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28화입니다. (28/75)



〈 28화 〉28화입니다.

비올렛은 잠결에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랫배 언저리가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 손을 뻗어 배를 긁어도 가려움은 여전했다. 여전히 의식이 반쯤 잠들어 있는 상태였기에 둔중한 감각으로는 그게 뭔지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혹시 점심을 많이 먹은 것이 탈이 난 걸까? 하기야 제가 생각하기에도 많이 먹었다 싶었다.


차려져 있던 음식  절반을 혼자 먹어 치웠으니. 그조차도 완전히 배가 차게 먹은 것이 아니었다. 알폰스가 기이한 것을 본다는 시선을 뿌리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먹었을 것이었다.

전생에서도 그렇게 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몸은 정말 끝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 한  얼마나 먹을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기는, 전생에서는 그렇게 먹어버리면 몇 주는 쫄쫄 굶었어야 했을 테니 못 할 짓이다.

그나저나 맛있었지. 먹었던 것을 떠올리니 절로 혀가 입술을 할짝거렸다. 손바닥만한 고기부터 시작해서 생선 요리, 이름 모를 면 요리에 풍미 좋은 스튜… 아직 남자였을 때는근처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이곳에서 살면 그런 것들을 매일 먹을  있단 걸까? 알폰스 녀석이 짜증 나도 그정도라면 감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비올렛은 눈을 떴다. 언제 달아놓은 건지 반투명한 레이스가 침대 바깥을 가리고 있었다. 레이스 바깥으로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 보였다.


비올렛은 멍하니 뜬 눈으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언제 잠들었더라? 오늘은  쉬라고 했던 알폰스는  말대로 제게 터치를 하지 않고 식사가 끝나자 식당을 벗어났다. 샬럿 역시도 그를 보좌하려는 듯 곧장 따라갔다. 하긴, 그녀가 언제나  옆에 붙어 있을 이유는 없었다.

자신도 식당을 벗어나 곧장 방으로 돌아가려다, 곧장 깨달음을 얻었다. 이곳에는 시간을 보낼 만한 것이 없었다. 만약 방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하릴없이 앉아만 있다 잠들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저택을 둘러보려고 했다.


복도가 넓고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지만, 비올렛은 달리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저가 세 살배기 아기도 아니고 왔던 길을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못할 리 없지 않은가.

다만 생각하지 못한  저택이 생각보다 훨씬 더 넓었다는 것이었다.

정말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복도가 이어졌다. 바깥에서 봤을 때 분명 크기는 했으나 이정도로 넓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도대체 알폰스는 얼마나 부자이길래 이렇게 큰 집을 소유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뭐, 아주 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중간부터 걷지 않고 뛰니 금방 끝이 보였다. 그곳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는데 바깥 풍경이 모두 보였다.


저가 살던 달동네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곳이었다. 전기는 없었지만 도시의 풍경이나느껴지는 풍요로움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기야 그곳도 말이 전기가 들어온다고 할 뿐이지 없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시대적으로나 문명적으로나 뒤떨어져 있었다고 봐야 했다.

어쩌면 돌아가지 않고 이 세계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남자로는 돌아가는  좋겠지만. 여자의 몸은 여러모로 불편했다. 가슴에는 쓸데없이 무겁기만한 지방 덩어리가 달려 있었고 머리 위에는 팔뚝보다  토끼귀가 달려 있었다.


사실 여자라기보다는 제 몸이 백토 공주의 것이어서 불편한 것 같기는 했다. 일단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이렇게 노예가 되었으니.

게다가 얼마 전에는 남자에게 범해졌기까지 했다. 남자였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기껏 해봐야 싸울  있는 용도로 쓰이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남자로 돌아가야 했다. 이 몸으로는 할 수 있는 것에 제약이 너무 많았다. 훗날 이릴과 만나 노예의 삶에서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여자가 두 명인 이상 언젠가 큰일을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지만. 애초에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오고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부터를 알 수 없는데  리가 있나.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상 할 것도 없어서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기억을 되짚으며 복도를 걷던 찰나 살짝 열려 있는 문이 보였다.


호기심에 그곳을 들여다보니 부관이 있었다. 그는 샬럿과 비슷한 복장의 여자에게 간호를 받고 있었는데 힘겨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보니 퍽 아픈 것 같아 보였다.


조금 비실거리는 정도였더라면  뒤통수를 깨버린 복수를 할까 했는데 의식도 없이 끙끙거리는  보니 조금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하긴 그 역시도 처음에는 노예였다고 하니 고단한 삶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알폰스가 그를 거둬줬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지랄 맞은 성격상 제대로 돌보아주었을 리는 없을 테고.


그렇지만 역시 마지막 찬스였을 그 상황에서 뒤통수를 깨버린 건 용서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기회였을지도 몰랐는데 말이다.

언젠가 복수할 기회가 오겠지. 그리 생각하고는 문을 닫고 곧장 방으로 향했다. 그사이에 달리 특별한 일은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 사람 다섯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는 침대에서 빈둥거리다 잠들었던  같았다.


“응…”


생각을 끝낸 비올렛은 몸을 뒤척거렸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가려움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꽉 다물린 균열은 질척거렸다. 설마 자는 사이에 지리기라도 한 걸까.

아니, 그런 것과는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비올렛은 손을 들어 그것을 바라봤다. 실처럼 길게 늘어지면서 끊어졌다. 미지적근한 액체가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제 몸에서 나온 게 분명할 텐데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멍하니 그것을 보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곧장 침대에서벗어나 방을 두리번거렸다. 휴지 같은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방안을 뒤적거려도 그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것보다 왜 이렇게 덥지?’


후우. 비올렛은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어쩐지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감기라도 걸린 건가? 손으로 이마를 짚어 보니 확실히 열이 있었다. 하지만 방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창문도 모두 닫혀 있었으니 바람이 들어올 일도 없었다.


비틀거리며 창가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열을 조금 식혀주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공기가 조금 차갑기는 했지만, 그보다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이더 강했다.

샬럿에게 물어볼까? 비올렛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그녀에게 의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알폰스 그놈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일단 자존심이 상했다. 그딴 놈에게 고개 숙여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게다가그놈은 자신을 강제로 범한 놈이지 않은가.


비올렛은 창문을 닫고 비척거리며 방을 나섰다. 머리가 멍하고 아래에서 무언가 자꾸 뚝뚝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치마 자락을 거드니 비부에서부터 투명한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그러고 보니 여자는 남자보다 오줌을 참기 힘들다던가. 방광의 길이가 남성의 것보다 훨씬 짧아서 금방 지린다고 들었던  같았다.

“더워…”

어느 순간부터 벽에 기대고 있었다.  전까지는 얼굴만 뜨거웠는데 이제는 전신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벽에서 흘러들어오는 차가운 냉기가 그나마 몸을 식혀주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지 못했다.

달뜬 숨소리를 내뱉고 있던 비올렛의 귀가 쫑긋거렸다. 감고 있던 눈을 그녀가 어느 한 방향을 바라봤다.


샬럿의 목소리였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들려왔다. 비틀거리며 걸음을옮겼다.

빨리 샬럿을 찾아서 해열제 같은 것을 달라고 생각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의 위치도 말이다. 아니면 휴지를 달라고 하던가.

얼마나 걸었을까, 어두운 복도 위로 한 줄기의 빛이 새어 나오는 게 보였다.

조금 열린 문 틈새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나는 샬럿의 것이었고 하나는 알폰스의 것이었다.


비올렛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분명 알폰스라면 제 모습을 보고 비웃거나 놀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올렛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문까지 비척거리며 다가갔다.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비올렛은 잠시 멈칫하며 문틈으로 보이는 방 안에 풍경을 바라봤다. 저가 있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넓은 방이었다. 침대 역시도 무척이나 커다란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알몸의 두 남녀가 몸을 섞고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샬럿과 알폰스였다.

새삼 그 모습이 충격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섹스를 하건 무엇을 하건 제가 알게 뭔가.


하지만 이상하게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문을 살짝 여니 훅하고 방 안의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사람이 만들어낸 열기와 진득하고 농후한 정사의 냄새가 비강을 타고 머리를 가득 채웠다.


비올렛은 겨우 주저앉을 뻔한 것을 참아냈다.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일어서 있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아랫배가 간질거리는 것이 더욱 강해졌다.

“하, 하앗…”

그녀는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내 몸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비올렛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읏♥ 주인님 더, 세게엣♥”


“빌어먹을 창녀 같으니! 내 자지가 그렇게 고팠던 거냐?!”

“네, 네엣♥ 저는 주인님의자지가 좋아요♥ 아흑!”


천박한 말을 주고받으며 방아를 찍듯 피스톤질한다.


그의 커다란 자지가 샬럿의 보지를 부술 것처럼 찔렀다. 그녀는 교성을 내지르면서 헐떡거렸다. 다리를 머리 위로 붙잡혀 교합부가 훤히 보였다.


길게 빼내었다가 깊숙이 박는다. 안으로 깊이 찌를 때마다 달콤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퍽거리며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물소리가 비올렛의 귀에 하나도 빠짐없이 들려왔다.

“하, 흐으…”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거의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두 사람의 정사를 보고 있으니 아래쪽이 욱신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비올렛은 홍수난 듯 질척거리는 음부를 문질렀다.


손가락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저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들켜버릴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곧바로 의식 한쪽으로 던져졌다.


샬럿이 음식에 탄 미약의 효과가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흐윽… 아읏…”

앙다문 잇새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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