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91화. 모성 (94/106)



〈 94화 〉91화. 모성

< -- 105. 모성 -- >



"밀리야... 밀리, 내 아가..."


미친 여성은 소녀를 향해  팔을 벌리면서 다가왔다. 소녀는 그런 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아줌마 누구야?"


"밀리, 엄마야"
"우리 아가,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왔구나"

"누구냐니깐!!"


소녀가 날린 머리칼이 여성의 바로 옆에 꽂혀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에게 그런 여성의 행동은 자신의 아이를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비춰져 보였다.


"밀리야.. 엄마야.. 엄마 못알아보겠어?"

"엄마?.. 엄마야... 밀리 엄마.. 내 엄마야?"

"그래 우리 아가, 이리 오렴"

"엄마...... 아줌마, 내 엄마 아니야"

머리칼이 여성에게 날라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씨발! 야, 거기 꼬마애!"
"대등하게 나랑 싸우자!!"

소녀의 육체재생이 멈춰졌다.
내 육체를 잡았던 머리칼도 억제력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다시 몸이 자유로워진 나는, 서둘러 전투자세를 취했다. 3분, 3분 안에  소녀를 토벌해야만 내가 산다.


검을 쥔 팔이 후들려왔다. 소녀의 힘은 검을 쥐기에는 부족했다.


"할 수 있다!!"

소녀에게 달려갔다. 검을 앞으로 향한 채 달려들었다. 소녀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겁을 집어먹은 것인지 바닥에 주저앉아 목청껏 울어댔다. 달리는 와중, 소녀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흐아아앙!!! 뭐야ㅡ 뭐야!! 무서워!! 집에 갈래!!!"


"미안하다! 하지만 넌 이미 죽었다고, 얌전히 돌아가라!!"

검 끝과 소녀와의 거리는 불과 세 걸음도  안되었다. 눈을 부릅 뜬 채 소녀를 토벌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푸욱ㅡ!

검 끝이 소녀가 아닌 미친 여성의 배에 꽂혀들어갔다. 소녀의 어머니는 입으로 피를 토해냈다, 그녀의 배는  검에 의해 쉴새없이 피를 쏟아내었다.


선혈이 검과 바닥을 적셨다.


"씨발!"


서둘러 검을 빼려 했다. 검이 빠지지 않아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확인해보니 그녀가 내 검을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검을 뺴내는 순간 자신의 딸을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게서 검을 주려 하지 않는  같다.

"씨발! 놓으라고!!"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았다. 목을 지지대 삼아 그녀의 배에 꽂혀진 검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가녀린 팔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지, 검이 꼼짝도 하지를 않았다.

"씨발!! 씨발!!!"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3분이 끝나면 내가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진다. 아내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소녀를 없애야만한다. 지금 당장!


검을, 그녀의 등을 뜷고 나올정도로 밀어넣은  재빨리 검을 빼내는데에 성공했다. 여성의 배에서 붉은색 피가 철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바닥에 떨구어졌다.

시뻘건 피로 칠해진 검을 들고 소녀의 앞에 섰다. 검을 내려치려는 순간 소녀의 머리칼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모습에 서둘러 뒷걸음질을 치니 그와 동시에 내가 서있었던 곳에서 머리칼이 날라들어왔다.


소녀가 중얼거렸다.

"엄마.. 엄마..  엄마 아니야.. 그런데.. 슬퍼"
"너 용서못해... 죽어ㅡ 죽어버려!!!!!!!!'

소녀의 등 뒤로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의 머리칼이  쪽을 바라본채로 공중에 둥둥 떴다.

(죽는다, 진짜 죽게 될지도 몰라)
"..... 씨발 이런 곳에 뒤질 수 없다고!!!!"

불현듯 산맥에서 마왕의, 초인적인 속도의 촉수 공격을 막아내던 반디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그 새끼처럼 한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새끼만큼 체내에너지를 다루지 못한다. 하지만 다루어야만 한다.


머리칼이 내쪽을 향해 내질러왔고, 나는 팔에 힘을 잔뜩 주고서는 검을 휘둘렀다. 눈으로 머리칼의 향방을 보았다. 1, 2초 될까한 그 짧은 시간에 소녀의 머리칼의 향방이 눈에 천천히 들어왔다. 그 향방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챙ㅡ! 챙ㅡ! 채앵ㅡ! 챙ㅡ! 챙ㅡ! 챙ㅡ! 채앵!!ㅡ


무아지경,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머리속에서는 팔이 검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투쾅ㅡ!!!!!!!


검을  팔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검이 한 지점으로 모여드는 머리칼의 공격을 단숨에 튕겨내버린것에 대한 반동이었다.

튕겨냄과 동시에 머리칼이 위로 올라가면서 소녀의 눈이 나의 눈과 맞닿게 되었다.

지금이 기회다. 다리에 힘을 주었다. 반디트에게 달려갔을 때처럼 소녀에게 달려갔다. 저번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달려가는 중이었다.


"싫어!!!! 오지마!!!!!!!!!!"

소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스켈레톤의 텅 비어져 있던 왼쪽 눈구멍에 검을 박아넣었다. 무아지경이 끝났다.


"허억ㅡ 허억ㅡ 씨... 발..."


온 몸이 아파왔다. 앞의 놓여진 소녀의 눈물, 정확히는 오른쪽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에 가슴이 아팠다. 소녀의 입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엄마... 보고싶어... 엄마 어딨어?  여깄는데... 엄마... 엄마.. 나 추워"

소녀의 뼈에 달라붙어있던 살점들이 바닥에 후두둑하고 떨어져나갔다. 오른쪽 눈구멍에 박혀있던 눈알이 바닥에 떨어지고서는, 가루가 되어버렸다. 이윽고 소녀는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렸다. 새하얀 뼈들이 바닥에 힘없이 무너져내려 새하얀 모래로 변해버렸다.


왼쪽 눈구멍에 박혀있던 검이 저절로 아래로 떨구어졌다. 소녀의 뼛가루를 내려다보면서 우두커니 섰다.

"밀리야! 밀리야!!"


여성이 내 다리를 지지대삼아 바닥을 기어와서는, 소녀의 뼛가루를 매만졌다.

"밀리야!! 밀리야!! 내 아가!!!"

눈앞에서 아이를 또 잃어버리게 된 여성의 비통한 절규가  공간에 울려퍼졌다. 한참을 절규하던 여성은 나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답했다.

"용서못해, 저주하겠다, 저주를 내려주겠다!"
"저주해주마!! 저주해주마!! 저주해주마!!"

"........"


푸욱ㅡ


여성의 심장에 검을 찔러넣었다. 커즐린처럼 심장을 찔러야지 그녀의 저주에서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생기와 초점을 잃은 그녀의 두 눈동자를 확인하고서는, 검을 뺴내었다.


검날에서 모녀의 피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안아보지 못했고, 아이는 앞에 있는 어머니를 몰라본채로 어머니를 울부짖다가 죽었다.

소녀는 스켈레톤이었고, 여성은 인간이었다. 전자는 마땅히 토벌되어 마땅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았다. 시체를 불태워야지 나의 살인을 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몸을 들어올리던 도중, 바닥에 뭔가가 툭하고 떨어졌다. 들어올리는 것을 중단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


표지에는 책 제목으로 추정되는  수 없는 언어가 적혀져 있었다. 표지를 넘기니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와 내가 읽을 수 없는 언어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한 장,  장 넘겨보았다. 유독 많이 보이는 단어 '네크로맨서', '강령술', '제물', '의식', '소생'... 내 추측건대 여성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부활시킨 것 같다. 그것도 부정한 존재로서 말이다.


그녀가 이 사건의 주동자였다. 그녀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한 들짐승들의 시체는 의식으로써의 제물이었을 것이다.


찬바람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녀와 대치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찬바람이 내 피부를 흝고 지나갔다. 소녀의 뼛가루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여성의 시체를 등에 짊어졌다.


찬바람의 종착역으로 다가갔다. 큼지막한 구덩이가 있었다. 구덩이 입구에는 뼛조각들이 쌓여있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거지?)

구덩이로 들어갔다.



-



구덩이의 끝을 횃불에 비춰보니 큼지막한 바위가 거기 놓여져 있었다. 위의 천장에서 난 틈새사이로 빛무리가 바닥에 내려와 앉았다. 뼈들이 뭉터기로 쌓여있었다.  무더기 산을 짓밟으면서 천장을 두들기니 들썩들썩 거렸다. 주먹으로 몇 차례 두들기니 푹하고 박혀들었다. 박혀들어가진 손을 이리저리 더듬거리니 흙의 촉감 비스무레한것이 느껴졌다.

주먹과 손톱으로 파고 파내니 햇빛이 나를 향해 눈부심을 비춰주었다. 위로 올라갔다.

공동묘지, 그것도 제일 후미진 구석이 내가 빠져나온 곳이었다.


등에 짊어진 여성의 시체를 나무 구멍에 잘 집어넣고, 소녀의 뼛가루도 같이 넣었다. 밤중에 와서 그녀들의 시체를 처리할 것이다. 저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썩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는 세상 밖에다가 묻어주고 싶었다.


서둘러 여성의 집을 향해 달려갔다. 랄라가 걱정됐다. 마을사람들도 지금즈음이면 내게 벌어진 일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여성의 집 앞에는 사람들이 즐비해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뭐하고 있는지 슬쩍 들여다보았다. 루이즈와 사람들이 무너진 잔해를 옮기고 있었고, 랄라는 거의 정신이 나간 사람마냥 무너져내린 잔해들을 주먹으로 부서뜨리고 있었다.


"랄라!"


나는 그런 그녀의 이름을 힘차게 부르며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보고서는, 훅하고 안겨들어왔다.

"남편, 남편!!"
"흐윽.. 잘못.. 되면 어쩌나하고.. 흑"


"미안해, 랄라"
"조금 늦었다"

그녀의 우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졌다. 두 팔로 그녀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아줬다. 루이즈가 다가와서 내게 말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랄라 씨... 님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눈물로 서코트를 적시고 있는 랄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촌장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전말을 알려주면서 우리들의 임무는 끝이 났다. 미친 여성에 대해서는 내가 불태워 처리했다고 말해줬다. 그래도 혹시모르니 교국에 가서 이 밑의 공간을 조사 해줄것을 요청하라고 일러줬다. 책의 존재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들은 별채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 흐윽, 나 두고 가지마"

"널 두고 어디간다고?

그녀의 따뜻한 보지 속살을 자지로 천천히 문지르면서 입맞춤을 해주었다.

"정말로? 정말이지?"
"남편은 내 전부인거 알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끓임없이 물어오는 그녀에게 성실히 답해주고 달래주었다. 그녀는 내가 이번처럼 또 어딘가로 훅 떠나버릴까 걱정이 됐는지, 두 팔로 내 목을 둘렀고 두 다리를 내 허리에 칭칭 감아맸다.


얼마나 다리의 힘을 잔뜩 준 것인지 허리를 흔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하는수없이 그녀의 질을 앞으로만 꾸욱꾸욱 눌러줬다.


꾸륵ㅡ 꾸륵ㅡ

정액이 자신의 안에 잔뜩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허리에 감은 다리를 풀지 않았다.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 잔뜩 넣어줘"
"나 그래야지 안심될 것 같아"
"맞다, 우리 남편 젖 물려줘야지"

그녀는  목에 두른 팔을 풀고서는, 자신의 가슴을 끌어모았다. 풍만한 젖가슴이 그녀의  안에서 한가득 모아졌다. 유방에 툭 튀어나온  젖꼭지를 한 입에 넣고서는, 쪽쪽 빨아댔다.


나와 그녀를 덮은 이불 안이, 신음과 살 부딪히는 소리로 후끈 달궈졌다. 옆 침대에서는 루이즈가 자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우리들이 내는 신음이 들릴까봐 걱정되었다.

젖 빠는 것을 중단하고,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었다.  차례정도 긴 사정을 해주고나서야 그녀는 오늘 하루 있었던 걱정과 불안감을 털어낸것인지, 편한 표정으로 잠에 들었다.


그녀의 가랑이를 벌리고서는, 천으로 말끔히 닦아주고난 후 새 속옷으로 갈아입혀주었다. 땀에 절은 그녀의 속옷으로 자지를 말끔히 닦아낸 뒤, 침대에서 나와 무장을 갖추었다.


무장를  갖춘 뒤, 루이즈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

"저 잤어요!"

"예?"

그녀의 소스라치는 외침에 순간 당황했다.

"뭐가 잤다는건지?"

"아... 아니에요... 그것보다 왜 깨우셨는지..?

"저 어디 좀 갔다올테니깐 불침번  서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내 혼자 두고 가는게  불안해서요"

"아... 물론이죠"
"근데 어디 가시는지 여쭤봐도ㅡ"


"금방 갔다올테니깐 걱정마세요"

 말만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공동묘지로 향했다. 나무 구멍으로 향했다.
그녀들을 꺼냈다.

가지고  삽으로 땅을 열심히 파댔다. 충분히 묻을 수 있는 깊이가 되자  파는 것을 멈추고, 그녀들의 시체를 묻고서는  위에 포도주를 부었다. 부싯돌을 통해 불이 붙게 하였다. 땅을 꽤 깊게 팠기 때문에 불길이 마을까지 보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던 여성, 저세상에서는 먼저 간 남편과 아이들을 만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거기 가서는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여기보다는 그래도 가족이 있는 그쪽이 나을 겁니다"
"세상살이가 다...... 씨발, 뭔놈의 세상살이인지"


손에 쥔 포도주를 입에 들이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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