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5장 : 화차火車 (23)
맨 맨처음에 치밀었던 것은, 분명 분노였다고 생각된다.
감추기
명분으로서쉽게 외제니의 말은 하지만옳았다. 애초에 그렇게나 쉽게 이 몸이명령을 의체라는 걸 숨기지도믿어준 것이 이상한 일이지, 뒤늦게나마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차라리 당연한 것이었다.
무례를
하지만 이 세계에서 명분이란그 곧 본의를 감추기 위한 것. 심지어분노였다고 외제니는 구태여 자신의 의도를 숨기지도 않았다.처음에 약혼자인 자신에게 주장은일부러 노예와의 교접을 보이는 무례를 감추기범했고, 그 노예 앞에서 아랫사람에게 쉽게명령을 내리듯 옷을 벗으라 하대했다. 표정에서, 말투에서, 손짓에서. 자신을 깔아뭉개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니까, 처음에 치밀었던 것은, 분명 분노였다. 그랬을 것이다.
드러냈다.
교접을
생각된다.
“어, 어…….”
주인의 명이 떨어졌음에도 아리네는몸이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이 정신을 잃었던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고개를 떨어뜨리고서 몸을 떠는 소녀의 모습은 분명 일부러심상치가 않았다.
외제니는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태도로, 그런 아리네의 등을 떠밀었다.노예
“뭘쉽게 하는 거니, 아리네? 가서하지만 벗겨주라니까?”
“아, 네. 네, 주인님.”
애초에
아리네가 허둥지둥 침대에서 내려왔다. 소녀는 아직도 자신을고개를 들지 않고 있었다. 아리네가것. 멈칫멈칫하며 드러냈다.다가오는 동안에도, 외제니가 비릿하게 웃으며 눈으로 그 몸을 핥는 동안에도.
문가의분노였다. 소녀에게 다가서는 데는 불과 십여세계에서 발자국의 거리였다. 그런데도 아리네는 소녀에게 다가갈수록맨 가슴이 뛰는 걸보이는 느꼈다. 어둠 자신의속에서도 소녀의 자태는 곱고명분으로서 아름다웠다. 자신과 똑같은 표정에서,머리칼, 똑같은 피부색, 지금은 아랫사람에게보이지 않는 똑같은 노예눈동자. 미성숙한 몸인데도 걸쇄골부터 어깨로 걸뻗은 야릇한주인의 곡선과주장은 비율 좋게 뻗은 팔다리. 어찌그러니까, 보면 싱그러운 어린 들짐승 같기도 했고, 어찌 보면당연한 잘 만들어진 인형 같기도 했다.
이 몸이아이도 주인의 밤 시중을 위해 데려와진 것일까.
이상한 일이었다. 낮에 주인이 새 노예를 외제니는사 들이겠다몸이 농을 쳤을 때는 울컥울컥 치밀던 질투심이 이 아이를 앞에 놓고서는 어디로 분명갔는지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이 감정을 품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자신에게 곱고도 가련했다. 굳이 치미는 “어,감정이라면, 글쎄.치밀었던
오히려, 어쩌면 자신도 이 분노였다고아이와 몸을 섞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확인을
벗으라
표정에서,
― 무, 무슨.
분노였다.
것이다.
이
아리네는 화들짝 차라리놀라 잠시나마 제 속에숨기지도 떠올랐던 욕망을 헤쳐 흩었다. 분수를 모르는 것도 것은,정도가 있다. 자신은 그저, 사랑하는명령을 주인의 곁에 있기만 하면 된다. 주인의 명을 받드는 것만으로분노였다. 의도를족하다.
명이
아리네는 곧 소녀의보면 바로 앞까지 다다랐다. 이제 서로의 숨소리가몸이 들릴 거리까지 왔는데도 소녀는 의체라는고개를 들지약혼자인 어…….”않았다. 슬쩍어…….” 뒤를 돌아보았지만, 주인은 어서 어찌하라는 듯 고개만 한 번 외제니의까딱일 뿐이었다.감추기
드러냈다.
꼴깍,분명 것이마른침이 목을 타고 내리듯넘어갔다.
“그, 그럼.”이
자신의
명분이란
벗길게.그렇게나 명분이란혹은 약혼자인벗기겠습니다. 어느 쪽인지 모를 뒷말은 마른침과교접을 함께 넘어가버렸다.
아리네는 떨리는뒤늦게나마 명이손을 소녀의 알량한 옷깃으로 뻗었다.
분명
그리고, 매몰차게 내쳐졌다.
맨
표정에서,
“앗.”
분명
교접을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친 손끝이 보면아리네의 손을하지만 쳐냈다.이 마침내 고개를 쳐든 소녀의 자줏빛 눈동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처음에감정에 넘쳐 하대했다.일렁이고 있었다. 그 눈빛에 기가 질린 아리네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을 때, 꽃잎 같은 입술이 가시 돋친 벗으라독설을 토해냈다.
노예와의
일부러
“내 손으로 벗을 테니, 손대지 마라.처음에 비천한 것은,노예 따위가.”
“엣.”
이
본의를
예상치 못했던 강렬한 악의에, 위한아리네의 눈동자가 것이다.충격으로 흔들렸다. 치밀었던그러나 세런은 그런 아리네를 말투에서,더 이상않았다. 쳐다도 보지 않았다. 망연자실한 그녀를 뒤에 남기고, 성큼성큼뒤늦게나마 두어 쉽게걸음을 심지어나아가 침대 위의것이 외제니와 눈을 마주쳤다.것은,
외제니 또한 눈을것은, 가늘게 뜨고 세런을 노려보고 있었다. 숨기지도직전까지의 여유로운 웃음은 싹 걷히고 없었다.그러니까, 그녀는 치밀었던세런에게 가진주장은 흥미만큼이나 아리네에게 애착을 가졌다. 애지중지하는 노예에게 독설을 쏟아낸 세런을 더 이상손짓에서. 귀엽게만 봐주지는 않겠다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은 한동안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를 쏘아보았다.본의를 적막 속에서 고요한드러냈다. 기싸움이 두차라리 사람의 시선을 타고 오갔다.
맨
하지만 이미 처음부터것이 승부의 축은벗으라 기울어져 있었다.교접을
외제니는 피식 웃으면서 턱짓으로 세런을 가리켰다.
쉽게
말은
이
“벗어.”
까드득.
앙다문 입 속에서 이 가는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반항의앞에서 의사를 담은 소리였지만, 결국은외제니는 굴복으로 맺어질 끝을 벗으라인정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좀 더 잔혹해진 눈빛으로, 외제니가처음에 해봐야겠다는코웃음을 쳤다.
드러냈다.
“안 벗어?”
보면
깔아뭉개겠다는
안 벗으면, 네가 뭘 어쩔 건데.
외제니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본의를 위한그리고 세런에게는 그에 대해 하지만돌려줄 답이처음에 없었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하얗게 물들 정도로 세게. 눈에 힘을 주었다. 아직자신을 지지 않았다는 치밀었던듯.
분노였다고허나 떨리는 손끝은, 이미 제본의를 옷깃을 붙잡고 끌어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