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시작 (19/66)



〈 19화 〉시작

“언니도 참 말을 해도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해요. 텔레비전이 사람을 너무 망치는 것 같아요.”


“음..그래도 난 네가 부럽당~은지야~”


은아가 은지를 부러워하는 사이 소연이 도착했다. 소연도 커다란 가방을  개나 들고 은아 집으로 들어왔다.


“아구 힘들어~별로 가지고  것도 없는데 너무 힘들다. 은아 언니 다음에는  차  태워 주면 안 돼요?”

오자마자 은아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하는 소연을 보며 은아는 자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언제든지”

“휴~정말 우리 집은 너무 멀다. 그래도 오늘부터 언니 집에서 다니니 늦잠을 자도 되고 아 좋다~”

“소연 언니는  동안 어떻게 다녔어요?”

“그냥 다녔지 뾰족한 방법이 없잖아. 그리고 대학 병원의 간호사 자리가 쉽게 들어갈 수도 없잖아. 참고 다니는 거지”

“그래도 언니집 근처에 병원이 있을 거 아녀요?”


“당연히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 병원보다는 조금 못해 비슷한데도 있긴 하지만 어디 들어가는 게 쉬워야지  운이 좋아 우리 병원에 들어 온거야 어렵게 들어왔는데 내 발로 나가는 건 아깝잖아”

“우웅 그렇구나”

“그렇네요 우리 은지 공주님~”


소연은 은지를 다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때론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처럼  때는 정말 부자 집 고명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자 소연이도 왔으니 얼른 짐 정리해 내일 다들 출근해야 되잖아~”


“네~근데 전 정말 행복해요. 내일부터는 두 시간이나 더 잘 수 있잖아요~”

“그래 소연이가 제일 좋겠다.”

“호호호”

“히히히”

은지와 효선이 같은 방을 쓰기로 해서 둘은 방으로 들어가 둘이 같이 짐을 정리 했지만 소연은 혼자였기에 은아가 돕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소연이 은지와 효선이 같은 방을 쓴다는 말에 자기도 그러고 싶다고  것이다.

하지만  방에  명이 같이 지내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어쩌다 한  같이 어울려 자는 것은 상관없지만 매일은 힘들었다. 그러자 은아가 지나가듯 툭 던졌다.

“그럼 소연이는 나랑 같은 방 쓰던지?”

“그래도 돼 언니?”


마치 기다렸다는  소연이 대답을 하자 은아는   없는 말에 빠른 반응을 보자 당황하였다.

“으..응  방도 큰데 뭘”


“아이 좋아라 언니 방에는 욕실도 있어서 은근히 탐이 났는데 히히”

소연은 쾌재를 부르며 가방을 들고 은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소연의 말에 은지와 효선도 살짝 부럽긴 했지만 이미 자신들은 말을 맞추었고,  짐까지 풀었기에 그냥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은아 언니 침대에서 같이 자도 돼요?”


“그럼 일부러 퀸으로 산거잖아 같이 써도 넓으니 괜찮아~”


“고마워요~언니~”


“빨리 정리나 하자구 쉬자~”


“네~”


은아는 혼자 살기 때문에 수납장의 빈 공간이 많았다. 하여 서랍장 두 칸을 소연에게 내어주며 쓰라고 자신이 소연의 옷을 직접 정리해 주었다. 소연은 가지 온 화장품이며 기타 여성용품을 은아가 쓰고 있는 화장대에 올려놓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네 사람은 거실로 나왔다. 축배도 들어야 하고 궁금한 것도 있었다.

“언니? 그 환자 어떻게 됐어? 깨어난 거야?”

“아니 그런  아니구”


“그럼 별 일 없었어?”

“그게...실은”


은아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동생들에게 말해 주었다. 다들 놀라고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어? 무슨 파충류도 곤충도 아니고 허물을 벗어? 탈피?”


“나도 온갖 정보를 검색해 봤는데 없어 학계 최초야”

“우와 그럼 언니 이제 유명해 지는 거야?”

“나보다는 병원장이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가 거부하면 또 어쩔 수없는 거구”

“그렇구나 근데 정말 신기하다. 나도 보고 싶다.”

“나두요. 그런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데 우리 병원이라니 정말 궁금해요.”

“그러네요. 저도 궁금하네요.”


다들 치혁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은아는 쉽게 허락할 수 없었다.

“아직 환자는 절대안정을 해야 하니 당분간은 힘들 거야”


“네”

“우웅 그렇구나”

은아도 치혁이 궁금해지긴 했지만 일단 동생들이 집에 온 날을 기념하며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다들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자주 놀러왔기에 이미 이불은  사다 논 상태였기에 필요가 없었고, 또 은아집이 워낙 따뜻해 그냥 자도 무방했다.

어제 하루 종일 열락의 길을 걸어서 그런지 오늘 잠자리는 아무런 사건(?) 없이 조용히 밤을 보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처음으로 네 명이서 출근을 하는데 소연이 은아를 불렀다.


“은아 언니~!”

“어? 왜?”


“이거요.”

소연이 은아에게 은행에서 쓰는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지?”


“같이  건데 생활비 정도는 내야죠. 대신 출퇴근 자동차 기름 값은 안  거예요.”

“이런~고맙게~”

은아는 단 한 번의 사양도 없이 당연한 걸 받듯 받아 들였다.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이 동생들이 보다 편하게 집에서 지내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든 눈치를 보는 것보다 단체 행동으로 하는 것이 생활에 도움을 주는 걸 은아는 잘 알고 있었다.


“저희끼리 대충 정했는데  작을까요?”


“음...”

은아가 돈 봉투를 열어 세어보곤 세 명에게 말했다.


“작은 게 아니라 많은데? 은지를 제외하고”


“엥? 왜 전 제외에요 큰언니?”


“넌 많이 먹잖아~!!!”

“언니!!!”


“그래 그래 근데 꽤 많이 넣었다. 그래가지고 시집 밑천이나 모을 수 있어?”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요. 우선  달 살아보고 다시 결정하기로 해요.”


“그래 내가  너희들  받아 부자  생각도 없고, 또 불편하면 나가라구 할테니 똑같이 내서 똑같이 쓰구 남은 돈은 또 똑같이 나누면 되겠다.”


“정말요?”

“우린 집 주인을 잘 만난거네요.”


“그거 좋은 말이지 언니들”

“자자 그만들 좋아하구 출근들 합시다~”

“아 나는 너무 오래 잤더니 적응이 안 돼”

소연이 괜한 투정을 부리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러자 다들 웃으며 소연을 뒤따랐다. 네 명의 여자는 아침에 여유를 부리면서도 정시보다 일찍 출근을 하였다.


“우와 정말 집하고 직장은 가까운 게 최고라는  오늘에야 알게 되는군요. 언니”


“그러다 늦장부리면 지각이다.”

“나도  번쯤은 그러고 싶어요.”

“하여튼”


병원에 도착한 네 사람은 차에서 내려 동시에 병원 건물로 들어갔다. 넷이서 동시에 들어서니 직원들 시선이 그대로 멈춘 듯 네 명을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넷은 인사를 하며 각자 자신의 근무지로 뿔뿔이 헤어졌다.

은아야 당연히 자신의 진료실로 갔고, 소연은 입원실 담당이라 병동으로 그리고 은지와 효선은 각각 내과와 외과로 갔다. 소연을 제외하고는 다들 외래진료만 했고, 효선만 수술이 있을 때면 다른 간호사들을 도와  더 오래 근무를 하였다.

원래는 은지처럼 외래만 담당하려 했으나 워낙 실력이 좋다보니 외과 의사들이 수술할 때면 효선을 부르곤 했다. 그들 중에는 은아도 당연히 끼여 있었다. 효선의 실력이 좋다는 걸 소문낸 사람이 바로 은아였다.


하여튼 뿔뿔이 흩어진 네 사람  은아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외래환자가 오기 전 치혁부터 찾았다. 아직까지 별 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

“흠...아무래도 소연이를  배치해야  것 같네 같이 지내니 좀 더 유기적으로 대처할  있을거야 효선이 은지도 시간이 되는지 알아봐야겠다.”

은아는 환자차트에 지금 상황을 기록하고 다시 자신의 진료실로 갔다. 오전 진료 전 회진부터 돌아야 했기에 그녀의 진료실 밖에선 후배 의사들이 대기 중이었다. 다들 차틀르 들고 나와 은아의 지시를 기다렸다.


은아는 그들 앞에 가서 몇 마디 지시사항을 전하고 병실을 차례로 돌았다. 반쯤 돌았을까 병원장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여 바로  사수에게 나머지 일을 전가하고 원장실로 향했다.

“어서와요.  선생”


“네 원장님”


원장은 자리에 일어나 은아를 소파로 안내했다. 밖에 있던 여직원이 차를 내왔다.

“그래 김 선생 그 환자를 나도 아침에 봤는데 어떤가요?”

원장의 애매모호한 질문에도 은아는 곧잘 대답을 하였다.

“아직 학계에 보고가 되지 않은 사례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환자의 의식이 언제 깨어날지가...”


“괜찮아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이번 케이스만 잘 마무리하면 나나  선생이나 보다 한 걸음 나아갈  있다는 건  알고 있죠?”


“네 물론입니다.”

“난 김 선생만 믿어요.”

“네”


은아는 대답을 하고 원장실을 나왔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긴 해도 밀어 줄때는 확실히 밀어주는 스타일임에는 은아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욕심이 좀 과할 뿐이었다.

“뭐 나야 내 할 일만  하면 되겠지”

은아는 원장과의 대화 도중 환자의 담당 간호사를 자신의 동생들로 대치한다는 말을 했다. 원장은 흔쾌히 승낙을 했고, 담당 의사들에게 협조만 받으면 되었다.

“뭐 지들이 까라면 까야지”

의사라는 직업도 계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군대와 마찬가지로 계급이 깡패였다. 곧 있으면 과장으로 진급을 하니마니 하는 은아였기에 병원에서도 서열이 높은 축에 해당되었다.


병원장을 제외하고는 딱히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 병원장이 수락을 하였으니 그냥 행동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은아는 진료실로 돌아와 외래환자를 보며 오전을 보냈다. 그리고 내과에 들려 은지를 찾았다. 물론 은지 담당과 의사도 같이 불렀다.


“그래서 여기 김 선생을 내가 좀 쓸려구 하는데 괜찮겠지? 정 선생!”


말투는 부탁조 였지만 표정만은 강압조 였기에 앞에  선생이라 불린 의사는 반항도 못하고 그저 ‘네네’거리기만 했다. 은지는 내과 의사의 대답에 알았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은지는 순간 왔다가는 은아를 보며 눈만 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신의 업무를 계속했다. 효선이야 자신의 외과이니 별 문제 없었고, 소연 역시 병실 담당이라 백업을 하나 붙여서 자신에게 돌리면 되었다.

“자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같구 점심이나 같이 하면서 스케줄 좀 짜야되겠다.”


은아는 폰을 들어 동생들에게 전체 톡을 날렸다.


-점심시간 다 같이 밥 먹자 할 이야기 있음-

-네 큰언니-


-무슨 일인데?-

-효선아 그냥 ‘네’라고 대답하면 된다-

-싫어!!!-

-시끄럿 그냥 구내 식당으로 모엿~-

다들 은아가 왜 그런가 싶어 궁금했지만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었기에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은 되었고, 다들 구내식당으로 모였다. 오기 전에 숱한 의사와 남자 직원들이 은아를 제외한  명에게 점심을 같이 하자고 유혹하고 제안했지만 은아의 이름을 대며 피해왔다. 다른 때 같으면 좀 질기게 굴었을텐데 은아의 이름이 나오자 바로 꼬리를 마는 남자들었다.


“일단 밥부터 받고 이야기 하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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