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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생존을 위하여 (7/207)



〈 7화 〉생존을 위하여

그나마 원거리 전투라는 것이 내게는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나는 지그재그로 달리며 놈의 조준력을 떨어뜨리며 소총을 발사했지만 역시 재수 없게 한 방이라도 맞는 날이면 골로 가는 것이라, 역시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놈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우선은 놈과 멀어지기로 했다.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굳이 맞서 싸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우선은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안전지대로 향하면서도 놈과는  멀어지려하자 놈은 나를 놔주려고 하지 않고 나와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안전지대로 함께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놈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달아날 수도 없어, 어쩔  없이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거리가 30여 미터로 가까워지자 놈의 레이저는 더욱 내게 위협이 되고 있었다.

타타탕. 타타탕.


나도 응수를 하며 좌측에 나타난 총알 개수를 확인하니 이제 64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총알을 아껴야 했다.
지금 내가 믿을 것은  소총밖에 없는데 총알마저 떨어져 버린다면 나는 정말 끝장나는 것이다.


한동안 놈과 나의 위험한 질주는 계속 이어졌지만 나는 확실하게 놈의 머리통이 보일 때만 간간히 한발씩만 발사했다.


가끔 놈의 차가 휘청대는 것을 보면 가끔씩 머리에 적중하기는 하는 모양이었지만 놈의 레벨은 꽤 높은지 곧바로 다시 공격을 가해왔다.
그러던 한순간 기어이 내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슈슈슉. 츠츠츳.

퍼펑!

쿠당탕탕. 파파파팟.

“크윽.”


레이저가 몸에는 맞지 않았지만 오토바이 바퀴에 맞으며 바퀴가 떨어져 나가 순식간에  몸이 날아올라 저만치 떨어져 나갔다.

150여 키로로 달리던 오토바이에서 떨어져나갔으니 몸이 무사할리 없어 체력바가 순간 110에서 95%로 줄어들어 버렸다.

이대로 놈이 그냥 간다 해도 나는 자기장에 의해 죽을 운명이다.
헌데 달리던 차가 갑자기 반원을 그리며 빙글 돌더니 나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내가 죽지 않은 것을 알고 아마도 경험치에 욕심이 생긴 것이리라.
하긴 지금 상태라면 놈에게 나는 거져 주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나는 재빨리 정신을 추스르고 조금 파인 바닥에 엎드려 총으로 정조준을 하며 다가오는 자동차 앞 유리를 향해 발사했다.


탕탕탕.


쿠장창!


몇 발을 발사하자 차 앞 유리가 박살나 깨져버리며 놈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나는 재빨리 다시 조준을 해서 놈의 머리통을 박살내려고 했다.
하지만 놈은 깨진 앞 유리 쪽으로 총구를 내밀어 내가 은신해 있는 곳으로 연신 레이저를 발사하고 있었다.

“흐음.”


이대로 있다가는 놈의 차에 짓밟히던지 아니면 레이저에 맞아 죽을 판이었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나무들이 곳곳에 있는 것이 포착됐다.

‘저런 장소에는 보물 상자가 있을 확률이 높다. 장소도 이곳보다는 더 안전할 테고.’

이곳에는 아무 장애물이 없어 자동차를 타고 있는 놈의 제물만 될 뿐이다.
차라리 나무들이 있는 저곳이 나에게는 조금이나마  유리한 장소였다.
더군다나 보물 상자라도 있어 혹시라도 소총보다 성능이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놈이 나를 깔아뭉갤 듯 달려오는 것을 보며 나는 지체없이 나무들이 있는 장소로 힘껏 달려가기 시작했다.

슈우욱. 슈슈슛.

파파팟. 퍼퍼퍼퍽.


곧바로 내가 달려 나가는 곳에 레이저가 빗발치듯 날아왔다.
헌데 나무들 근처에 거의 다가갔을  기어코 한발을 옆구리에 스치고 말았다.

[띠링! 체력이 85%로 줄었습니다.]


다행히 스쳤기에 10%만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신수를 소환해 주위를 수색해 보고도 싶었지만 지금의 사신수는 레이저에 한방만 스쳐도 그대로 소멸이라, 그때는 내 체력이 급격히 줄어들어 그럴 수가 없었다.

나무의 둘레가 사람 몸집보다 두꺼워 뒷부분은 살펴볼 수가 없어 할수 없이 몸을 움직이며 찾아보기로 했다.
헌데 내가 나무 뒤에 숨자 놈이 나무 근처까지 차를 몰고 오더니 문을 거칠게 열고 험악한 표정을 지은 채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야, 지구인! 치사하게 도망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지구인들은 모두 겁쟁이들인가! 항상 꼬리를 감추기 바쁘구나, 카카캇!”

전에도 놈은 레벨이 약한 지구인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모양이었다.

슈슉. 슈슈슈.


파팡. 퍼퍼펑.


탕 탕 탕.

놈이 레이저를 쏘며 다가오자 나 또한 나무들 사이를 옮겨 다니며 간간히 소총을 쏘며 위협을 주었지만, 놈은 소총 따위는 겁이 나지 않은 듯 성큼성큼 다가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헌데 내가 다섯 번째 나무를  때 기어이 그리 크지 않은 보물 상자가 나무 뒤편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그쪽으로 이동해 놈에게 총을 한번 갈긴 후 상자를 열어 무작정 안에 들어 있는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띠링! 고성능 수류탄을 획득하였습니다.]


수류탄이라면 꽤 괜찮은 아이템이다.

‘좋았어.’

나는 수류탄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할  아무 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그것을 좌측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사이 놈은 어느새 나무들 사이로 들어와 나에게 더욱 가까워져 있었다.
놈과 가까워질수록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더욱 멀어지기 위해 계속 총격을 가하며 놈에게서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자기장이 들이닥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허무하게 놈에게 죽임을 당할 수는 없었다.
한동안 놈을 피해 나무들 사이로 옮겨 다니기를 얼마 후 근처에서 다시  하나의 보물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이 놈은 혼자 계속 지껄여 대며 레이저를 쏴내고 있었지만 나무 뒤로 옮겨 다니는 나를 맞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나무들 사이로 들어와 사방을 둘러보며 후퇴하고 있으니 놈에게 돌아갈 보물 상자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재빨리 새로 발견한 상자로 가서 뚜껑을 여니 그 안에는 일반 권총과는 확연히 다른 무척 세련된 모양의 권총이 한 자루 들어 있었다.


[띠링! 50% 충전된 레이저 권총을 획득하였습니다.]


레이저라는 소리에 지금껏 놈으로 인해 어두워져있던 내 인상이 조금은 펴질  있었다.
비록 놈이 들고 있는 큼지막한 레이저건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놈에게 비빌만 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1%에 한발이니 50%면 50발을 쏠 수 있었다.


‘아무리 레이저 건이라도 한계가 있겠지.’

나는 놈의 레이저 피가 전부 떨어지기를 유도하기 위해 들고 있던 소총으로 다가오는 놈을 향해 무자비하게 갈기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타탕. 탕탕탕탕.


내가 조준해서 소총을 갈기자 놈의 몸에 몇 발이 맞아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놈은 역시 레벨이 높아 체력이 미미하게 떨어지는지 곧바로 킬킬거리며 계속 레이저를 쏘며 다가오고 있었다.

헌데 내가 소총의 총알이 다 떨어졌을 즈음 놈도 기어이 화력이 다했는지 레이저 건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됐다.’

나또한 재빨리 소총을 집어던지고 오른 손에 레이저 권총을 바꿔 잡았다.
놈은 내가 레이저 총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지금껏 소총만 쏴댔으니 당연히 내가 레이저 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을 터다.


놈은 내가 총알이 전부 떨어진 줄 알았는지 이제는 거리낌 없이 나에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슈슈슉. 슈슈슉.


“크으으.”


내가 조준해서 발사한 레이저가 놈의 옆구리와 가슴에 한발씩 맞으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하지만 역시 놈의 레벨은 무척 높은  곧바로 벌떡 일어나더니 한손을 허공에 뻗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놈이 꺼낸 것은 마치 오래전 검투사들이 사용하던 원형방패와 같은 것이었다.
내가 개의치 않고 놈에게 레이저를 발사하니 놈이 방패로 자신의 상체를 가렸다.

피슝. 피피핏.


헌데 내가 쏜 레이저가 놈의 방패에 맞자 그대로 흡수되듯 순식간에 레이저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번을 더 쏘아봤지만 모두 마찬가지라 나도 모르게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레이저가 통하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고성능 수류탄을 던져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레이저가 통하지 않는 방패로 가린다면 수류탄도 방패를 뚫지 못한다고 봐야했다.

할  없이 나는 상체만 가리고 있는 놈의 하체,  다리만을 겨냥해 연속해서 발사했다.


“크윽.”


다리에 맞자 역시 놈은 일반 소총과는 다르게 체력바가 급격히 떨어지는지 곧바로 자리에 주저 않았다.
좌측에 권총의 퍼센티지를 보니 어느새 15%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15발안에 놈을 사살해야했다.

다른 방법은 없어 계속 다리를 겨냥하며 15발안에 놈의 체력바가 다하기를 고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계속해서 발사하자 놈은 잠시 주저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며 이번에는 방패로 하체를 가리며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옳다구나 생각하고 놈의 상체를 향해 총을 쏘니 놈이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갑자기 방패를 들고 있는 손이 아닌 오른 손을 들어 레이저를 막는 것이 아닌가.


티팅. 팅팅.


헌데 들어 올린 놈의 주먹을 보니 도룡농과 비슷한 생김새대로 검붉은 가죽의 두터운 손마디가 세 마디였는데, 보통 크기의 최소 5배는 되어 보였다.
자기 머리통만한 주먹으로 레이저를 방어하자 레이저는 놈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이었다.


‘놈의 능력이 저것이군.’

내가 도사의 능력이 있듯 놈은 저 능력을 랜덤으로 지정받은 모양이었다.
한눈에 봐도 놈의 오른팔은 커져 있기도 했지만 가죽이 다른 곳에 비해 무척 반들거리고 있었다.


슈슉. 츠츳.


몇 발을 더 쏘아봤지만 역시 놈은 큼지막해진 팔로 몸체를 가린 채 레이저를 튕겨내고 있었다.


‘이를 어쩐다.’


이제 레이저도 소용없었다.
어차피 이제 두발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놈을 두고 뒤돌아서 도망친다면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몰라, 나는 두발 남은 레이저총은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재빨리 얼마 전 획득한 고대 검을 꺼내들고 놈에게 돌진했다.

슈앗.

카캉.


비록 지금 내 능력의 30%만이 더해진 희미한 오러였지만 벽돌도 자연스럽게 뚫고 들어간 위력이다.
헌데 다가가 휘두른 놈의 주먹과 부딪친 검이 그깟 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것이었다.
놈은 지금껏 내 소총에 맞고 레이저도 상체와 다리에 몇 군데 맞았기 때문에 회복 포션을 먹지 않은 이상 이제 체력바가 많이 줄어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큰거 한방이면 분명 놈을 잡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치명적 한방이 절실했지만 놈의 레벨과 나와는 차원이 다른 듯 놈의 움직임을 나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꽈꽝.

“크웃!”

[띠링 체력이 75%로 줄었습니다.]

비록 정통으로 맞은 것은 아닌 어깨를 스친 정도였지만 그 엄청난 힘은 내 체력을 10%나 떨어뜨려놓았다.


‘만약 저 주먹에 정통으로 맞는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끝장이다.

놈의 공격은 무자비하게 이어져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놈 또한 나처럼 초조한 빛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자기장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놈이다.
솔직히 나를 죽여 봐야 경험치 10밖에 되지 않는데 이처럼 기를 쓰고 잡으려는 것은 보면, 혹시 놈은 다음 레벨 승급의 경험치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장의 위험을 무릎 쓰고 이렇게 경험치가 적은 나에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레벨업을 한  더 강해져서 안전지대로 들어가야 다음 놈을 사살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안전지대에는 이제 거의 강자들만이 들어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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