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9화입니다. (59/75)



〈 59화 〉59화입니다.

비올렛이 연회장으로 돌아온 것은 올리버와 헤어지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오래 걸렸군.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찾으려고 할 참이었다.”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알폰스가 말했다. 요컨데 도망이라도 친  알았다는 뜻이었다. 비올렛은 흥 콧소리를 내며 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정적이었다. 비올렛은 어쩐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평소였다면 쉼 없이 자신을 말로 자극하며 가지고 놀았을 그가 조용한 것이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어쩌면 그를 해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드레스 자락 안쪽에 숨겨둔 봉지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봉지 전부를 먹여야 한다고 했던가. 솔직히 말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몰래 술에 타서 건네주기 같은 건 단번에 의심을 살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억지로 먹이는 것도 불가능이었다. 그게 됐었으면 이런 것에 의존하지도 않았지. 속으로 투덜거리며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저 멀리 소수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올리버와 말이다. 그는 쥐고 있던 잔을 살짝 들어올려 인사를 해왔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더니 어쩐지 그를 둘러싸고 있던 무리가 부산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아는 사이인가?”

“누구,  녀석?”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올렛은 알폰스를   보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냥 오면서 인사를 한 정도.”

“의외군. 네가 다른 사람과 안면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저쪽이 말을 걸어와서 피할 수 없었던거 뿐이야.”

“들켰나?”

“그랬다면 이미 소란이 있었겠지.”

그 말에 알폰스는 지긋한 눈빛으로 올리버를 바라봤다. 볼튼 재상, 렘기오르 후작의 후계자. 때문에 알폰스조차 그를 가벼이 생각할 수 없었다. 볼튼 재상은 알에리 후작조차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였으니까.

그런 이가 비올렛과 접촉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볼튼 재상은 청렴하고 공명정대하기로 소문난 귀족이었다.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고 제국과 황실에 헌신하는 위인이었으니 그의 후계자 역시도 같은 성정을 물려 받은 것은 당연할 것이었다.

비올렛의 말대로 연기가 들키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미 연회는 중단되고 자신은 제국법으로 금지된 노예를 소지함으로써 재판을 받았을 테니까.

알폰스는 그리 생각하며 비올렛을 바라봤다. 다행히 그녀가 올리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도 언제 그를 보고 있었냐는듯 뚱한 얼굴로 드레스 자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지 않은가.

"비올렛."

"뭐."

"춤을   적이 있나?"

"쌩뚱맞은 소리를 하고 있네. 당연히 없지."

뭘 물어보냐는듯 말하던 비올렛은  무언가를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싫어."

"아직 아무 말도 안했다만."

"그걸 물어봤다는  자체가 이미 말한거나 다름 없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 있는건 아니었다. 약혼녀를 연기하고 있기는 했지만, 결국 그녀는 알폰스의 노예였으니 말이다.

비올렛 역시도 그것을 아는지 짜증스러운 얼굴로 알폰스를 노려봤다.

"내가 왜 너랑 춤 같은 걸 춰야 하는 건데?"

"약혼자끼리 연회에 와서  한 곡 추지 않는다는건이상하게  가능성이 높지."

"이상하게 보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대체…"

"그래서 하지 않겠다는 건가?"

"내가 거부할 수 있기나 해?"

알폰스는 대답 대신 슬쩍 미소를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웃음이었다. 그 감정이 비올렛의 얼굴 위로 그대로 드러나서 저도 모르게 정말로 웃었다.

그것이 못내 불쾌해서 비올렛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말했다시피 난  같은거 춰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그런건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대부분 내가 리드할 테니."

그러니까 그런 게 싫은 거라고. 비올렛은 속으로 짜증을 내며 댄스 홀을 바라봤다. 커플  쌍이 간격을 두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뻗은 손을 맞잡고 신체를 가까이 붙여 유려하게 도는 움직임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것을 자신이 해야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춤을 추는이들을 한동안 눈에 담던 비올렛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작 자체는 어렵지는 않았으나 무척이나 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래, 하면 되잖아 하면."

빌어먹을 춤 한  추는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 비올렛은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어깨를 가볍게 누르는 손길에 다시 엉덩이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뭐야?”

"과정이란게 있는 법이다."

그렇게 말한 알폰스는 비올렛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레이디 비올렛. 저와 춤을 춰 주시겠습니까?"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 거냐. 그런 말이 턱까지 차올랐으나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가 몸을 일으켜 제게 손을 내미는 순간 기대를 품은 눈빛들이 느껴졌다.

"...네."

하는 수 없이 비올렛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올렸다. 가볍게 손을 감싸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소름끼쳤으나 여기서 뿌리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여태까지 참았던 것이 허사가 되는 일이었다.

마침  하나가 끝나 홀은 한산했다.  춤을 추길 원하는 커플들이 모이기는 했으나 이전만큼은 아니었다. 자리를 잡고 알폰스와 마주 선 비올렛은 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젠장, 역시 하지말걸 그랬어.”

춤을 권유 받았을 때와는 다른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도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정도였으니 거의 연회장의 모든 이가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졌다.

“두리번 거리지마라. 품위 없어 보인다.”

“그딴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비올렛은 고개를 돌리던 것을 멈추고 알폰스를 바라봤다.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었으나 제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그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알폰스는 익숙하게 가슴에 손을 올려 인사했다. 비올렛역시도 다른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며 어색하게 인사를 따라했다. 자락을 잡을 듯 팔을 내려 무릎을 굽히는 형식의 인사를 마친 그녀는 등을 감싸오는 팔에 흠칫 놀라 알폰스를 바라봤다.

“당황하지말고  어깨를 잡아.”

“알고 있어!”

작게 소리친 그녀가 머뭇거리며 마주 어깨를 잡았다. 그러는 사이 다른 손을 붙잡고 옆으로 뻗는다. 자연스럽게 몸이 맞닿았다. 고작 옷 위의 접촉이지만 심장이 쿵쿵 뛰며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비올렛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가장하며 발을 움직였다. 곡과 춤 자체가 경쾌하기보다는 밝고 잔잔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사선으로 스텝을 밟으며 파도치는  위에서 유영하듯 움직이다 함께 한  회전하는 것을 반복하는 춤. 그렇기에 조금 긴장하며 딱딱한 움직임을 보였던 비올렛도 곧 여유를 찾고 유려하게 움직였다.

“이게 뭐가 재밌다고 다들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귀족들이 원래 그렇다.”

작게 투덜거리는 말에 알폰스나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녀의 말대로 춤을 추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은 없었다. 지금 이 홀 내에서 추는 이들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정략적인 의미로 엮여 있었다. 그들에게 이런 춤을 추는 행위는 단순히 함께 하는 파트너의 관계성을 어필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개중에는 정말로 애정을 가진 이들도 있겠지만,  자리에는 그런 연기를 하고 있는 알폰스와 비올렛 외에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시선이 모이는 것이었고. 그것을 모르는 비올렛은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

발을 꾹 누르는 감각에 알폰스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빙글 도는 과정에서 스텝이 꼬인 것인지 비올렛의 발이 제 발을 밟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아래를 보다 고개를 들어 말했다.

“미안.”

그런 말과 대비되게 발을 밟는 압력은 강해졌다. 꾸욱, 소리가나는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지긋이밟고 있는 그녀를 보며 알폰스가 웃었다.

“미안할 것까지야.”

“그렇지? 처음 추는건데 실수 정도는   있잖아.”

걱정된다는 얼굴로 잘도 뻔뻔하게 말하고 있었다. 알폰스는 대답 대신 무릎을 살짝 굽히고는 등에 올리고 있던 손을 허리에 두르며 단단히 껴안았다. 단숨에 거리가좁혀지자 비올렛이 식겁하며 알폰스를 바라봤다.

“잠…!”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몸이 들리며 발이 허공을 부유했다.  상태로 빙글 한바퀴 돌고 내려오자 주위에서 작게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얼빠져 있던 비올렛은 그 소리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이, 이 미친 놈이…!”

“말했잖나. 내가 리드해 주겠다고. 실수할 때마다 도와주지.”

“누가 그런 도움 따위를 바랄까 보냐!”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기 때문일까. 비올렛은  후로도  번 정도 알폰스에게 들려졌다. 그때마다 연회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그녀의 얼굴도 같이 달아올랐다.

‘젠장, 내가 왜 이딴 실수를…’

한  실수하기 시작한 탓인지 연달아 실수가 터져나왔다. 비올렛은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숙였다. 드레스 자락 끝으로 스텝을 밟는 슬쩍슬쩍 자신의 발이 보였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발을 놀렸다.

“틀렸다.”

“뭐? 잠깐.”

뭐라 항변하지도 못하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벌써 몸을 밀착해서 허공을 빙글 도는게  번째였다. 곧장 내려지자마자 비올렛은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에는 실수한게 없었어!”

“춤은 고개를 숙이고 추는게 아니다. 고개를 들고, 상대와 마주보며 하는 것이지.”

“젠장, 까다롭긴.”

불만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도 아까와는 달리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비올렛은 입술을 작게 깨물며 시선을 마주했다.

“그래, 그렇게.”

적의가 어려있는 자주빛 눈동자에  모습이 온전히 담겨 있는 모습은 썩 만족스러웠다. 알폰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군."

비올렛은 대답 대신  바람을 토해내며 불만을 표했다. 얼굴을 간지르고 사라지는 숨결에 알폰스는 입꼬리를 꿈틀거렸다. 제딴에는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다는 표현이었겠지만 그것이 음심을 자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할까.

아니, 모를 것이었다. 그녀는 제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전혀 몰랐다.

그러니 이리 쉽게 유혹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이겠지. 알폰스는 회전하며 비올렛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품에 안긴 그녀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지만밀쳐내지는 않았다. 마무리 단계였다.

길었던 연주가 끝나고 춤을 추던 이들 역시 함께한 파트너를 바라보며 처음과 같이 인사했다.

알폰스와 비올렛 역시도 그리하였고 곧 주위에서 짧게 박수가 울려퍼졌다.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다 말했다.

"뭐지?"

"좋은 구경을 시켜줘서 고맙다는 뜻이겠지."

알폰스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상 말하기도 지쳤다. 고작  따위에 너무 집중력을 허비한 탓인지 체력이 쭉 빠졌다.

마음 같아서는 연회장을 나가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아직 알폰스에게 약을 먹이지도 못했고 빠져나갈 틈을 찾지도 못했다.

아직 노예의 인장을 차고 있지 않을 때 탈출을 시도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비올렛은 홀에 들어왔을 때처럼 알폰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등받이에 늘어지듯 기대며 허공을 응시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알폰스가 말했다.

"여전히 체력이 약하군."

"정신적으로 지쳤을 뿐이야."

누구 덕분에 말이지. 비올렛은 그렇게 말하며 앞에 놓인 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그 손을 잡고 부드럽게 누르는 손길이 아니었다면 그랬을 것이었다.

이제는 짜증내기도 귀찮다는 얼굴로 알폰스를 바라봤다.

"또 뭐?"

"그 술, 아까 전에 마신 것과 같은 거다."

그게 뭐 어쨌다고 말하려던 비올렛은 그제야 제 거짓말을 떠올렸다. 바람 쐬러갈 때 술이 안받는다는 이유로 갔었지.

자승자박이군. 그녀는 순순히 잔을 내려놓으려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곧 손에 잡히는 종이의 촉감에 입을 열었다.

"그럼 다른 거라도 줘. 목이 마르니까."

알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가던 시종을 불렀다. 부름을 받은 시종이 다가오고 그의 시선이 제게서 멀어졌을 때 비올렛은 재빨리 종이 봉지 안에 있던 것을 술잔에 털어넣었다.

새하얀 기포를 만들어내며 녹아드는 모습에 손으로 잔을 가리며 알폰스의 눈치를 봤다. 다행히 시종과 이야기 중이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잔을 조심스레 흔들며 빨리 녹아들길 바랬다.

"뭘하고 있는 거지?"

"내가 뭘?"

알폰스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으나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슬쩍 시선을 내려 잔을 바라보니 육안으로는 약을 탔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잠시 비올렛을 바라보다 이내 다가온 시종에게서 새로운 잔을 건네받고는 말했다.

"술은 즐기지 못하는 것 같으니 물이라도 마시는게 좋겠군."

"그래, 고마워."

비올렛은 순순히 잔을 받아들였다. 이제 약을 탄 술을 자연스럽게 알폰스에게 넘길 수만 있으면… 그렇게 생각하다 술잔을 치우려는 시종의 모습에 다급히 말했다.

"잠깐… 만요!"

"예?"

"치우지 않아도 돼… 요."

"예, 알겠습니다."

어색한 존칭에도 시종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할 일을 하러갔다. 하마터면 계획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뻔 했다는 것에 비올렛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알폰스가 말했다.

"어차피 마시지도 않을 걸 왜 막은 거지?"

"네가 마시면 되는 거잖아.  그래?"

"별로 마실 생각이 없다만."

알폰스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끼었다.

"애초에 즐겨 마시지도 않아."

이러면 나가린데. 비올렛은 낭패감으로 표정이 흐려졌다.

하긴 아무리 시선을 피해 약을 타는데 성공하더라도 당사자가 마시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비올렛의 모습에 알폰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마셔주길 원한다면 못할 것도 없지."

"...그래?"

"물론. 다른 사람도 아닌 약혼녀의 부탁이지 않나."

하지만. 알폰스는 기대고 있던 자세를 고쳐 상체를 가까이 하며 말했다.

"조건이 있다."

그러면 그렇지. 비올렛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뭔데?"

"날 만족시켜봐라."

"뭐?"

"무슨 짓을 해도 좋다.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 날 만족시켜보란 말이다."

"만족시키라니 어떻게 하란 말…"

서서히 말이 흐려졌다. 비올렛은 무표정한 얼굴로 알폰스를 바라봤다. 일말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눈빛에 그는 웃었다.

"왜, 못하겠나?"

못하겠냐니. 당연히  있을리 없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을 할 정도인데 직접, 그것도 내 의지로 하라고?

절대 못해.

하지만   글자를 곧바로  밖으로 내보낼  없었다. 어쩌면 다시는 없을 기회였다. 만약 올리버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면, 제일  위협인 알폰스를 제거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좋아.”

나는 뭐든지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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