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2화입니다. (2/75)



〈 2화 〉2화입니다.

어둠 속에서 영진은 흔들림을 느꼈다.

흔들림에 따라 머리가 어질거렸고 속이 뒤집어졌다. 마치 술을 진탕 퍼마시고 다음 날 같은 감각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으나 그런 기분과는 별개로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 흔들림은 뭐지? 구급차에 타고 있는 건가?’

하지만 흔들림을 제외하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칼에 찔린 환자를 이송하고 있으니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도 이상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보다 난 살아있는 건가?’

죽었다면 이런 생각도 못하겠지만, 영진은 쉽사리 믿을  없었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풍경으로는 사람의 몸에서 나온 거라 생각도 못할 커다란 피웅덩이였다.죽어도 이상할  없는 출혈이었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눈이라도 떠지면 좋겠는데. 눈꺼풀에 무게추라도 단 것처럼 움찔거리기만 할 뿐 뜨여지지 않았다. 영진은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한참을 답답함에 몸서리치고 있을 때였다.

어느 순간부터 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느껴졌다. 손가락을 까딱할  있었고 발작하듯 몸을 떨  있었다. 감겼던 눈도 조금씩 떠져 앞을   있었다.

완전히 눈을 떴을  영진이 중얼거렸다.

“씨발, 여긴 어디야?”

알고 있는 구급차의 내부가 아니었다. 눈을 감았을 때나 떴을 때나  차이 없는 어둠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영진은 몸을 일으키려다 칼에 찔렸던 걸 떠올리며 아차싶었으나 이미 반쯤 몸을 일으킨 상태였다.

이를 물고 찾아올 고통에 대비했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진은 더듬거리며 손으로 칼에 찔렸던 곳을 만졌다.

 위로 우악스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에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피로 축축하지도 않았다. 세탁한 옷을 입은 것처럼 부드러웠다.

‘누군가 옷을 갈아입힌 건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흰색인  같았다. 환자복인가 생각했지만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아래쪽이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던 영진은 고개를 돌렸다.

“넌 뭐야?”

아까부터 입을 헤 벌리고 자신을 쳐다보던 여자에게 말했다.

그녀는 멍하니 영진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는 대답했다.

“난 이릴이야. 넌?”

“영진. 여긴 대체 어디야?”

짧게 통성명을 마친 영진은 주위를 둘러봤다.

이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죄다 움직이지도 않고 바닥에 박힌 것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것 말고도 온통 나무였다. 바닥이건 벽이건 천장이건 말이다.

적어도 영진이 알고 있던 구급차의 안쪽은 아니었다.

“여긴… 마차 안이야.”

“마차 안 이라고?”

이릴의 말에 영진이 황당하다는  되물었다.


“혹시 마차가 뭔지 모르는 거니?”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내가 궁금한 건 그 시대착오적인 물건에 왜 내가 있느냐는 거지.”

영진은 어이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마차라면 놀이공원 아니면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물건이었다. 하물며 그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도  일이 없는 그런 물건이었다.

이릴은 영진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기억 나는 게 있어?”

“왠 버러지 새끼한테 칼에 찔렸었고 정신을 잃었지. 그 다음에는 몰라.”

다시 생각해도 이가 절로 갈리는 일이었다. 주먹으로 싸우는데 갑자기 칼을 꺼내들다니, 비겁한 것도 정도가 있었다. 영진은 누구 하나 씹어죽일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이릴의 표정은 걱정으로 물들었다.

“칼에 찔렸었다고? 괜찮은 거야?”

“아프지 않은  보니 괜찮은 거겠지.”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덤덤히 말했지만 이릴의 표정에서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영진은 그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누군가 자신을 걱정하는  아주 어릴적을 제외하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그런다는 게 더욱 그랬다. 싸움을 해대는 영진이라도 아예 다치지 않는  아니었다. 한 번은 정말로 크게 다친 적이 있었으나 그를 지나치는 사람들 중 누구도 영진을 도운 적이 없었다.

영진과 엮이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고 실제로 도왔더라면 그가 먼저 역정을 냈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영진은 누군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이낯설었고 그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날 동정하려고 하지마. 그런  질색이니까.”

“...미안.”

“됐어. 계속 말하기나 해.”

이릴이 순순히 사과했으나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여전히 표정 위로는 걱정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참 알기 쉬운 여자였으나 영진은 그것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의 주인은 리베치오 상단이야. 혹시 들어본 적 있어?”

“전혀. 모르면 이해하는데 어려운 건가?”

“아니. 리베치오는 여러가지는 팔고 사지만 주로 유통하는 물건은 노예야.”

“노예라고?”

그가 살고 있던 나라는 치안이 좋은 곳이었다. 옛날에는 인신매매가 판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섬노예 같은 풍문 정도가 나돌뿐이었다. 하물며 마차를 이용해서 인신매매라니.

‘병신들도 아니고.’

아무리 경찰 놈들이라고 하지만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 마차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리 없지 않은가.

영진은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되물었으나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릴의 모습에 머리를 싸맸다.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가엾게도…’

이릴은 머리를 싸매고 있는 영진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노예가 된 것에 큰 충격을 먹은 것이리라. 물론 영진이 큰 충격을 받은  사실이었으나 이릴이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아무튼 이릴은 영진을 가엾게 여겼다. 비단외관상으로 보이는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영진이 어떻게 반응할 지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릴은 노예로 잡혀온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다. 그렇기에 처음 얼마간 대화를 나눴을 때 상대가 어떤반응을 보일 지 정도는 쉽게 유추할  있었다.

영진의 성격은 불 같았다. 지금은 당황스러워 하고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곧 그 감정이 분노로 변해 자신을 납치한 이들에게 복수를 불태울 것이었다.

이를테면 지금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한다던지. 이릴이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영진이 몸을 일으켰다.

“나가야겠어.”

“어떻게 하려고?”

예상대로의 말이었다. 이릴은 침착하게 말했다. 여기서 불가능하다고 해봐야 영진 같은 성격이면 오히려 더욱 나가려고  것이었다.

“우선 저 문을 부술 거야. 그리고 대충 눈에 보이는 놈들을  두들겨 패버리면 되겠지.”

“무모해. 바깥에 몇 명이 있을 줄 알고…”

“너보고 하라고 안할 거니까 간섭하지마.”

영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려 문을 향했다. 다급한 마음에 이릴이 몸을 일으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짜증스러운 눈빛이 꽂혔다.

“뭐야?”

“굳이 지금이 아니라도 기회는 있어.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지금보다  쉬울 거야.”

그리고 ‘그 남자’도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영진은 그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오늘 처음 본 주제에 방해 하지마. 내가  두들겨 패지 않는 건 여자라서가 아니라 정보를 알려줘서니까.”

“잠깐…!”

쿵! 우직! 문과 부딪히면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이릴이 설득을 하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영진이 달려가 몸으로 부딪힌 것이었다.

꽤 큰 소음에 마차의 흔들림이 멈췄다. 마차가 정차했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이릴의 표정이 창백해졌으나 영진은 다시 한 번 몸을 움직여 부딪혔다.

‘존나게 단단하네.’

그래도 이번에는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목소리들도.

영진은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몸을 부딪혔다.

쾅! 문을 부수고 바깥으로 나온 영진의 머리 위로 햇살이 쏟아졌다. 어둠 속에 있던 터라 눈부심이 강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바라보다 모여드는 인기척에 들어올렸던 고개를 내렸다.

족히 열댓 명은 넘어보이는 사람들이 영진을 포위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몽둥이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있기는 했지만 날붙이를 들고 있는 녀석은 없어보였다.

그것에 영진은 미소를 지었다.

“덤벼 개자식들아.”

말과는 다르게 영진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

백토 공주는 마수를 조종하는 마물이다.  탓에 일신의 무력은 미력하기 그지 없지만, 강력한 마수 무리에 숨어 있어 잡기 어려웠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백토 공주의 정보였다.

‘허나 저건 뭐란 말이냐!’

리베치오의 말단병사 데일은 동료들과 싸우고 있는 백토 공주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방금 막 노예가 탈출 했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참이었다. 탈출한 노예는 저번 토벌전에서 포획했다던 백토 공주라고 했다. 동료가 전해준 말에 데일은 자기가 나설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백토 공주가 부리는 마수, 백토는 데일 같은 말단 병사 셋이 와도 잡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마수를 부리는 백토 공주는 데일이 아니라 평범한 농사꾼이 와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미력하고 나약했다.

정작 와보니 그 미력하고 나약하다던 백토 공주가 동료들을 무참히 도륙하고 있었다. 누군가 휘두르던 몽둥이를 빼앗은 뒤 부터는 그 속도가 가중되었다.

후려치고 내려찍고 올려친다. 빠악 소리가 들릴 때마다 끄억 하는 비명과 함께 백토 공주보다 머리 하나는  이들이 허공을 날았다.

말단 중 말단이었던 짐꾼에서 얼마 전 병사가 된 데일에게 있어서는 초현실적인 모습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모습을 멀거니 보고 있을 때 뒤에서 강한 시선이 느껴졌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에 슬쩍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그의 상관이 노려보고 있었다.

‘마물을 상대로 어쩌라는 거냐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데일의 몸을 빠릿하게 움직였다. 마물은 무서웠지만 상관이 더욱 무서웠다.

“으아악!"

숫제 비명과도 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데일은 백토 공주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몽둥이로 머리를 내려찍히는 것으로 말끔하게 의식이 날아가버렸다.

꾸엑 하는 멍청한 비명과 함께.

“뭐야 이새낀?”

여태까지 싸웠던 놈들과는 다르게 둥근 체형의 남자를 보며 영진은 중얼거렸다.

‘쫄따구인가?’

뭐  알 바는 아니지.  뒤에서 달려드는 공격을 피하며 몽둥이로 후려친다. 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적이 나가떨어졌다.

영진은 땀으로 범벅인 얼굴을 손으로 훔치며 주위를 둘러봤다.

꽤 많은 수의 상대를 쓰러뜨렸지만 아직도 서있는 녀석이 많았다. 아니, 더 늘어난 것 같은 것 같기도 했다. 분명 처음 마주쳤던 녀석들은 전부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말이다.

영진은 숨을 고르며 빼앗은 몽둥이를 세게 쥐었다. 싸움이 시작된 지도  시간이 흘렀다. 다수를 상대로 꽤 선전하고 있었지만 체력적인 한계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쓰러뜨린 녀석들의 숫자만 해도 양 손발로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만 하더라도 영진이 생각하기에 꽤, 아니 상당히 오래 버틴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쓰러진 놈들 사이에  자리 잡고 누워 있을 것이었다.

영진은 분명 싸움에 재능이 있기는 했으나 초인은 아니었다.  대 다수의 경험이 아주 없는  아니지만, 그 역시도 넷 이상이 넘어가면 아주 부상 없이 이길 수는 없었다. 하물며 스물이 넘는 수라면 더욱 그랬다.

겉으로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아 멀쩡해 보이는 영진이었으나 몽둥이 찜질로 온몸이 욱신거리는 와중이었다.

그럼에도 영진이 아직까지 서있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평소보다 몸이 가벼워.’

원래부터 제법 날랜 몸이기는 했으나 그것과는 정도가 달랐다.

약하게 뛰었다고 생각했더니 상대의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뛰어지질 않나 허공에서 자세를 바꾸는 것도 자유자재로 되질않나. 머리속으로만 생각했던 동작들을 수 있다는   낯선 경험이었다.

게다가 힘도 조금 세진 느낌이었다. 길거리 양아치들이야  대만 때려도 픽픽 쓰러진다만 제대로 단련한 사람들과 붙으면 아무리 영진이라고 한들 버거운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척 봐도 군인 같이 훈련 받은 듯한 남자들이 그의 공격에 픽픽 쓰러졌다.

맨주먹이 아니라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힘이 세진 건 분명했다.

‘하지만 영 이상하단 말이지.’

몸이 날렵해지고 힘이 세진  분명 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영진은 영 찜찜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까부터 머리 위에 무언가 흔들리는 감각이라던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당장 적을 눈앞에 두고 그럴 겨를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것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신경쓰였다.

상대가 자신보다 커보이고 팔다리가 짧아진 듯한 느낌. 영진은 마치 자신이 작아진 것 같은 감각에 오질나게 신경이 쓰였다. 당장이라도 거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씨발, 돌겠네.”

한  떠올리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연계되어 생각하게 된다. 영진은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털어냈다.

우선 눈앞에 있는 것들부터 집중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주위를 경계했다.

헛생각을 하는 동안 이상한 짓을 하는 녀석은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흘깃 시선을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왼쪽 눈을 길게 가로지르는 흉터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주위에 있는 어떤 남자들보다 체격이 컸으며 강해보였다. 그리고 높은 위치에 있는 듯했다.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도 누구도 그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영진이 해야할 일은 명백했다.  잡졸 녀석들보다도 저 남자를 먼저 때려 눕히는 것.

괜히 약한 놈들 상대한다고 힘을 뺐다가 정작 필요할 때 힘을 못쓰는 것 만큼 우스운 게 없었다.

영진은 항상 싸울 때 강한 놈부터 때려잡았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약한 놈들은 도망치거나 기세를 잃고 제대로 저항도 못한 채 당했다.

이 싸움 역시도 평소의 싸움과 다를 바 없다. 가장 강한 놈을 잡고, 나머지 잡졸을 처리한다. 그렇게 결단을 내린 영진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둘러싸고 있던 적들이 일시에 덤벼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동시발적이어서 틈이 없어보였으나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틈이 있었다.

영진은 동물적인 직감으로그곳을 비집고 들어갔다.

미세한 틈을 파고드는 것이었기에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영진은 맞아도 될 공격은 몸으로 받고 아닌 것은 피하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적을 잠깐 무력화 시켰다.

1~2초 정도 주춤거리게 만들 공격이었으나 영진이 포위를 뚫고 나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포위 바깥에서 산발적으로 있던 적들이 달려들었으나 개별로 덤벼드는 놈들은 영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놈들의 머리를 깨버리고 달리니 곧바로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의 앞이었다.

영진은 달리던 그대로 멈추지 않고 몽둥이를 내던졌다. 남자는 무심한 얼굴로 그것을 쳐냈지만  덕분에 아주 잠깐 그의 시선에서 영진이 사라졌다.

“병신!”

영진이 생각한 남자를 상대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달리던 힘 그대로 뛰어들어 남자의 어깨 위로 올라타 넘어뜨린  빠르게 머리를 공략하는 것. 제 아무리 단련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갑작스럽게 가중되는 무게를 서서 버틸 수는 없을 것이었다.

힘차게 땅을 박찬 영진의 몸이 금방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이대로 남자에게 올라타 넘어뜨리고 공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순간이었다. 남자의시선이 영진과 교차하고 어깨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케엑.”

그것으로 끝이었다. 영진은 어느새 출수된 남자의 손에 목이 잡혀 허공에 매달렸다. 주먹으로 남자의 팔을 내려찍으며 발버둥쳤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목을 조르는 힘이 더욱 강해져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남자는 발버둥치는 영진을 바라보며  내뱉었다.

“특이한 녀석이군.”

그리고는 땅으로 내리찍었다.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영진의 의식이 끊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