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병원장 너 딱 걸렸어!
“그래서 실망하는 것 보다 다른 일을 구하는 게 났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많은 일을 했어. 지금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하구”
“학생은 학생답게 노인은 노인다워야 보기에도 좋은데 치혁이는 너무 어른스러워 어쩔 땐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게 치혁아 너무 자신을 낮추지마 넌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난 치혁이가 아주 큰 사람이 될 것 같아”
“우리가 만들자 치혁이가 즐거운 기분이 들 수 있게”
네 명의 여인들은 저마다 치혁에게 해 줄 것을 상상하며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치혁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를 위해 주는 건 고마운데 어찌 속마음에 하나 같이 자기를 덮칠 생각을 하는지 누구 하나 다른 생각을 하는 누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오늘 근무를 서야하는 은아와 효선은 병원에 남고 소연과 은지는 집으로 돌아갔다. 은아가 병원장을 부를 예정인데 많은 사람이 치혁이와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하여 은아가 두 사람을 돌려보내고, 효선에게도 별 다른 일 없으면 병실보다는 외과 일에 치중하라고 말해 두었다. 병원 직원들이 하나 둘씩 출근을 하기 시작하자 은아는 옷을 갈아입고 원장실로 향했다. 이미 치혁이 부탁을 하였기에 은아의 발걸음은 거칠게 없었다.
“원장님 들어가겠습니다.”
“아 어서 들어와요. 김 선생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담치혁 환자가 뵙기를 원해서요. 시간 괜찮으시면 치혁 환자에게 가 보시겠습니까?”
“그래요? 무슨 일이지? 혹시 나 없을때 이상징후라도 있었나?”
“아닙니다. 없었습니다. 할 이야기가 있다는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내가 가 봐야지 이번 논문의 대비를 장식해야 할 시간인데 난 김 선생에게 거는 기대가 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아닙니다. 연구에 동참하게 되어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어허허허 김 선생도 참 자자 어서 갑시다. 우리 환자가 기다립니다.”
병원장이 앞장을 서고 은아가 그 뒤를 따랐다. 병원에는 이미 은아의 입지가 확고히 다져져 있기에 병원장과 단 둘이 움직이는 은아를 부러운 듯 바라보는 시선들도 많았다. 당연히 은아가 지나가며 뒤에서 이야기 하는 무리들도 있었다. 단지 그 방향이 좋은 쪽이라는 게 보통의 경우와 다른 점이었다.
“은아 샘은 정말 이뿌고 머리 좋고 거기다 완전 동안 하느님이 축복해 주신 거 아닐까요?”
“그러게 곧 과장 된다고 병원에 소문이 쫘악 났던데?”
“아 난 왜 은아 샘처럼 안 될까?”
“공부부터 하세요. 박 간호사”
여자들은 선망의 대상으로 은아를 바라보았고. 남자들은 또 다른 의미로 은아를 바라보았다.
“앗 은아 샘하고 원장 샘이다. 아~부럽다. 나도 은아 샘이랑 단 둘이 걷고 싶어”
“은아 샘은 정말 귀여움을 극치야 극치 아 내가 한 번 대쉬해 볼까?”
“아서라 참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 아 미안 네 경우에는 온 몸이 걸레가 된다.”
“야 내가 어때서?”
“어디서 크다만 감자 같은데 우리 은아 여신님을 넘봐 넘보길”
“앗 맞다 저번에 몇 몇 의사 선생님들 우리 여신님들과 술자리 같이 했었데. 들었어?”
“흑흑흑 내가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부럽던지 박 샘, 이 샘. 권 샘이었지 아마?”
“그 셋 완전 왕따 당한고 있다지 아마 우리 여신님들과 술잔을 부딪쳤다는 이유만으로”
“척결해야 마땅해”
남자들은 저마다 얼마 전 네 여인들과 회식을 같이 했던 세 명의 의사들을 욕하며 은아를 우상시 했다. 은아는 그런 사람들을 지나쳐 치혁의 병실에 도착했다. 병원장이 들어갈 수 있게 은아가 문을 열어주었다. 효선은 몰래 상황을 보다가 우연을 가장해 병실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치혁군 그래 날 보자고 했다면서요. 무슨 일이지? 어디 불편한데라도 있나?”
치혁은 병실에 오자마자 바쁜 사람을 왜 불렀는지 짜증이 섞인 속마음을 보이는 병원장을 바라보았다. 겉모습은 정말 치혁을 위하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전혀 아닌 병원장이었다.
만약 치혁이 능력이 생기기 전이라면 어쩔 수 없이 속고 말 것이다. 그만큼 병원장의 처세술은 좋았다. 하지만 치혁도 예전의 치혁이 아니었다. 들어와 인사도 하지 않고 이유부터 묻는 그에게 치혁 역시 서두로 자르고 본론부터 말했다.
“퇴원하고 싶습니다.”
“뭐! 뭐라구?(너 지금 뭐라는 거야 지금 퇴원하면 어쩌자는 건데 내 연구논문은 어떡하고!!! 안 돼 절대 안 돼!)”
“어멋!”
“어 갑자기 왜?”
병원장을 비롯해 은아와 효선도 치혁의 말에 크게 놀랐다. 아직 퇴원을 하기에는 이른 시기여서 더욱 그랬다.
“오늘 퇴원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허 왜 그런 생각을 하나요?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더 있어야 합니다. 이건 의사로서 말 하는 거에요.(절대 못 놔죠. 아직 검사도 하기 전인데)”
“제 결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어허(이거 안 되겠네. 고아라고 했지? 돈 무서운 법을 알아야겠어)”
병원장은 같이 들어온 은아와 효선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은 지시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치혁 외에 사람이 들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병원장은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싶어 했다. 은아와 효선이 나가자 병원장은 인상을 깊게 쓰며 치혁에게 말하였다.
“치혁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당장 퇴원하면 병원비는 어떻게 할 건가? 그런 많은 돈이 있나?(고아라고 했지? 지놈이 무슨 돈이 있겠어.)”
“없습니다.”
“그런데 퇴원을 하겠다고? 그렇다면 퇴원을 하려면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한데 그것보다 조금만 참고 몇가지 검사를 하고난 뒤 퇴원을 하면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전적으로 자네를 위해서야(꿈에도 모를 거다. 이미 네 병원비는 이사회에서 지급 완료했고, 앞으로 연구비도 엄청나게 나왔다는 걸 흐흐흐 이참에 병원비도 네놈에게 뒤집어 씌울까? 두고두고 갚으라고 하면 고마워하면서 갚겠지?)”
“그 병원비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제가 하루하루 있으면 있을수록 병원비는 늘어가겠죠. 저는 한 푼도 없는 가난뱅이입니다. 이 상황에 비싼 병원비를 주며 누워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깐 그 부분을 내가 해결해 준다 하질 않나(이런 바보 같은 놈을 봤나 네놈이 무덤을 판거니 날 원망하지 마)”
“아닙니다. 병원비는 제가 벌어서 조금씩 갚을테니 오늘 아침 일찍 퇴원 수속을 밟아 주십시오.”
“어허 그게 자네 뜻대로 되는 게 아냐 병원이라는 조직이 비영리 조직이긴 하지만 자선단체는 아니네 자네가 정 나가고 싶으면 밀린 병원비 전액을 지불하고 나가면 돼. 그게 아니라면 며칠 더 병원에 있다가 내가 해결하게 되면 그때 나가서 돈 벌고 갚으면 되는 걸 왜 일을 크게 만들려고 하나(네놈이 그 큰돈이 있겠어? 네놈 밑으로 들어간 검사만 수십 가지가 넘는데 그건 네 논문이 나오면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벌지만 말이야 흐흐흐)”
“죄송하지만 저에게는 이런 여유가 부담입니다. 정 정식퇴원이 안 된다면 강제라도 병원을 나가겠습니다. 저는 고아라 제가 보호자이고도 합니다. 병원비...는 정 병원장님이 그러시다면 경찰서에 고발하시기 바랍니다. 법원에 선처를 구해 어떡해든 갚아나가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이 없습니다.”
치혁은 야비한 병원장에게 보다 강한 어조로 말을 하며 누나들이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병원장은 자신의 앞에서 이러는 치혁이 황당하기도 했지만 옷가지 갈아입으며 나가려고 하니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보게 자네 정말 이러긴가?(야 임마 가긴 어딜가 가지마 제발)”
“저는 할 말 다 드렸습니다.”
“어허 정말 이러면 자네에게 좋지 않아(설마 이사회에서 재가가 난 걸 알고서 이러는 건가? 아닐거야 그런 나와 이사장님만 아는 사실인데 그런데 갑자기 이놈이 왜 이러나 이러다 나가면 내 논문은 완전 망하는데)”
“그래도 환자였습니다. 제가 고아라 이러시는 것 같은데 돈은 작더라도 어떡해서든 갚아 나가겠습니다.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경찰을 부르십시오.”
“무...무슨 경찰을 부른다 말인가(이건 뭐지???)”
병원장은 당연히 경찰을 부를 수 없었다. 불러봤자 자신만 망신당할 뿐이었다. 이미 치혁의 병원비는 연구비처리 되어 있어 접수부에 가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당연히 병원장은 없는 병원비를 핑계로 협박한 파렴치한으로 몰릴 것이다.
거기다 병원비까지 조금씩 갚으라고 했으니 어쩌면 윤리위원회에서 파면을 내릴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치혁이 이렇게 나가버리면 자신의 논문 역시 쓰레기로 변해버린다. 병원장은 무조건 치혁이를 잡아야했다.
“허허 자네 좀 진정하게 무슨 경찰까지 그러나(제발 서라 가지마라 제발)”
“할 이야기 없습니다. 절 살려주신 건 고맙게 생각합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어떡해서든 병원비는 갚아 나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사실 치혁이를 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벼락에 맞은 환자를 데려다 연구를 한 것이지 치혁을 살리려고 애를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은아조차 그저 병원장의 지시에 이것저것 검사를 한 것이 다였다. 그리고 그때는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만 치혁군 잠시만 기다려주게”
병원장은 나가려는 치혁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잠깐이면 되네 잠깐만 이야기 하세나.(그래 뭘 원해 돈? 흑흑 피 같은 내 돈)”
“알겠습니다. 이 손은 좀 놓고 말씀하시죠.”
치혁이 만약 병원장의 속내를 몰랐으면 그저 감사하며 그의 말을 고분고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겉과는 반대로 추악한 면을 가지고 있는 병원장을 보며 치혁은 치가 떨렸다. 가진 자들의 횡포 치혁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치혁은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을 실험체 삼아 한 연구 그 대가를 바라는 것에 양심의 가책 따윈 느낄 필요 없었다.
“그래 그래 알겠네 내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나?(말해 이 자식아 돈이 필요하다고 내 피 같은 돈을 너 같은 놈에게 줘야 한다니)”
“아닙니다. 그저 제가 퇴원하고 병원비를 제가 벌어서 갚을 수 있게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지금 집도 절도 없습니다.”
“이런 허허(아 뭐냐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미치겠네)”
여전히 사람 좋은 모습을 보이는 병원장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치혁은 옷을 다 갈아입고는 병실을 나서려 했다.
“안 돼 가지마~!(가면 내 논문은 이미 이사회에 연구비까지 다 받았는데 네놈이 가면 난 어쩌라고!!!)”
“제 발로 제가 가는 겁니다.”
치혁의 초강수에 결국 병원장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알겠네 알겠어 내 자네가 딱해서 그러니 그래 내 돈을 좀 줌세 그럼 병원비를 갚겠다고 하는 말은 하지 말게나(더러운 새끼 고아놈 주제에)”
순간 치혁은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저 말 ‘고아 주제에’ 너무나도 치혁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학창시절 항상 1등을 하던 그가 듣던 말
‘야 담치혁 너 이번에도 1등이라며 고아 주제에 대단해’
‘치혁아 이번에도 네가 1등을 하면 쩝쩝 고아라 학교 행사에 지원도 안 될텐데’
치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병실을 뛰쳐나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결국 지는 건 치혁이었다.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갑게 식히기로 했다.
“저 돈 필요합니다. 하지만 원장님께 그런 신세를 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봐 주신 것만으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내 도울 수 있으면 아니 돕고 싶네 그러니 퇴원을 잠시만 미뤄주게나(며칠만 붙잡고 모조리 검사를 한 다음 바로 내쫓아주마 그런 후에는 지놈도 메달리겠지. 그때 선심쓰는 척 몇 푼 쥐어주고 추후 검사를 하면 후후후)”
바뀌는 듯 싶다 끝까지 야비한 속내를 들어내는 병원장에게 치혁은 일말의 양심도 지워버렸다. 이제는 얼마나 뜯어내는지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치혁과 병원장은 서로가 서로에게 피말리는 협상전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치혁의 한 마디에 결국 병원장은 무릎을 꿇었다.
“Experiment(인체실험)”
“헙 흠흠 그 무슨(설마 알고 있었단 말이야? 아냐아냐 그럴 리가)”
“제 답변은 이제 끝입니다. 더 이상 절 붙잡으시면 제가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헉 무...무슨 그런 말을 그래 얼마면 되겠나?(차라리 네가 불러라 기껏 해 봤자 몇 십이나 몇 백 수준이겠지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젠장)”
이미 병원장이 낼 최고의 금을 훤히 보고 있는 치혁은 더 이상의 가면은 필요 없다 여겼다. 하여 단도직입적으로 병원장에게 말했다.
“얼마나 주실 수 있습니다. 제 몸을 대가가 얼마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한 1억?”
“헉 얼마 1억(이런 미친 몇 백이어도 살이 떨리는데 1억 웃기네 이사회에 뜯어낸 돈이 연구비를 제외하면 오천밖에 안 된다 이 미친놈아)”
“전 제 몸을 대가로 거래를 하긴 싫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