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49화입니다.(수정)
비올렛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이런 몸이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정확하게 얼마나 지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체감상으로는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세계에 떨어진 지도 그만치 되었다는 뜻이었다.
알폰스의 저택에서 항상 대련이 끝나고 나면 샬럿이나 다른 메이드에게 이끌려 거울 앞에 앉혀지는 게 일상이었으니 제 얼굴에 익숙해지는 건 금방이었다. 아직도 알몸으로 있는 건 조금 껄끄러운 일이었으나 어느 정도로 변한 제 몸에 적응했다.
원래 자신의 얼굴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원래부터 거울을 잘 보지 않았으니 더욱 잊혀지는 게 빨랐다. 사실 그것을 되새길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어쨌든 요는 그거다. 나름대로 변한 몸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는 말이다.
“이건…”
누구냐. 비올렛은 자기도 모르게 거울 속에 있는 녀석에게 중얼거렸다.
평소의 날카로운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이릴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소녀가 거울 속에 있었다. 분명 그건 비올렛 자신이었으나, 무척이나 낯설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 얼굴이었을 텐데 샬럿이 붓을 몇 번 움직이고 나니 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뭘 어떻게 하면 날렵한 눈매가 유순하게 내려오고 병자 같은 피부에 혈색이 돌게 하는 건지.
무슨 속임수라도 쓴 게 분명해. 뚫어져라 거울을 바라보고 있으니 옆에서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요, 인상이 확 달라졌죠?”
그녀의 말대로였다. 입을 꾹 다물고 있어도 어쩐지 화가 났다기보다는 울먹인다는 인상이 강하다. 눈매 하나 달라졌을, 아니 전체적으로도 달라지기는 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그 정도 뿐이다.
하지만 고작 그정도의 변화만으로 이런 변화라니. 비올렛은 한참을 거울 속의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손을 얼굴로 향했다.
닿기 전에 손목을 잡혔다.
“앗, 얼굴에 손대면 안 돼요. 쉽게 지워지지는 않을 테지만, 어그러질 수도 있으니까요.”
샬럿은 주의해야 한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비올렛에게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였다.
“지우려고 하는 거야.”
“왜요? 모처럼 잘 됐는데!”
샬럿은 우는소리를 하며 비올렛을 막았다.
“잘 되기는 개뿔이. 이런 호구 같은 얼굴로 가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평소의 날카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얼굴로도 알폰스에게 우습게 취급당한다. 그런데 이런 멍청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나간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안 봐도 뻔했다. 막은 손을 뿌리치는 대신 힘을 줘서 움직였다.
“이익…”
힘을 주고 버티는 통에 벌벌 떨렸으나 샬럿이 비올렛의 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순수 근력만은 그 덩치에 맞지 않게 알폰스와 비교할 수 있는 비올렛이다. 평범한 메이드장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샬럿은 유일한 조력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릴도 뭐라고 해봐요!”
“네? 아, 음…”
갑작스럽게 불린 이릴이 눈을 깜빡이며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그녀역시도 샬럿과 같았다. 평소의 날카로운 분위기는 자신과 있을 때면 조금 유해지기는 했으나 곧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보통 때의 배 이상으로 강해지고는 했으니까.
적어도 그런 것보다는 저런 유순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가 좋기는 했다.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역시!”
“하지만 역시 영진의 의사가 먼저겠죠.”
"엑."
환호하던 샬럿이 삐끗한듯 얼빠진 소리를 냈다. 이릴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비올렛을 바라봤다.
"그렇지?"
"뭐…"
비올렛은 어물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뭔가 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이럴 수가…이릴이라면 분명 저를 도와줄 거라 생각했는데…"
"저도 일단은 좋다는 쪽이지만요."
"큭… 하지만 겨우 2대 1. 이 방에는 아직한 사람의 몫이 남아있어요!"
마치 비탄에 빠진 사람처럼 주저앉아 있던 샬럿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들었다. 시선 끝에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그들을 보고 있던 어린 메이드가 있었다.
"레니는 어떤가요?!"
"...?"
레니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올렛이 화장을 지웠으면 좋은지 아닌지 말이에요!"
"!"
절박한 목소리에 작은 고개가 도리질 쳤다. 레니도 평소의 비올렛보다는 지금의 그녀가 더욱 예쁘고 무섭지 않았다.
그 모습에 득의양양한 샬럿이 고개를 돌려 비올렛에게 외쳤다.
"봐요! 레니도 안 지웠으면 좋겠다고, 켁."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넌."
손바닥으로 가볍게 뒤통수를 때린 비올렛이 어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2대2! 동률이에요!"
"그럼 결국 의미 없는 거잖아. 지운다."
"아앗… 너무해…"
너무하기는 개뿔이. 우는 소리로 절규하는 샬럿을 내버려 두고 앞에 있던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근데 바뀌는 게 없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인가? 한참 얼굴을 닦던 비올렛은 거울을 보며 여기저기 제 모습을 살폈다. 아까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였다. 손에 들고 있는 수건에도 묻어나오는 것이 없었다.
황당하게 그것을 보고 있으니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보지 않아도 샬럿의 목소리였다.
"후, 후후… 이럴 줄 알고 특수한 처리가 된 화장품을 사용, 왓!"
"쓸데없는 짓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얼굴을 향해 손수건을 집어 던졌다.
결국 처음부터 쇼였다는 것이었다. 짜증이 묻어나오는 눈빛으로 노려봐도 샬럿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먼저 포기하는 쪽은 비올렛이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짜증을 거둔 그녀는 입을 열었다.
"더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겠네. 그래서 다음에는 뭐야?"
"끝이에요. 옷도 갈아입었고 화장도 끝났으니까요."
비올렛은 본래 입고 있던 검은 드레스가 아닌 연노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최초에 이릴에게 권유했었던 그것이었다.
반대로 이릴이 자신에게 권유한 탓에 입게 되었지만, 어째서 제게 이런 옷을 추천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노출은 검은 드레스보다 적었으나 비올렛은 그것이 더 나았다고 생각했다. 연노란색은 저와 맞지 않은,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평생을 무채색 속에서 살아서 그런 건지 이렇게 밝은 것은 어쩐지 두드러기가 올라올 것만 같았다. 마치 제 몸에 맞지 않는 것을 걸치고 있는 듯해서.
하지만 비올렛은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어느새 장난기를 지우고 종자의 자세를 갖춘 샬럿에게 말했다.
"그럼, 갈까."
알폰스, 자신의 목줄을 쥔 사람에게.
-
하늘을 비추던 태양이 저물고 어둠 속에서 달이 떠오를 때 연회장의 문이 열린다. 사흘 차에 접어드는 긴 연회에도 귀족들은 지치지도 않는다는 듯 밝은 얼굴로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며 입장했다.
연회장 한구석에 자리한 악단들이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고풍스러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젊은 귀족 남녀가 짝을 이뤄 춤을 추기시작한다. 늙은 귀족들은 그런 젊음을 바라보며 품위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왁자하게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절제되었으나 자유분방한 분위기. 평범한 사교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귀족의 사교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이곳에 모인 귀족들은 모두 아가테 라움 알에리를 중심으로 뭉친 사람들. 속칭 알에리 파벌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물론 파벌 내에서도 종종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알에리 파벌의 주요 인물들은 전장에서 함께하였고 곁에서 그를 보필해온 시간이 긴 사람들뿐이었기에 그런 것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젊은 귀족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나 그것을 입 바깥으로 내뱉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가문의 최고 어른의 의견에 반대하는 어리석은 짓이었으니.
‘따분하군.’
하지만 알폰스는 달랐다. 파벌 내에 그와 가문으로 연관된 인물은 없었다. 같은 피가 흐르는 혈육들은 모두 다른 파벌에 속했다. 주로 황제파나 귀족파로 불리는 것들에 말이다.
물론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가문을 나온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고 혈육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애초에 있었던 적도 없었지만.
어쨌든 알폰스는 알에리 파벌에서 유일하게 혈혈단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귀족들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따분한 눈으로 연회장을 바라봤다. 사흘째 접어들고 있건만 자신을 제외하고는 지친 기색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곳에 초대되었다는 것만 하더라도 알에리 후작이 신뢰한다는 뜻이었을 테니 즐겁지 않을 리 없을 것이었다.
‘신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지.’
알에리 후작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딱히 후작을 존경하거나 신뢰하지 않았다.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진 관계. 기사가 되었을 때 상관이 알에리 후작이었고 오랜 시간동안 함께 움직였기에 자연스럽게 이뤄진 관계일 뿐이었다.
같은 파벌임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그 정도. 남들처럼 후작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어… 메르씨엘 남작님?"
조심스러운 목소리. 따분함이 담겨있던 알폰스의 눈빛이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미소를 만들며 다가온 여성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신가요, 숙녀분?"
말을 내뱉으며 빠르게 상대를 살핀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아주낯선 이는 아니었다. 그녀와 비슷한 인물이 파벌 내에도 있었다. 아마도 같은 가문의 사람일 것이다.
"저, 저는 레아. 와이즈의 레아라고 해요."
"와이즈라면, 헤비어트 백작님의?"
"제 백부님 되시는 분이세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그렇게 말한다. 헤비어트 백작이라면 지금도 알에리 후작 곁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늙은이였다.
파벌의 핵심 인물중 한 명. 하지만 달리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제게 다가온 것은 아닌 듯 했다. 당장 그녀의 어깨너머로 비슷한 또래의 젊은 영애 몇이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이런 의미였다.
"메, 메르씨엘 남작님!"
"예, 와이즈 양."
"레아라고 부르셔도 돼요. ...저와 춤 한 곡 춰 주시겠어요?"
수줍은 듯, 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춤 신청은 보통 남자 쪽에서 여자에게 하는 것이었으나 이 어린 영애는 그런 자질구레한 허례허식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녀의 말에 영애 무리에서 작게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알폰스는 헛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걸 꾹 참았다.
이런 일이종종 있기는 했다. 사생아에 가문에서 내다 버린 자식이기는 했으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그 잘생긴 얼굴과 기사답게 큰 키와 적당히 근육진 체격에 반해 다가오는 어린 영애가 말이다.
뭐, 아주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혈혈단신으로 전쟁에 나가 작위를 수여받았고 그 알에리 후작과 같은 전장에서 싸우지 않았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사를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동화는 어디까지나 동화일 뿐이었다. 대답을 기다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아를 보며 알폰스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기다리고 있는 이가 있는지라.”
“아… 그렇군요…”
레아는 그렇게 답했다. 아쉬움이 철철 넘치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눈동자를 굴린다. 그리고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춰온다.
마치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하지만 알폰스는 그것에 응해주지 않았다.
“그럼.”
살짝 묵례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등 뒤로 미련이 넘치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여지를 남겨주게 될 테니 말이다.
한 번 거절한 것에 다시 한번 권유하는 건 귀족적이지 못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알폰스가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해주길 바랬을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던, 아니던 간에 말이다.
“헤비어트 백작이 아쉬워하겠군.”
“후작 각하.”
벌써 술이 꽤 되었는지 붉은 얼굴의 알에리 후작이 다가왔다.
“그 친구가 자네를 꽤 좋게 보고 있었는데 말이지.”
잔뜩 취한 것처럼 보이나 목소리는 또렷하고 걸음도 휘청이지 않는다. 얼굴에도 취기가 잔뜩 묻어나왔으나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실제로도 사건이 일어난다면 금세 얼굴색을 되돌리고 검을 뽑아 들겠지. 그런 감상을 하며 알폰스가 말했다.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는지라.”
“뭐, 딱히 강요하는 건 아니네.”
알에리 후작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여전히 연회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군.”
“죄송합니다.”
“딱히 질책하는 건 아닐세. 자네가 연회를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말이지.”
그 말대로 알폰스는 연회를 즐기는 성격이 못되었다. 딱히 어떤 사건이 있었던 탓은 아니었다. 사생아에 가문의 성도 물려받지 못했지만, 사교계에서 배척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기가 찬 영애들에게 환영받는 입장이었다.
계승되는 작위에, 가문과 절연했기에 온전히 외가에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외모나 능력까지 출중하다. 사생아라는 것이 걸리기는했으나 공작 정도 되는 대귀족의 사생아라면 그리 흠도 아니었다.
그렇다. 알폰스의 아버지는 제국에 단 셋만이 존재하는 공작 중 하나였다. 지금은 얼굴도 마주하지 않는 완전한 타인과도 같았지만, 그의 몸에는 대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해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후작의 말에 알폰스는 작게 고개를 꾸벅거렸다.
"헌데, 샬럿 양이 보이지 않는군?"
"그녀는 제가 시킨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흐음, 수상한 일을 꾸미는 것은 아니겠지?"
말은 경계가 가득하나 어조는 장난스럽다. 알폰스 역시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단순히 초대를 하는 것뿐입니다."
"초대라, 그건 비올렛 양을 말하는 건가?"
"예, 그녀 역시도 저택에만 있는 것은 지루할 테니 말이지요."
언뜻 들으면 비올렛을 위하는 듯한 말이었으나 그 속내를 살펴보면 단순히 제가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도 전날 연회 중간에 빠져나와 비올렛을 찾아가지 않았던가. 이틀 연속으로 연회 중간에 빠지는 것은 아무리 알폰스라고 할지라도 무리였다.
“허면, 이릴 양도 함께겠군.”
후작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비올렛의 요구는 이 저택에서 머무르는 동안 이릴과 함께 하는 것이었으니.
“혹, 안 되는 일입니까?”
“뭐, 안될 것까지야 있나.”
다만. 후작은 그렇게 덧붙이며 말했다.
“괜한 것들이 꼬일까 그것이 걱정이네.”
마치 손녀를 걱정하는 듯한 어조였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두 사람 다 잘 알고 있었다.
“제가 곁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네가 제일 걱정이야.”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닫혀 있던 연회장의 문이 소리 없이 매끄럽게 열린다.
열린 문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두 명의 여인이었다.
한 명은 크고 긴 토끼 귀가 인상적인 마물이었고, 한 명은 근래 보기 힘든 엘프의 피가 흐르는 반쪽짜리 엘프였다.
그들은 긴장한 듯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