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21화입니다.
비올렛은 잠시 머뭇거렸다.
아픔에 못 이겨 봉사하겠다는 말을 하기는 했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봉사하겠다니, 무슨 헛소리를 한 거냐. 나는…’
어쩌다 그런 말이 튀어나온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아는 봉사란 학교에서 누군가를 패버렸을 때 벌로 받는 교내 미화 활동이었다. 성인이 되었을 때는 벌금 대신 빈민가에서 연탄을 나르는 일이 그것이었다.
“안 하는 건가?”
“지, 지금 할게요!”
어찌할 바를 몰라 그러고 있으니 머리 위로 중저음이 내려앉았다. 비올렛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껄떡거리고 있는 자지를 붙잡았다.
무척이나 뜨거웠다.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손을 놓을 뻔했다. 제 손이 차가운 것인지, 아니면 그의 양물이 뜨거운지 알 수 없었으나 마치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비올렛이 그런 느낌을 받은 것처럼 반대로 알폰스는 제 성기에닿는 서늘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하마터면 목소리가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아냈다.
무슨 손이 이렇게 차가운지, 발기가 죽을 뻔 했다. 오랫동안 물속에 있었으니 당연하였으나 알폰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살덩이가 맥동하는 느낌이 손안에 울려퍼졌다. 비올렛은 어지러운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자지를 훑는 손길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남자였다. 게이가 아니었기에 동성의 것을 만진적도 없었다.
이성의 것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비올렛은 성욕이 많지 않았다. 어쩌다 정말로 쌓이고 쌓여 분출해내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 되서야 자위로 해결하고는 했다. 아니면 몽정으로 빠지던가.
자신의 것을 만지는 것도 드물게 하는 인간이 타인에게 제대로 봉사할 수 있을까.
단연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일례로 알폰스는 조금 짜증이 난 상태였다. 봉사하겠다고 맡겨두었더니 감질나게 조금씩 움직일 뿐이지 않은가.
표정을 보면 의도하고 그런 것은 아닌것 같았지만, 감질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처녀였던가.’
허벅지로 흐르던 파과혈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기사 성경험 없는 노예가 봉사를 한다고 해봤자 얼마나 하겠는가.
알폰스는 저가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하며 제 딴에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손을 붙잡았다.
“아!”
“아.”
고통어린 비명과 깨달은 목소리가 교차했다.
그가 잡고 있는 건 비올렛의 오른손이었다. 손목 위로 팔꿈치까지 붕대를 감아둔것이 보였다. 일전에 자신이 부러뜨렸던 팔이었다. 손을 놓으니 다른 팔로 부여잡고 몸을 웅크리는 모습이 보였다.
고통을 참아내려는 것 같았다. 퍽 안쓰러운 모습이었으나 알폰스는 그다지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발을 들어 작은 머리통을 지긋이 밟았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금새 흙범벅이 되었다.
“윽…”
“봉사하겠다고 해서 맡겨 봤더니 볼품없군.”
“죄, 죄송합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몰랐지만 비올렛은 그렇게 말했다.
지근거리며 머리통을 밟던 알폰스는 몸을 일으켜 머리카락을 휘어잡았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강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몰랐으나 이리 강압적으로 끌고가니 절로 공포가 솟아났다. 비올렛은 비명을 지르며다급하게 외쳤다.
“아윽! 잠깐, 잠깐만!”
끌고가던 다리가 멈췄다. 동시에 비올렛의 눈앞에는 겁에 질린 자신의 얼굴이 수면 위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알폰스는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모처럼 씻었는데 이렇게 더러워져서야 안되겠지?”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조교사에게 물고문을 당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올렛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저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제발! 제발! 푸웁!”
“사양할 필요 없어. 내가 씻겨줄 테니.”
단숨에 물 속으로 머리를 처박은 알폰스가 말했다. 물 바깥에 있던 몸이 마구 발버둥쳤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통을 눌렀다.
퍼덕거리며 훼를 치던 팔이 머리를 붙잡은팔에 닿았다. 손톱을 세워 긁어대는 것이 여간 따가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손을 놓지 않았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다 머리통을 들어올렸다.
“콜록! 콜록! 흐엑, 헤엑!”
“아직 덜 씻겨진 거 같은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다씻었어푸웁!”
다시 쳐박고는 다른 손으로 검지와 중지를 들어 까딱거렸다. 그 사인을 알아차린 부관이 익숙하게 상자를 들고왔다.
안에 있던 연초를 입에 무니 곧장 성냥불이 다가왔다. 연초 끝에 불을 붙이고는 길게 빨아들였다.
“상처를 치료해 드릴까요?”
팔 위로 그어진 다섯 개의 붉은 선을 보며 부관이 말했다. 내뱉은 몽글거리며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알폰스는 연초를 다시 입에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손을 휘휘 저으며 떨어져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부관은 더 묻지 않고 떨어졌다. 알폰스는 적당히 짧아진 연초를 강으로 던지고 물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머리를 들어올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비올렛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물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물을 토해내며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폐가 따가웠고 물먹은 털 때문인지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제 목소리도 희미하게 들릴 정도 였으나 비올렛은 몇 번이고 빌었다.
“살려달라니, 죽일 생각도 없는데 말이지.”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하, 뭐든지라?”
그 말에 알폰스가 비웃었다. 애초부터 노예가 된 시점부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뭐든지 하겠다는 말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비올렛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뭐든지 할게요.”
“그럼 필요 없다고 해두지.”
그 말에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몸이 돌아갔다. 물이 아니라 하늘이 보였으나 곧바로 커다란 손이 안면을 짓눌렀다. 코까지 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입까지 잠기지 않아 아까 전과는 달리 숨을 쉴 수 있었다.
“제발, 웁. 쿠훕.”
알폰스는 간절히 비는 입에 삽입했다. 앵앵 거리는 것이 여간 듣기가 싫은 게 아니었다. 주저 없이 목구멍을 열어 젖히며 뿌리까지 쑤셨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두 어번 피스톤질 했다.
목구멍 깊숙히 찌를 때마다 허리가 들썩거렸다. 그는 주먹을 말아쥐고는 가볍게 비올렛의 가슴을 쳤다. 발버둥치던 몸뚱아리가 작게 경련하더니 조금 잠잠해졌다.
알폰스는 습관적으로 그녀의 목으로 손을 올렸다가 노예의 인장이 가로 막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흐엑, 흐악…”
목구멍 깊게 찌르고 있던 양물을 빼내자 비올렛은 거세게 호흡하며 수면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알폰스는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부관에게 말했다.
“이거랑 같이 받았던 열쇠 가져와.”
성노예를 살 때는 노예의 인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왠만하면 주인에게 순종하고 도망칠 수 없게 조교가 끝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로 전투 노예나, 그런 이력이 있는 녀석들에게만 채우는 게 노예의 인장이었다. 비올렛 역시도 그것 없이는 컨트롤 하는 게 귀찮아질 것 같아서 채웠던 것이었는데 생각이 짧았다.
목이 아니라 손목이나 발목에 채웠어야 했는데. 어차피 어느 부위에 착용을 하던 효과는 똑같았으니 말이다.
알폰스는 부관에게 그리 말하고는 비올렛을 바라봤다. 언제 이동한 것인지 물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콜록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이렇게 있다가는 정말로 죽어버릴 지도 몰랐다. 조교사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철저히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했기에 죽일 수 없었다. 죽을 만큼 아프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알폰스는 달랐다. 그는 가학적인 남자였다. 조교사와 달리 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럴 마음만 든다면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 변심을 부릴 지 알 수 없었다.
도망쳐야한다. 비올렛은 그렇게 결론내렸다.
‘하지만 어떻게?’
목에는 노예의 인장이라는 족쇄가 채워저 있었고 신체 능력도 상대가 더 뛰어났다. 만약 노예의 인장을 벗어던진다고 하더라도 머지 않아 잡히고 말 것이었다.
그녀가 생각에 빠진 사이 부관이 열쇠를 가지고 왔다. 알폰스는 그것을 건너받고 비올렛을 향해 던졌다.
눈앞에 떨어진 열쇠를 한 번,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알폰스는 느긋하게 말했다.
“노예의 인장을 벗을 수 있는 열쇠다.”
그 말에 황급히 열쇠를 집어 들고 목을 더듬었다. 열쇠가 들어갈만한 홈이 손 끝에 느껴졌다. 곧바로 열쇠를 넣어 돌리니 거짓말처럼 툭하고 해방감이 느껴졌다.
비올렛은 멍하니 떨어진 묵빛 철덩어리를 바라봤다.
가능성이 생겼다.
“도망치고 싶다면 도망쳐라.”
알폰스는 그렇게 말했다. 비올렛은 주저 없이 몸을 돌리려 했다. 뒤이어 들려온 말이 아니었다면.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처럼 손속을 봐주는 것이 없을 거다.”
그 말이 마치 사형선고처럼 들려왔다. 떼어지려던 발걸음이 공포에 질려 땅과 마주한다.
비올렛은 땅을 바라보며 가쁘게 호흡했다. 죽는다. 등을 돌려 도망치는 순간 반드시 죽는다. 그녀의 오감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부터도 죽음을 두려워했다. 죽은 이후에는 그것이 더욱 강해졌다.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개를 들어 지평선으로 이어진 평지를 바라봤다.
이곳에서 도망쳐봐야 숨을 곳도 없어 금방 잡힐 것이 뻔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도망치는 것보다 얌전히, 숙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
“허나 그것을 손목에 차고 돌아온다면, 죽이지는 않으마. 비올렛.”
그 생각에 쇄기를 박듯 알폰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애초에 선택지라고 할 것이 없었지만, 그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듯 말했다. 비올렛은 부상을 입었고 약했다. 이 넓은 평지에서 도망을 쳐봐야 잡히는 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이것이 그가 노예를 다루는 방법이었다. 학대를 하고 도망칠 기회를 준 다음, 도망치지 않는 게 생에 이롭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물론 이런 것에도 도망치려고 드는 노예들이 있었다. 아직 삶보다 자유를 더 갈망하는 멍청이들이었다.
주저 없이 죽여버렸다. 사지를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흩뿌렸다. 그녀가 도망가려 한다면 그는 다시 한 번 그것을 반복할 것이었다.
아니, 그러기에는 비올렛의 외모가 아까웠다. 차라리 사지를 잘라 가공을 한 뒤 살아있는 휴대용 성욕 해소기로 만들어도 좋을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럴 일은 없었다. 그녀는 땅에 떨어진 노예의 인장을 손에 들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알폰스는 그런 비올렛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녀가 바로 자신의 바로 앞에 섰을 때도 말이다.
“올바른 선택을 한…”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알폰스의 두 눈이 흡 크게 떠졌다. 벌벌 떨리는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꺾여 있었다. 자신의 자랑스러운한 뼘 크기의 거물이 바람에 맞아 꺾인 풀마냥 옆으로 부러져 있었다.
그 바람을 일으킨 비올렛이 휘둘렀던 묵빛 철을 되돌리며 말했다.
“손속을 봐주지 않아? 죽이지 않겠다고?”
“이, 이 망할 년이…”
살려달라고 빌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폰스는 안색을 굳히며 설설 몸을 웅크렸다. 뒤늦은 고통이 그를 심연 속으로 끌고가려고 했다.
그녀는 노예의 인장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좆까, 씨발아.”
구차하게 도망치다 죽는 거나, 엉엉 울며 삶을 구가하는 건 그녀의 성격이 아니었다. 둘 중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그건 알폰스가 되어야했다.
있는 힘껏 인장을 쥔 손으로 턱주가리를 후려쳤다.
그러나 알폰스의 턱은 부서지지 않았다. 팔을 휘두르던 비올렛의 몸이 휘청거렸다. 공격은 시원스럽게 빗나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뒤통수를 만졌다. 끈적한 뜨거움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몽둥이를 들고 있는 부관의 모습이 보였다.
알폰스에게 집중한 탓에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런… 씨발 같은...”
비올렛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까뒤집었다.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몸이 강 위로 떨어졌다.
풍덩, 물보라가 일었다. 부관은 그것을 보다 허리를 숙이고 여자처럼 안짱다리를 하고 있는 알폰스를 바라봤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넌… 씨발… 이게 괜찮아 보이냐…?”
부관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주군은 여태까지 그가 범했던 노예들처럼 안색이 흑빛이었다. 그가 자랑하던 우람한 대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을 닮은 자지라고 일순간 생각했으나 부관은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치료하겠습니다.”
손을 뻗어 부러진 물건으로 향했다. 그의 몸에서 녹색빛이 흘러나와 성기에 깃들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러졌던 자지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원상태로 돌아왔다. 실로 기적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일이었으나 두 사람은 익숙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완전히 치료가 끝나서야 녹색빛은 사그라들었다. 부러져 흙빛이던 알폰스의 물건 역시도 언제 그랬냐는듯 우뚝 서있었다.
“젠장, 아직도 욱씬거리는 것 같군.”
“저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절한 채로 강 위로 떠내려 가고 있는 비올렛을 가리켰다. 유속이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멀리 흘러가지는 않았다.
“어쩌긴 뭘 어째? 건져와.”
알폰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지가 부러지는 느낌은 상당히 끔찍했으나 그는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웃었다. 그렇게까지 고통을 받아내고도 여전히 자신에게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알폰스를 즐겁게 했다.
만약 그녀가 겁을먹고 스스로 족쇄를 차고 돌아왔다면, 머지 않아 그는 비올렛을 죽였을 것이었다.
말로 하는 약속이란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하지만 그녀는 훌륭하게도 자신을 무너뜨리고 죽이려 들었다.
“합격이다.”
부관이 건져온 비올렛의 팔목에 족쇄를 채우며 알폰스가 기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