우리 키엘렌 교육원의 밥이잖아, 아마 수 백년 동안 이렇다 할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았다지?”


“그 교육원 출신들이 모두 쓰레기들이라 그렇겠지 뭐.  중에도 1레벨을 넘을 것 같은 인재는 보이지 않는 것 같군, 크큭”


“내가 보기에는 모두들 1레벨을 10년 동안 유지한 채 골드는커녕 실버 티어에도 승급되지 못한 채 도태자가 되어 죽을 운명들처럼 보이는데, 키키킥.”


“그래도 제법 반반한 계집들은 있네, 저런 계집들과 한 맵에 소환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만사 제쳐놓고 저 계집들부터 짓이겨 놓을 텐데 말야, 우리가 2레벨들이니 저런 애송이들은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잖아.”

“코레일 출신 계집들이 모두 괜찮다는 것만은 나도 인정하지, 자질들이 모두 쓰레기들이라 그렇지.”

케엘렌 교육원이라면 그나마 코레일 교육원과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교육원으로 두 곳은 언젠가부터 앙숙 아닌 앙숙 사이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 이유가 가장 가까이 있어서 교육생끼리도 자주 부딪치기 때문이었다.

놈들의 말에 가만히 있을 은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얄상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제법 대범한 면이 있는 여자였다.

“키엘렌에는 모두 망나니들만 있다더니 그 소문이 맞는 것 같네. 저런 덜 떨어진 것들도 사내라고 예쁜 건 알아가지고 쯧쯧. 2레벨이 무슨 벼슬인 양 대단하다고 설치는 꼴을 보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단 말야. 안 그러니 얘들아!”


“그러게 말야, 막상 랭크 게임에 소환되면 쥐새끼들처럼 눈치만 보며 도망만 다닐 것들이  밖에 나와서는 저렇게 잘난 척 한단 말야.”

은지의 말을 케시가 받아 놈들에게 한방 먹였다.
헌데 그녀의 말이 끝나자 네놈  머리를 붉게 물들인 한 놈이 그래도 우두머리 겪인 듯, 얼굴마저 붉힌  무척 화가 난 표정으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놈의 덩치는 2미터가 넘어 186인 나보다 머리 하나는  커보였다.
우리에게 다가온 놈은  주먹을 맞잡고 뼈마디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음침한 미소를 지은 채, 은지와 케시 그리고 나머지 두 여자 동기를 번갈아 보며 마치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두 눈을 부라리며 입을 열었다.

“감히 1레벨들인 주제에 2레벨에게 막말을 하다니, 네년들이 랭크 게임이 아닌 여기서 한번 호되게 당해봐야 주제를 알고 막말을 못할 것 같군.”


놈이 말하며 곧 행동을 취하려 하자 내 앞에 앉아 있던  남자 동기와 은지를 비롯한 세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분위기는 한순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뒤쪽에 앉아 있던 붉은 머리의 동료 세 놈도 동시에 일어나 우리 탁자 쪽으로 다가왔다.
놈들은 마침 잘 걸렸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은지를 비롯해 남은  여자를 쳐다보며 음침한 미소들을 짓고 있었다.


붉은 머리의 사내 손이 곧바로 마치 불에 달군 듯 시뻘겋게 변하자, 두 동기와 은지를 제외한 세 여자가 아무래도 레벨 차이가 있어서인지 조금은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레벨이 한 단계 높다는 것은 비록 티어 승급 차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하급 브론즈 티어 내에서의 그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래서 놈들도 그것을 알고 있어 우리를 업신여겨 이처럼 겁 없이 위협을 주려 하는 것이었고.
우리가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눈치챈 놈들은 아마도 내가 3레벨인 것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곧바로 세 놈마저 합세해 각자 주어진 직업의 능력대로 위협을 가하려 하자 그제서야 은지도 조금은 겁먹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동기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자 나또한 마냥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서야 두 남자 동기와 여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깟 2레벨이 뭐가 대수라고 그렇게 잘난 척 하는 거지? 여기 내 친구는 3레벨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네.”


케시가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나를 쳐다보자 붉은 머리와 세 사내는 믿을 수 없는지 표정에 비웃음을 머금은  케시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이번에 졸업한 졸업생이 한번 랭크게임에 참가해서 3레벨이 되었다는 것을 나더러 믿으란 소리냐?”

“흥! 믿지 못하겠다면 어디 한번 손을 써보시지.”

케시는 단단히 나를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도 브론즈 내에서 한 레벨차이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교육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상위 레벨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상위 레벨로 올라갈수록 레벨 외에도 능력치와 특수능력의 레벨 차이까지 있어 전체적인 레벨을 따져봐야 했기에, 높은 티어의 상위레벨에서 1레벨 차이는 그 두 가지 능력치가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그 갭은 많이 줄어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브론즈의 하위 레벨은 그 능력 차이가 확연했다.
지금 나는 3레벨이니 두 능력치 또한 3레벨이다. 네 놈이 2레벨이니 랭크게임에서 1등을 하지 않은 이상 두 능력치 또한 2레벨일 테고.
그 한 레벨의 차이로도  혼자 이들 네 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니 그 능력차이는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케시의 말에 정말 붉은 머리가 붉게 물든 주먹으로 별안간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왔다.


‘이런 미친.’

놈은 케시의 말을 부정은 했지만 혹시나 했는지 나에게 갑자기 주먹을 날려 왔다.
랭크게임에서 싸울 때는 상처가 생겨도 바로 원상복구 되지만 밖에서는 상처가 생긴다면 고스란히 남게 된다.
물론 레벨이 내가 놈보다 높으니 게임에서처럼 체력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그리 크지 않은 상처이긴  것이다.


날아오는 주먹을 맞을 수는 없어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급히 물리며 재빨리 품속에 손을 넣어 노란 부적 한 개를 꺼내며, 마음속으로 ‘화’ 라고 외치며 놈을 향해 부적을 날렸다.

화르르륵

순간 놈에게 쏘아져가던 노란 부적에 ‘화’ 라는 붉은 글자가 새겨지며 한순간에 타들어가더니 부적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뻘건 불꽃이 일며 부적 대신 불덩이가 놈에게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놈을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불덩이가 한순간 놈 얼굴을 덮치려는 순간 급히 검지와 중지만을 세워 한쪽으로 치우치는 형상을 취했다.

화라라락


한순간 놈의 얼굴을 덮치던 불덩이가 급히 방향을 틀며 놈의 열굴 옆을 스쳐지나갔다.
만약 놈이 얼굴에 불덩이를 맞았다면 놈의 얼굴은 화상을 입어 한동안 고생을 했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놈의 얼굴이 시뻘개진 상태로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놈도 물론 방심해서 그런 것일 테지만 확실히 능력의 우위가 나에게 있다는 것을 놈이나 그 옆의 세 놈은 분명 인지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제서야 네놈 모두 케시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끼고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만 꺼져.”

그런 네놈을 향해 내가 아무렇지 않은  조용히 말하자, 네 놈은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먹던 술은 그대로 놔두고 급히 계산을 치르며 술집을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3레벨의 도술은 처음 써보는 것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있었고 또 발현도 엄청 빨랐다.
그것을 생각하자 내일부터는 일반게임으로 레벨3의 수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놈들이 달아나자 순간 계집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야홋 이겼다! 역시 거짓말이 아니었어.”


“난 혹시나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했단 말야.”


“준수야, 너 정말 대단해. 이제 확실히 믿을 수 있을  같아. 정말 부럽다.”


 남자 동기도 부러운 듯 계집애들 말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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