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각성? 각성! 각성(III)
때마침 다시 전화기 벨이 울렸다. 사시미 남자는 이미 여자의 주먹을 받고는 저 멀리 튕겨져 굴러가고 있었다. 치혁은 온통 피칠 갑이 되어 있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고는 힘겹게 받았다. 전화를 받아도 앞의 여자가 자신을 헤칠 것 같지는 않았다.
“윽 여보세요.”
-치혁아 너 어디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응 누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일 무슨 일?-
“그게 지금 말로는 조금 힘든데 윽”
-어? 왜? 왜 그래 치혁아-
“그게 윽 좀 다친 것 같아 윽”
-어디를 어떻게? 뭐해 빨리 병원에 오지 않고?-
“그..그게 병원에는 못 갈 것 같은데 아 윽”
-무슨 소리야 다쳤다면서 왜 병원엘 못 오는 건데?-
치혁은 손이 점점 떨려와 전화기를 잡기가 힘들었다. 안 그래도 피범벅인 손이라 폰을 잡는데 조심했는데 그만 전화기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치혁이 다시 폰을 잡으려는데 앞에 있던 여자가 폰을 대신 주워들었다.
“웨이 웨이 도레더랄덷ㅈㄹ루”
-여보세요? 뭐라는 거야? 이거 중국말 아냐? 나 중국말 모르는데 Hello? Hello? Who is it?(여보세요 거기 누구세요?)-
"AH~yes! this is hmmmm sorry I don't know but he's hurting him. I think that It's emergency.(네네 여기는 누군지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그런데 이 남자 많이 다쳤어요. 위급한 것 같아요.)"
-Oh my god. What happen? Ok I get it. Where? Can you explain to me? I'm doctor.(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 오케이 알았어요. 어디에요? 나에게 위치를 설명해 줄 수 있겠어요? 나 의사에요.)-
"Well? sorry but I'll calling back soon(글쎄요? 죄송해요. 제가 곧 다시 전화 할게요.)"
-Oh no no hello hello?(아 안 돼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자는 젼화기를 끊고 치혁의 주머니에 넣어주고는 치혁을 부축에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피가 많이 나오다 보니 자신이 입던 옷으로 치혁의 앞부분을 가려가며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몸이지만 근력이 상당한 지 치혁을 부축하고 있지만 속도는 일반 남자들 보다 빨랐다. 치혁은 칼에 찔린 고통에 걸을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어딜 가는 거에요? 병원에 안 가고?”
“ㄹ아뤨데더ㅓㅐ드”
“뭐라는 거야 도대체 못 알아듣겠네”
“에휴”
“이건 알아듣겠는데 좀 답답하다. 아 아까는 분명?”
치혁은 분명 여자의 생각을 읽었었다. 그 생각이 나자 여자에게 집중을 하기 시작하는 치혁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여자 역시 대화가 되지 않으니 몸짓으로 설명을 하여야 하는데 지금 양손이 치혁을 부축하는데 쓰고 있어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그저 지금은 치혁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이 자신과 엮여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녀가 사는 세계를 남자가 알게 된다면 득보다는 실 그것도 남자를 위험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을 대신에 방패가 되어준 남자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은 여자였다.
길을 돌고 돌아 흔적을 지운 여자는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한국말을 하였다.
“고구려호텔”
“네”
택시 기사는 발음이 조금 부정확해도 단번에 알아듣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치혁의 마음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도 모자란데 갑자기 호텔이란 소리를 들으니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게 화가 나려했다. 하여 여자를 보며 안통하는 말이라도 하려는데 여자의 생각이 들려왔다.
‘병원은 위험해 혹시라도 신룡회에서 조사라도 하면 이 남자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어 일단 호텔에 가 아까 의사란 사람을 부른다. 그것이 최선이다.’
치혁은 여자의 속마음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단지 여자의 표정과 생각으로 보아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또한 호텔에 도착하면 은아를 부른다는 소리에 다소 나만 안도감이 들었다. 치혁은 팔꿈치로 여자의 옆구리를 치며 자신의 핸드폰을 보라는 소리를 했다.
“아~앋럳(아 맞아 미리 연락하면 그 의사가 빨리 올 수 있겠지)”
치혁이 무슨 말을 하고픈지 단번에 눈치를 채고는 빠르게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조작을 하면서 치혁에게 도움을 요구 하였다.
치혁도 얼굴로 긍정과 부정을 섞어가며 설명을 해 주었다. 다행히 문자를 보내는데 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지 그 시간에 은아가 왔다 갈 수 있는지가 의문일 뿐이었다.
택시는 얼마가지 않아 호텔 정문에 도착했다. 여자는 금액을 지불하며 잔돈을 필요 없다는 제스처를 보내자 택시 기사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치혁의 움직임이 불편해 양해를 구한다는 의미였는데 여자는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느꼈다.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에 자연스럽게 치혁을 부축하며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데스크에 도착하자 호텔 직원이 여자를 알아보는지 말도 하지 않았는데 키를 건네주고는 인사를 하였다. 여자는 태연하게 인사와 키를 받고는 엘리베이터로 가 몸을 실었다.
“제일 꼭대기면 좋은데 아냐?”
치혁은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서지 않고 계속 올라가 결국 맨 꼭대기 층에 도달하자 의구심이 생겼다. 도대체 뭐하는 여자길래 그 몸놀림에 이런 고급호텔에 스위트룸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졌다.
여자는 자신의 방으로 가 키로 문을 열더니 치혁을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욕실로 가 깨끗한 타월을 가져오더니 피를 흘리고 있는 치혁을 지혈하기 시작했다.
치혁은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아님 호텔 방으로 들어와 긴장이 풀려서 인지 마련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쩌지 피를 많이 흘렸는데 많이 힘드나봐 그러게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어서는 이렇게 다치고’
‘뭐야 기껏 살려줬더니’
치혁은 여자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나무라자 속으로 화가났다.
‘다 보고 있었다고 왜 끼어들어서 이렇게 다치는 거야 마음 아프게 이렇게 멋진 남자가 다치면 속 상한데’
‘에휴 어쩌다 이런 팔자가 되버린 것인지’
여자는 치혁을 지혈하며 의사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한편 그 시각 은아는 거의 사색이 된 얼굴로 자신의 진료실로 와서는 이것저것 의료기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전화통화 상으로 치혁이 많이 다쳤다고 했는데 얼마나 어디를 다쳤는지 몰라 일단 챙길 수 있는 건 모조리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 외 필요한 것은 소연에게 말해 의료품 구비실에서 가져오게 했다.
“치혁아 너 어디를 얼마나 다친 거니?”
은아가 거의 준비가 끝나갈 무렵 한 통의 문자가 왔다.
“고구려호텔 스위트룸 1004호”
은아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옆에서 대기 중인 소연과 함께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오후 진료가 있지만 담당 간호사에게 말해 시간을 조금 연기하도록 했다.
차에 오른 은아는 보이는 것이 없는지 액셀을 힘껏 밟았다. 그러자 옆에서 소연이 놀라 한소리 했다.
“언니 조심히 가요. 이러다 우리가 잘 못 되면 치혁이가 더 위험할지도 몰라요.”
“그래 알았어. 하지만 마음이 진정이 안 돼”
“그래도 언니 언니 마음이나 내 마음이나 같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요. 이러면 우리들 모두에게 안 좋아요.”
“후우”
소연의 말에 은아는 조금 안정이 되었는지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언니 치혁인 괜찮을 거예요.”
“그래 우리 치혁인데 벼락 맞고도 살아난 녀석인데”
“그래요 언니”
“은지랑 효선이에게는 아무 말 하지 말아 아직 확인된 건 없으니깐”
“네 언니”
은지가 운전한 차는 비상 깜빡이까지 켜고 달리자 어느새 호텔 입구에 도착하였다. 은아는 발렛 직원에게 차를 주고는 소연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자 계단을 오르려고 하는 것을 소연이 겨우 말려 스위트룸에 도착하였다.
“꽝꽝꽝”
“저기요. 문 좀 열어봐요.”
은아와 소연은 거칠게 호텔 문을 두들기며 안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안에서 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나 여기 있어 어서 들어와”
“알았어. 치혁아 너 괜찮은 거지?”
“응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
치혁이 자신을 지혈하고 있는 여자에 고갯짓을 하자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가더니 밖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은아와 소연은 소파에 쓰러져 있는 치혁을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치혁에게 달려왔다.
“뭐야 이 피는 어디를 어떻게 다친 거야?”
“그...그게 칼에 찔리고 베였어.”
“뭐엇?”
은아는 치혁의 상세를 듣더니 크게 한 숨을 쉬었다. 다행히 은아는 점점 의사릐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치혁이 다쳤다는 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다친 모습을 보니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다.
“후우~그래 그러면 누나가 좀 볼게”
은아는 가져온 위생장갑을 끼고 소독용 알코올로 주변을 소독한 다음 치혁의 다친 부분을 상세히 보았다.
“복부에 자상 다행히 내장의 손상은 없을 것으로 추정 손에 자상이 위험해 보이는데 치혁아 어때? 움직일 수 있어?”
“뭐? 손?”
“그래 손가락이 손바닥에 감촉이 있어?”
“응 잘 되는 것 같은데 무지 아파”
“그래 그나마 다행이다.”
은아는 빠르게 치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병원에서 알아주는 엘리트답게 금방 지혈을 하더니 상처를 봉합하였다.
“휴 일단 상처는 봉합했는데 자세한 것은 병원에 와서 확인을 해 봐야해 가자 치혁아”
은아가 치혁을 데리고 호텔을 나서려 하자 그 동안 옆에서 구경을 하던 여자가 은아를 막아섰다. 그러더니 은아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안돼요. 나가지 마요."
“왜요? 지금 환자가 보이지 않나요? 병원에 가야해요.”
“병원에 갈 것 같았어요. 만약 지금 병원에 가면 위험할 지도 몰라요.”
“왜 그렇죠? 무슨 이유로 우리 치혁이가 병원에 가면 위험하다는 말을 하죠?”
“그건...하여튼 지금은 안 돼요. 의사니깐 알 것 아니에요. 칼에 찔린 상처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걸 말이에요.”
“그거야 그렇지만 왜?”
“이렇게 말하면 쉽겠네요. 조직폭력배라고 하나요? 한국은? 하여튼 그 사람들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어요. 아마도 지금쯤이면 병원을 샅샅이 뒤지고 있을지 몰라요. 그러니 지금 당장은 여기에 있는게 좋아요.”
여자의 말에 은아는 크게 놀라 말을 하지 못했다. 치혁이 어쩌다 그런 일에 엮이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아이는 착한 아이인데 어쩌다가?”
“저를 구해주려다 그런 것 같아요.”
“아가씨를? 왜?”
“그거야 저도 모르죠. 왜 그런지는 이유는 모르지만 나를 구해준 은인이라 이렇게 데려온 거에요.”
“흠 그럼 이제 어떡하죠?”
“의사시니 몰래 치료가 가능하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일단은 그렇게 하세요. 조금 잠잠해 지면 그때 하던가 정 급하면 오늘 밤에 몰라 하는 방법도 있어요.”
“흠...그래요 알았어요. 저희는 이제 병원에 돌아가야 해요. 우리 치혁이 잘 부탁해요. 피를 많이 흘린 것 치고는 정신이 있으니 아 상처는 괜찮은 것 같아요. 일단 좀 쉬게 놔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