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그녀들 - 조이
( -- 조이 -- )
"야, 이런 일 하는거 니네 부모년놈도 알고있냐?"
"아니요"
오늘도 어김없이 남자들의 독설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뭐라 반박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와 동시에 이 남성한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는 지도 이런데 찾아와놓고서는...)
하지만 말로 뱉어낼 수는 없으니 그저 속으로 삭힐 수 밖에.
"창년아, 개처럼 짖어봐"
"여기 동화 2닢 줄테니깐 짖어보라고"
남성은 바닥에 동화 2닢을 내 앞에 떨구고서는, 비열한 미소를 내게 지어보였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방망이질 쳐왔다.
"빨리 하라고!"
"내가 돈 줬잖아!!"
몸이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늘 있어왔던 일인데 오늘따라 힘이 들었다.
"아 씨발년이!"
"마담 나오라고 해! 당장!!"
(여기서 쫓겨날 수는 없어!)
"왕ㅡ! 왕ㅡ!"
"푸훗ㅡ! 씨발년이 짖으라고 진짜 짖네?"
"한심하다, 한심해"
죽여버리고 싶은 남성이 마담에 말하는 것만은 막아야된다.
집에서 기다릴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왕ㅡ! 왕ㅡ! 헤엑, 헤엑, 왕ㅡ!"
"개새끼년이 잘도 짖는구만"
남성이 술잔을 집어들고서는, 내 머리 위에 내용물을 쏟아냈다. 포도주의 알싸한 냄새와 차가움이 머리카락을 타고 볼에 흘러내리면서 턱에 송글송글 맺혔다. 남성의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바닥으로 턱에 맺힌 포도주가 뚝뚝 떨어졌다.
포도주가 내 눈물을 대신해줬다.
"휴우ㅡ 오줌 마렵다"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내 머리위로 뜨뜻한 액체가 쏟아져내렸다. 이번에는 포도주가 아닌 저 새끼의 오줌이 턱에 송글송글 맺혔다.
"안짖냐?"
"왕ㅡ! 왕ㅡ! 왕,왕ㅡ!!"
"어유 시원하다~"
"팁이다, 씨발년아"
"모자란 년 같으니라고"
내 앞에 동화 몇 닢이 짤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남성이 나가는 소리가 들렀다.
여 종업원이 유리상자 문에 걸려진 자물쇠를 풀고서는, 안에 있던 남녀 한 쌍을 데리고 나갔다. 이 넓은 방 안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씨발 놈, 줄거면 은화로 주던가"
"존나 개거지 같은 새끼, 병신 새끼, 미친 새끼!!"
아무도 없으니 마음껏 눈물을 흘리 수 있게 됐다.
눈물을 흘려대면서 바닥에 떨어진 동전들을 주숴담았다.
내친김에 탁자에 놓여진 안주거리도 주머니에 쑤셔담았다.
동생들 간식거리는 꼭 챙겨야지. 이것도 다 돈이다.
품에 넣어둔 동전들의 수를 헤아리니 동화 6닢이었다.
꽤나 쏠쏠하다. 개새끼가 된 보람이 있었다.
일어나서 무릎을 탈탈 털고난 후 밖으로 나갔다.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마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저런 옷 한 번 입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나 같은 년한테는 꿈도 못 꿀 일이겠지만)
"조이~ 손님한테 팁 받았다매?"
"나는 뭐 없어?"
(씨발년)
"그럴리가요~"
"여기요 마담"
동화 2닢을 그녀에게 건넸다.
"에게! 겨우 이거?!"
마담의 얼굴에서 짜증섞인 표정이 흘러나왔다.
재빨리 동화 1닢을 더 쥐여주었다.
"고마워~"
"에구, 냄새~! 너 좀 다음부터는 씻고와라"
"이건 손님이ㅡ"
"뭐?"
".. 아니에요, 다음부터는 씻고 올게요"
그녀에게 말대꾸하거나 대들면 이곳에서 당장 내쳐진다. 몸을 팔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 나를 받아들여주는 곳은 이곳뿐이다.
아무리 거지같은 삶이라지만 몸을 팔고 싶지는 않았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처녀를, 몸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고.레오가 떠올랐다.
(지금즈음 잘 지내고 있겠지?)
결혼한다고 했으니깐 나랑은 이제 만날 일도 없겠지. 그와 나는 이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유일하게 나를 천대하지 않았던 사람... 내 장난과 불평에도 웃으면서 호쾌하게 받아준 남자... 이제 그런 남자는 내 삶에 없을 것이다.
"전 이만 가볼게요, 마담"
그녀는 듣는 척도 하지 않은 채 옆의 서있는 소년의 자지를 갖고 놀았다.
(구역질 나는 년 같으니라고)
몸을 홱 돌려 나가버렸다.
밖의 바람이 찼다. 겨울이 오나보다.
나는 겨울이 싫다. 추운 것은 딱 질색이다.
매음굴 중앙에 세워진 아세레우 성당.
늙은 노파가 매음굴 입구에 떡하니 서있었다.
입구로 향했다.
"돈"
노파는 나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며 돈을 요구했다. 일종의 통행세같은거다.
이 늙은 년은 한 번 본 창관 종사자들의 얼굴을 잊지 않는다. 저 내민 쭈글쭈글한 손을 몽둥이로 분질러버리고 싶었다. 아세레우의 얼굴에 침을 탁 뱉고 싶었다.
품에서 팁으로 받은, 이제 얼마 안남은 동화 3닢중 1닢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렇게 나는 경비병들이 비켜서준 길을 따라 이 더러운 곳에서 빠져나가게 됐다.
손이 차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동화 2닢. 동화 6닢이 2닢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망할 년들, 내 돈인데... 내 팁인데...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번 내 돈인데)
눈물 젖은 눈에서 찬바람이 가득 들어오게 되어 눈이 뻑뻑해졌다.
-
"언니 왔다~!"
"언니!"
"언니!"
내 사랑스러운 쌍둥이 여동생들이 달려와서는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품에 안긴 두 아이들의 체온이 느껴져 오늘 있었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언니가 오늘ㅡ"
"왜 이렇게 시끄러워!!"
방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성의 고함소리에 몸이 굳었다. 그가 있을줄은 몰랐다. 그랬다면 방금 전과 같은 행동은 안했을텐데...
방에서 덩치 크고 수염이 덥수룩한 배불뚝이 남성이 걸어나오더니 내 앞에 섰다.
찰싹ㅡ!!
그가 날린 손찌검에 뺨이 얼얼해졌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여기가 네 집이야? 네 집이냐고?!!"
"아니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좆같은 년이 진짜!!"
그의 발차기에 배를 맞고서는 바닥에 발라당 자빠졌다.
'미아'와 '리아', 내 쌍둥이 여동생들이 울면서 내게 안겨왔다.
"닥쳐, 좆년들아!!"
새아버지의, 동생들에게는 친아버지인 그가 버럭 소리지르자 여동생들의 울음소리가 뚝 그쳐졌다. 그 모습에 만족한것인지 그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한참동안을 우리들은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앉아있었다.
파란색 머리의 사랑스러운 외모의 미아가 내게 소근거리며 물어왔다.
"언니 괜찮아?"
"언니 괜찮아"
"밥 먹었어?"
"안 먹었어, 배고파"
미아와 똑같은 외모의 파란색 긴머리인 리아가 울먹이며 말했다. 밖이 어둑어둑한데 아직까지 밥을 안먹었다니... 엄마, 그 썅년이 애들 밥도 안차려주고 또 어디에서 다리를 벌려대고 있는건지... 그 미친년!
"언니랑 밥 먹으러 나갈까?"
"외식이다!"
"조용히 해"
기뻐하는 리아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 미아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집인데도 불구하고 함부로 기뻐해서도 안된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가 모자란 년이어서, 능력도 없는 년이어서 미안했다.
"배고프다, 빨리 가자"
"응"
동생들의 자그마한 손들을 꼬옥 쥐고서는 근처에 있는 닭꼬치 가게로 향했다.
-
가게 앞에 당도하자 맛있는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동화 2닢, 닭꼬치 하나는 살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 풍채좋은 아주머니에게 닭꼬치를 사려고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 닭꼬치 하나에 얼마에요?"
그녀는 내게 닭꼬치 하나를 내밀면서 동화 3닢이라고 말했다.
"동화 3닢이요?
"어제까지만 해도 동화 2닢 아니었어요?"
"돈 없어?"
"동화 2닢으로 안될까요?"
"저 여기 단골인데"
"돈 없으면 꺼져, 창년아!"
주머니에 매만져지는 동화 2닢을 꽉 움켜쥔 채 가게를 나갔다. 나가니 손을 모으고서는 입으로 호호 불어대는 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언니, 닭꼬치 샀어?"
"맛있겠다!"
"언니가... 돈이 없어서..."
내 말에 일순 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눈물이 나올려고 했지만 꾹 참고 주머니에서 안주거리를 꺼내 보여줬다.
"이거라도 먹자"
손바닥에 놓여진 건포도와 땅콩들
"우와~ 맛있겠다!"
"우리 저기 앉아서 먹자!"
기둥에 놓여진 세른에 의해 환하게 빛나는 곳, 그곳에 앉아 안주거리를 주숴먹었다.
"언니가 미안해"
"나중에 꼭 닭꼬치 사줄게"
"이것도 맛있어"
"맞아, 닭꼬치 안사줘도 돼"
마음씨 착한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배는 안찼지만 동생들과 같이 먹으니 배가 불렀다.
동생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불렀다.
미아, 리아와 수다를 떨면서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좋았다.
"조이!"
미친 창년인 내 엄마의 천박한 목소리가 이 거리에서 가득 울려퍼졌다.
"조이, 오늘 돈 있어?"
어디서 술을 한바탕 하고 온 것인지 몸에서 술냄새가 지독하게 풍겨왔다.
"아직 급여를 받지 못했어요"
"거짓말치지마, 이 년아"
"받았잖아!"
"안받았다고요!"
"지금 이 모습, 안보이세요!"
머리는 산발에 옷을 걸레같이 입고 있는 그녀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에게는 자식들이 이렇게 안주거리를 주숴먹고 있는 불쌍한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건가?
"어따대고 큰소리야!"
"창년주제에!"
"제가 창년이라고요?"
"창년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겠지!!"
찰싹ㅡ!
오늘로 벌써 두 번째다. 이제는 얼얼하지도 않다.
"카악ㅡ 퉷"
"누가 낳아주고 키워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년 같으니라고, 아세레우 같은 년!"
내 얼굴에 침을 뱉고 뒤돌아가버리는 그녀의 등을 독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누구때문에 내가 그런 저속한 곳에서 일하는데, 누구때문에!
당장 돈 벌어오지 않으면 나를 이 집에서 내쫓겠다던 엄마와 새아버지. 나는 그래도 상관없었지만 바들바들 떨어대고 있는 어린 여동생들의 모습을 보며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북동생이라지만 그녀들에게 나는 세상의 전부였으니깐. 부모의 폭언과 폭력으로부터 방벽이 되어줄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으니깐.
엄마가 자식을 버리고 어디를 간단 말인가?
엄마와 새아버지 그 놈 때문에 나는 그런 더러운 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언니, 화났어?"
"미안해"
"미아, 네가 왜 사과해"
"울지마, 뚝 하자?"
"언니 하나도 화 안났어"
변변치 않은 부모 탓에 단 하루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내 소중한 여동생들.
"언니, 내가 닦아줄게"
손으로 내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주는 리아의 손길에 참고 참아왔던 눈물 방울이 똑하고 떨어졌다.
어두컴컴한 밤에 세른이 내뿜는 빛줄기 아래에서 동생들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 -- 미아 -- )
"리아, 소꿉놀이 하자!"
"소꿉놀이?"
"응!"
"오늘은 뭐로 할거야?"
"내가 공주고 너가 왕자해"
"내가 공주하고 싶은데..."
"그래? 어쩔 수 없지"
"리아 너가 공주해"
"와~ 신난다!"
집 앞 골목길에서 리아와 같이하는 소꿉놀이는 정말 재밌다. 이 놀이만 하면 저녁종이 금새 울리곤한다. 언니를 빨리 만날 수 있다.
"공주님, 제가 있으니 걱정마세요"
"용사님, 멋져요"
"베스티어 악어를 물리쳐주세요"
"베스티어 악어?"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그게 뭐야?"
"예전에 언니가 말해줬잖아"
리아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기억났다!"
어느 날 밤 언니가 우리들을 품에 안은 채 잠을 청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잘은 생각 안나지만 고.레오라는 모험가가 베스티어 악어를 토벌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언니 표정이 정말 예뻤는데... 슬퍼보이기도 했다. 왜지?
"그럼 다시 한다"
"용사님 베스티어 악어를ㅡ"
"여기가 그 조이라는 년이 사는 집 맞아?!!"
무서워보이는 아저씨들이 우리 집 앞에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어떡하지... 언니한테 해코지 할려는 사람들인가?
허리에 검을 차고있는 무서운 얼굴의 아저씨들.
아빠가 화냈을때랑 똑같은 표정이다.
"미아, 저 아저씨들 누구야?"
"나 무서워"
"나도 몰라"
"어떡하지, 언니 없는데..."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무서운 아저씨들이 우리들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달려오기 시작했다. 두려운 마음에 그만 속옷에다 쉬야해버리고 말았다.
(으으.. 어떡해, 엄마가 알면 때릴텐데)
저번의 속옷에 쉬야했을때 나무몽둥이로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말 아팠었는데., 어떡해... 맞기 싫은데.
"야! 야! 내 말 안들리냐?!!"
아저씨의 고함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까이서 보니깐 더 무섭게 생겼다.
"너 조이라는 여자 아냐?"
"조,조,조이는 우,우리 어,언니인데요... 왜요?"
미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다.
말하면 안되는데......
"그렇단 말이지?"
퍽!
"우와아아앙ㅡ!"
아저씨가 날린 주먹에 미아가 얼굴을 맞고는 울어댔다.
아빠가 우리들한테 했던 행동을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들이 하니깐 더 겁이 났다.
"아,아저씨, 왜 때리는 거ㅡ"
아저씨가 나한테도 주먹을 날렸다.
아파서 울음을 터뜨렸다.
"흐아아앙!!!!!"
우는와중 아저씨들이 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이봐, 어린애들을 건드리는건 좀..."
"간통을 저지른 창년과 똑같은 이름을 지닌 년의 동생들이니 나중에 커서 그년이랑 똑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겠어?"
"맞지, 맞아"
"우리들이 이참에 교육 좀 제대로 시켜주자고"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얼어죽을놈의 그래도야?"
"씨발놈아 안할거면 그냥 꺼져라"
퍽ㅡ! 퍽ㅡ! 퍽ㅡ!
( -- 조이 -- )
"흠~흠~흠~"
오늘은 급여를 받았다. 비록 약속한 액수에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이였지만 그래도 급여는 급여다. 삥땅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미아, 리아 기다려)
(오늘 언니가 닭꼬치 두 손 가득 쥐여줄게!)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집이 난장판이 되있었다.
미친듯이 집을 뒤졌다.
미아와 리아, 내 세상의 전부인 애들이 사라졌다.
"미아!!!!!!"
"리아!!!!!!!"
눈물때문에 시야분간이 안됐다.
손발이 떨려와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었다.
납치당한거라면 그러거라면...
(울면서 나를 찾고 있을텐데...)
"미아!!!!!! 리아!!!!!!!!!!"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부모의... 언니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인데!
몹쓸 짓이라도 당하고 있다면... 안돼... 안돼!!!!!!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 동생들이 겪을 아픔이 더 중요했다.
미친듯이 찾아댔다.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불현듯 떠올랐다.
미아와 리아가 소꿉놀이를 하던 장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봤다.
그곳에서 여동생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엎어져 있었다.
"미아야!! 리아야!!"
다급히 달려가 동생들을 껴안았다.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이렇게 조그만 애를 도대체 때릴데가 어딨다고... 어떻게 이런 악마같은 짓을...
이마에 손을 대보니 불덩이였다.
온 몸이 불덩이였다.
신전에 가야하는데 그럴려면 돈이 필요하다.
내 수중에 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미아야.. 리아야 조금만 참아"
"언니가 무슨수를 써서라도 지켜줄게"
눈물을 흘려대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라도 도움을 줄 사람이 있을지.
이 빈민가에 그런 녀석은 없겠지만서도 미친듯이 고개를 돌려댔다.
순간 잊으려 노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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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냐? 거 되게 쑥스럽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라, 너가 해준 조언으로 난 네게 목숨빚을 진거나 마찬가지니깐"
"'목숨을 빚진 자에게 어떤식으로든지간에 반드시 보답하라' 그게 우리 모험가 세계의 불문율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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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오... 그 남자라면 분명!"
한때나마 연정을 품었던 남성한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자 애써 그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그에게 찾아가 사랑과 동정을 구걸할까봐서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건 상관없다. 내 자존심따위 여동생의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개나 줘버리라지!
그라면... 고.레오 그 남자라면 나를, 동생들을 선뜻 도와줄 것이다. 그는 그런 남자니깐.
동생들을 등에 업고 그가 있을 여관으로 향했다.
달리던 도중 신발이 벗겨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돌부리에 살갗이 찢겨져 나가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