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녹색의 섬 애란갤
25년간 모든 교육을 수료하고 내 보금자리를 보급 받은 나는 이제부터 처절한 전투를 끊임없이 치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잠시 교육원에서 수료 받은 전체적인 기본 교육 과정을 다시 되새겨본다.
무술은 기본이고 아이템 획득과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저격 탈출 회피 살인 고문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나는 남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성적으로 이수 받았다.
아니, 그 정도라면 남들보다 오히려 조금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편이다.
교육 과정 중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역시 전투 경험이었다.
25살이 되기 전까지는 실전 게임을 할 수 없어, 지구에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뮬레이션 가상현실 게임을 18살 때부터 교육생들에게 실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수련을 시켜주었다.
한마디로 명명하자면 랭크게임은 매주 수요일에 티어를 올릴 수 있는 실전게임이었고, 일반 게임은 실전을 대비한 지구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물론 일반 게임은 지구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수요일에 랭크게임이 끝나 모자란 부분을 수련이 하고 싶다면 돈을 주고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
처음 일반 게임을 돌렸을 때 나는 평균 C+가 나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등급이 올라 교육을 완전히 이수받은 25살에는 A-등급을 받아 남들보다 조금은 우월한 자질을 인정받았다.
[최 준수, 넌 자질이 있어 보인다.]
여러 과목의 교관들이 내게 한 말이었다.
교관들은 모두 골드티어들로 그들 역시 예외 없이 링크게임에 참가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오래전 지구가 나라대 나라로 이익을 추구하고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면 현 시대는 행성간의 자존심 싸움이 무척 심해 서로간에 대립하는 행성들도 더러 있었다.
물론 지구의 챌린저들끼리도 대립이 있어 어느 지역에서 더 높은 티어 급이 나오는지 경쟁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역시 행성간의 대립보다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잠시 고되고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교육 과정을 되새겨본 나는 교육원에서 동료들과의 추억 또한 잠시 회상해 본 후, 가이드라인에 나오지 않는 내 생명과 직결된 철칙과도 같은 하나의 법칙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지금 전 우주에는 최강의 플레이어들인 만명의 챌린저들이 행성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중 지구에는 5명의 챌린저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순위에 따라 현재 지구의 영토를 분배해 지배하고 있는 상태다.
우주의 모든 지적 생명체가 늙지도 병들지도 않아 인구수가 폭발적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10년 이내에 20레벨인 실버 티어를 벗어나 골드 티어에 진입하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각 지역을 다스리는 챌린저들의 명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으로 인해 각 행성의 인구가 과하게 넘치지 않는 이유다.
또한 아무리 챌린저들이라고 해도 그들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챌린저들끼리 겨루는 맵에서 지구의 시간대로 매주 수요일 마다 전투를 계속 벌인다.
때문에 계속 패하는 챌린저는 그 아래의 계속 승리하는 마스터와 랭킹이 바뀔 수도 있다.
한마디로 10,000위의 챌린저가 계속 패해 레벨이 내려가면 10,001위의 마스터와 지위가 뒤바뀌는 방식이다.
그것은 최하위인 브론즈부터 챌린저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그 누구도 거역 할 수 없는 철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지금 지구에서 최하위 계층인 천민이다.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 서버이벌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계층이었다.
당연히 현재 챌린저 티어들도 처음에는 천민부터 시작했었다.
정리해보자면 브론즈와 실버티어까지는 최하위층인 천민의 신분이었고 골드와 플레티넘은 평민이다. 그리고 다이아 티어가 상위층이었고 마스터가 최상위 귀족, 마지막으로 챌린저가 황제급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같은 티어 급이라 해도 레벨에 따라서 자기들끼리 또 다시 상하 구분이 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우주에서는 티어가 곧 계급이었고 그 힘의 차이는 어머 어마 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나는 천민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하기에 따라 신분 상승을 꿈꿀 수도 있어 그 점만은 마음에 들었다.
당연하게도 그 신분 상승은 서바이벌을 통해 레벨을 올려 티어의 등급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재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신분 상승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 지금의 이 세상이다.
물론 경쟁이 너무 심해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같이 교육받은 동료들 중에도 10년 후에 실버 티어를 벗어나지 못해 죽임을 당하는 동료들은 분명 생겨날 것이다. 당연히 그들 중에 내가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법칙은 계속해서 강해지지 않으면 죽으라는 뜻이다.
‘그럴 수는 없지.’
마음속으로는 계속 천민 계층에 머물다가 10년 뒤에 도태되어 죽을 수는 없다고 다잡았지만, 그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죽지 않으려면 최소 실버 티어인 20레벨은 넘어서야 한다.
보통은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밑에서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물론 이 게임을 클리어 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가이드라인에도 나와 있듯 챌린저 중에서도 랭킹 1위를 100년간 꾸준히 유지한다면 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이 게임을 창조한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무언가 엄청난 보상 또한 받게 된다는 것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몇 만년 동안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정말 불가능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꿈과 같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실버 티어만 넘어서도 우선은 안심이 될 텐데. 아니 더욱 확실한 생존을 위해서라면 10년 후에는 최소한 골드 티어 상위 레벨까지는 도달해야겠지.’
내일이 수요일이기 때문에 이제 정식 플레이어가 되어 첫 서바이벌을 치러야 한다.
내일 정오가 되면 전 우주의 시간이 멈추고 모든 지적 생명체가 랜덤으로 각자 티어에 속한 맵으로 소환 되어 겨루게 된다.
긴장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만 어차피 그것은 겪어야 될 일이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안정됐다.
어느덧 날도 저물고 시간이 늦어져 곧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이룰 수 없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
그래도 새벽에 잠은 들었나보다.
비록 설 잠이었지만 잠깐이나마 잠을 잤더니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았다.
늦게 잔 덕분에 눈을 뜨니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 있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드디어 내 생애 첫 게임이 시작 되겠군.’
첫 게임에서 레벨을 어느 정도 올릴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같은 브론즈끼리 싸운다지만 나는 지금 최하위중에서도 가장 낮은 1레벨이었다.
‘나와 같은 초짜 플레이어들이 많은 맵으로 배정을 받는다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지.’
바램은 그랬지만 말 그대로 그건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다.
1-10 레벨인 브론즈 티어에 속한 전 우주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랜덤으로 수백만개의 각 맵에 소환되기 때문에, 100명중 한명이라도 나와 같은 초짜플레이어들이 내가 소환된 맵에 나타날 확률은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굳이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브론즈 티어 정도라면 어떤 아이템을 득템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충분히 바뀔 수도 있는, 말 그대로 최하위 플레이어들이 브론즈 티어다.
더군다나 나는 일반게임에서도 상위등급을 받을 정도로 우수해 자신감에서만큼은 경험자들 못지않았다.
침대에서 눈을 뜨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우선 식사부터 챙겨먹었다.
식사를 하고 나자 이제 정오가 거의 가까워져 어차피 밖에 있으나 집안에 있으나 마찬가지라, 다른 사람들은 어찌하고 있나 알아도 볼 겸 밖으로 나왔다.
거리와 건물에는 사람들이 즐비했고 모두들 평상시처럼 행동하고 있어, 그들 모두는 이미 링크게임에 적응되어 평소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긴장과 설레는 마음으로 거리를 둘러보며 걷기를 얼마 후.
번쩍.
시간이 되니 한순간 마치 태양이 폭발한 듯 온 세상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며 시간이 정지되어, 모든 생명체는 물론 도로 위를 떠다니는 자동차마저도 그대로 굳은 듯 멈춰서 버렸다.
물론 나 역시 걷다가 한발은 허공에 들려진 채 내 영혼은 육체를 떠나 쏜살같이 허공에 열린 빛의 통로로 빨려들듯 쏘아져 나갔다.
하공에 갑자기 생성된 오색의 거대한 통로는 모두 7개로 방원이 족히 수백 킬로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그 통로는 각 티어에 속한 플레이어들의 영혼이 각자의 티어에 따라 통로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헌데 내가 빨려 들어가는 거대한 빛의 통로에는 다른 6개의 통로보다 훨씬 많은 흐릿한 영혼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브론즈 티어가 다른 티어에 비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리라.
헌데 한참을 빨려들어 가던 나는 거대한 통로의 끝에 또다시 생성된, 셀 수도 없을 만치 많은 작은 빛의 통로 중 한곳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 수많은 통로는 랜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한순간 머릿속에 스쳤다.
작은 빛의 구멍으로 쏘아져가기를 얼마 후.
드디어 오색찬란한 작은 구멍에서 빠져나오자 저 멀리 바다위에 그리 크지 않은 섬이, 허공에 떠 있는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이 아마도 전 우주에서 100명의 브론즈 티어들이 랜덤으로 모이는 시작의 섬이겠지.’
시작의 섬은 100명의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겨루어야 할 맵으로 가기 전에 확인을 하는 섬으로, 이곳에서 100명이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물론 전 우주의 브론즈 티어들은 셀 수 없이 많았기에 시작의 섬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곧바로 내 영혼은 섬 한곳에 정지해 있는 육체로 이동해 그 육체에 전이됐다.
영혼이 들어간 육체는 과연 교육원에서 말한 대로 지구에 있는 내 육체와 동일한 인물이었다.
‘으음.’
영혼이 흡수되자 이제 육체는 내 의지대로 움직여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희한하게 생긴 수많은 종족들이 눈에 띄었다.
아직 움직이지 않는 육체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나는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제법 빨리 도착한 모양이었다.
‘역시 지구인은 찾아볼 수 없군.’
이족보행을 하는 도마뱀같이 생긴 존재와 머리는 인간인데 짐승의 몸체를 하고 있는 존재, 그리고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머리가 두 개 있는 종족과 인간과 똑같았지만 이마에 뿔이 하나 솟아나 있는 존재 등 정말 희한하게 생긴 생명체들이 무척 다양하게 내 눈을 사로잡았다.
헌데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보니 귀가 뾰족한 엘프와 드워프같이 키는 작지만 몸집은 근육덩어리인 존재도 눈에 띄었다.
이들을 보니 우주에는 정말 다양한 생명체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새삼 놀랍기도 했다.
물론 일반 게임으로 보기는 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상이었고 실제 여러 생명체들을 직접 확인하니 희한하기는 했다.
먼저 도착한 플레이어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눈빛을 이리저리 굴리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 역시 곧바로 교육원에서 교육받은 대로 주위에 흩어져 있는 플레이어들을 세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교육대로라면 시작의 섬에서 내가 상대할 플레이어들의 신상을 대충 파악한 뒤, 레벨이 높을 것 같은 자나 강해 보이는 자와는 최대한 피하고 나중에 겨루라는 것이 제 1철칙이었다.
'100명중 움직이지 않는 자들이 2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