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각성[I]
“이건 도대체 뭐냐고요~!!!”
치혁은 매번 찾아오는 고통에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자 귓가에 울리는 말소리도 고통도 점차 사그라졌다. 치혁은 그냥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병실에 의사와 간호사가 있긴 했지만 우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부터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음 눈을 감으니깐 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요?”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아요.”
“음...눈을 뜨면 들리고 감으면 들리지 않는다라~”
은아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떠올려 봤지만 역시나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아무런 소득이 없자 치혁이 여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저 죄송한데 잠시만 혼자 있고 싶어요.”
“네”
“그렇게 해요.”
네 명의 여자는 치혁의 말에 그대로 몸을 돌려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은아만이 치혁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하며 조금 늦게 병실을 나섰다.
“준비가 되면 바로 검사를 할 거예요. 어려운 건 없으니 마음 편안히 있으면 되요.”
“네”
은아를 마지막으로 병실에 혼자 남은 치혁은 살며시 눈을 떴다. 병실에 아무도 없으니 그나만 괜찮은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거지?”
치혁은 지나온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어려웠던 시절 그리고 지금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 살아난 거야? 벼락을 맞고도?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싫다고 해야 하나 막상 다시 살려니 걱정부터 앞서네 젠장”
치혁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병원비는 들어보니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치혁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일찍 병원을 나가야 하나? 이런데는 병원비도 비쌀텐데”
태어나 병원을 거의 가 본적이 없는 치혁은 병실이 낯설기만 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침대도 하나만 있는 것이 1인실 방인 모양이었다. 치혁은 자신이 병원에서 특별관리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래도 되나? 혹시 나중에 병원비를 왕창 바가지 씌우려고 하는 거 아냐?”
치혁은 그런 생각이 들자 불안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한참을 누워 있다 보니 근육이 굳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윽~힘드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몸을 계속 움직이자 서서히 근육이 풀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하게 몸이 가볍게 느껴지네”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계속 움직인 치혁은 금세 온 몸이 땀으로 젖어버렸다. 그리고 치혁은 근육 세포 하나하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 같아”
치혁은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살피기 시작했다. 원래 마른 체형이었지만 자잘한 근육들이 있던 몸이었다. 그리고 노가다를 하며 몸은 더욱 좋아졌다. 그런 몸의 근육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보다 선명해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치혁은 환자복을 걷어 배를 확인하였다. 확연한 배에는 전과 다른 확연한 복근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예전에도 이랬던가?”
치혁은 자신의 배를 만지며 과거를 떠올려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랬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 순간 병실의 문이 열리고 은지가 들어왔다. 은지는 치혁의 일어난 모습에 놀랐고, 환자복을 걷어 복근을 들어낸 모습에 두 번이나 놀랐다.
“어멋~!”
“아~앗 아니에요. 누워있기 답답해서”
“아 전화기를 놓고 가서 가지고 가려구요.”
“아 네”
치혁은 고개를 돌려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기를 보았다.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직접 손으로 집어 은지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아~고마워요~”
입술이 살짝만 올라간 미소가 은지를 섹시하게 만들었다. 치혁은 자신도 모르게 아래쪽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아.아니에요.”
치혁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은지는 그런 치혁의 모습이 보기 좋은지 계속 미소를 지었다.
‘뭐야 밑에만 봤는데 몸도 너무 좋잖아~아~나 다시 한 번 하고 싶어 이 남자랑~’
“네? 저랑 뭘 해요?”
“네? 저 아무 말 안 했는데요?”
“분명 들은 것 같은데...이상하네”
치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또 다시 들려오는 이명에 신경이 곤두섰다.
‘뭐지 날 먹은 걸 아나? 아~알면 또 먹고 싶을텐데~ 언제 한 번 밤에 찾아와야 하나?’
“네? 방금?”
“아무말도...”
곧이어 치혁은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왔다.
“으윽~윽~!!!”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 하자 은지가 달려와 부축을 하였다. 은지는 치혁을 잡는 순간 치혁이 흘렸던 땀 냄새가 그대로 전해졌다.
“아~”
은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탄성을 질렀다. 남자의 내음이 그녀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뭐야~이건 너무 좋잖아’
“네? 윽 뭐라구요?”
치혁은 그 와중에도 무슨 말을 하며 은지를 바라보았다. 좀 전에는 몰랐는데 은지의 외모가 보통이 아님을 느꼈다. 이 순간에도 은지의 외모를 보는 자신이 웃기기까지 했다.
“이건 뭐 아픈데 윽 웃기고 참 미쳐버리겠네”
“괜찮아요?”
‘아~너무 좋아~’
“도대체 뭐라 하시는지 윽”
밀려오는 두통에 치혁은 침대로 걸어갔다. 은지는 치혁을 부축하는 척 하며 팔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비벼댔다.
‘아 좋아 팔이 가슴에 닿으니깐 꼭 만져주는 것 같아’
“에엣?”
“왜 그러세요? 많이 불편하세요?”
그러면서도 팔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꼭 끌어당겼다. 그 모습을 치혁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번쩍하고 번개가 쳤다.
‘설마? 나? 사람의 속마음을 읽는 거야???’
지금껏 들려왔던 것이 이명이 아니라 상대방의 속마음이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설명되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 외에는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치혁은 침대에 앉아 차분히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은지의 행동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였다. 머릿속에 두통은 계속되었지만 지금의 궁금증이 더 컸다.
‘뭐지?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 아 그런데 팔 근육이 정말~섹시하다 남자가 이렇게 섹시해도 되는 거야?’
은지는 치혁의 팔을 잡고 좀 더 안쪽으로 끌어 앉았다. 이미 침대에 앉아 있기에 손을 놓아도 되지만 은지는 치혁의 곁에 떨어지지 않고 찰싹 붙어 있었다. 치혁도 은지에 맞춰 은근슬쩍 잡힌 팔에 힘을 빼 주었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손이 은지의 다리사이에 떨어졌다. 일부런 그런 건 아니지만 치혁은 차라리 잘 되었다 생각을 하고는 나머지 손으로 머리를 잡고 두통에 저항하였다.
‘어 손이 거기에~아 이러면 나 또 흥분되는데~그렇다고 치우는 걸 더 싫어~’
치혁은 확실히 은지의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은지의 입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점점 자신의 추측이 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은지는 과감하게 다리를 벌렸다. 치마를 입고 있어 그렇게 되면 도리어 옷에 걸리는데 그만 자신이 치마를 입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아 치마~짜증나’
그러면서 다시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자 은지의 허벅지가 치혁의 손을 에워싸듯 자신의 음부로 끌어들였다. 그러자 보다 직접적으로 치혁의 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좋아~정말 날 만져 줬으면 좋겠어~’
치혁은 차마 손으로 은지를 만지지는 못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고, 또 사람들이 몰려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성과는 확실히 있었다.
‘나 정말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런 거야?’
치혁은 자신의 상태를 너무 놀라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환희로 바뀌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지 그런 거지?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정말 믿을 수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말 해도 믿지도 않을 거야’
어느 정도 확인하고 생각을 정리하자 은지가 본격으로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눈에 조그만 코 그리고 새하얀 피부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미녀였다. 그런 미녀가 지금 자신의 팔을 잡고 야한 상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환자복 바지 위로 자신의 물건이 우뚝 솟아 마치 바라보라며 표시를 내고 있었다. 은지는 치혁의 얼굴을 살피다 그만 그곳에 시선이 고정되어 버렸다.
‘아 정말~여기서 이러면 어떡해? 나보고 어쩌라구~아잉~’
치혁은 은지의 말소리에 무슨 말인가 해서 자신을 살폈다. 그러다 밑을 보니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치혁은 부끄럽고 놀랐디만 애써 태연학 척 굴었다.
“저 잠시만 누울게요. 두통이 오니 힘들어요.”
치혁은 그러면서 은지에 잡혀 있던 팔은 빼지 않고 다리를 올려 침대에 누었다. 은지는 치혁이 눕자 할 수 없이 팔을 풀어 치혁을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손을 잡고 걱정하는 모습을 했다.
“괜찮아요?”
“네 좀 괜찮아 졌어요.”
‘아 이대로 둘이 있었으면 좋겠다.’
치혁은 은지의 바람대로 입을 열었다. 본인도 그러고 싶었다. 단지 은지가 있던 없던 상관이 없다는 걸 빼면 같은 바람이었다.
“저 당분간 사람들 들어오지 못하게 해 줄래요? 머리가 아파 좀 쉬어야겠어요.”
“네...그런데 저두?”
‘제발 잡아줘~날 보내지마~제발~~’
“있어도...되면 그래도 되요.”
“네~”
은지는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병실을 나섰다. 나가서는 자신을 대신해 들어올 효선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 병실에 들어섰다.
“여기 이 벨을 누르면 간호사가 들어 올 거예요. 그 전에는 제가 있을 테니 필요는 없고 만약 제가 나가고 나서 필요하면 누르세요. 그 전에는 아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네 고마워요.”
은지는 밤을 새서 피곤할 만도 할 텐데 치혁과 같이 있으니 피곤이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 치혁은 그런 은지의 마음을 읽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두통에 오래 지을 수는 없었다. 치혁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밀려오는 고통도 귓속에 울리는 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눈을 감고 있으니 고통은 없지만 은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여 눈을 뜨고 은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만 치혁은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허헛 풋”
‘아 이 녀석이 죽어버렸어 힝~’
은지는 자신의 밑을 보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정말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여서 그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표시를 내기가 어색해 참는다는 게 그만 사래가 걸려버렸다.
“괜찮아요?”
“큼큼 네 괜찮아요.”
‘아 정말 목소리도 좋구 아흑~다시 어제밤으로 돌리고 싶다~’
치혁은 은지의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치혁을 궁금해 하는 걸 은지가 마치 알고 있는 듯 어젯밤에 했던 일을 속으로 말하는 은지였다.
‘어제 이 녀석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구~알어? 이 자지가 내 보지속에~아~정말~좋았는데~’
“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