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17화입니다.
마누엘은, 알폰스 메르씨엘 남작은 극도로 가학적인 남자였다.
그는 고통을 주는 것을 쾌락으로 여겼으며 특히나 아름다운 여성이 괴로운 비명을 지를 때마다 더욱 그러했다.
약간의 노출증 역시도 있었다. 고통을 주는 방법에는 다수의 사람이 보는 앞에서 행하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의 하반신은 어느 때보다도 뻣뻣하게 서있었다. 바지춤을 뚫고 나오려고 할 정도로 압박이 느껴졌다.
그 사실을 영진이 알리가 없었다. 그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다.
꺾이지 말아야할 곳으로 꺾인 팔이 보였다. 살짝만 몸을 움직여도 무지막지한 통증이 머리를 헤집었다.
“흐아, 아아!”
사람의 언어조차도 잊어버린 것처럼 끄억끄억 숨을 헐떡이면서 겨우 서있었다. 눈물이 얼굴을뒤덮고 시야가 흐려졌다.
영진은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그 모습이 더욱 흥분되어서 알폰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던졌다. 조각된 석상 같이 갈라진 근육들이 노출되자 관중 속에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마지막 속옷까지 벗어던지자 서커스장 위에는 발가벗은 남녀 둘이 존재하게 되었다.
여자는 뒤틀린 팔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고 남자는 커다란 성기를 빳빳이 세우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영진의 턱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엉망진창인 얼굴이었다. 시작 전에 보여주었던 사나운, 전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통에 몸서리치며 울부짖는 여자만이 존재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부르터진 입술에 키스했다.
영진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팔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알폰스의 혀가 치열을 훑고 혀와 입 안을 농락하고 있음에도 겨우 숨을 쉬기 위해 헐떡거리기만 할 뿐 그를 밀치거나 하지 못했다.
짧지 않은 키스가 끝나고 두 사람이 멀어지며 타액의 실이길게 늘어졌다.
영진의 얼굴이 붉었다. 키스는 격렬했고 숨을 쉬게 해주는 배려조차 없었다. 오직 제 잇속을 탐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위 역시도 영진의 상태를 배려하지 않았다. 알폰스는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갑작스레 움직인 탓에 팔이 움직였고 영진은 아파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그에 아랑곳 않고 알폰스는 자신이하고 싶은 것을 했다. 영진을 자신에게 기대게 한 뒤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게끔 했다.
얇은 넓적다리를 커다란 손으로 벌려 치부를 숨기지 못하게 했다. 마치알폰스는 자랑을 하듯 관중석 가까이 다가가 서커스장을 한바퀴 돌았다.
관객들은 일부러 가까이 와 축 늘어져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영진을 관찰했고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모든 이들에게 영진을 제대로 보여주고 나서 그는 서커스 한 가운데 단상 위로 올라왔다.
맹수를 조련하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맹수는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쪼그려 앉아 궁상맞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지금은 두 마리의 짐승이 이어질 교미를 위해 자리하고 있었다.
머리 위로 조명이 내리쬐었다. 빛 속에서 알폰스는 말했다.
“아직 내기는 끝나지 않았다네.”
영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느라 목은 쉰 지 오래였고 숨을 쉬는 것조차도 따갑게 느껴졌다. 부러진 팔에서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내기의 승패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영진은 힙겹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머리 뒤로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눈을 굴려 사람을 찾았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금발이 보였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숨을 죽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치 버틸 수 없다는 것처럼 몸을 무너뜨리고 땅 위로 쓰러져 있었다.
울 필요 없다고 안아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팔도 묶여 있지 않았으니 가능할 것이었다. 한 쪽에 감각이 없기는 하지만 다른 한 쪽이 여전히 남아 있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을 붙잡고 있는 손부터 떼어내야 했다.
영진은 남은 팔을 들어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손을 때렸다. 그래봤자 위로 들었다 툭 떨어지는 정도의 타격이어서 가렵지도 않았다.
알폰스는 그런 저항을 귀엽게 바라보며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렇게 격렬히 움직였음에도 후덥지근한 땀내는 나지않았다. 풋풋한 살내음이 맡아졌고 알폰스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가볍게 목덜미를 깨물자 얼굴로손이 날아왔다. 피하지 않고 탁탁 두드리는 것을 그대로 맞아주고 있으니 제풀에 지쳐 늘어졌다.
그녀의 냄새를 마음껏 맡고 나서야 알폰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아까 전의 말을 되풀이했다.
“아직 내기는 끝나지 않았네.”
“...”
“하지만, 이제는 끝낼 시간이지.”
역시 영진은 대꾸조차 없었으나 알폰스는 행동했다.
빳빳이 커진 자지를 그녀의 아래에 맞췄다. 여지껏 남성의 침입이 없어 꽉 다물어진 입구에 문대고 있으니 반응이 있었다.
영진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커다란 자지가 저를 꿰뚫으려 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껴 몸부림 쳤으나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넓적 다리를 잡은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고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움찔 움찔 거리며 멈칫 거렸다.
"크으, 아악…!"
그러는 사이에도 착실하게 자지는 음부를 헤집고 들어갔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밀고 들어오는 기둥에 밀려 조금씩 열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이물이 제 몸으로 들어오는 건 아팠고 무척이나 끔찍했다.
짧은 전희조차 없었으니 당연했다. 영진은 제 몸 안으로 이물을 밀어내기 위해 힘을 줬다.
알폰스는 갑작스레 조이는 압력에 얼굴을 찌푸렸다. 안그래도 들어가기 힘든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윽, 욱."
그는 잠시 고민하다 허리를 살짝씩 움직여 피스톤질했다. 영진은 그것에 맞춰 작게 힘겨운 신음을 흘렸다. 힘을 주는 것이 무색하게 조금씩 조금씩 그것은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어느 순간 나아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영진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뭔지 알았고 알폰스는 두 자리에 이르는 경험으로 눈치챘다.
"자, 잠깐."
그것은 막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영진의 얼굴이 한순간 공포로 물들었으나 알폰스는 주저하지 않고 허리를 튕기며 말했다.
“내기는 나의 승리인 것 같군.”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올라왔다. 두 눈이 크게 뜨이고 입이 뻐끔거리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뱉었다.
파과의 고통은 강렬했고 끔찍했다.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알폰스는 기둥을 타고 떨어지는 파과혈을 느끼며 허리를 움직였다. 아, 윽, 하는 짧은 목소리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다. 피스톤질하는 그 움직임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욕정을 풀기 위한 허리놀림이었다.
처음 갖는 성관계였으나 그 안에 영진의 쾌락은 없었다. 불쾌함과 끔찍함, 괴로움과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느낌이 공존했다.
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행위를 빠르게 끝냈으면 하는 바램 뿐이었다.
“캬흑!”
벌어졌던 다리가 모여지고 팔 한쪽이 밑에서 지탱했다.그리고 남은 팔 하나가 올라와 영진의 목을 졸랐다.
손아귀의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졸라대는 손에 안색이 단숨에 흑빛으로 물들었다. 입에서 게거품을 물며 눈깔이 뒤집힐 듯 했다.
그에 반해서자지를 조이는 조임은 훌륭했다. 알폰스는 목을 조를 때마다 질을 조이는 느낌을 좋아했다. 힘조절을 실패해서 목을 꺾어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어왔지만, 그녀는 다른 이들과는 다를 것이었다. 당장 대련에서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평소보다 손아귀에 들어가는 힘이 강했다. 꾸드득 하고 불길한 소리가들려왔으나 예상대로 부러지지는 않았다. 조여오는 질을 음미하며 피스톤질을 계속했다.
영진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썩거리는 몸을 마치 제 3자의 기분으로 바라봤다. 머리로 피가 돌지 못해서 그런지 몽롱한 기분이었다.
썩 나쁘지는 않았다. 아픔도, 괴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슬픈 감정도 들지 않았다. 차라리 이 상태가 계속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알폰스는 영진이 편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목을 잡은 손이 풀어지자 곧바로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
자지가 삽입되고 빠지는 것은 마치 칼로 배를 찌르고 빼는 느낌이었고 이따금 가장 깊숙한 곳까지 찔러 넣어 문질러 대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알폰스의 물건은 무척이나 커서 비교적 체구가 작은 영진에게 삽입되니 배 위로 불룩 튀어나오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영진은 자지가 깊숙히 들어올 때마다 토할 것만 같았고 다음 순간 알폰스가 허리를 쳐 올리자 주저 없이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내뱉었다.
“우웩!”
토하기 직전에 고개를 돌린 것은 무의식적인 반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얼굴을 향해 뱉어지지는 않았으나 희멀건 위액이 알폰스의 몸을 타고 흘렀다.
그에대한 화답이라고 할지 다시금 목이 졸라졌다. 이번에는 위력이 조금 약했으나 여전히 괴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져 입술이 겹쳐졌다. 아랫입술을 베어 물며 가볍게 두드리는가 싶다가도 곧바로 잡아먹을 듯 혀를 집어넣어져 희롱당했다. 반사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혀로 막았으나 곧바로 무자비하게 짓밟혔다.
그와 함께 피스톤질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영진은 숨조차 쉴 틈을 주지 않는 키스 속에서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아니, 과연 끝일까? 그것마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 수도 있었다.
그런 공포 속에서도 파정의 순간은 착실히 다가왔다. 가장 깊숙한 곳까지 삽입된 자지가 움찔거렸다. 그리고는 곧 뜨거운 정액을 토해냈다. 그것이 몇 초간 지속되었다.
배 안을 채우는 감각에 영진이 몸을 떨었다. 머리속에서 무언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정액을 모두 토해내고 나서야 알폰스는 자지를 빼냈다. 막고 있던 것이 사라지자 바닥으로싸지른 정액이 떨어졌다. 발 밑에 작은 웅덩이를 이룰 정도였다.
영진은 한 차례 사정을 했음에도 발기가 죽지 않은 자지를 바라봤다. 보지 위로 뻣뻣이 서있는 그것은 자신의 배꼽까지 올라왔다.
저렇게 큰 것이 제 속을 들락날락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남자에게 박히고 사정까지 당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믿기지 않았다.
왈칵 눈물이 터져나왔다. 목놓아 울지는 않았다. 그저 수척한 볼 위로 두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머리속이 공허했고 모든 의지가 꺾여 나간 것처럼 무기력 했다.
"눈물이 많은 녀석이군."
알폰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원인은 그 본인이었으나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몇 차례 더 눈물을 닦아주다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울부짖으며 난동을 부렸더라면 기쁘게 웃으며 박아주었겠건만 인형처럼 반응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으니 별로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물론부러진 팔을 자극하면 되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해버린다면 본전말도였다. 그랬다가는 고치고 나서도 후유증이 엄청날 것이었다.
고작 밤놀이 용도였더라면 상관 없었지만 알폰스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싹수가 보였다.
제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말이다.
알폰스는 그녀를 고쳐 안고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무대에서 이탈하는 두 사람에게 관중들이 박수를 보냈다. 즐거운 쇼를 보여준 것에 대한 찬사의 의미를 담아.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