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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각성[I] (22/66)



〈 22화 〉각성[I]

“왜? 무슨 일이야 은지야???”

“움직여요 여기 손가락을 움직였어요~”

“정말 그래?”

은아는 돌아가려다 말고 몸을 돌려 치혁에게 가까이 왔다. 은지도 그런 치혁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자 정말이지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식이 돌아오는 거예요 언니?”

“잘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 조용히 하고 기다려보자”

둘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숨소리조차 죽여 가며 치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효선이 병실에 들어섰다. 은아는 효선을 쳐다보지도 않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위에 왠일로 소연까지 와서는 발걸음을 죽여 두 사람 곁에 다가왔다.

네 명의 여자가 동시에 치혁의 상태를 살폈다. 치혁은 그런 시선을 받는 게 힘이 들었는지 눈꺼풀을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다 천천히 눈을 떴다. 살짝 떴지만 밝은 빛에 살짝 고통이 찾아왔다.

몇 일간 눈을 뜨지 않아 빛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여 은아가 병실을 좀 어둡게 하라고 효선에게 지시했다. 효선은 얼른 커튼을 치고 불을 껐다. 그러자 치혁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어났어~”

“세상에~눈을 뜨고 있어~”

“어쩜~좋아~”

“쉿 조용히 환자에게 혼란을 주면 안돼 우리가 침착해야지”

은아의 말에 다들 입을 닫고는 치혁을 바라보았다. 치혁은 천천히 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어두운 것 같지만 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동시 네 명의 여자들 얼굴이 들어왔다. 다들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깨어난 거야? 아 그럼 이제 못 즐기는 거야?’

‘깨어나서 다행이긴 한데...좀 아쉽다’

‘난 오늘 즐겼으니깐 다행인가? 그런데 정말 매력있어 이 남자’

‘몇 살일까? 많이 어리면 어떡하지?’

자신을 앞에 대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는 여자들을 보며 저절로 인상이 쓰였다. 온몸이 방망이로 맞은  한 느낌인데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자신에게 말을 거는 여자들이 신경에 거슬려 인상을 쓰며 한마디 하였다.

“무..뭐...에..아~”

입이 마른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네 명은 여자들은 자신이 말을 하려고 하자 부산하게 움직였다.

“야  가져와 목이 많이 말랐을거야~”

“네 큰언니”

옆에 있던 은지가 테이블하고 가장 가까워 얼른 컵에 물을 따라 은아에게 주었다. 은아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치혁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치혁은 물을 주자 거절하지 않고 받아 마셨다. 처음에는 물이 넘어가는 고통에 살짝 인상을 썼지만  번 삼키고 나자 괜찮은지 고개를 돌려 여자들을 보았다.

“아~이제야 괜찮네”

‘어머~목소리가 봐 너무 멋져’

‘아~딱 내 스타일이야’

‘나  사람 자지가 보고 싶은면 어떻게 살지?’

‘오늘 저녁에 와서  번 더 할까? 그런데 그러다 잠에서 깨면 뭐라구 하지?’

치혁은 옆에서 뭐라고 하는 여자들의 소리가 자꾸 귀에 거슬렸다. 거기다 ‘자지’라는 단어까지 나오자 얼굴을 붉혔다.  이런 여자들이 있나 싶었다.

“무슨 말들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긴 어디에요?”

“에? 무슨 말을? 아 여긴 병원이에요. 혹시 기억해요? 환자분은 벼락을 받아 저희 병원으로 실려 왔어요? 그리고 이렇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구요.”

“아~”

치혁은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할  있었다. 사기남에게 사기를 당하고 인생의 끝을 바라보다 벼락이 자신에게 떨어졌다.

“죽지 않았나요?”

“이렇게 살아났어요.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일단 진정부터 하세요.”

순간 치혁의 심전도를 체크하던 기기가 크게 요동을 쳤다. 그때의 일은 생각하니 치혁은 다시 한 번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휴~우~”

그래도 누구인지 모를 여자의 말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의외로 쉽게 진정이 되어 치혁 본인이 더 놀랐다.

‘아 무슨 일이지?’

‘이 남자 무슨 사연이 있나봐 그러니 더욱 흥분이 돼’

‘나 어떻게 오늘 잠 못 잘 것 같은데’

‘마인드 컨트롤이 예술이네~’

치혁은 또다시 들려오는 말소리에 여자들을 보며 소리쳤다.

“아니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예요??? 너무 소란스럽잖아요~!”

“????”

 명의 여자들은 순간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저 치혁만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혹시 이명이 들리시나요?”

“이명?”

은아의 말에 치혁은  명의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치혁의 귀에는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뭐야 이 남자? 혹시 미친거 아냐? 아 그럼 안되는데?’

‘뭐지?‘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치혁은 여자들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그녀들의 입을  닫혀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귀로 들려오는 이 목소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돌연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아~악~아퍼~머리가 깨질 것 같아~아~!”

“소연아 가서 신경안정제  가져와~얼릉”

“네 언..김 선생님”

환자가 앞에 있어 언니라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 부르며 밖으로 달려나가는 소연이었다. 병실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물품의 위치를 잘 알고 있을 소연에게 은아가 지시를 내렸다. 소연의 은아의 믿을 져버리지 않고 빠르게 약을 가져왔다. 은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치혁의 허벅지에 주사를 놓았다.

“아~악~아~아..아..”

그러자 발작을 일으키던 치혁이 서서히 진정이 되었다.

“큰언니 무슨 일이야?  환자 괜찮은거야?”

“음...”

은아는 호선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해 줄 수 없었다.

“일단 의식이 깨어났으니 여러 가지 검사를 해야할  같아 우선 병원장에게 알려야겠다.”

은아는 동생들은 병실에 나두고 병원장실로 향했다. 은아의 말에 병원장은 한걸음에 달려와 치혁의 상태를 살폈다. 신경안정제를 맞아 다시 잠들어 버렸지만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임을 병원장은  수 있었다.

“김 선생 환자가 깨어나면 바로 검사를  수 있게 하세요. 결과는 나에게 직접 보고 하고”

“네 선생님”

“흠...”

의미심장한 한숨을 쉬며 병원장은 병실을 나갔다.

“확실히 병원장은  환자를 돈으로 보는 것 같아~”

“쉿 말 조심해 그러다 환자 들을라”

“뭘 사실인데 그리고 자는 사람이 어떻게 들어?”

효선의 말을 불행인지 다행인지 치혁은  듣고 있었다. 어느새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신경안정제를 맞고도 이렇게 일찍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는 없는데 치혁은 벌써 의식을 차리고 있었다.

불가사의한 회복력이었다. 다시 천천히 눈을 뜬 치혁은 다시 네 명의 여자들을 보았다. 다행히 자신을 보지 않고 있어서 어색함이 덜 했지만 돌아선 상태에서도 계속 자신에 대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름이 뭘까?’

‘직업이 뭐지 학생 같은데 졸업은 했을까?’

‘집은 어디지? 부모님은?’

‘말투를 보니 지방사람 같은데  서울에 있는 거지? 서울에는 혼자 사나?’

돌아서 말하는 그녀들의 물음을 어느새 마음까지 안정이  치혁이 답을  주었다.

“담치혁 나이는 아마도 21살 한국대학교 한의예과...휴학 부모님  계심 서울에는 혼자 삼 이걸로 대답이 되었나요?”

“???”

“???”

치혁의 말에 돌아선 여자들의 입에선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뭐야  사람?’

‘어멋~’

경악성만 나왔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이거니와 치혁에 대해 전혀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치혁이 마치 속마음을 읽은  대답을 하자 네 명의 여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궁금해 하는 것 같아 이야기 했어요.”

“저희는...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뭐가 들렸나요?”

“아니 방금 뒤돌아서서 물었잖아요? 나에 관해서 나이는 집은 부모님은 등등”

“언제요?”

“그런 적 없는데?”

“그 무슨 아악~이건 또 왜 이래 악~”

치혁은 다시 찾아오는 두통에 인상을 썼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은아는 다시 한 번 약을 투입하려 했으나 치혁이 만류를 하였다.

“하지 마요. 괜찮...으니 으으으음”

머리가 터질  같은 고통이  동안 계속되었지만 치혁은 이를  깨물고 간신히 참아냈다.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자 살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음 왜 말소리가 들리는 거지?’

치혁은 이번에는 일부러 들으려고 귀를 쫑긋거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네 명의 여자가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에 치혁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다 또 말소리가 들었다. 분명 네 명의 여자들은 자신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미친거야?’

‘아 이러면 안되는데..’

‘불쌍해’

‘한국대학교 학생이라 그것도 한의예과 흠...’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악~~”

귀에 또다시 말소리가 들리자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왔다.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치혁은 혼란스러웠다. 다행인  점차적으로 고통이 줄어들고 있었다. 익숙해지는 건지 알 수는 없으나 처음처럼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왜 귀에 말소리가 들리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이명 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이명일까요?”

“그것이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일단 자세한 건 검사부터 해봐요.”

“네”

분명 들리는데 말소리를 없고, 일단 의사의 말에 따라 검사를 받기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동전 한푼 없는 신세임을 깨닫고 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가진 돈이 없어요. 하나도...”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요. 병원에서 알아서 할테니”

“나중에 청구하는 건 아니겠죠?”

“오호호 그게 가장 걱정인가요? 우선 몸부터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많이 있네’

“꼭 그렇지 만도 않아요.”

치혁은 은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부정을 했지만 은아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치혁은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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