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녹색의 섬 애란갤
그들은 너무도 먼 우주 저편에 있어서 영혼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이다.
대충 훑어봤던 자들을 다시한번 눈빛을 빛내며 세세하게 훑어보다가 강자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덩치만 거대하다고 해서 강자들은 절대 아니다.
‘눈빛이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했었지.’
교육원에서 알려준 대로라면 대충 6명 정도가 남들과는 다르게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아마도 그자들은 경험도 경험이겠지만 레벨이 상당한 자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움직이는 자들 중에 6명이 내 눈에 띄었다면 확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자들 중에서도 최소 1-2 명 정도는 강자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강자들이라고 생각한 자들은 내 느낌과 본능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으로 절대 확실한 것은 아니다.
교육시절 일반 게임을 돌렸을 때 레벨 1-10까지 모두 싸워본 경험은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나로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1레벨에게 총을 한발 쏘아 죽일 수 있다면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총알을 박아 넣어야 죽일 수 있었다.
나는 1레벨이니 상대 총알이 내 몸에 한발 박히면 끝장나는 것이니 당연히 내가 불리 할 수밖에.
하지만 운 좋게도 강력한 아이템을 득템한다면 설사 10레벨이라도 내가 이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헌데 그런 아이템을 득템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시간이 흘러 26명의 움직이지 않던 육체도 차례대로 영혼이 들어와 잠시 후에는 100명이 모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서로를 견제하듯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아무리 레벨이 높고 경험이 많은 플레이어들이라고 해도 한번 겨루고 나면 다음 맵에서 또 만날 확률은 극히 적었다.
특히 실버티어 쪽은 더 그랬다.
10년 안에 실버티어를 벗어나 골드티어에 오르지 못하면 죽임을 당했기에 실버티어들끼리는 특히나 한번 만난 플레이어를 다시 만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아예 가망성이 없었다.
하지만 골드티어 이상 되면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은 전에 만났던 플레이어들을 본다는 것이 교관들의 말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브론즈 티어로 경험이나 랭크게임에 참가한 휫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플레이어들이었기 때문에 서로가 한번이라도 마주한 플레이어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지금 플레이어들은 서로를 관찰하며 누가 강자인지를 가늠하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내가 강자로 비춰진다면 되도록 그들이 나를 피할 것이기에, 나는 될 수 있으면 여유로운 척 또는 강자인척 연기 아닌 연기를 해야 했다.
물론 연기라고 해봐야 경험 많은 플레이어로 보이려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헌데 100명의 영혼이 육체에 모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섬 한쪽이 환해지며 그곳에 그리 크지 않은 오색의 구멍이 생성됐다.
슈슈슉.. 슈욱.. 슉슉슉.
생성된 구멍 안에는 마치 자석이라도 달린 듯 나를 비롯한 100명이 순간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구멍 안으로 들어서자 발바닥이 마치 구름을 밟고 있는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너무도 환한 빛에 눈을 뜰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말았다.
잠시 후 발바닥에 딱딱한 무엇인가가 느껴져 눈을 떠보니 밝은 빛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여긴 어디지..?’
곧바로 여기가 어디지 라는 쓸데없는 내 자신의 물음에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 랭크게임에 들어서니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긴장된 모양이다.
한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고 땅덩어리는 바다를 따라 둥근 것으로 보아 이곳은 섬이 분명했다.
그것도 녹색의 푸르른 초원.
나무들도 틈틈이 보였고 부서진 집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특이한 점은 산이나 숲이 없이 그저 푸르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뿐.
이건 일반게임에서도 가끔 볼 수 있었던 광경이라 그리 낮설지는 않았다.
‘시작해 볼까.’
지니고 있는 아이템이 하나도 없었기에 우선은 보물 상자부터 찾는게 급선무다.
현재 랭크게임에서 득템한 아이템은 모두 현재 맵에서만 사용 가능했고, 내가 죽어 지구로 돌아가면 다시는 그것들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1등을 해서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것은 나뿐 아니라 누구나가 모두 동일한 조건이었기에 불만이 있을 리 없었다.
또한 어느 맵에 도착하든지 인벤토리가 자동으로 주어져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하고자 하는 득템한 아이템은 그곳에 저장해 놓을 수도 있었다.
인벤토리 또한 현재의 맵을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고, 지구로 돌아가거나 다음 맵에서는 저장한 아이템은 모두 사라져 초기화가 되어 버린다.
곧바로 우측 허공에 자그마한 반투명한 창이 생성되며 생존자수라는 글자와 함께 10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었다. 그리고 허리쯤에 역시 체력바라는 글자와 100%라는 반투명한 창이 생성됐다.
이제 내가 서있는 위치와 자기장 그리고 안전지대를 확인하고 레드존이 혹시 생성돼 있는지 또한 확인해야했다.
‘맵.’
마음속으로 맵이라고 외치자 곧바로 눈앞에 이 섬의 지도가 나타나며 반경 124킬로의 섬 전체를 둘러싼 거대한 둥근 푸른색 띠가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자기장으로 이 띠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좁혀진다.
만약 줄어드는 이 자기장 밖에 내가 있게 된다면 내 체력바는 급격히 줄어들어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섬 전체를 둘러싼 이 자기장 안에 반경 15킬로의 하얀색 둥근 띠가 동남쪽에 표시되어 있는데, 이 하얀 띠는 안전지대로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안전지대 역시 자기장과 함께 서서히 그 반경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맵에 모인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결국 줄어든 안전지대 내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반경이 붉은 색으로 표시되는 폭격지대인 레드존은 아직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누구라도 레드존 안에 있다면 최대한 빨리 그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발아래 안전지대로 가는 화살표 방향이 역시 반투명하게 나타나 나는 곧바로 화살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와 안전지대와의 거리는 86,3킬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었다.
저 멀리 집이 한 채 보여 나는 우선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교관의 말로는 집이나 나무근처 또는 부서진 건물 등에 보물 상자가 있을 확률이 제일 높다고 했다.
이 넓은 맵 안의 외곽지역에 100명이 퍼져있을 테니 현재는 서로 마주칠 확률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혹시라도 짧은 시간 내에 아이템을 획득한 플레이어가 근처에 없다고도 장담을 할 수 없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주위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이 없어도 지니고 있는 능력치나 특수 능력의 힘으로 아이템을 지니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제압할 수 있다.
맵에서 득템한 아이템만이 죽어 각자의 행성으로 영혼이 돌아갈 때 모두 초기화 될 뿐, 한번 올린 레벨에서 얻어진 능력치와 특수 능력은 각자의 행성으로 돌아가도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이다.
집이 있는 곳은 화살표 방향과 조금 어긋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곧바로 집 쪽으로 걸어가자 화살표는 안전지대가 위치한 대각선 방향으로 꺾여 졌다.
잠시 후 집 밖에서 청력을 기울여 벽에 귀를 대봐도 안에서는 역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삐그덕.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폐가 안에는 방이 여러개 있어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각 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이 집을 누군가 발견하고 오기 전에 재빨리 수색을 마치고 나가야 했다.
만약 지금 상태에서 레벨이 높거나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득템한 플레이어를 만난다면 나는 한 점의 경험치도 획득하지 못한 채 죽어 지구로 귀환할 확률이 높았다.
내가 비록 교육원에서 상위의 성적으로 교육을 이수 받고 졸업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벨 1에서의 교육생 중에서일 뿐이다.
지금 이곳에는 최고 10레벨의 브론즈 플레이어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록 1레벨의 도력과 도술이었지만 나는 그 두가지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 제법 많은 방을 차례대로 수색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도력이란 마나나 내공 같은 무형의 힘이었고 도술은 마법과 같은 종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 번째 방을 거쳐 네 번째 방을 들어서자 한쪽 구석에 그리 크지 않은 나무 상자 하나가 보였다.
‘드디어 찾았다!’
랭크게임에서 최초로 찾은 보물 상자다.
뭐든지 처음은 설레고 긴장돼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곧바로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한손으로 들고 다니기 편한 석궁이 하나 들어 있었다.
석궁이라면 그리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석궁이 여기 있다면 화살도 이 근방 어디에 있을 터.
[띠링! 석궁을 획득했습니다.]
석궁을 집어 들자 곧바로 머릿속에서 알림 음이 전달됐다.
다시 다른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지만 6번째 방까지는 화살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방에도 없다면 다시 안전지대가 있는 화살표 방향을 따라가며 다른 곳을 수색해봐야 했다.
헌데 운이 좋았는지 7번째 마지막 방에 다시 보물 상자하나가 발견됐다.
곧바로 열어보니 역시 화살이 5개 들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었다.
적을 상대할 아이템이 없을 때보다 석궁과 화살을 획득하고 나자 확실히 심리적으로 조금이나마 안정이 됐다.
화살 하나는 석궁에 재빨리 장전하고 나머지 4발은 곧바로 인베토리에 집어넣었다.
이제 이 집에서는 더 이상 볼일이 없어 집을 빠져나와 다시 화살표가 표시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우측 허공에 조그맣게 표시된 생존자 수가 갑자기 98로 줄어들었다.
그 사이 2명이 사살된 것이다.
생존자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주위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그때.
탕! 탕!
‘이크.’
갑자기 총성소리가 들려오며 내 옆 땅에 총알이 두발 박혀 살짝 파인게 보였다.
재빨리 그 자리에 엎드려 주위를 살펴보니 과연 그리 멀지않은 나무 사이에 한 놈의 머리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총소리를 들어보니 권총이군.’
총소리가 그리 크지 않고 한발씩 두발만 날아온 것을 보니 권총이 틀림없었지만 확실히 내가 가진 석궁보다는 사거리나 위력 면에서 상위 아이템이었다.
이 거리에서는 놈을 처치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더 가까이 다가서야 했다.
‘좋아,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다.’
레벨 1에 경험치가 0이니 지금 죽는다고 해도 솔직히 더 떨어질 곳도 없었다.
이 랭크게임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면 적을 사살해서 얻어진 경험치와는 무관하게 따로 보너스경험치가 등수에 따라 주어진다.
또한 1위를 한 플레이어에게는 레벨업과 상관없이 능력치와 특수능력이 1레벨 올라가는 보상이 주어진다.
물론 11위부터 100위까지는 등수에 따라 경험치가 깎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것은 브론즈 티어뿐 아니라 모든 티어들이 동일하게 적용됐다.
처음부터 10위안에 든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했다. 아니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처음 랭크게임에 참가한 것이니 실전 감각을 익힌다는 경험만으로 만족해야 할 판이다.
나무 뒤에 숨은 놈도 권총만을 사용하며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레벨이 그렇게 높은 놈은 아니라 생각했다.
레벨이 높았다면 꼭 아이템만을 사용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까지 함께 사용했을 것이 분명했다.
교육원에서 이수한 교육을 최대한 숙지하며 나는 석궁의 사거리를 좁히기 위해 낮은 포복으로 놈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