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60화입니다. (60/75)



〈 60화 〉60화입니다.

연회장을 나와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그리 오래 걷지는 않았다. 근처에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금방 사람이 없는 방이 있었다. 문을 닫자 희미하게 들려오던 소음마저 완벽하게 차단되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적. 불빛조차 없는 어두운 방에서 비올렛은 눈앞의 실루엣을 바라봤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해보라는 건가. 등을 돌리고 있는 알폰스는 무방비해 보였다. 손톱이 길게 늘어졌다 이내 포기했다. 저리 보여도 방심같은걸 하지 않고 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그의 손에는 자신이 약을 타놓은 술잔이 들려있었다.

괜히 헛짓거리를 하다가 쏟는 불상사는 없어야겠지. 비올렛은 그에게 다가가 그것을 받아들고는 가볍게 침대 위로 밀쳤다. 저항 없이 밀린 알폰스는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술잔을 창문 가까이 위치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침대로 다가갔다.

어느덧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그의 표정이 보였다. 무표정하지만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 마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기대가 된다는 듯한 표정에 비올렛의 미간에 미약하게 일그러졌다.

“난 정말로 네가 싫어.”

싫은 정도가 아니라 혐오스럽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을 넘어 살의가 끓어오를 정도로. 하지만 그 말에도 알폰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조금 슬프군. 나는 네가 마음에 드는데 말이다."

"네 생각 따위 듣고 싶지 않아."

네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고. 비올렛은 무릎 위에 올라타며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맞닿은 신체에서 뜨거움이 느껴졌고 서로의 숨결이 살갗을 스쳤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차가운 것을 삼킨 것처럼 가슴이 서늘하기 짝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를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기분이었다.

뭐든지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무색하게 몸을 닿자 기억이 괴로웠다. 여지껏 몸을 섞었던 것이 떠올라 끔찍해하는 감정과 별개로 몸이 절로 달아올랐다.

비올렛에게 섹스는 더 이상 고통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랬으나, 인간을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 것처럼  행위에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절망스럽고 증오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몸은 착실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천천히 숨결에 열락이 섞여들고 하복부가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네가 증오스러워."

어깨를 잡고 있던 손으로 알폰스를 밀치고는 그 위로몸을 겹쳤다. 침대가 출렁이고 윽 토해지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비올렛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벌려 목을 물었다.

강하게 물어뜯는다기 보다는 입질하듯, 잘근잘근 씹었다.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지고 베어나온 핏물이 혀를 타고 목구멍을 넘어갔다. 당연하지만 비릿한 맛 뿐이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한참동안이나 목 근처를 씹으며 그를 괴롭혔다. 아프다는 비명이라도 질렀더라면 여태껏 자신이 받았던 고통이 이보다 컸노라고 쏘아 붙였겠지만, 짜증스럽게도 알폰스는 비명 한  지르지 않았다.

결국 먼저 나가떨어진 것은 비올렛이었다. 혀로 피범벅인 살갗을 핥고는 고개를 들어서 손등으로 입가를 훔쳤다.그녀는 알폰스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소로운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작 이런 짓을 하는  끝이냐는 것처럼.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맨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 미리 화풀이라도 하지 않으면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상체를 세운 비올렛은 몸을 돌려 알폰스의 하반신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텐트쳐 있는 모습이 선명했다. 바지를 천천히 벗기니 용수철처럼 양물이 기지개를 폈다.

천천히 그것을 붙잡았다. 맥박치는 뜨거움이 손아귀에서 느껴졌다. 비올렛을 다른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속에서 올라온 신물을 겨우 삼키고는 천천히 손을 위아래로 왕복운동했다.

그녀 역시도 한 때는 같은 것을 가졌었기에 그것을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저 잡고 흔들어서 정액을 토해내게 하면 그만이었다. 옛날의 자신이 그러했듯.

비올렛은 더러운 것을 만지는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움직였다. 그의 물건은 커서  손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양손을 모두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정액을 토해낼 낌새는 커녕 흔히 나오는 쿠퍼액조차 나오지 않았다.

기어코 빳빳이 서있었던 것이 수그러들자 비올렛은 당황하며 말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설렁설렁 움직이는데 자극이  턱이 있나."

설렁설렁이라니. 최대한 기억을 살려서 움직였단 말이다. 짜증스럽게 축 늘어진 그것을 잡고 좌우로 흔들고 있으니 알폰스가 어이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장난감 같은 게 아니다."

"장난치고 있는 거 아니거든."

다시 세워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란 말이다. 비올렛은 투덜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옛날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정도만 해도 금세 뻣뻣하게 섰었던  같은데 이놈의 물건은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는 하루 종일이 걸려도 끝나지 않겠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는 곧장 한가지가 떠오르기는 했다.

‘별로 내키지 않지만…’

이미 뭐든지 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나. 비올렛은 천천히 몸을 숙였다. 손 안에서 흐물거리며 늘어져 있는살덩이를 노려보다 눈을 질끈 감은 뒤 혀를 내밀어 그것을 핥았다.

생각보다 끔찍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살을 핥는 느낌이라고 할까. 흉터가 남은 피부를 핥았을 때와 비슷한 맛이었다.

어쩐지 익숙한 냄새가 나기도 했고 말이다. 몸을 치장하기 전 욕탕에서 사용했던 향유의 냄새와 같았다. 하긴 그가 자신보다  관리를 받았으면 받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한참 혀로 할짝거리며 살덩이를 핥고 있으니 움찔움찔 움직였다. 그리고는 조금씩 기지개를 피며 커지기 시작했다. 버섯 머리처럼 생긴 부분을 할짝거리며 손도 조금씩 움직이니 곧 처음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됐다!”

“그래, 잘했다.”

“너한테 칭찬 들으려고  게 아니거든?”

비올렛은 제 말에 대꾸하는 알폰스의 얼굴을 발로 꾹꾹 밀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혀와 손을 사용해서 그의 양물을 자극했다.

그 서툴기 그지 없는 애무는 말 그대로 자지를 세우는 정도의 자극 밖에 주지 않았으나 알폰스는 비올렛이 제게 자발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에 적지 않은 만족감을 느꼈다. 언제나 섹스를 할 때 그녀는 수동적이었고 오로지 자신이 허리를 흔들 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족감과는 별개로 감질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 번씩 좋은 부분을 훑고 지나가기는 했기지만, 말 그대로 훑고 지나갈 뿐이어서 사정에 달하기까지는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짐승처럼 할짝거리기만 하는 저 작은 머리통을 붙잡고 목 끝까지 쑤셔넣고 싶었지만, 그래서야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의미가 없었다. 그리 생각한 알폰스는 얼굴 위로 올라와 있는 작은 발바닥을 잡고 핥았다.

“힉! 뭐하는 거야?!”

“뭘 하냐니, 도와주고 있는 중이다만.”

“그게 무슨 도움, 히익! 그만해!”

비올렛은 힉힉 거리며 발버둥쳤다. 발바닥을 훑고 지나가는 축축한 살덩이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몸에 털이란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고 소름끼쳤다.

“한 번이라도 날 사정하게 만들면 그만두마.”

“그것 때문에 더 신경 쓰여서 못하겠다고!”

“그러면 내기는 없는 셈이 되는  겠지.”

평탄한 어조로 말하는 모습은 얄밉기 그지 없었다. 비올렛은 이를 갈며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금 혀와 손을 움직여 양물을 핥았다. 조금 전보다 확실히 속도가 빨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알폰스는 입을 벌려 엄지 발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햑!”

그녀가 자신의 목을 물었을 때와 비슷하게, 하지만 강도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물었다. 이빨로 피부를 누른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혀를 사용해 발가락 사이를 오가며 핥았다.

“읏, 응, 크윽…”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앙 다문 잇새로도 참을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단순히 소름끼칠 뿐이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간질거리는 느낌으로 변모하더니 미약한 쾌락을 동반했다. 고작 발가락을 핥아지는  뿐인데. 이런 기분이 든다는 것이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다시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못했다. 곧 다른  역시 알폰스의 손에 붙잡혀 핥아졌기 때문이었다.

‘젠장, 젠장!’

새빨간 얼굴로 부들거리며 기묘한 감각에 몸서리치던 비올렛은 결심한  빨딱 선 양물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가 제게 그러하듯 가장 윗부분을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움직이며 그것을 빨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귀두를 자극하고 두 손으로 끊임없이 기둥을 훑으며 사정을 재촉했다. 알폰스는 올라오기 시작하는 쾌감에 짧은 신음을 흘렸다. 샬럿과 비교를 하자면  없이 부족한 했으나 그런 미숙함조차도 쾌락이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기가 올라왔다.  안에서 움찔거리며 맥동하는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곧 한계라는 것을 깨달은 비올렛이 속도를 높였다. 빨리 발바닥을 핥아지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몸부림이었다.

“윽,  테니 전부 받아라…!”

‘잠깐, 싼다고?’

남자는 절정에 달하면 사정한다. 그 당연한 것을 잊고 있던 비올렛은 황급히 고개를 빼내려고 했으나 어느새 머리를 누르며 버티는 손길에 벗어날 수 없었다. 기둥을 잡고 있는 두 손으로부터 꿀렁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지고 곧 젤리처럼 무게감 있는 액체들이 입 안을 때리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올렛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그것을 삼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사정을 모두 마친 알폰스가 손을 뗀 뒤에도 그녀는 양물에 얼굴을 묻고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입 안에서 맴도는 정체를 깨닫기도 싫은 액체들이 끔찍했다.

입을 벌릴 생각도 못하고 귀두를 우물거리자 미쳐 나오지 못한 것들이 움찔거리며 다시 쏟아졌다. 비올렛은 딱딱하게 굳은 움직임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볼이 빵빵해진 모습은 퍽 귀여워 보였으나  눈은 갈피를 잃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안의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혀를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바닥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딱 달라 붙어 있었음에도 입 안을 가득 채운 그것은 혀를 전부 감싸며 생각하기도 싫은 맛을 자꾸만 자각시켜주고 있었다.

결국 비올렛은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입에  것을 쏟아내려 했다.

"읍?!"

"뱉지 말고 삼켜라."

커다란 손이 입과 코를 감싸며 뱉어내려는 것을 막았다. 그녀는 입을 막은 손을 떼어내려 했으나 단단히 고정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손톱으로 긁어 상처를 내어도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숨까지 점점 막혀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입에 머금은 것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그러나 어딘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냄새까지 어우러지면서 상황은 최악에 달했고.

꿀꺽, 하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한 번으로는 버거운지 연이어 꿀꺽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완전히 그것을 다 삼켰을 때서야 알폰스는 입을 막은 손을 떼어냈다. 그와 동시에 비올렛은 끅 하고 저도 모르게 속에서 올라온 소리를 내었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알폰스가 말했다.

"잘했다."

언뜻 상냥함이 느껴지는 손길에 비올렛은

그 어느 때보다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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