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94화. 닭꼬치
< -- 108. 닭꼬치 -- >
오늘은 일곱 번째날. 아내들이 아르베 회당에 가서 교육을 받는 날이다. 릴리, 루나, 랄라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들떠있는것 같았고, 델타는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녀들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오늘 회당에서 뭔가 재밌는거라도 하는거야?"
"응!"
루나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답해주었다.
"오늘은 우리가 드디어 상급반에 올라가는 기념비적인 날이거든!"
"상급반? 그게 뭔데?"
"결혼한 여성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반"
"내가 거기를 얼마나 들어가고 싶어했는지... 드디어 내 바람이 이루어졌어, 고마워, 오빠!"
까치발을 들어올려서 내게 입맞춤을 해주는 루나의 행동에 그저 열정적으로 받아줬다. 상급반에 올라간다는 소리가 결혼해서 좋다는 소리인가보다.
입술을 떼고 내 품에 안겨있는 루나를 한 손으로 껴안은 채, 옆에 서있던 델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지금 울상으로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델타, 어디 아파?"
그녀는 내 물음에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사람 많다고 했어... 나 만약에 들키면 어떻해?"
(그것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었구나)
"로브만 안벗으면 문제없어"
"그리고 언니들이 있으니깐 걱정마. 이리와, 델타"
냅다 안겨드는 그녀를 품에 넣으면서, 랄라와 릴리에게 부탁했다.
"릴리, 랄라 델타 잘 챙겨줘"
"루나 너도, 알겠지?"
"걱정마, 레오"
"델타는 우리들이 잘 챙길테니깐 걱정마"
"말 안 듣는 나쁜 동생이긴 하지만 동생이니깐.."
"델타, 너 내 말 잘들어야 돼"
릴리는 미소를 띄었고, 랄라는 델타의 엉덩이를 약하게 두드리면서 주의를 주었다.
"나 말 잘들어!"
"랄라 언니 또 나한테 심술부리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델타의 모습에 안그래도 루나의 육체에 닿아 부풀어오르고 있던 고간이 점점 더 커져갔다.
"으음... 오빠 가기전에 만져주고 갈까?"
루나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서둘러 바지를 내리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이어서 루나가 내 옆에 앉아 손으로 내 발기된 자지를 움켜쥐었다.
탁탁탁탁탁탁탁탁
루나의 뒷통수를 손으로 끌어당겨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탐하게끔 했다. 침이 뒤섞이면서 나는 소리와 자지가 문질려지는 소리를 감상하면서 사정감을 차올렸다.
-
그녀들이 아르베 회당에 가고난 뒤, 나는 외출준비를 서둘렀다. 브랙스를 만나러 가봐야 겠다.
덜컥ㅡ
어느새 그의 대장간 앞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브랙스가 내 등장에 손을 들어올리며 인사를 건네왔다.
"고.레오, 왔냐?"
"왔다"
그가 서있던 접수대 맞은 편에 선채로 대화를 나누었다. 투박한 외모를 가진 그가 까칠까칠해보이는 턱수염으로 둘러싸여진 입을 열었다.
"아내를 네 명씩이나 두신 남자가 바쁘실텐데 이런 누추한 곳에 왜 왔냐?"
"오늘이 일곱번째 날이라서"
"이 자식, 아내들 없으니깐 심심해서 온거구만"
"그건 그렇고, 브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새아기가 임신을 했대"
"임신? 이 자식, 할아버지 되겠네?"
"하하하!! 할아버지라... 그런가 나도 그런 나이가 되버렸나..."
그는 웃으면서도 뭔가 회상에 잠겨있는 듯한 표정을 지여보였다. 그러한 모습에 그의 얼굴 앞에 대고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니, 그는 화들짝 놀라서는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네 나이하고 내 나이하고 얼마 차이도 안나면서 뭔 청숭맞은 표정을 짓고있냐?"
"흠흠.. 나이로 따지면 내가 형이다, 동생아"
"그래, 형"
"나 동생이니깐 여기 단검 공짜로 줄 수있지?"
"은화 3닢이다"
"존나 째째하네"
"델라는 잘 크고 있지?"
"다 자라면 네가 낚아채갈려고? 어림도 없지"
"아니 뜬금없이 뭔 지랄이야?"
"그리고 내가 예의라는게 있지. 아무리 그래도 나이가 21살 차이나는 여자애하고 결혼을 할 것 같냐? 돈 많은 귀족놈들이나 그렇게 하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사람 속은 모르는거지"
"너하고 네 아내 분하고 나이 차가 꽤 되던데.. 으음..."
"씨발, 물어본 내가 병신이지"
"자꾸 그러면 델라가 14살 되자마자 확 낚아채간다?"
"내 망치 맛을 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을거야"
그는 옆에 놓여진 망치를 쥐어보였다. 팔뚝에는 울퉁불퉁한 근육이 자리해 있었다. 나도 한 근육 하지만 이 녀석도 꽤나 만만치 않았다.
(이 자식 눈빛 살벌한 것 좀 보게)
"델라가 데리고 올 남자가 참 불쌍하다"
"네 녀석을 장인어른으로 두게 생겼으니 말이야"
"내 딸은 아무에게나 못 주지, 그렇고말고"
나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을테니 이 녀석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나한테 딸이 있다면 나 또한 딸 바보가 됐을테니 말이다. 어쩌면 이 녀석보다 더 할지도.
덜컥ㅡ
대화를 나누던 도중 젊은 남성이 들어왔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모험가가 틀림없다. 그는 브랙스에게 다가와서는 자신이 찬 검을 탁 내밀었다.
"이거 수리 좀 해주쇼"
그가 내민 검은 날이 다 빠져있었다. 어떻게 정비했으면 검이 이따구인건지...
"검의 날이... 도대체 이 검으로 뭘 한거요?"
브랙스의 말에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답했다.
"알거 없고, 얼마냐고요?"
"...... 은화 2닢입니다"
"은화 2닢?! 날강도 새끼같으니라고!"
"돈 안줄거면 그냥 가쇼"
"에라이 씨발! 여기 다시는 오나 봐라!"
"카악ㅡ 퉷!"
오징어 같은 외모를 가진 남성은 바닥에 침을 탁 뱉고서는, 거칠에 문을 열어젖히며 나갔다. 참 살다보니깐 별의별 개새끼들을 다 보는구만.
"뭐냐, 저 병신은?"
"몰라, 나도 처음 보는 새끼인데?"
내 물음에 그는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놈이 나간 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저딴 새끼들때문에 모험가 인식이 나빠지는거라고"
"다 대가리를 으깨버려야 되는데 말이지"
"대가리 으깨려다 네 대가리부터 먼저 으깨지는거 아니냐?"
"흐흐흐, 내가 호구새끼도 아니고서야 저런 녀석한테 당할까봐?"
"내가 바로 '과감한 고.레오'다 이 말이야"
"아침의 개새끼는 아니고?"
"씨발! 어떤 쳐죽일 새끼가 그딴 별명을 붙인거야?!"
"어떤 새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놈한테는 딱 어울리는 별명이구만! 하하하하하!!"
-
브랙스의 가게에서 나와 정처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내들이 없으니깐 할 게 없었다. 예전에는 혼자 궁상맞게 술집에서 술이나 퍼마셨지만 결혼하고 아내들이 생기고 나니깐 그 짓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 집에서 아내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마실 수 있는데 뭐하러 술을 혼자 퍼마시겠는가?
애초에 요즘 술도 잘 안마신다.
(쓸쓸하다...)
아내들이 곁에 없으니깐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제 아내들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우울한 마음으로 길을 거닐다가 사람들이 날 피하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기분이 확 나빠졌다. 왜 날 보고 피하는거야? 무심코 상점에 난 창문을 통해 내 얼굴을 들여다보니 과연 납득이 갔다.
험상궃게 생긴 남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완전 호랑이도 때려잡을 눈빛이었다. 얼굴은 잘생겼는데, 눈빛이 무서웠다.
(내가 얼굴 하나는 기가막히지)
이유를 알았으니 기분을 풀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문득 닭꼬치 가게를 발견했다. 조이의 여동생들이 떠올랐다.
(닭꼬치 사갔고 가면 좋아할지도... 나한테 한 번만이라도 미소를 지여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저번에 아이들이 내게 보내온 두려운 눈빛이 아직까지도 충격으로 남아있었다. 마야를 연상케하는 귀여운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꼭 껴안아주고 싶다. 아무래도 나는 미래의 딸바보 확정이다.
닭꼬치 가게로 향했다.
"아주머니, 닭꼬치 하나에 얼마합니까?"
"동화 3닢"
"동화 3닢? 언제 올랐대?"
"돈 없으면 꺼져!"
"씨발년아 다시 한 번 말해봐라"
큼지막한 주먹을 이 년 얼굴 앞에 내미니, 이 년의 입에서 두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나는 돈 없는 줄 알고 그랬지..."
"모,모험가인가?"
"알아서 뭐하게"
"닭꼬치 6개나 줘봐봐"
"여,여깄수"
이 년이 내민 닭꼬치 6개가 든 종이봉투를 받고서는, 은화 1닢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
"아줌마, 그렇게 살다 언제 한 번 뒤지게 처맞는 수가 있어"
"말투 고쳐라, 알았냐?"
"예..."
가게를 빠져나와 여관으로 향했다.
벌써 닭꼬치를 받아 쥔, 조이의 여동생들의 얼굴에 띄어질 함박미소를 생각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
여관으로 들어가 냅다 3층으로 올라가서는, 스텔라의 방문을 두드려댔다.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스텔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레오 씨?"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건지...?"
"아이들 혹시 여기 있나요?"
"뒷마당에서 조이 씨하고 같이 놀고 있어요"
"닭꼬치 좋아하십니까?"
어리둥절하는 그녀의 입에서 답변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닭꼬치 하나를 손에 쥐어주고서는, 냅다 뒷마당을 향해 달려갔다.
뒷마당에 도착하니 조이와 그녀의 여동생들이 인형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손에 인형들을 쥐고 있었다.
"조이!"
내 외침에 그녀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레오 씨?"
"조이 잘 지냈냐?"
"저번에 봤잖ㅡ"
그녀에게 닭꼬치를 쥐어주고서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파란색의 새끼 고양이들이 그곳에 앉아있었다. 바라만봐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은 아내들 다음가는 것이었다.
최대한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닭꼬치를 아이들 앞의 내밀었다.
"먹을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이들은 겁에 잔뜩 질린 채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나하고 자책했다. 이 아이들은 아직 그날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아이들의 미소를 받고 싶다는 욕심으로만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닭꼬치를 내민 손이 부끄러워졌다.
"얘들아, 얼른 받지 않고 뭐해?"
"너희들이 제일 좋아하는 닭꼬치잖아"
순간 조이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내가 쥔 닭꼬치를 뺏어다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신들 언니의 옷자락을 부여잡은채로 닭꼬치를 먹기 시작했다.
"미아, 리아 여기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그녀의 말에 아이들이 쭈뼛쭈뼛대며 개미만한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했다.
"고.. 마워.."
"고마워요..."
"고,고맙기는 뭘!"
"이정도야 이 아저씨한테 별것도 아니라고!"
마음이 정화되어갔다. 이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다.
"이 인형은 누구거야?"
"미아거야? 리아거야?"
"우와아아앙ㅡ!!"
"아저씨가 내 인형 뺏으려 해!!"
울음을 터뜨린 리아의 모습에 쥐었던 인형을 잽싸게 바닥에 내려놨다. 역시 아이들과 친해지기에는 힘들 것 같다. 낙담하고 있던 그때 조이가 다시 도움의 손길을 보내줬다.
"고.레오 아저씨는 리아랑 놀고 싶어서 그런거야"
"절대 리아 인형 빼앗으려하는거 아니니깐 그만 뚝하자"
"흐킁.. 흐킁.. 정말?"
"리아는 언니 못믿는거야?"
"언니 슬퍼. 흑흑흑"
"언니 울지마"
"나 안울게, 자 안울어!"
"우리 리아 착하다~"
"미아, 리아. 언니랑 같이 저기 서 있는 아저씨랑 놀까?"
자신의 언니도 같이 논다는 말에 마음이 동했는지 아이들은 내게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인형 하나를 건네줬다. 그걸 받아드니 미아의 앙증맞은 입에서 병아리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저씨, 마왕"
"나 주문술사, 리아 용사, 언니 공주"
ㅡ라는 역으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나 보다.
"아저씨 마왕이야?"
"응! 아저씨 마왕, 나쁜 마왕!"
불과 얼마 전까지 마왕의 몸에 투창을 꽂아넣은 내가 마왕이라니, 실소가 흘러나오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즐거웠다. 마야가 보고싶었다.
"나는 마왕이다!"
"미아 술사랑 리아 용사를 혼내주겠다!"
인형을 통해서 아이들이 쥔 인형들과 투닥거리며 놀았다.
35살인 내가 설마 소꿉놀이를 할 줄이야. 뭐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주는데 그깟 나이가 대수이겠는가?
그렇게 놀다보면서 아이들은 나와 가까워져갔다. 내게 웃어보이기까지 해주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내 무릎을 베고 새근새근 잠들었다.
"잠들었네..."
내게는 병아리 같이 작디작은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고.레오 씨 아까는 너무 즐거워하시던거 아니에요?"
"하하하..."
언제 왔는지 스텔라가 내 옆에 선채로 미소를 보내주었다. 쑥스러웠지만 못할 짓은 한 건 아니었으므로 그런 마음은 금새 사그라들었다.
"조이 씨, 제가 미아를 맡을게요"
조이가 리아를 안고 들어올리자, 스텔라도 덩달아 미아를 안아올렸다.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인형은ㅡ"
"제가 갖고 올라가겠습니다"
"먼저 올라가세요"
그녀들을 먼저 올려보낸 후 뒷정리를 하였다. 인형을 들고 방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침대에 누어 세상 모른채 잠들어있었다.
"닭꼬치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감사함을 전하는 스텔라에게 괜찮다고 대꾸했다.
조이도 내게 다가와서는 감사함을 전했다.
"저희 자매한테 이렇게 잘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빚은 꼭 갚을게요"
"고년 고집 하고는"
그녀의 금발 머리칼을 헝클어뜨릴 정도로 손으로 문질러줬다.
"나중에 갚아도 되니깐 지금은 다른 생각 하지말고 여동생한테 신경 써"
"돈 벌겠다고 거기 가지 말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 예"
헝클어뜨린 머리칼을 다시 예쁘게 정돈시켜준 뒤, 방을 빠져나왔다.
아이들과 친해졌다는 사실에 기분이 급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