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73화입니다.
비올렛은 출렁거리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몇 번이나 겪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감각이었다.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나?"
"...이게 누구 때문인데."
"글쎄, 잘 모르겠군."
도끼눈으로 노려보니 알폰스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번 했으면 됐지, 그 뒤로 세 번이나 더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깨우러 온 베냐에게 보여진대다 그런 와중에도 허리를 멈추지 않는 알폰스 때문에 꼴사나운 신음을 내지르면서 다시 한번 절정에 이르는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베냐를 보기 껄끄러워.'
비올렛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빨리 샬럿이 오기를 바랬다. 차라리 이미 볼거 못볼거 다 보여준 그녀가 나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베냐가 쭈뼛 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주인님. 목욕 준비는 마쳤습니다만, 시중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목소리는 평이했지만 시선처리가 안타까울 정도로 방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침대에 있는 두 사람 모두 알몸에다 음란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탓이었다.
"시중은 됐어. 우리 둘만 들어갈 테니."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냅다 고개를 푹 숙인 뒤 잰 걸음으로 빠르게 방밖으로 사라졌다. 비올렛은 베냐가 나간 것을 확인 한 뒤 몸을 꽁꽁 싸매고 있던 이불을 벗고 침대 바깥으로 움직였다.
먼저 욕실로 들어가 속에 든 것을 모두 빼낸 뒤 몸을 씻을 생각이었다.
“우왓!”
하지만 땅을 딛고 일어서기 무섭게 하체의 힘이 탁 풀리면서 넘어졌다. 알폰스가 빠르게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바닥을 굴렀을 것이었다.
“괜찮나?”
“어, 응. 고마워…”
얼떨떨한 얼굴로 감사를 표하던 비올렛은 잠깐 생각하더니 홱 고개를 돌려 알폰스를 노려봤다.
“생각해보니까 이거 너 때문이잖아.”
“...글쎄, 잘 모르겠군.”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뜸을 들여서 말하는 걸 보면 제 잘못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비올렛은 눈에서 힘을 풀며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긴 한 두번도 아닌데할 때마다 화를 내는 것도 저만 지치는 일이었다.
“됐어. 욕실로 데려다 주기나 해.”
“화났나?”
“진짜 화난 걸 보여줘?”
“다시 생각해보니 화난 건 아닌 것 같군.”
날카롭게 솟아오르는 손톱을 보여주며 위협하니 알폰스는 언제 그랬냐는듯 재빨리 말을 바꾸고는 비올렛을 안아 들었다.
욕실로 들어서니 훈훈하게 데워진 공기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내려줘.”
팔을 툭툭치며 말하니 순순히 땅으로 내려줬다. 비올렛은 조심스럽게 바닥을 밟으며 두 다리로 섰다.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벌벌 떨리는 다리에 알폰스의 팔을 잡으면서 버텼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대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샬럿이 귀에 박히도록 한 말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항상 정사를 끝내고 나면 탕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정액은 모두 빼고 들어가셔야 해요.’
그대로 들어가면 물이 금방 더러워져서 별로라고 하던가. 확실히 저라도 목욕하고 있는데 정액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으면 금세 기분이 잡칠 것 같기는 했다.
비올렛은 기억 속 샬럿의 말에 공감하며 다리를 굽혀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했다.
마치 옛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할 때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다리가 미친듯이 후들거리는 것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으앗."
가볍게 엉덩방아를 찍은 비올렛이 미간을 찌푸리며 부딪친 곳을 문질렀다. 넘어진 충격에 안쪽에 있던 것이 조금 흘러내렸다. 이래서야 빼내기는 커녕 목욕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 들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알폰스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주저 앉아있던 비올렛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뭘 하고 있나 했더니 그런 거 였으면 말하지 그랬나. 도와줄 수 있는 것인데."
"원인제공자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싶진 않거든."
비올렛은 고개를 팩 돌리며 중얼거렸다. 애초에 알폰스에게 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먼저 욕실에 오려고 했던 것이었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라 보여지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녀의 말에 알폰스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무얼, 내가 싸지른 것이니 처리하는 것도 내가 하는 것이 맞겠지."
"흥, 말은… 잠깐, 뭐하는 거야?!"
"뭘 하냐니, 당연히 처리할 준비를 하는 것이지 않나?"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새빨간 얼굴로 소리치는 비올렛의 목소리가 욕실에 울려퍼졌다. 사실 그녀가 그렇게 반응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욕조에 걸터 앉은 알폰스는 비올렛을 자신의 허벅다리 위에 앉힌 뒤 그대로 옆으로 쫙 벌려버렸다. 그야말로 숨기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완전히 공개가 되자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은 금방이었다.
"진짜 너죽여버릴 거야…!"
"도와주려는 사람에게 너무한 말이군."
"도와주기는 뭐가! 읏!"
알폰스의 손가락이 그녀의 사타구니 안쪽을 부드럽게 쓸어올렸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비올렛을 보며 그가 조용히 속삭였다.
"거부하지 마라 비올렛. 반드시기분 좋게 해줄 테니."
"그런 거, 흣,바라지도 않았거든…!"
음부를 건들지 않고 사타구니 주위만을 자극하는 손길에 절로 숨결이 거칠어졌다. 마치 그녀가 조바심 내기를 원하는 것처럼 절대로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피부를 꾸욱 누른다던가 손톱으로 슬며시 긁어 내리듯 할 뿐이었다.
고작 그런 것에 불과했음에도 순식간에 하복부가 젖어들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본 비올렛의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곧 터질 것처럼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알폰스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손가락으로 벌려 봐라."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하긴, 이렇게다."
비올렛의 손을 끌어당겨 음부 위로 올려두었다. 그녀는 금세 애액으로 젖어드는 제 손가락을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알폰스는 그녀의 손에 손을 겹치며 조종하듯 움직였다.
검지와 중지를 음부에 대고 꾹 누르자 울컥하며 두 사람의 체액이 세어나왔다. 그리고는 옆으로 쭉 벌리자 음부의 안쪽이 훤히 보였다. 붉은 기가 감도는 연분홍의 속살이 드러났다.
비올렛은 달뜬 숨을 내쉬며 그것을 바라봤다. 알폰스는 그녀에게 꽉 붙잡고 있으라고 말한 뒤 손을 올려 아랫배로 향했다.
그리고는 자궁이 자리하고 있을 윗부분을 꾸욱, 부드럽게 눌렀다.
"흐윽?!"
갑자기 훅 치고 올라오는 쾌감에 비올렛이 헛숨을 들이키며 눈을 크게 떴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음부에서 울컥하고 쏟아져내렸다. 철퍽하고 덩어리져 떨어진 것은 비단 정액만이 아니었다.
비올렛은 아득해지려는 시야를 억지로 붙잡으며 겨우 숨을 토해냈다. 분명 가볍게 절정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뻔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쾌락이 머리를 덮쳤다.
"자, 잠시만… 헤윽."
뭔가 이상함을 느낀 비올렛이 황급히 알폰스를 향해 말했지만 이번에는 두 손을 모두 사용해서 깊숙히 아랫배를 눌렀다. 어떤 격렬한 손짓도, 성감대를 자극하는 행위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랫배를 깊숙히 눌러 피부 위로 자궁을 자극할 뿐인 행위였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런 행위로 다시 한번 절정에 달했다. 실금까지 하면서 말이다.
뭉텅이처럼 쏟아지는 정액 사이로 샛노란 오줌이 졸졸 흘러내렸다. 비올렛은 알폰스의 품에 기대어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흐리멍텅해진 얼굴은 이미 의식을 반쯤 잃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고 칠칠치 못하게 작은 혀를 내밀며 헥헥 겨우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음부를 벌리고 있는 손가락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음란한 모습이었다. 알폰스는 곧바로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안쪽을 헤집었다.
“흐아앗?!”
살짝 세운 손가락으로 질벽을 긁어 내리니 애액을 싸지르며 비올렛이 깨어났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던 말던알폰스는 정액을 빼내는 것에 집중했다. 쾌락에 못이겨 이리저리 비트는 몸을 꽉 잡고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숫제 전력질주를 한 사람처럼 혀를 베어 물고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힘없이 늘어져 있는 작은 살덩이를 빼어내듯 빨아들이고 먹을 것처럼 이빨로 쿡쿡 깨물었다.
그러는 동안 또 한번허리가 멋대로튕겨올라 애액을 싸질러댔다. 마치 손가락에서 도망치듯 붕 떠오르는 허리를 따라가 빠르게 피스톤질을 하니 허리가 마구 요동치며 마치 로데오를 하듯 움직였다.
“흐아앙…!”
비올렛이 피스톤질하는 알폰스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곧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싶더니 분수처럼 애액을 터트리더니 힘없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눈을 까뒤집은 채로 완전히 실신해버린비올렛을 보며 알폰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너무 신을 냈나.”
깨어난 비올렛이 제게 화를 내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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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라고 할지 정신을 차린 비올렛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는가 싶더니 곧 손톱을 길게 하며 달려들었다. 마냥 맞아주기에는 썩 진심이 느껴져서 적당히 공방을 나누다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며 공격하는 것을 맞아주었다.
덕분에 알폰스의 얼굴에는 다섯 줄의 스크레치가 나 있었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따끔거렸다. 아마도 그녀의 손톱에 독 같은 것이 있는 것 일지도 몰랐다.
정작 이런 상처를 만들어 낸 사람은 코 아래로는 물 속에 잠겨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말없이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아 무릎을 끌어 안고 있는 비올렛을 보며 알폰스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비올렛."
부글하고 기포가 올라왔다. 입모양도, 목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닥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머리 위의 토끼 귀가 빳빳하게 서있었다. 몇 달 동안 그녀를 본 바로 저 모습은 화가 났다는 의미였다. 아니면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다던지.
지금은 틀림 없이 전자였다. 알폰스는 물을 퍼올려 세수를 한 뒤, 조심스럽게 비올렛의 머리카락을 손에 올렸다.
머리카락에 손이 닿자 몸을 움찔거리기는 했으나 다른 의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가만히 받아들였다.
머리카락을 다루는 알폰스의 손길은 꽤나 섬세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아마 샬럿이 해준 것이라고 믿어도 될 정도로전문성이 느껴졌다.
비올렛은 꾸벅거리려는 머리를 억지로 세우며 잠들지 않기 위해 눈을 크게 깜빡였다. 물론, 향유를 바르는 것까지 끝내고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내릴 쯤에는 거의 얼굴 전체를 물 속에 쳐박고 있었지만 말이다.
알폰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
"나, 나 잔 거 아니야. 절대로 네 손길이 좋았던 게 아니니까..."
"알고 있다."
화들짝 놀라 횡설수설하는 비올렛에게 대꾸하며 몸을 깊숙히 뻗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 위로 기대게 했다.
그녀는 조금 불편한 듯 몸을 꼼지락 거렸으나 곧 편안하게 몸을 기대왔다.
한동안 서로 몸을 겹친 채로 따뜻한 물 속에서 가만히 있었다.
비올렛의 숨소리가 점차 규칙적으로 변해가려고 할 때 쯤이었다.
"비올렛."
"..."
대답이 없었지만 그녀가 잠든 것은 아니었다. 얼굴을 간지르는 토끼 귀가 쫑긋하고 반응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미안했다."
"...뭐?"
홱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눈에는 놀람 반,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하는 것이 반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눈으로 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자신조차도 이제와서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지난 밤, 비올렛이 울며 감정을 토해내던 것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차라리 비올렛을 풀어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확실히, 그쪽이 그녀에게는 나을 지도 몰랐다. 이곳에서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목숨을 잃는 것 보다는, 적어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알폰스는 멍하니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용서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네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게 분명하니.”
“뭐야, 그게…”
“원하는 게 있다면 들어주마. 자유가 되고 싶다면 그리해주겠다. 아니면...”
“헛소리하지마!!!”
물 속에서 비올렛의 팔이 올라와 알폰스의 목을 졸랐다.
벽조차 깨부수는악력이 삽시간에 숨통을 조여왔다.
하지만 알폰스는 얼굴색이 조금변했을 뿐 멀쩡한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누구, 누구 마음대로 그런 걸 정하는 거야?”
“당연히 나다. 내가 널 샀으니 풀어줄지 생각하는 것 또한 내가할 일이지.”
“닥쳐! 시작은 네가 했더라도 끝은 내가 정해!”
비올렛은 씨근덕거리며 알폰스를 노려봤다.
“그리고 뭐? 용서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줘?”
하! 크게 코웃음치고는 얼굴을 가까이 하며 씹어먹을 듯 중얼거렸다.
“그럼, 그딴 헛소리를 하지마. 난 죽어도 용서해줄 생각 없고, 상처를 잊지도 않을 거야. 너를 내 손으로 죽이기 전까지는!”
“말했을 텐데. 네 실력으로는 날 죽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한 건 너야.”
그녀의 자주색 눈동자가 언뜻 붉게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널 죽이기 전까지 이 저택에서 떠나지 않을 거야. 몇 십번, 몇 백번, 몇 천번이라도 시도해서 널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반드시…”
목을 조르는 힘이 점점 약해졌다. 눈동자 위로 물기가 어리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푹 숙이자 모습을 감췄다.
비올렛은 팔을 내리며 조용히 말했다.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더 이상 너를 노예로 부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족쇄만 풀어주면 될 일이잖아. 하지만 넌 날 이곳에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어."
"...비올렛."
고개를 든 비올렛의 얼굴에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입꼬리는 올라간 채로 미소를 만들어냈다.
이미 망가진 자의 웃음이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것도 거짓말이었어?"
"너를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면 상관 없는 거잖아. 왜야?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응?"
비올렛은 절박하게 웃었다.
이 세계에서 자신은 혼자였다. 원래 살던 곳에서 역시도 혼자였으나 익숙한 풍경과 실날 같은 한 줌의 인연이 있었다.
그러나 이세계에서는 아니었다. 문화, 풍습, 언어, 그리고 사람. 어느 것 하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 뿐이었다.
이방인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었다. 그나마 이릴과 강제라고 하나 알폰스가 있었기에 그것을 잊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저택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잊고 있었던 이방인의 위치를 실감하게 된다.
이미 어딘가 고장난 정신은 알에리 저택으로 향해 이릴을 찾기 전까지는 누군가와도 쉽사리 인연을 맺지 못하고 방황하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알에리 저택에서 이릴을 찾지 못한다면.
모종의 이유로, 그녀를 볼 수 없게 된다면.
"흐, 흐히…"
공포로 몸이 떨리는데도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웃는 비올렛의 모습에 알폰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올, 웁…"
"츄룹, 츄웁."
하지만 그건 늦은 깨달음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키스를 하고 있었다. 다급한 혀가 그의 입 안을 훑으며 억지로 성감을 이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알폰스의 눈은 그 어떤 때보다 가라 앉아 있었다.
늘어져 있던 양물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능숙하게 자극이 잘 되는 부분을 문지르며 흔들자 금세 우뚝 솟아버렸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말이다.
"푸하…"
키스를 끝낸 비올렛이 야릇한 눈으로 알폰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미끄러지듯 몸을 아래로 움직였다.
수면 아래에 우뚝 솟은 양물을 보며 잠수했다. 그리고는 그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는 쪽쪽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의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으나 알폰스는 그것을 말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죄였기에.
귀두에 키스하는 것을 마친 비올렛은 바깥으로 나와 숨을 크게 들이 마시더니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장 양물을 삼키기 시작했다.
부글거리며 기포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녀는 양물을 끝까지 삼킨 뒤 곧바로 거칠게 머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에리 저택에서 약을 마시고 했던 짓들은 모두 기억에 남아 있었다.
어떻게 움직여야 그가 쉽게 절정에 달할 수 있는지는 원래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다.
"크윽…!"
정액을 갈취하려는듯 조여오는 목보지에 제 아무리 알폰스라고 할 지라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황급히 비올렛의 머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하반신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니 삼킨 상태에서 혓바닥을 거칠게 움직여 귀두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알폰스는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감각을 느끼며 그녀의 머리를 깊숙하게 눌러버렸다.
울컥거리며 정액이 쏟아진다. 숨이 모자라는 와중에도 비올렛은 목구멍으로 쏟아지는 것들을 한방울도 빠짐없이 꿀꺽 삼켰다.
사정이 모두 끝난 뒤에도 입으로 양물 전체를 훑으며 청소까지 끝내고 나서야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푸켁, 하앗, 하악, 하악…"
오래 참았던 호흡을 하며 비올렛은 멍한 얼굴로 알폰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저 이제 잘하죠?"
"...비올렛."
"아직이예요."
알폰스의 말을 끊고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바들거리는 다리의 모습이 그녀가 무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그만두라고 말할 수 없었다.
비올렛은 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려 귀두에 맞춘 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를 내렸다.
"하으읏!!!"
몸을 관통하는 저릿한 쾌감에 몸이 바들거리며 떨려왔다.
하지만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알폰스의 복부에 손바닥을 지탱하고 허리를 들썩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 헤엑, 헤윽…"
양물이 깊은 곳을 쿡쿡 찌를 때마다 정신이 멍해지고 눈앞이 흐리멍텅해지는 기분이었다. 멍하니 벌어진 입술 사이로 침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후읏, 흣, 흐윽…"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비올렛은 질내를 조이려 애쓰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오로지 알폰스가 만족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을 버리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노력을 한 덕분일까, 양물이 질내에서 움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곧 사정을 한다는 신호였다.
"큿, 크흣…"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스피드를 높였다. 잇새로 신음이 흘러나왔으나 꾹 참아내며 허리를 움직였다.
물장구 치는 소리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어느 순간 비올렛은 허리를 깊숙히 박아넣으며 몸을 떨었다.
"흐아앙…!"
속을 한가득 채우는 사정이 지속됐다. 그러는 와중에도 끊임 없이 보지를 조이고 풀며 마지막 한방울까지 남김 없이 받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꼿꼿하게 서 있던 비올렛의 상체가 비틀거리더니 알폰스의 품 위로 쓰러졌다. 이미 전날 밤에도, 목욕을 하기 전에도 성행위를 반복했던 그녀였다.
체력의 임계점은 진작 넘은지 오래였으나 오로지 정신력으로만 버틴 것이었다.
알폰스가 가슴팍에 엎드려 색색 숨을 내쉬는 비올렛의 머리를 쓰다듬자 손에 부비적거리며 어리광을 피웠다.
"저, 잘했죠?"
"그래. 잘했다."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기에. 알폰스의 말에 안심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 버리지 말아요…"
그 말을 끝으로 새근새근 잠든 비올렛을 보며 알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