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강한 자들
[3연발 고농축 독가스 총을 획득했습니다.]
‘독가스 총이라..?’
교육원에서도 모든 아이템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아이템만을 알려주었고,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일반 게임에서도 보통 평범한 아이템만이 보물 상자로 나오고 있었다.
나도 이런 독가스 총은 처음 들어보아 그 성능이 어떤지 몰랐지만, 3연속이라 했으니 3번 발사할 수 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고농축이라고 했으니 살상력은 강하겠지.’
사용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우선은 인벤토리에 저장해 두었다.
성능은 알 수 없으나 어찌됐든 아이템을 하나 더 획득하자 그나마 조금은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혹시나 다른 보물 상자가 또 있나 해서 다시 나무 사이로 오가고 있는데, 방금 전 본 4-50여 미터 앞에 있는 건물에서 갑자기 두 연놈이 튀어나와 근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헌데 조금 더 지나자 이번에도 3-40여 미터 거리에 있는 나무 사이에서 괴상하게 생긴 두 놈이 뛰쳐나오더니 역시 근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처럼 안전지대까지 오며 원거리 공격구는 모두 사용한 모양이었다.
또한 건물과 나무사이에서 튀어나온 것을 보면 분명 서로 아이템을 찾다가 마주친 것이 틀림없었다.
저렇게 서로 싸우다가 한 놈이라도 죽으면 삭감되어야 할 내 경험치는 줄어들기에 절대 환영이었다.
헌데 건물쪽에서 싸우는 놈들은 레벨이 상당히 높은 듯 전투를 하는 중에 허공 5미터 정도로 폴짝이며 뛰어오르는 것은 예사였고, 주먹질 한방에 건물 일부분이 폭삭 주저앉는 것 또한 기본이었다.
‘저 정도 능력을 발휘하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 레벨이 되어야 하는 거지?’
나무 뒤에 바싹 숨어서 싸우는 장면을 보니 한눈에 보아도 엘프와 드워프가 싸우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만약 저런 플레이어들과 지금 내가 붙는다면 난 정말 단 1분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건물 쪽을 보고 나무사이에서 나온 두 괴물같이 생긴 놈들의 전투를 보니, 건물 쪽 보다는 확실히 레벨이 약한 자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드워프보다는 상위 레벨이라고 생각했다.
‘최후의 안전지대에는 정말 강적들만 모여 있구나.’
한편으로는 1레벨로 안전지대까지 온 것에 대해서도 왜 교육원에서 전설로 쳐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내 능력보다는 운이 많이 따라주었기 때문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 그 운이라는 것도 머리와 행동이 받쳐줘야 했기 때문에 그 또한 능력 중 일부임에는 틀림없었다.
두 군데에서 싸우는 플레이어들을 한동안 지켜보며 한눈에 보기에도 분명 드워프보다 강해 보여, 3레벨은 분명 넘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금 얍삽하지만 확실하게 레벨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지. 밑져야 본전이다.’
잠시 어떤 생각을 하고나자 나는 더 강한 자들이 있는 건물쪽보다는, 나무 사이에서 싸우고 있는 두 플레이어들을 향해 아주 조심스럽게 나무사이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두 플레이어들은 서로 엇비슷한 레벨이었는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물러섬 없이 부딪치고 있었다.
정말 조심스럽게 다가간 끝에 두 플레이어들과의 거리가 불과 15미터 정도였지만, 두 놈들은 서로에게 최대한 신경을 쓰며 한눈을 팔 수 없어 내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저런 맞수가 잠시라도 다른 곳에 신경을 쓴다면 그것은 곧 승패와 직결되는 문제가 될 것이기에, 설사 근처에 짐승이 지나간다 해도 서로에게 눈길을 뗄 수 없는 상황일 터다.
드워프보다 세다면 적어도 4레벨은 된다는 뜻이다.
두 놈중 한 놈만 내손으로 사살할 수 있다면 나는 이제 확실하게 레벨이 승급되는 것이다.
놈들은 서로 정말 죽기 살기로 전투를 벌이고 있어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고 또 입고를 거듭하고 있었다.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두 놈이 동시에 죽는다 해도 0.1초라도 나중에 죽는 놈은 체력바가 바로 100%로 상승하기 때문에 죽는게 아니었다.
두 놈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거의 동시에 죽더라도 상대에게 치명타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이기 위해 저렇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리라.
한동안 접전을 벌이던 두 놈이 동시에 서로에게 정말 큰 치명타를 입혔다.
우측 놈은 상대의 목에 기다란 손톱을 박아 넣었고 좌측에 있는 놈은 단창을 상태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비록 무기를 빼자 상처가 곧바로 아물었지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크르르륵.”
“꺼어억.”
한 놈은 곧 엎어질 듯 상체를 앞으로 깊이 숙여 목을 부여잡은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다른 한 놈은 두 손으로 심장을 움켜쥔 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연신 휘청거리고 있었다.
‘이때다!’
순간 나는 망설일 이유 없이 순간적으로 인벤토리에서 고농축 독가스 권총을 꺼내 두 놈에게 정말 분유먹던 힘까지 전부 짜내어 번개가 무색할 정도의 빠르기로 뛰어갔다.
놈들과의 거리는 15미터밖에 되지 않아 순식간에 두 놈 앞에 다가설 수 있었다.
“.........?”
“끄르르, 넌 뭐.. 지?”
바로 앞으로 다가서자 두 놈이 고통 중에도 고개를 쳐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독가스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이쯤이면 두 놈의 체력이 바닥일 것이라 생각했다.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두 놈을 향해 내가 씨익 웃으며 곧바로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두 놈의 얼굴을 향해 각각 한발씩 발사했다.
퓨슝. 퓨슈슝.
“커어억.”
“카아아악.”
순간 총구에서 새까만 연기 두발이 놈들의 얼굴을 덮치며 놈들은 순식간에 두 눈이 붉게 충혈 되었다.
헌데 얼굴이 한순간에 검게 변하며 서서히 녹고 있었다.
두 놈은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는지 연신 괴성을 질러대며 두 놈 모두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고대 검을 꺼내 도력을 주임한 후 두 놈의 모가지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솨아악. 촤아악.
“끄어억.”
“카흑.”
두 놈의 목이 반 이상 잘리며 그 자리에서 모두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하지만 나는 혹시나 몰라 쓰러진 놈들의 심장에 두 세번씩 더 검을 꽂아 넣었다.
그러던 한순간 마침내 두 놈 모두 몸체가 유리알처럼 잘게 부서지며 반짝하고 빛을 발하더니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두놈이 죽자 그 자리에 상자 두개가 생성되었지만, 최우선 목표인 경험치라는 목적을 이미 달성하였기에 적들에게 들키기 전, 우선 재빨리 나무 뒤에 숨어 이번에는 건물에서 싸우는 놈들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쪽은 아직까지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방금 죽인 놈들의 레벨이 궁금해 재빨리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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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2
경험 : 100/200
능력치 P: 도력 : Lv 2
특수능력 P : 도술 : Lv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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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가 100점 주어진 것을 보니 두 놈 모두 5레벨이다.
정말 대박이 아닐 수 없었다.
문득 우측 생존자수를 확인해보니 3명이 줄어든 23명이었다.
‘내친김에 한번 더.’
어차피 지금 내 능력으로는 안전지대애서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누굴 찾아 싸울 필요는 없는 일.
이제 죽어도 2레벨은 확실히 보장받은 셈이다.
만약 이런 경우가 한번더 성공한다면..?
나는 곧바로 더욱 조심스럽게 나무 사이를 넘어서며 건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갔다.
이제 내게 남은 아이템은 고성능 수류탄 1개와 고대 검 그리고 한발 남은 독가스 권총 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이 세 아이템이면 족하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밑져야 본전이다.
나무사이를 돌아 건물 모퉁이에서 고개만 살짝 내민 채 오른손에는 권총 왼손에는 수류탄을 잔뜩 움켜쥔 채 두 놈의 엄청난 전투를 두 눈빛을 반짝이며 주시했다.
기회를 잘 봐야한다.
자칫 한 놈이라도 체력이 남아있을 때 섣불리 공격을 감행했다가는 골로 가는 수가 있었다.
물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었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디 그런가.
그래도 최대한 더 살아남아 경험을 조금이라도 더 쌓고 싶었다.
두 놈의 전투는 방금 나무사이에서 싸우던 두 놈과는 또 다른 별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두 놈 모두 땅과 허공을 수놓으며 싸우는 모습이 마치 한 마리 날짐승과 새가 합성된 놈들 같았다.
땅에서 싸운다 싶으면 어느새 허공으로 떠올라 서로의 무기로 공격한 후 손에서도 이상한 빛을 내뿜으며 상대를 공격하고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두 놈들 모두 괴상하게 생겼지만 한 놈(?)은 분명 여자가 확실했다
몸체는 비록 이족보행의 짐승 몸체였지만 여자의 얼굴은 인간형으로 제법 곱상하게 생겨 먹었다.
그녀를 보고 있으니 문득 교육원의 어느 교관 말이 생각났다.
[이 우주에는 인간과는 다르게 생긴 종족들도 많지만 인간과 아주 흡사한 외계인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물론 그들 모두는 인간과 똑같은 생체구조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다른 무수한 행성이 지구의 자기장과 대기 공기량 그리고 모든 조건이 지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와 다른 신체구조를 지니고 있는 생명체는 지구와 기후조건이 달라서 그 기후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관의 말이 맞다면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동물형 인간 여자가 살고 있는 행성은 지구와는 기후조건이 조금은 다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첫 랭커 게임에서 다른 행성의 인간족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운이 없어서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그래도 인간과 가장 흡사한 생명체라고 한다면 단연코 엘프였다.
물론 드워프도 난장이 인간정도로 봐주면 되겠지만 엘프는 귀만 뾰족한 것을 제외하면 완전한 인간이었다.
그것도 엄청난 미모를 지니 여자인간.
확실히 강자들의 싸움은 쉽게 승패를 가를 수 없는 모양이다.
어느덧 두 플레이어의 싸움을 지켜본지 30분은 족히 넘은 것 같았지만 아직 승패가 결정 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두 년 놈들이 너무 강자라고 생각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혹시라도 이동 중에 다른 놈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좋을게 없을 것 같아 어차피 지켜본 김에 끝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허나 두 플레이어의 싸움을 지켜보며 마냥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 것만은 아니었다.
두 플레이어의 실전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지구에서 가상으로 돌리는 일반게임을 할 때보다 훨씬 더 얻어지는게 많았다.
바로 눈앞에서 지켜본 두 강자의 싸움은 이럴땐 저렇게 방어하고 저럴땐 이렇게 공격하는, 마치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며 머릿속에 공격법이나 방어법을 새겨 넣기도 했다.
물론 레벨이 더 올라 도력이나 도술이 더 강해져야지만 같은 공격을 내가 막을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마침내 1시간이 지나가자 여자 쪽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비록 같은 레벨이라도 능력치나 특수능력에서 차이가 있다면 당연히 두 능력치가 높은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
물론 나는 정상적으로 겨룬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외였지만.
두 존재가 1시간 넘게 겨룬 것을 보면 그래도 능력치는 거의 비등했던 모양이다.
결국에 남자쪽이 조금씩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아주 미미하게 우위에 있는 것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자가 마냥 밀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껏 비등하게 싸우면서 여자도 남자에게 수많은 타격을 가하기는 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며 서로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며 밀리기는 했지만 지금도 막무가내로 밀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얼마 후 여자의 배에 한 무더기의 뭉쳐진 빛 공격을 가한 후 남자가 뒤로 잠깐 물러나며 흉흉한 웃음을 날린 채 한마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