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강한 자들
놈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그나마 간신히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역시 능력이 아닌 내 본래의 민첩성과 순간 반응 동작이 빨라서 일 것이다.
거기에 나무들까지 아주 좋은 방패막이 되어 주고 있었다.
마치 다람쥐와 같이 요리조리 나무들을 이용해 피하는 나를 보며 놈의 인상이 더욱 험악해져갔다
놈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며 한순간 한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저거다.’
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놈이 획득한 자동차가 있었다.
시동도 켜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어차피 내 오토바이는 무용지물이 되어 놈의 자동차를 탈취하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설사 놈이 나를 이대로 두고 간다고 해도 이제는 속도가 붙어 더욱 빨리 좁혀져오는 자기장을 달리기로는 안전지대까지 도달할 수 없었다.
보아하니 놈에게 이제 원거리 공격구는 없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제 결정은 내려졌다.
쿠아앙.
“큭.”
놈의 공격에 나무 뒤로 피한다고 했지만 또다시 우측 허벅지에 일격을 맞고 말았다.
[띠링! 체력이 55%로 줄었습니다.]
고운 여자의 음성으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알림음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한순간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두 눈을 부릅뜨며 이를 악물고 자동차가 있는 방향을 향해 다음 나무 뒤로 이동했다.
나무를 빙글빙글 돌며 자동차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갔지만 놈은 내 작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듯 나를 죽이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확실히 놈은 경험치 10이나 20이면 레벨업을 할 수 있는게 확실해 보였다.
어쩌면 날 2레벨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나무들이 있는 끝자락에 도착할 수 있어 자동차와의 거리는 20여 미터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순간 내 손이 벼락같이 허공을 찌르고 인벤토리에서 석궁과 권총을 같이 꺼내 들었다.
휘익.
석궁을 집어 던지자 놈이 이건 뭐냐는 표정으로 팔을 휘둘러 석궁대를 쳐내 박살내버렸다.
놈이 석궁대를 쳐내느라 상체를 방어할 수 없는 틈을 타서 나는 재빨리 레이저를 발사했다.
슉.
“카악!”
명중이다.
이제 한발이 남았지만 나는 놈이 레이저를 맞고 뒤로 벌러덩 넘어진 틈을 타서 재빨리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전력 질주를 했다.
부르릉.
내가 자동차 문을 열고 운적에 타자 그제서야 놈이 내 작전을 눈치 채고 무척 화난 표정으로 크게 고함을 질러댔다.
“안돼! 이 쥐새끼 같은 지구인 놈아!”
놈이 괴성을 지르며 자동차로 돌진해 왔지만 재빨리 출발을 하니 놈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헌데 백미러를 보니 문득 저 멀리 하늘과 땅 전체에 마치 거대한 푸른색 폭풍과 같은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볼 때는 정말 장관이라 할만큼 대단히 장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그것은 죽음의 푸른 폭풍이라 부릴 만큼 무척이나 두렵고 무서운 죽음의 사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저것이 자기장이군.’
백미러를 통해 보니 도롱뇽은 아직까지 내가 달리는 자동차 방향으로 죽어라고 달려오고 있었다.
자기장에 노출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니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처음 생성된 자기장의 속도와는 달리 시간이 지난 지금의 좁혀져오는 속도는 결코 달리기로는 벗어날 수 없는 빠르기였다.
언뜻 보니 이제 자기장은 놈의 바로 뒤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순간 나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은 채 핸들을 급히 돌려 자동차를 놈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틀어 버렸다.
부르르릉. 부르르릉.
속도를 올려 다시 놈 근처로 가니 놈이 달리면서도 이제 욕이 아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지구인, 날 태워줘, 너는 죽이지 않을 테니 제발 태워줘.”
자기장은 마치 전기가 합선되는 소리를 내며 어느새 놈의 30여 미터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대로 놈이 자기장안으로 들어서게 된다면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2-3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놈은 나에게 소총과 레이저를 맞아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잠시 후 자기장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 놈의 몸이 푸른빛의 거대한 자기장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차를 몰며 바로 뒤에 쫓아오는 자기장의 푸른 막을 계속해서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다다다닥. 다다다다닥.
한순간 자기장 안에서 놈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 나오며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었다.
자기장 안에 들어간다고 해서 바로 죽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놈은 정말 모든 능력을 발휘해 자기장에서 잠시나마 빠져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힘이 빠진 놈이 다시 푸른 폭풍 속으로 빨려들 듯 들어가려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레이저 총을 들고 한손으로는 운전대를 잡은 후, 총을 잡은 손과 머리를 창문 밖으로 최대한 내밀어 뒤를 보며 놈을 조준했다.
퓨슝.
마침내 단 한발 남은 레이저가 발사됐다.
“크아아악!”
가슴에 정통으로 적중하자 놈이 곧바로 괴성과 함께 쓰러지며 몸체가 푸른 폭풍 속으로 이내 사라져 버렸다.
자기장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자동차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곧바로 속도를 더욱 올리자 온 섬을 뒤덮은 거대한 푸른 자기장이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맵!’
맵을 외치자 곧바로 섬의 지도와 함께 멀어져가는 자기장이 표시되며 안전지대까지는 이제 1.2키로가 남아 있었다.
안전지대는 어느새 반경이 4백 미터로 줄어들어 이제 그 안에는 강자만이 즐비할 것이었다.
맵을 확인하고 우측 허공을 보니 생존자수는 29명뿐이었다.
과연 도롱뇽이 내게 죽었는지 아니면 아직 체력이 남아 자기장에 의해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곧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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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2
경험 : 0/200
능력치 P: 도력 : Lv 2
특수능력 P : 도술 : Lv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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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확인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도롱뇽은 나에게 죽었고 3레벨이었다.
경험치 100이 채워지니 곧바로 2레벨로 승급이 되어 있었다.
체력바를 확인하니 체력 역시도 어느새 100%로 상승되어 있었다.
‘드디어 레벨이 올랐군. 하지만 10위 안에 들지 못한다면 다시 내려가겠지.’
10위안에 들지 못하고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현재 29위이니 29점이 삭감되어 다시 레벨 1로 내려가고 경험치는 71/100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다.
10위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그렇다면 최소 3레벨의 플레이어를 내 손으로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1레벨일 때 3레벨 두 놈을 죽였으니 2레벨로 승급된 지금 3레벨을 죽이기는 더 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론즈 티어의 최고 레벨이 10레벨이기 때문에 현재 안전지대에 들어와 있는 플레이어들은 평균 5레벨 전후는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
레벨이 올라가자 확실히 도력이 예전에 비해 상승했다는 것을 몸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1레벨의 차이가 이토록 크니 기를 쓰고 승급을 하려는 것이겠지.’
도롱뇽이 왜 그토록 나를 죽이려고 애썼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1에서 2레벨이 이러할진데 3에서 4레벨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곧바로 자기장의 푸른빛과는 달리 흰색의 거대한 막이 눈앞에 나타나 나는 그것이 안전지대의 경계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저할 것도 없이 곧바로 자동차를 몰고 안으로 진입하고 나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이 안은 자기장은 물론 레드존도 침범을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안전지대인 것이다.
헌데 그 사이 생존자수가 또다시 3명이 줄어 26의 숫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을 보니 이곳도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닌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됐다.
플레이어들은 누구를 죽일 때 가장 잔인하게 죽이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는 자들이다.
물론 나또한 그렇게 교육받았기에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처음 참가해 안전지대로 들어오고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교육원에서 모든걸 배웠다고는 하나 세세한 모든 것을 알려준 것은 아니었고 이런 돌발 상황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되는 대로 행동해야 했다.
‘자동차에서 내려야 할까? 자동차에 타고 있으면 아무래도 상대에게 쉽게 발견되겠지.’
어차피 안전지대 안의 지역은 반경 3백 미터로 줄어들어 있어 더 이상 자동차는 필요 없었다.
또한 이 안에 26명이 모여 있어 차에 있게 된다면 당연히 쉽게 발견될 터다.
혹시 아직 안전지대로 들어서지 못한 플레이어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장이 이제 800여 미터 밖까지 좁혀져 와서 머지않아 모두 들어올 것이었다.
물론 자기장은 안전지대의 경계선에서 멈추어 서게 되어있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말 그대로 내가 죽이지 않으면 죽는 본격적인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곧바로 차에서 내려 그나마 은신하기가 수월한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금부터는 밖에서와 달리 자기장이나 레드존의 위협이 없어 누구와 싸우지 않고 어디 숨어 있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경험치를 얻을 수가 없다.
물론 10위권 안에 든다면 경험치가 주어지겠지만 그건 정말 감나무 아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 또한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내 능력으로 누구를 찾아가 싸움을 건다는 것은 날 죽여 주십쇼 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난 이곳에서 누구와 붙어도 이길 확률은 제로다.’
2레벨인 내가 안전지대까지 왔다는 것만도 정말 대박 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능력은 미미했지만 나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3레벨 한 놈만 죽인 후 나도 죽을 수 있다면 이제 확실한 레벨업이 되는 것이다.
물론 다음 랭크게임에서 아무도 죽이지 못한 채 내가 초장에 죽어 다시 레벨 하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 3레벨 이상인 한 놈만 사살할 수 있다면 다음 게임에는 확실하게 2레벨로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몸으로 느끼기에도 1레벨과 2레벨의 능력 차이는 확실히 느껴져 한번 레벨업을 맛본 플레이어들은 이 레벨업에 중독성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나 또한 지금 단 한 승급에 벌써 중독되는 느낌이 들고 있으니 더 높은 레벨의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내게 있는 아이템이라고 해봐야 왼쪽 주머니에 들어 있는 수류탄과 고대 검이 전부다.
수류탄이야 최후의 순간 어느 놈이 걸리든 체력이 바닥난 놈에게 써먹으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껴야 했고, 고대 검만으로는 강자들을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아 우선은 보물 상자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멀리 건물이 몇 채 보였지만 이 상황에 저런 곳에 간다는 것은 지옥 불에 스스로 뛰어드는 꼴이라 감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이곳도 그리 안전한 곳은 아니었지만 허허벌판에 서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청각과 시각을 최대한 극대화해 경계를 하며 나무 사이를 조심스럽게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맵을 다시 열어보니 안전지대는 300미터에서 멈추어져 있었고 자기장 또한 안전지대를 감싼 채 300미터에서 멈춰져 있었다.
아마도 300미터가 한계선인 모양이다.
헌데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에 머리통만한 조그만 보물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재빨리 다다가 상자를 열어보니 이번에도 권총 한 자루가 들어있었다.
성능은 나중이었고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아이템이건 내게는 소중한 것이라 곧바로 집어 들자 곧 알림음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