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43화입니다.
후트는 기수식을 취하며 상대를 바라봤다. 그의 상대는 묘령의 여인이었으나 머리 위로 커다란 토끼 귀 한 쌍을 가지고 있는 마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마물은 자신과 같은 기수식을 취하고 있었다.
외모를 돋보이게 만들던 검은색 드레스를 벗고 남자가 입을 법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으나 그것이 그녀의 미색을 숨기지는 못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렇게 검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파티장에서 춤을 신청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사람이 아닌 마물이라도 말이다.
‘불가능하겠지.’
비올렛이라 불리는 여인은 노예였다. 어째서 목이 아닌 팔에 족쇄를 차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메르씨엘 남작의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정식 기사도 아닌 견습에 불과한 자신이 치근덕거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이야기였다.
후트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쉬워하지 말자. 후작 각하가 명하신 일만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절로 다른 의문이 따라 들었다.
‘근데 정말로 베어야 하나?’
그의 주군은 비올렛을 베어라 명했다. 견습이라고는 하나 기사는 기사. 주군이 내린 명령에는 이유를 묻지 않고 행해야 함이 옳았다. 하지만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베야 하는 대상인 비올렛은 마물이기는 하나 여린 여성이었다. 팔다리에 근육이라고는 보이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몸은 가냘프며 검을 배웠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모습이었다.
기수식을 취한 모습을 보면 정말로 검을 배웠긴 배웠다 싶을 정도로 절도가 있는 모습이었으나 그뿐이었다. 검을 쥐고 자세를 취하는 것과 휘두르는 것에는 차이가 극명했다. 자세를 취할 줄 안다고 해서 휘두를 줄도 안다는 건 아니란 말이었다.
물론 메르씨엘 남작이 그녀를 직접 가르쳤다는 건 다른 사용인에게 들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불리는 변하지 않았다.
후트는 자신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고민했다.
‘후작 각하는 정말로 비올렛 양을 베길 원하시는 걸까?’
분명 그의 주군인 알에리 후작이 메르씨엘 남작보다야 권위가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남작 소유의 물건을 해할 수 있는 권리가 되지는 않았다. 철저히 위계질서가 정해져 있거나 적대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후트가 봤을 때 두 사람은 그렇게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후작이 비올렛을 베라고 말했을 때도 메르씨엘 남작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건 일종의 허락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작정하고 목숨의 위협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하면 안 될 것이었다.
허락했다고 하나 귀족이란 언제 변심해도 이상하지 않을 족속이었다. 후작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지언정, 한낮 견습 기사인 후트에게는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단 말이다.
‘...낭패군.’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베지 않고 적당히 하다 패배하자니 후작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이겨도 문제였고 져도 문제였다. 후트는 빨리 정식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정신 팔려 무작정 수락한 것이 후회되었다. 어차피 적당히 견습으로 구르다 보면 정식 기사가 될 수 있는데 조금 더 시간을 앞당겨 보려다 망했다.
‘이렇게 된 이상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나.’
검을 고쳐 잡았다. 손을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비올렛을 바라봤다.
일격으로 무력화를 시킨 다음 적당히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을 얉게 벤다. 그것이라면 후작이 내린 명령도 이행한 것이 되고 남작도 크게 노하지 않을 정도일 것이었다.
비올렛에게도 그리 나쁜 인상을 주지 않을 것이었다.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는 없었으나 두 사람은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한발 빠르게 후트가 검을 휘둘렀다.
카앙-! 불꽃이 튀며 검이 맞붙었다.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후트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무슨 힘이…!’
가가각-! 소리를 내며 칼날이 비명을 지른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버텨보려고 했으나 그럼에도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밀고 들어온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검을 흘리고 벗어나려고 했다.
그것을 따라와 붙잡는다. 마치 뱀처럼 얽혀오는 검에 어느 순간 손이 가벼워졌다는 걸 깨달았다. 청명한 소리를 내며 손에서 빠져나온 검이 하늘로 튀어 오른다.
“쿠흑?!”
복부로 가느다란 다리가 깊숙이 박혀 들어왔다. 마치 말에게 차인 듯한 고통이 배를 타고 올라왔다. 꼴사납게 땅 위를 자빠져 구르는 후트의 옆으로 검이 나뒹굴었다. 고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키려는 그의 눈앞에 날카로운 검이 겨눠졌다.
졌다. 후트는 거센 호흡을 내뱉으며 검을 겨눈 이를 바라봤다. 비올렛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감정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저 가느다란 팔다리에서 그런 괴력이 나올 수 있으며 그렇게 검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지.
그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마물이기에 가능한건가?’
그런 생각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후트는 졌고 비올렛은 이겼다. 주군인 알에리 후작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었다.
비올렛은 쓰러진 망연자실한 후트를 무시하고 알에리 후작을 바라봤다.
“내가 이겼어.”
선언하듯 말하는 목소리에 알에리 후작이 무표정한 얼굴로 후트를 바라봤다.
"후트 경, 비올렛 양의 말에 동의하는가?"
"허억… 허억…"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검술 숙련도나 신체적 능력이나 비올렛이 모두 자신을 압도하고 있었다. 대련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는 무거운 시선에 섣불리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후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땅을 더듬었다. 손에 검이 잡히기 무섭게 그것을 휘둘렀다.
가볍게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공격을 피한 비올렛은 겨우 일어선 후트가 아닌 알에리 후작을 바라봤다.
"이미 승부가 난 싸움이야. 저 사람은 이미 싸울 의지가 없다고."
"후트 경, 그 말이 사실인가?"
"아닙니다! 계속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그렇다고 하지 않나?"
뻔뻔하게도 그렇게 말한다. 비올렛은 짜증 난다는 얼굴로 검을 치켜세웠다.
알에리란 놈도 알폰스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인종이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놈. 모든 것을 제 발아래에 두고 있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
비올렛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앞의 남자를 동정할 생각은 없었다. 결국 이 대련을 받아들인 건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었으니까.
"흐아아압!!!"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후트가 달려들었다. 움직임마다 맞은 배가 욱신거리고 토악질이 올라왔으나 그것을 삼키며 검을 휘둘렀다.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우직한 공격에 검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손에 든 검을 놓고 휘둘러오는 공격을 가벼운 스텝으로 피하며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놀란 눈이 마주쳐왔다. 바깥으로 땅을 크게 밟고 왼손을 전력으로 휘둘렀다.
레프트훅이 안면을 부술 것처럼 강타했다. 가죽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후트가 쿠당탕 땅을 굴렀다.
그리고는 일어나지 못했다. 반쯤 개안된 눈으로 보이는 동공이 흐릿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모습이었다.
비올렛은 피 묻은 손을 털어내며 알에리 후작을 바라봤다. 이제 됐냐는 것처럼.
“끝났군요.”
알폰스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알에리 후작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작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저 모자란 견습 기사가 방심을 한 탓에 나자빠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맨손으로 가볍게 제압해버리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탐나는구나.’
메르씨엘 남작의 소유가 아니었더라면 당장이라도 제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었다. 무력도 이만하면 기사 못지않았고 갖춰진 미색도 훌륭하지 않은가. 성격이 조금 괄괄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으나 교정한다면 될 일이었다.
‘아쉽다 아쉬워.’
하프 엘프를 얻은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저것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그리 아까울 수가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후작이 연무장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인정하지. 훌륭한 대련이었네. 약속했던 대로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도록 하겠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이릴과 함께 있게 해줘.”
“그녀와? 나는 상관없다만. 허락을 구해야 하는 상대는 나 외에도 있지 않은가?”
고개를 돌리는 후작을 따라 비올렛이 시선을 옮겼다. 그 끝에 알폰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메르씨엘 남작,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후작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는군.”
깍듯이 말하는 알폰스의 말에 알에리 후작이 성큼 다가와 널브러져 있는 검을 주워들었다. 대련을 위해 빌려주었던 검은 날이 모두 상해서 제 역할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 한 명을 죽이는 데는 어렵지 않은 예기를 품고 있었다.
그는 가볍게 비올렛에게 검을 던졌다. 어렵지 않게 그것을 잡은 비올렛을 보며 후작은 말했다.
“그 검으로 후트 경을 베게.”
“...뭐라고?”
비올렛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큰 귀를 가지고 있지만, 말을 듣는 재주는 부족한가 보군. 다시 한번 말해주겠네.”
알에리 후작이 선언하듯 말했다.
“그 검으로 후트 경을 죽이게. 그렇다면 부탁을 들어주지.”
“미쳤어? 나보고 이 사람을 죽이라고?"
"후트 경 역시 비올렛 양을 죽이기 위해 검을 들었는데 뭐가문제인가?"
그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비올렛 양이 후트 경보다 실력이 좋지 않았다면 큰 상처를 입고 사경을 헤맸을 것이야. 내가 그렇게 명했으니."
"이미 난 대련에서 이겼어. 이 사람을 죽일 이유 따위는 없다고."
"죽일 이유가 없다니, 방금 메르씨엘 남작이 그러지 않았나?"
후작님의 뜻을 따르겠노라고.
비올렛은 그제야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그를 바라봤다. 알에리 후작의 뜻이 곧 알폰스의 뜻이었다.
즉 지금 후트를 죽이지 않는다면 이릴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비올렛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살피며 이릴을 찾았다. 사용인들 사이에 있던 그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이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녀는 누군가를 죽여본 적이 없었다. 무척이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저 치고받고 싸우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범죄였다.
당연히 그런 짓까지 벌인다면 정말로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기에 우발적으로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러니 지금도 죽이지 않는 것이 맞는 판단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모처럼 만난 이릴과 함께 할 수 없었다. 만약에 탈출할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오늘을 마지막으로 영영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
알폰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종일 방 안에 자신을 가둬놓고 범한다던가, 묶어두는 방식으로 말이다. 생각만으로도 무척이나 끔찍한 일이었다.
그러나 비올렛은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저울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감히 누군가의 삶을 결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올렛도 타인의 목숨을 경시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던 이에게 피해를 받았던 사람이지 않은가.
하지만. 하지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정체 모를 감정이 몸을 떨리게 했다.
비올렛은 눈앞이 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 답을 구하듯 이릴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술이 크게 벙긋거리며 단어를 만들어냈다.
‘죽이면 안 돼.’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던 팔이 늘어지듯 내려간다. 그녀가 바라지 않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설사 이릴과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에 알에리 후작이 말했다.
“고민이 많은 얼굴이니 짐을 조금 덜어주도록 하지. 비올렛 양이 죽이지 않더라도 후트 경은 죽을 걸세. 내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으니 말이야.”
무척이나 잔인하고 상냥한 말이었다. 다른 선택지를 모두 지워내고 한가지 선택을 할 수 있겠끔 해주지 않았나.
늘어졌던 팔에 다시금 힘이 들어 갔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차라리, 이릴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비올렛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역수로 쥔 검이 높이 들어 올려졌다.
“영진-”
살을 가르며 파고드는 감각이 검을 타고 느껴졌다. 꿰뚫린 심장이 발악하듯 박동하는 울림이 마치 자신의 것 같았다. 의식을 잃은 후트의 입에서 울컥 피가 토해졌다.
몇 번이고.
“하아… 하아…”
눈앞이 어질거렸다. 크게 뜨인 눈이 시체가 되어 가는 후트의 몸을 바라봤다. 그는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고 마구 발버둥 치지 않았다.
조용히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단순히 찌르기만 한다고 금방 죽지 않는다네. 근처에 회복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상처쯤은 금방 회복할 수 있지.”
손잡이 위로 굳은살이 배긴 커다란 손이 다가왔다. 검을 쥐고 있는 것이 고작인 비올렛의 손을 잡으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뿌드득- 빠드득- 하며 근육이 으스러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렇게 안을 마구 휘저어야 회복 마법이 먹히지 않는다네. 알겠나?”
알에리 후작은 가르치듯 말했다.
비올렛은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우웩…!”
그녀는 주저앉듯 쓰러지며 거세게 토악질을 했다. 죽였다. 자신의 손으로 정말 죽이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살아 있던 사람을, 더 이상 움직이지도 숨을 쉬지도 못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후작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알폰스에게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처음인가?”
“예. 좀 더 가르친 뒤에 할 생각이었지요.”
“이런, 내가 조금성급했나 보군.”
“이르나 늦으나 하게 될 것이었으니 괘념치 마시지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평소와 다르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목소리에 비올렛이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기에.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남작이 그리 말한다면 다행이군. 수고했네 비올렛 양. 아주 훌륭하게 해주었어. 듣기로는 고작 이 주 정도 검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대단한 실력이야. 정식 기사와 붙어도 좋은 승부가 될 정도로 말이지.”
알에리 후작은 말을 하다 비올렛의 얼굴을 바라봤다. 처음 살인을 겪은 사람답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 갓 기사가 된 이들이 자주 보이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비올렛 양이 말한 부탁은 들어주도록 하겠네. 이릴 양과 같은 방을 쓰고,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지. 남작 역시도 이견은 없을 터.”
“물론이지요.”
후작의 말에 알폰스가 긍정했다.
비올렛은 멍하니 차가운 시체가 된 후트를 바라봤다.
마치 금방이라도 그가 살아날 것처럼 계속해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알폰스와 알에리 후작이 저택으로 돌아가고 모두가 떠나간 연무장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릴이 그녀의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까지.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