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각성? 각성! 각성(III)
“네 알겠어요. 미안합니다. 저로 인해”
“그건 나중에 말하기로 해요.”
은아는 여자와 긴 대화를 마치고 치혁에게 다가왔다.
“누나 무슨 대화를 이렇게 길게 해? 그런데 누구래?”
“아 그러고 보니 누군지도 모르네?”
은아는 여자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그리고 한국 사람이 아니면 도대체?”
“제 이름은 샤로린 중국 사람이에요.”
“그래요. 중국 사람이라도 은인에게는 해를 주지 않겠죠.”
“중국 사람은 의와 협을 중요시 여겨요.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그럼 믿고 갈게요.”
은아는 다시 치혁을 보며 걱정스런 눈을 하고는 말을 하였다. 치료를 할 때의 냉정한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옆의 소연도 마찬가지였다.
은아를 보조할 때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더니 은아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치혁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치혁아 왜 그랬어? 네가 왜 다쳐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몸이 움직여 버렸어.”
“누나 맘 아프잖아 응?”
“치혁이 너 누나들 맘 상하게 할거야?”
“에구구 미안해 누나 나도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이렇게 되어 버렸어.”
“그만하자 소연아 정작 다친 건 치혁이잖아.”
“네 언니 그만 속이 상해서 나도 모르게”
“그래 나도 그런 걸 너도 내 마음과 똑같겠지. 치혁아 상처가 크긴 하지만 깊진 않아 그래도 병원에 와서 검사는 받아 봐야해 하지만 복부 자상이라 기록을 남겨야 하고 그렇게 되면...”
치혁은 은아가 샤로린을 보자 무엇을 걱정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누나 걱정 하지마 밤늦게 몰래 가서 받던가 아님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으면 갈게 그 전에는 집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게”
“지금은 집에 아무도 없으니깐 여기에 있어 퇴근하고 데리러 올테니”
“응 알았어. 근데...”
치혁은 샤로린을 보았다. 누나들이 올 때까지 여기에 있어도 되는지 아닌지 물어보는 눈빛이었다. 그러자 은아가 입에서 영어가 바로 나왔다.
“저 여기 있어도 되겠죠?”
“물론이죠. 얼마든지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좋아요.(나야 저런 남자가 있어 준다면 대환영이지)”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손이 불편하니 도움이 필요할 거예요. 그럼 저녁에 다시 올게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손이 불편해? 그래 보이긴 하다.)”
치혁은 중간 중간 샤로린의 생각의 읽고는 대화의 내용을 이해하였다.
‘국적 언어가 틀려도 생각은 들리고 이해가 되는구나’
치혁은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하고 있는 생각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사실 생각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인데 몸에 익숙하다보니 망각한 것이다. 치혁이 두 사람을 보고 있는 사이 소연이 다가와 치혁의 다독여주었다.
“치혁아 아프면 언제든지 전화해 그리고 이건 진통제인데 너무 심하게 아프면 두 알씩 먹으면 돼”
“안 아퍼 누나 이제는 괜찮아”
“그래 퇴근하면 데리러 올 테니 집으로 가자”
“응 누나”
치혁은 지금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간호할 사람이 없다는 소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샤로린에게 간호를 받을 마음도 없었지만 누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그런 것이다.
은아가 샤로린과 대화를 끝내고는 치혁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해 주고는 호텔방을 나섰다. 둘 다 치혁을 놔두고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였다. 결국 두 사람이 사라지고 문이 닫히자 치혁은 샤로린을 바라보았다.
“말이 통해야 뭘 하든가 하지 아 나도 한 영어하는데 왜 입이 열리지는 않는 거지?”
치혁의 영어 실력이면 간단한 의사소통을 넘어서야 하지만 워낙 혼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듣기와 말하기가 다른 동기들보다 월등히 떨어지긴 했다.
“아 이제부터라도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이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깐”
최근의 일로 두둑해진 주머니를 생각하며 공부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먹는 치혁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이 샤로린이 자신을 한 번 보더니 이내 다른 방으로 사라졌다.
“뭐 쉬려고 하나보지”
치혁은 샤로린이 사라지자 소파에 몸을 더욱 묻고는 오늘 일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아 젠장 생각해 보니 나 완전 바보였네’
샤로린을 따라간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위험에 빠지는 순간 왜 몸으로 막았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이때까지 수련은 뭐가 되냐고 그냥 염력을 썼어도 되었는데 왜 하필 몸이냐고 확실히 연습과 실전을 다른 거였나?’
치혁은 낮의 일을 자책과 반성으로 돌이켜 보며 앞으로 같이 일이 발생 하였을 경우를 대비해 좀 더 사실적으로 연습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만 연습을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숨겨야 할 능력을 개방할 수도 없었고, 그러니 당연히 연습할 상대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연습 상대가 필요한데 실전처럼 그런데! 그러려면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들통 날 거고 그럼 또 안 되고’
치혁은 생각의 정리가 쉽지 않게 미칠 지경이었다.
‘아 어쩐다 이대로 가다가는 뭐 해보지도 못하고 만날 몸으로 때우는 신세가 되겠는데’
얼마 안 있으면 학기의 시작이라 복학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은 치혁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엉뚱한 일에 휘말리면서 일이 갑자기 꼬이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렇게 연습한 것이 실제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다르게 해야지 이대로는 안 돼’
치혁이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자 샤로린이 들어갔던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모습이 샤워를 했는지 샤워가운을 입고 나오는 것이었다.
‘아 방이 아니라 욕실이었구나’
치혁은 샤로린이 사라지자 쉬로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간 것이었다.
“아 개운해 몸을 움직였더니 땀을 많이 흘려서는 아니지 저 남자 부축한다고 힘을 많이 써서 그런거 지 그깟 놈들 쯤이야 식후 디저트도 안 되지”
샤로린은 어차피 치혁이 알아듣지도 못하니 그냥 편하게 말을 혼잣말을 했다. 치혁 역시 생각만 읽을 수 있기에 샤로린의 말에는 귀를 기우리지 않았다.
그래봤자 알아듣지도 못하고 자신만 답답할 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샤로린을 보는데 언뜻 언뜻 걸음을 걷는 순간 가운 사이로 속살이 비춰졌다.
속옷을 입지 않았는지 검은 숲도 아주 조금씩 보였다. 치혁은 누나들과는 다른 탄력적인 몸매에 그만 시선이 고정되어 버렸다. 그러다 자신이 무엇을 하나 싶어 이내 고개를 돌렸다.
‘후후후 하여튼 너도 남자였구나 뭐 보여주려고 그런 건 아닌데 봐도 상관없겠지 너 같은 남자라면’
치혁은 왜 만나는 여자들마다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몰랐지만 솔직히 싫지는 않았다. 누가 자신을 좋게 봐 준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치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샤로린을 보았다. 샤로린은 치혁이 시선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치혁과 마주보는 소파에 떡하니 앉았다. 그러다 생각이 났는지 일어나서는 다른 곳에서 음료수를 가져왔다.
“마셔요.”
치혁은 샤로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하는 행동으로 보아 음료수를 권하는 모습이었다. 치혁은 그 모습에 자신의 양손을 보이며 거절하는 말을 대신했다.
“아~! 그렇지 손을 다쳤지”
샤로린은 치혁을 대신에 컵 음료수를 따라 치혁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치혁은 거부를 하려다 피를 흘려서인지 아님 이곳까지 오는 것이 힘들었는지 마침 목이 말랐다.
하여 샤로린이 주는 음료수를 입으로 받아들였다. 샤로린은 치혁이 자신이 먹여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호호호 이런 기분 나쁘지 않은데”
작게 웃는다고 하지만 상체를 숙인 상태라 몸이 흔들렸다. 그러자 가운으로 여민다고 여민 가슴 부분이 그대로 치혁에게 노출되었다.
물론 가운이 벗겨지거나 그렇지 않았지만 가슴골이 그대로 보였다. 조금만 더 숙이면 그 위에 돌기된 유두도 보일 것 같았다. 치혁의 시선이 저절로 자신의 가슴으로 모여지자 샤로린은 속으로 웃었다.
‘어때 다른 여자들 가슴보다 탱탱하지’
샤로린에게 가슴과 다리는 자존심이었다. 극한의 운동으로 인해 언제나 탄력적인 몸매를 유지하는 그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치혁이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 어떻게 내가 자신의 가슴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치혁은 샤로린의 감각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손에서 하얗게 빛나는 빛은 또 뭐지?’
이제야 그 순간의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치혁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시선은 가슴에 두고 있지만 보고는 있지 않았다. 샤로린은 그 모습에 오해를 하고는 더욱 자심의 가슴을 흔들었다.
‘뭐야 보고 있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저 표정은 아 자존심 상하네’
둘은 동상이몽을 하며 서로를 생각했다. 치혁은 자신의 생각에 집중을 하다 보니 샤로린의 속마음을 놓치고 말았다.
‘진짜 뭐지? 분명 그 주먹에 남자가 맞고 멀리 떨어졌는데 이것도 일종의 숨은 능력인가? 나처럼?’
치혁은 점점 생각에서 추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맞아 이 여자를 처음 봤을때 느낌 무언가 날카롭다고 느껴졌는데 왜 이 여자에게만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많은 의문점들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치혁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때 샤로린은 자존심이 상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우선 치혁이 음료수를 그만 마시는 것을 보고는 컵은 소파 중간에 놓인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내 몸매를 보고도 아무렇지가 않아? 아 정말 어이가 없네 그래 어디까지 아무렇지 않나 한 번 보자’
샤로린은 맡은 편으로 가더니 가운의 끈을 살짝 풀었다. 물론 치혁이 눈치 채지 못하게 돌아섰을 때 그리 한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지금의 치혁이라면 보지 못하였을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생각을 집중하다보니 초점이 많이 흐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샤로린은 그저 자신을 의식적으로 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덥네 정말(네가 그럼 내가 더 열 받지)”
샤로린은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려고 말을 하고는 가운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쪽 가슴이 완전히 노출되었다.
운동으로 다져져 있어 한껏 솟아 있는 것이 정말 탐스러워 보였다. 치혁은 샤로린의 말에 잠시 생각에서 벗어나 동공의 초점을 바로잡았다. 잡는 순간 시선이 샤로린의 가슴에 노출되었다.
“허헉”
저절로 헛기침이 흘러나왔다.
‘그럼 너도 남자지 남자야 그런 반응이어야 정상인 거지’
치혁은 다시 샤로린의 마음을 읽게 되자 그녀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단 말이지? 좋아 완전 알몸이 될 때까지 무반응을 보여주지’
샤로린에 대한 의문점을 생각하다 말고 돌연 승부욕이 발동한 치혁이었다. 그때부터는 일부러 샤로린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뭐야 그냥 그걸로 끝이야?’
샤로린은 치혁이 잠깐 반응을 보이다 고개를 돌려버리니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이래도?’
한 쪽 발을 테이블에 올리고는 일부러 자신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매끈한 다리가 공기 중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매끈한지 치혁은 자신도 모르게 만져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와 몸매는 은지 누나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몸매만 보면 이 여자도 만만치 않네’
물론 미모도 빠지지 않았지만 워낙 미인들과 지내다 보니 보는 눈이 한껏 올라간 치혁이었다. 샤로린이 앞에서 그래도 치혁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물론 겉으로만 말이다.
‘아 정말 나 샤로린 이거 스타일 완전 구겨지는데’
샤로린은 치혁의 무반응에 이번에는 과감하게 가운을 한 번 젖히며 속살을 보여주었다. 목적은 보여주기 하지만 겉모습은 가운을 다시 여미는 것처럼 꾸몄다.
신체의 절반이 그것도 중요부위가 치혁의 시선에 들어왔다. 탄력적인 가슴에 다리 그리고 다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의 검은 숲까지 말이다.
‘후후 네가 그러고도 가만히 있으면 성인군자가 틀림없어 내 몸매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남자는 이때까지 없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