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생존을 위하여
잠깐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엘프의 상의는 모두 벗겨져 뽀얀 젖가슴이 환한 대낮에 여과 없이 드러났다.
엘프는 단검마저 없어 겁에 질린 모습으로 앞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드워프는 왼손으로 도끼를 쳐든 채 머리를 내리 찍으려는 시늉을 하며 협박했다.
“반항을 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널 죽여주겠다.”
놈의 말에 겁을 먹었는지 엘프는 가리려던 두 팔을 다시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엘프의 양손이 다시 내려가자 놈의 한손이 희고 보드라운 탄력적인 한쪽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주물럭 주물럭.
양쪽 가슴이 번갈아가며 희롱 당하자 금발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엘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지 그녀의 눈가가 반짝인 듯 했다.
잠시 가슴을 주물럭거리던 놈은 양이 차지 않는지 곧바로 가슴에서 손을 떼더니 갑자기 아래로 내려가 바지를 잡아 찢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프는 도끼가 자신의 위에 쳐들려 있어 겁을 먹고 눈물을 흘린 채 굳은 듯 그대로 있기만 했다.
얼마 후 바지마저 모두 찢어지자 이제 음부를 가리고 있는 자그만 흰색 속옷만이 남게 되어 그녀는 두 다리를 잔뜩 오므리고 있었다.
놈은 엘프의 겁먹은 표정을 보며 마치 그 모습을 즐기듯 더욱 음침한 표정으로 속옷에 손을 대고 잡아 뜯으려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타타타탕. 탕탕탕탕!
한순간 수십 발의 총성과 함께 드워프의 온몸이 벌집이 되며 앨프의 몸 위에서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물론 이 총은 내가 발사한 것이었다.
놈의 경계심이 최대한 느슨해져 있을 때 발사한 것이 주효했다.
만약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놈이 알아채고 경계를 했다면 이렇게 쉽게 놈에게 총알을 먹일 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10여발의 총알을 맞았는데도 놈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도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타타타탕. 탕탕탕!
나는 숨어 있던 언덕에서 일어나 놈에게 마주 다가가며 계속 총질을 했다.
그러던 한순간 드디어 놈의 몸체가 유리알처럼 산산이 부서지더니 반짝 빛나며 마침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내게 드워프가 죽자 엘프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지만 이내 자신의 앞일이 생각났는지 곧바로 다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마도 내가 자신을 강간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내가 총으로 그녀를 겨룬 채 앞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속옷만 남은 두 다리를 바싹 오므리며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굳이 강간할 마음은 없었기에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널 강간할 마음이 지금은 없으니 안심해라.”
내 말에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 같아서는 아름다운 엘프를 강간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다.
벌써 자기장이 바로 근처까지 좁혀져 왔을 것을 생각하니 여기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건물 안에서 보물 상자를 획득했나?”
“아니. 건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드워프가 나타났어.”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거 다행이군.”
말을 마치고 나는 그녀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고 바로 발사했다.
타타타탕.
몇발 발사하지 않아 그녀의 몸이 부서지며 반짝 하고 허공중에 사라졌다.
순간 이미 사라진 드워프가 있던 자리와 방금 죽은 엘프자리에 보물상자 하나씩이 생성됐다.
상대를 사살하고 나면 지니고 있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드워프의 보물상자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고 엘프의 상자 안에는 내게는 가치없는 일반 단검 한자루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별거 없군.'
상자를 확인한 나는 미련 없이 건물로 들어가 곧바로 수색을 해 보물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보니 주먹만한 보라색 병이 눈에 들어왔다.
[띠링! 40% 체력 회복 포션을 획득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정말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곧바로 뚜껑을 열어 포션을 단숨에 들이키니 다시 머릿속에서 울림이 전해져왔다.
[띠링! 체력이 110%로 상승하였습니다.]
전에 70%로 줄었던 체력이 100%를 지나 있었다.
포션을 마시고 체력이 급증하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시간이 없었기에 드워프와 엘프로 인해 얻은 경험치가 몇 점인지는 안전지대로 향하며 확인해보기로하고 곧바로 오토바이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부르르르. 부르르릉.
다행히 오토바이의 시동이 다시 걸려 안도의 한숨을 쉬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안전지대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맵.’
자기장과 안전지대의 위치를 확인하려 맵을 여니 자기장은 벌써 850미터까지 접근해 있었다.
‘큰일날뻔 했군.’
단 5분만 지났어도 자기장에 노출될 뻔 했다.
자기장의 영역 안에 들어간다면 지금 1레벨의 능력인 내 체력은 아무리 100%가 넘는다 해도 단 2분을 버티기 힘들만큼 빠르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것을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레벨에 따른 자기장의 산술은 교육원에서 이미 교육받은 바다.
오토바이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만약 오토바이 없이 달려서 벗어나려했다면 쉼 없이 계속 달려야할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게 계속 달린다면 자기장을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여유가 없어 항상 불안했을 것이고, 만약 그때 이동 수단을 지니고 있는 플레이어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백퍼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안전지대까지는 이제 42킬로가 남아 있었다.
안전지대는 처음 방원 15킬로로 시작해서 이제는 7킬로로 줄어들어 있었다.
생존자수 또한 어느새 48명으로 줄어 있었다.
자기장과 안전지대가 줄어들수록 생존자 숫자가 더욱 급격히 줄어들 것은 당연했다.
골드티어인 교관들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 랭크게임에 참가해서 50위안에 든다는 것은 정말 꿈과 같은 일로, 운과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보통 첫 상대에게 죽어나가는 플레이어들이 허다하고 8-90위 안에만 들어도 성공하는 것이라 했다.
물론 8-90위로 지구에 귀환한다면 다른 플레이어를 사살했다 치더라도 경험치 삭감이 있어 그대로 다시 경험치 0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 몇 달 동안 경험치 0/100을 벗어나지 못하는 브론즈 티어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나는 운이 상당히 좋은 편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제일 궁금한 상태창을 곧바로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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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1
경험 : 70/100
능력치 P: 도력 : Lv 1
특수능력 P : 도술 : Lv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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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가 순식간에 70으로 올라가 있었다.
계산해보니 엘프가 2레벨이고 드워프가 3레벨인 모양이었다.
이제 경험치 30점만 더 채우면 레벨업을 할 수 있다.
‘3레벨 한 놈만 죽일 수 있다면 레벨업이다.’
10위안에 들지 못하면 경험치가 삭감 된다지만 지금 내 순위가 48위니 지금 죽어 지구로 귀환한다고 해도 48점만 삭감되어 첫 랭크게임에서 경험치를 획득한 채로 귀환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욕심이 더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왕이면 레벨업까지 한 상태에서 지구로 귀환하고 싶었다.
물론 10위권에 든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다만 경험치 삭감이 된 상태에서도 레벨업을 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동료들이 무척 놀라겠군. 아니 교육원에서 전설이 될 수도 있겠지.’
처음 게임에 참가해서 레벨업을 한다면 그건 정말 전설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껏 몇 만년 동안 첫 랭크게임에서 레벨업을 한 플레이어들은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만약 내가 레벨업을 하면 난 그 백명 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좋아, 한번 해보는 거다.’
얼마 되지 않은 실전경험이었지만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또한 지금까지 운이 잘 따라준 것이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방금 전 사살한 드워프와 엘프는 정말 거져먹은 경험치나 마찬가지다.
첫 랭크게임에 참가해서 레벨을 올린 100여명의 전설들 중 지금까지도 꾸준히 티어가 오르거나, 아니면 이미 귀족인 다이어 티어 이상 되는 플레이어들이 있기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중급 티어에서 머물거나 몇몇은 10년 안에 골드 티어로 승급하지 못하고 도태된 자들도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첫 게임에서 레벨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정말 운이 많이 따라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나 첫 게임에서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남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자질이 뛰어난 것임은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은 어떻든 첫 게임 그 자체 결과만을 따져 전설로 인정해 주는 것이었고.
아무리 운이 따라준 것이라 해도 그 운 또한 어느 정도 능력의 일부로 치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얼마 후 맵을 다시한번 확인해보니 이제 안전지대까지는 26킬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첫 게임에서 안전지대로 들어선다는 것 자체도 무척 힘든 일로, 이 또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전지대로 들어선다고 해도 문제군.’
이제 반경 4킬로로 좁혀진 상태이고 그 반경은 더욱 줄어들어 얼마 후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선다면 정말 끊임없이 전투를 치러야 할 판이다.
안전지대 밖에서 이미 레벨이 낮은 약자들은 거의 걸러지고 레벨이 상위급인 플레이어들만이 살아남아 안으로 진입했을 것은 당연했다.
때문에 그 안에서 운이 따라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한마디로 1레벨인 내가 안전지대로 진입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했다.
‘죽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지 경험치를 더 획득해야 한다.’
물론 등수에 따라 삭감되는 경험치까지 더해서 올려야 2레벨로 올라갈 수 있다.
생존자수는 이제 41명.
그렇다면 41점 삭감이니 지금 경험치가 70/100, 최소 71점을 더 확보한 후 죽어야 2레벨이 된다.
‘죽기 전에 경험치 100을 채우기가 쉽지 않겠군.’
솔직히 이제 다른 플레이어를 만난다면 변수가 없는 한 나는 죽어야 할 몸이다.
설사 나와 같은 1레벨이 있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해도 그 플레이어를 7명 이상 사살해야한다.
시작의 섬에서 훑어본 플레리어들 중 짐작이었지만 1레벨은 있지도 않았었고 설사 있었다고 해도 아직까지 살아 남았을리 만무했다.
결론은 결국 여기서 끝나야 하는가다.
‘그럴 수는 없지.’
마음먹은 바가 있었기에 이대로 쉽게 죽을 수는 없다.
비록 모든 면에서 모자라기는 했지만 당연히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어느덧 안전지대까지는 4키로 남짓 남았고 자기장도 더욱 빨리 좁혀져와 최고 속도로 달려왔건만 그사이 3킬로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헌데 한참을 잘 달리고 있던 그때 갑자기 하얀 불빛이 나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연달아서 말이다.
슈슈슉. 슈슈슉.
퍼퍼펑. 파파팟.
하얀빛이 맞은 땅바닥은 총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움푹 파이고 있었다.
‘레이저 총.’
순간 일반게임에서 경험했던 기억이 퍼뜩 떠올랐다.
바로 그때 내 우측 50여 미터 지점에서 오토바이와는 다른 소음이 들려오며, 나와 대각선 방향으로 평행을 이루며 달리는 물체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왔다.
‘자동차다.’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또한 땅바닥에서 허공 30여센티 정도 떠서 달리며, 운전석에서 나를 향해 무자비하게 레이저 총을 발사하는 플레이어가 언뜻 보였다.
고개를 돌려 다시 확인해 보니 놈은 시작의 섬에서 보았던 이족보행의 도롱뇽이었다.
놈의 공격에 내가 곧바로 지그재그로 달리자 그나마 간신히 버틸 수 있었지만, 레이저에 한방이라도 맞는다면 바로 죽지는 않겠지만 오토바이가 폭발하거나 망가져, 빠른 속도로 좁혀드는 자기장에 의해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타타타탕. 타타탕.
곧바로 나도 응수를 했지만 역시 레이저에 비해 소총의 위력은 한없이 초라해 보여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동차에 소총이 맞는다고 해도 별 이상은 없을 것이고 운전석에 삐죽 튀어나온 머리통을 맞춰야 그나마 놈의 체력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반면 나는 놈의 레이저에 한방이라도 맞는 날에는 그것으로 끝이라고 볼 수 있어 내가 무척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