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각성[II] (36/66)



〈 36화 〉각성[II]

“칫!뿡!”


치혁은 은지의 팬지를 집어 살짝 벌렸다. 은지는 그런 치혁을 보며 눈을 흘기고는 팬티에 다리를 집어넣었다. 치혁은 친절하게 팬티를 올려주며 자연스럽게 은지와 포옹하는 자세가 되었다.

그러자 은지는 기다렸다는 듯 치혁의 성기를 붙잡았다. 치혁은 그런 은지를 보며 웃어 보이다 손을 내려 은지의 손을 치우게 했다.


“누나도  나중에 응? 알았지?”


“안 통하네.”

“후후”


치혁은 스타킹을 제외한 나머지 옷을 은지에게 입혀주었다. 마지막으로 간호사 재킷을 입혀주는데 돌연 고개를 돌리며 치혁을 째려보았다.

“이거 너무 능숙한 거 아냐?(너 몇 명의 여자들과 해 봤어?  네가 처음인데)”


“무슨 소리야 누나가 다 입어 놓고선 난 거들었을 뿐이라구”


“정말이야?(거짓말 하면 죽어 아주 그걸 못쓰게 하루 종일 박아 버릴 거야)”


“헛 무슨 소리를”


“뭐 믿어주지 솔직히 아니래도 할 말 없지만 오호호호(나하고 우리 자매들하고만 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무리겠지 치혁이 나이도 있는데)”


스타킹은 은지가 직접 신었다. 다리를 내려 스타킹을 신는 모습이 얼마나 요염하든지 치혁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틀림없이 이성을 상실하고 은지를 덮쳤을 것이다. 당연히 은지는 이런 모습을 다른 남자에게 보인 적은 없었다.

언니들이 극구 말렸기도 했고, 은지 본인도 조금은 자각하고 있는 듯 했다. 은지가 옷을 다 입고 욕실에 들어가 몸단장을 마쳤을 때 은아와 효선 그리고 새벽녘에 들어갔던 소연까지 병실을 찾아왔다. 셋은 들어오며 은지가 보이지 않아 병실을 두리번거렸다.

“어? 은지 언니는?”

치혁은 효선의 말에 손가락으로 욕실을 가리켰다. 그러자  여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들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못내 우스운 치혁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직 출근 전일 텐데”

치혁이 아침 일찍 무슨 일로 병실에 찾아왔냐 물으니 역시나 효선이 다른 언니들을 대신에 치혁에게 말해주었다.

“아~호호 어떤 옷이 잘 어울리나 내기 했거든 각자 한 코디로 점심사기 내기 아쉽지만 치혁이랑은 같이 못해 아직 밥 먹으면 안 되잖아. 계속 죽 먹고 있지?”


“아 정말 죽 그만 먹으면 안돼? 이젠  먹어도   같은데”


밥이란 말에 치혁은 인상을 썼다. 깨어나고 먹은 것이 고작 허여멀건 죽이 전부였다. 막대한 노동을(?) 한 몸인데 죽으로 견디라는 건 너무 한 것 같은 치혁이었다. 참는 법을 알지만 식탐만은 치혁에게도 힘든  같았다.


“일단 보자 너 소변만 봤지 대변은?”

은아가 치혁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그러자 치혁이 은아를 마주보며 말했다.

“쪼끔. 먹은 게 적어서 그런지”

“그래? 벌써? 몸의 회복력이 굉장히 빠르게 보통은 이삼일 걸리는데 소변도 일찍 보고 그럼 위장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건데 그럼 부드러운 음식부터 조금씩 먹어보도록 하자 아직 어린데 너무 안 먹는 것도 좋지 않으니”


“응 누나”

대화가 진행 중에 은지가 욕실에서 나왔다. 얼굴에 물기가 있는 것이 세수를 하고 나온 모양이었다.


“어 언니들 벌써 왔어?(이런 밝힘증 여우들 호호호)”

“어째 여기 병실만 오면 다들 젖어 있는 건지 원~(안과 밖 모두 젖어서 말이야)”


“전 간단히 세수만 했어요. 큰언니”

“그래 알았다. 너두 일루와 치혁이에게 어느 게 잘 어울리나 같이 보자”

소연과 효선은 치혁에게 옷을 입히려고 혈안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 금방 치혁을 알몸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이러는 게 어디 있어.”


“뭘 우린 의사와 간호사야 환자는 그냥 따라오세요~”


치혁은 살짝 당황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누나들을 보며 정말  말리는 누나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제일 나이가 많은 은아의 코디대로 옷을 입어보았다. 속옷까지 챙겨온 걸 보면 정말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었다.


“우와 우리 치혁인 키가 커서 그런지 완전 모델인데~(정말 멋있다. 어쩜)”

“세상에 사람이 달라 보여.”


“어? 뭐야 벌써 눈썹이 생겼어?”

소연의 말에 다들 치혁의 얼굴에 집중을 하였다. 머리카락도 많이 자라있었고, 없던 눈썹도 조금씩 자라 선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게 훨씬 잘 생겨 보인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네.(하룻밤 사이에 딴 사람 같아졌어.)”


“그런가?”


치혁은 자신의 머리고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 정말 머리카락과 눈썹이 자라고 있었다. 치혁은 시선이 저절로 아래로 갔다. 하지만 이미 바지를 입고 있어 확인은 되지 않았다. 단지 누나들이 치혁을 따라 시선이 내려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확인해 보자(아 자세히 볼 껄)”

“치혁아 어서 바지 벗어봐(빨리 빨리 궁금해)”

은지와 효선은 말도 없이 치혁에게 다가와 누구랄 것도 없이 치혁의 바지를 벗겼다. 치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누나들을 피해 다녔다.

“이러지 말아요.”


“뭘 이미 다 본 사이인데~(일루 온~)”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치혁은 부끄러워 병실을 돌며 누나들을 피해 다녔다. 그러다 이내 붙잡혀 결국 당하고 말았다.

“어머! 진짜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났는데”

“그러게 어쩜 이렇게  생겼지”

“딱  스타일이야”


“내 스타일인데?”

네 명은 여자들의 대화에 치혁은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시끄럽던 패션쇼가 끝나고 치혁은 환자복으로 갈아입고는 은아를 불렀다.

“그런 다들...아니 오늘이 아니고 내일 쉰다고 했구나”


치혁은 어제 대화했던 일이 생각이 나서 물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 휴무일이었음을 떠올렸다.

“왜 치혁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 참 은아 누나 아침 일찍 원장 선생님 좀 뵐  있을까?”

“병원장을? 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좀 불러줄 수 있어?”


“그거야 뭐 아직 이른 시간이니 출근 하시면 말해 볼게 그런데  누나에게 먼저 이야기 해 주면 안될까?”

“별거 아니니 신경  써줘두 괜찮아 괜히 미안해지잖아”

“어이구 우리 치혁이는 철이 꽉 들어서 어쩜 말도 이렇게 이쁘게 하는지”

은아는 치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시  명의 여자들과 치혁은 오순도순 모여 치혁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한 푼도 못 받은 거야? 그런 나쁜 인간도 있어? 안 그래도 우리 치혁이 힘들게 사는데 어쩜 그래? 무섭다 무서워”


“내가 바보 같아서 그런 걸 뭐 비싼 수입료 물었다 생각해야지”

치혁은 사기남과의 일은 누나들에게 해주었다. 그러자 다들 펄펄 날뛰며 사기남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런 누나들을 치혁이 말리긴 했지만 치혁 역시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만약 누나들이 보았다면 섬뜩했을 눈빛이지만 다행히 보지는 못했다.

“그 사기꾼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


“내가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같이 일 한 사람들과는 이미 연락도 안  다들 한통속인지 알  없지만 아니라도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남을 위해 법정에 나와 증언 해 줄 리 없잖아.”

“정말 너무들 하네”


“대신 덕분에 이렇게 예쁘고 착한 누나들 만났잖아. 난 그게 도리어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잉 치혁이도 참”

“맞네 그러네 아님 우리가 어떻게 치혁일 만났겠어~”


농담  진담 반의 대화에 은아는  더 현실을 생각해 치혁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치혁인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 학교는 복학 해야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한국댄데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겠지.”


냉정하게 변한 치혁의 얼굴을 네 여인은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치혁이만 좋다면 내가 후원자가 되고 싶은데 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나중에 잘 돼서 갚으라는 말이야”


“아니 괜찮아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누나 집까지 신세를 지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어”

“그래도 현실을 냉정하게 생각해야지”


“내가! 내가 어떡해든 해 볼게 그러다 정 힘들면 그때...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봐야지”


“이긍 고집은”


그러자 은지가 치혁의 손을 잡고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집 지나가듯 이야기 했지만 내가 보기에 못 살지는 않아”


“무슨 은지 언니 정도면 엄청 부자다”


“은지가 저러면 우린 뭐가 되는 거지?”

은지는 다른 여자들의 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치혁에게 계속 말했다.

“힘들면 말해 얼마든지 도와줄 테니 은아 언니가 있어 함부로 말은 못했는데”


은지는 은아를 보며 허락을 구했다. 은아 역시 자신이 도와주는  보다는 은지가 도와주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 훨씬 이득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은아를 보며 은지는 말을 이었다.


“치혁이만 원하다면 대학 졸업 전까지 전액 지원해 줄 수 있어 정말이야. 당장 내 통장에 돈만 해도”


“그만 은지 누나 그만해 마음만 누나의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정말로 진짜 내가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누나들에게 말할게 도와달라고 그 전에는 그냥 내 힘으로 어떡해든 하고 싶어 난 아직 남에게 의지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


일순간 병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좋은 분위기가 바뀌는데 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치혁의 삶이 어떠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치혁은 시무룩해져 있는 누나들에게 미안한지 말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누나들 나 집에 가면 뭐 해 줄거야?”

“어?”

“뭘? 바라는 거 있어?”


“말해 다 해 줄테니”


치혁의 한 마디에 다들 귀를 쫑긋거리며 기우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뭐 환영 파티라든가 그런거  웃긴가?”

“무슨 당연히 해야지 언제 올 지 모르지만 오면 해야지~”

“그럼 그때는 내가 한 턱 쏜다.”


“와~은아 언니...가 항상 냈잖아!!!”


“야 그래도 이차는 너희가 냈잖아”


“아아 그만 그럼 뭐 집에서도 일차도 있고 이차도 있고 그래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그거 아시나 모르겠네요. 나 술을 거의 먹지 않았다는 거”

“엥? 그 나이면 그리고 대학교 1학년이면 죽으라고 마실 나이 아닌가?”


“그러게 난 치혁이 때 정말 죽도록 마셨던 것 같은데”


“별  아녀요. 돈이 없어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니깐  사먹을 돈으로 밥을 사먹죠. 그러다 보니 동기들 하고도 멀어지더라는...”

“에구에구 우리 치혁이”

“그런데 정말 과외는  했어? 속이고 과외를 했으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자나”
치혁은 효선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고,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럴려구 했는데 어차피 알게 되면 우스운 상황이 만들어 지잖아요. 우리 학교면 웬만하면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거든요. 저도 거기에서 추천받아 갔었구요.”


“그런가? 요즘 많이 변했네”

은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아의 시절에는 벽보에 붙은 광고를 보며 찾아가거나 그 반대로 연락이 왔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은아는 놀라며 요즘 상황에 대해 은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은지의 대답이 웬만한 대학은 인터넷에 신상명세서를 올린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과외가 학연이 우선시되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맥 역시 따지고 들었다. 이왕이면 좋은 대학에 좋은 환경과 집안이면 금상첨화란 생각을 부모들은 했다.


예전에 삶이 어려워 과외를 하고 했지만 지금은 용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 또는 차를 사려고 하는 사람 등등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치혁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에 매번 쓴물을 마셨다.

무엇보다 고아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러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운이 좋게 과외를 구해도 이상하게 며칠 되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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