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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귀환 (11/207)



〈 11화 〉귀환

아무리 10레벨이라지만 이건 완전히 나를 우습게 보는 꼴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푸른 오러가 입혀진 고대 검을 앞세운 채 그녀에게 훌쩍 뛰어오르며, 단숨에 목을 향해 일검을 날리자 그녀의 몸이 마치 저절로 움직인 듯 뒤로 물러났다.
정말 발이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간발의 차이로 살짝 빗나갔다.


‘잘하면 밸 수도 있겠어.’


비록 그녀가 어떻게 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간발의 차이로 비껴났기에 나는 자신감이 들었다.

쉬익. 쏴아악.

연속으로 이검을 다시 그녀의 배와 목을 향해 긋자 그녀가 슬며시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은 채, 여전히 나를 비웃듯 쳐다보며 이번에도 역시 간발의 차이로  검을 피해냈다.
그렇게 공격하기를 수차례가 지나자 나는 비로소 그녀가 나를 데리고 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격해라.’


내가 화가 나서 인상을 살짝 쓰며 말하자 그녀가 여전히 비웃음을 머금은 채 조용히 대답했다.

“하찮은 능력에 비해 자존심은  있나보군. 내가 공격하면  바로 죽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제  따위하고 놀아주기도 지루하니 네 말대로 그만 죽여주지.”

정말 밥맛 떨어지게 비웃으며 말하는 그녀에게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강하지 못한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으니 지금으로서는  수치를 참기로 했다.


‘어디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사람 무섭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정말 두고 보기로 했다.
물론 그 두고 보자는 말은 내가 더 강해지고 난 다음에 보자는 뜻이다.
어차피 나는 이번 게임에서 여기까지가 한계다.

그녀가 먼저 공격하면 쏜 쓸 사이도 없을 것 같아, 그래도 가만히 있다가 당할 수는 없어 이번에도 그녀에게 순식간에 다가가 그녀의 배를 노리며 재빨리 가장 빠른 거리와 속도로 찔러 들어갔다.

헌데 한쪽으로 스스르 피한 그녀의 손이 순간 반짝 빛나더니 갑자기 마치 빛의 광선과도 같은 검(?)이 순식간에 생성되어 내 가슴을 순식간에 배어왔다.

“큭.”

단 일검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니 피하고 싶어도 언제 공격을 했는지 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빠르기에서 완전히 그녀의 압승이다.


[띠링! 체력이 75% 줄었습니다.]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지만 역시 그녀의 몸은 간발의 차이로 내 검을 피한 후 이번에는 빛의 검을 아래쪽으로 슬쩍 휘저었다.

“크흑.”

이번에는 배에 그녀의 검이 꽂혀 있었다.

[띠링! 체력이 55%로 줄었습니다.]

순간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조금 고통스럽겠지만 그녀에게도 조금이나마 고통을 안겨주기로 했다.

스스슥.

곧바로 내 배에 꽂힌 검을 그녀가 빼지 못하도록 잡은 후 몸을 더욱 앞으로 들이밀었다.

[띠링! 체력이 30%로 줄었습니다.]

빛의 검을 잡는 순간 손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전해져 왔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배에 꽂힌 검이 더욱 파고들게 하며, 그녀에게 접근해  힘을 다해 그녀의 몸을 향해 일검을 그어나갔다.


쉬잇.

“응..?”


순간 그녀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조금은 힘을 주듯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녀의 힘에 빛의 검이 내 손을 배어내며 배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하지만 언뜻 보니 앞가슴이 살짝 베어져, 그녀의 하얀 가슴살이 밝은 햇살 속에 갈라진 전투복 사이로 살짝 노출됐다.


“이, 이 새끼!”


가슴이 살짝 베어지며 속살이 비치자 그녀의 인상이 한순간 심하게 일그러지며 나를 무섭게 노려본 채 한마디 했다.
물론 살갗에는 상처가 나지 않아 그녀에게 고통은   없었지만, 그나마 그녀가 피하는 바람에 가슴쪽 옷이 베어져 조금이나마 수치심을 안겨주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다음은 볼 필요도 없이 그녀의 검이 내 가슴을 찔러와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가 꺾이며 곧바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띠링 체력이 0%로 줄었습니다.]


알림음을 마지막으로 내 몸이 유리알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희미하게 목격하며,  영혼은 육체에서 빠져나와 하늘 높이 생성된 자그마한 빛의 구멍 속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갔다.
올라가며 아래를 힐금 보니 그녀가 찢어진 가슴을 한손으로 잡은  마치 나를 쳐다보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도 예전에 수차례 죽어 봤었기에 지금 내 영혼이 날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곧바로 작은 구멍을 한동안 통과하자 지구에서 올 때처럼 다시 거대한 구멍으로 다시 들어가, 왔던 통로를 그대로 빠져나가 다시 지구에 있는 내 육체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으음.”

이제 지구의 육체와 합일되자 다시 길거리를 걷던 모습 그대로 돌아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의를 둘러보니 아직 수많은 사람들의 육체가 그대로 멈춰져 있었고 나처럼 다시 움직이는 사람들도 수없이 보였다.


육체가 정지된 사람들은 레벨이 높은 사람들로 아직까지 렝크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레벨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하면 맞을 거다.


헌데 육체가 멈춰져 있는 사람들은 모습은 있지만 마치 허상이나 시뮬레이션처럼 누가 몸을 지나쳐가도 마치 허공의 그림자처럼 몸이 그냥 통과됐다.
희한한 것은 멈춰진 육체가 자동차를 타고 있다고 해도 그 차마저 허상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존재의 능력은 정말 모든 것을 짜 맞추어 놓은 듯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함이 없었다.
길가를 걸으며 나는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내가 죽기 바로 직전에 누군가 죽은 플레이어가 있다면 삭감되는 경험치를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었다.
물론 이제 생존자 수나 체력바는 눈앞에 표시되지 않았지만 상태창만은 지구에서 열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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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3
경험 : 4/300
능력치 P: 도력 : Lv 3
특수능력 P : 도술 : Lv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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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경험치가 20/300 이었는데 4/300 으로 삭감됐으면 나는 이번 게임에서 16위를 한 것이다.

이제 교육원에서  전설 중에 전설이 될 것이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 레벨은 자동적으로 내가 속한 아시아 지역 첼린저가 다스리는 전산망에 저장되어 교육원이나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레벨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기관은 지구에만 200여 개가 있었고 아시아 지역에는 34개가 있었다.
각 교육기관에서는 자신들이 교육시킨 교육생들이 특출나면 그걸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
한마디로 교육기관끼리의 경쟁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지구의 각 지역을 다스리는 첼린저들끼리도 경쟁을 하며 지구 내에서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주 오래전 나라 대 나라가 전쟁을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내의 다툼보다 행성간의 다툼이 더 치열했다.

각 행성에도 최고의 강자들인 첼린저들이 각자 자신들의 행성을 다스리고 있었기에 행성간의 자존심 싸움은 대단하다고 할  있었다.
물론 그 자존심 싸움은 어느 행성이 더 강한 티어들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자존심 대결로, 도가 지나친 경우에는 행성간 전쟁으로도 번지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기는 했다.

랭크게임에 참가하지 않을 때에는 아이템이나 인벤토리를 사용할  없었지만,  고유의 도사라는 직업에 주어진 능력만은 지구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우주 어디에 사는 생명체든 모두 동일했다
또한 당연히 랭크게임에서 레벨을 올리면 올라간 레벨의 능력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랭크게임에서 죽으면 다시 자신의 고향별로 돌아오지만 게임이 아닌 경우 죽게 되면 영원히 소멸하게 된다.
다시 말해 랭크게임이 아닌 지구나 각 행성으로 귀환한  싸우거나 다른 어떠한 일로 죽게 되면  다시 소생할  없다는 얘기다.


*


한동안 길을 걷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내 보금자리와는 조금 멀어져 있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하며 나는 저녁에 분명 바빠질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동기들이 만나자고 하겠지.’

첫 랭크게임에서 자그마치 3레벨을 올렸으니 내가 졸업한 교육원에서 분명 나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은 당연했다.
코레일 교육원에서는 나와 같이 교육받았던 동기들에게 분명 연락해서 내가 3레벨로 첫 게임을 마쳤으니 축해해주라고  것이 틀림없었다.
졸업자 중 첫 게임에서 우수한 플레이어가 나오면 언제나 교육원에서  정도는 관례로 해왔기 때문에 3레벨을 올린 나를 그냥 지나칠 리는 없었다.
물론 모든 회식비는 교육원에서 지불해 줄 것이기에 부담은 없다.


그러고 보니 내 월급도 올라가게 됐다.
각 티어별로 기관에서 월급이 나오지만 티어 중에서도 레벨이 높을수록 월급은 더 많이 지급된다.
물론 휴먼형 안드로이드들이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지금 세상에서 인간은 그저 게임에만 열중해 레벨을 올리는 데에만 전념하면 된다.
심지어는 일반 장사까지도 모두 기관에서 운영하며 그러한 일들은 모두 안드로이드가 처리한다.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할수 없는 일들은 기관에서 따로 고용하는 직원들이 투입된다.


내가 랭크게임을 하러 소환되고 지구로 귀환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었기에 아직 정오였다.
저녁시간까지는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했기에 비록 영혼이 다른 육체로 들어가서 게임을 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피곤하기는 했다.
오랜만에 낮잠이나 한숨 때리기로 하고 침대에 누우려 하니 갑자기 전화칩이 들어 있는 손등이 살짝 떨려왔다.


곧바로 손등을 터치하자 앞에 반투명한 화상이 뜨며 김은지가 밝게 웃으며 조금은 호들갑을 떨었다.


[최준수 너 정말 대단했어. 방금 교관님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너 3레벨로 귀환했다면서. 너 미친거 아니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운이 좋았던거 뿐이야.”

[그게 운으로 될 일이니. 난 경험치는 얻지도 못하고 그냥 0이란 말야.]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설사 한 두명 사살했다고 해도 예를 들어 80등 했다면 80점이 삭감되니 0이 될 수밖에.
앞으로 랭크게임에  참가해 경험을 쌓고 일반게임으로  수련을 하면서 차근차근 경험치를 올리고 레벨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난 정말 이번게임에서 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최준수 이따가 6시에 미넬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거기로 나와.  너 빨리 보고 싶어. 그리고 나 너 좋아지려고 하는데 어쩜 좋니?]


“농담하지 마.”

[농담 아니고 정말이야, 넌 이제 앞으로 인생 핀거 아니니. 월급도 얼마나 오를지 모르고, 그리고 기관에서 아마도 널 주시하고 있을걸.]


“겨우 3레벨을 누가 주시할까.”


[이건 다르지, 넌 첫 랭크게임에서 3레벨을 올린거란 말야. 그건 지금 아시아지역 챌린저님뿐 아니라 다른 지역 첼린저님들도 이루지 못한 일이잖아.]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전화 끊자, 나 한숨 자게.”


[그래, 피곤하겠다. 그럼 이따가 보자.]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워 김은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귀엽고 예쁘기는 하지.”

김은지는 정말 귀여우면서도 아름답기는 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솔직히 그녀가 코레일 교육원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나는 그녀가 동기생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이 나는 감정이 너무 메마르다고 더러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나는  자신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에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고 수련에만 몰두해 아마도 나를 그렇게 보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한번 여자를 사귀어봐?’

잠깐 그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역시 지금은 아니다.
우선은 강해지는 데에만 전념하기로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헌데 이 순간 왜 갑자기 나를 죽였던 여전사같은 금발 여자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나를 비웃는 듯한 표정과 가지고 논 것 같은 그녀의 행동에 잠시 화가나려했다.
두고 보자고 다짐했던 말을 다시 되새기며 더욱 실력을 쌓아 언젠간 그녀보다 강해졌을 때,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뒤바뀐 상황으로 철저하게 되갚아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현재로서 다시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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