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82화. 스텔라
< -- 94. 스텔라 -- >
식사를 마친 후 우리들은 말랑말랑 여관으로 향했다. 그곳의 짐들을 새로 산 집에 옮겨두기 위해서이다. 랄라는 자신이 머물던 여관에서 짐을 빼오겠다고 말하면서 따로 갈 길을 갔다.
여관의 내 방에 도착한 뒤, 옷가지들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아내들은 챙길 짐들이 많아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았다. 한편 나는 여관에서 지냈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있던 도중 유하연의 존재를 떠올렸다. 밥 잘먹고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여관 종업원한테 식사를 제때제때 올려달라고 했으니 밥은 잘 먹고 있겠지만 하루종일 갇혀지내야만 할테니 여간 고역이 아닐 것이다.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똑똑똑
"누ㅡ누구세요?"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유하연의 가녀린 목소리가 들렀다.
"접니다, 고.레오"
"잠시만요!"
문 너머에서 뭔가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열리고, 그녀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췌한 표정을 한 그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무척 반가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잘 지내셨어요?"
"최근의 여관에 잘 안오시길래 뭔 일 생겼나하고 걱정했어요"
걱정이라... 하긴 이 교국에서 그녀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더군다나 그녀가 용사라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고, 같은 지구인이니깐 알게모르게 유대관계 비스무리한게 생겨났나보다.
나는 딱히 그런 느낌이 안들지만 말이다.
그녀의 걱정에 무뚝뚝하게 답했다.
"일이 좀 있어서요"
"아.. 혹시 그 일이 결혼에 관련된 일인가요?"
"그걸 어떻게? 혹시 밖으로 나가셨나요?!"
"나가시지 말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아니에요!... 그 으,음식 갖다주는 종업원이 말해줘서..."
"그,그렇군요"
"... 죄송합니다, 큰 소리 질러서"
"아,아니에요"
"......"
"......"
고요했다.
숨 막혀서 더는 못있겠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겠다.
"그럼, 이만"
"저,저기 고.레오 씨!"
그녀의 다급한 외침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저기 결혼선물로ㅡ"
말과 함께 그녀는 침대로 달려가 밑에서 인형을 꺼내 다시 내 앞으로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두 개의 인형들이 들려있었다. 조그마한 크기의 인형들은, 귀여운 생김새를 한 남녀 한쌍이 각자 자신의 성별에 맞는 옷을 입고 있었다.
"커플 인형이에요..."
"시간이 없어서 여자인형은 하나 밖에 못 만들었지만 나중에 제가ㅡ"
"들키면 곤란합니다"
"마음만 받을게요"
"걱정마세요, 곰돌이 인형이 아니니깐 상관없을거에요"
그녀의 미소에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인형은 어디에도 볼 수 없는 그런겁니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들통나면 우리 모두 죽는단 말입니다"
왜 이렇게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지.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아래로 떨군 채 인형들을 잡은 손을 힘 없이 바닥에 내려뜨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입에서 자조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는 정말 쓸모가 없는 존재인것 같네요"
"하하하... 역시나..."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런데?)
"스텔라 씨,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스텔라 씨의 행동은 지극히 정상ㅡ"
"거짓말!! 제가 정상이라구요?!"
"고.레오 씨 눈에는 지금 제 모습이, 제 삶이 정상같아보여요?"
"그,그건..."
"그쪽한테 죽을 뻔 했고, 지금 이렇게 죄인처럼 갇혀지내는 제 삶이 정상이라구요?"
"일단 진정하시고ㅡ"
"진정은 고.레오 씨가 절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포기한지 오래에요"
"그쪽은 이런 제 마음 절대로 모르실 거예요...... 나는 이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쓸모없는 존재고, 그쪽은 이세계에 잘 적응한 쓸모있는 존재일테니깐요"
"쓸모없는 년한테는 이런 삶이 어울리겠죠, 안 그래요?"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던 인형을 바닥에 스르륵 떨구고서는, 침대 가장자리로 걸어가 풀썩 앉아 창문을 바라봤다. 그녀의 좁은 어깨가 축 쳐져있었다.
가서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런 내 행동은 그녀에게 위선의 불과한 행동으로 비춰질 것이다. 바닥에 떨어져있던 인형들을 주웠다. 인형들의 몸에 입혀진 옷들은 굉장히 깔끔하고 정교하게 바느질 되어있었다. 내게 선물해줄려고 열심히 만들었을 그녀의 정성이 느껴졌다.
"하연 씨, 저기"
내 말에 그녀는 자신의 두 귀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마치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녀의 이런 무언의 부정에 입을 다물었다.
바닥에 떨궈진 인형을 줍고, 방을 빠져나왔다. 가만히 보니 꽤 정감이 가는 인형들이었다. 아내들에게 보여주면, 특히 루나에게 보여주면 좋아라 할것이다. 그녀는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니깐.
내 방으로 돌아가니 그녀들은 짐을 다 싼채로 나를 반겼다. 아내들의 짐을 양 손 가득 움켜쥐고서는 여관을 빠져나왔다.
유하연, 그녀에 대한 걱정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은 아내들에게 온 마음과 정성을 기울여야할 때이다. 같은 지구인이라지만 그녀는 나에게 그저 성가신 존재였고, 나는 그녀에게 있어서 불편한 존재일 것이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지구인으로써가 아닌 타지인으로써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적응을 못했지만 나는 적응을 했다. 그러니 이까짓 일즈음 뇌리에서 금방 잊혀지게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
도착해보니 랄라는 이미 와있었다. 그녀의 짐도 우리들과 다르기는 커녕 더 적었다.
다가가 짐을 들어주니 역시나 가벼웠다.
"여기 안에 다 옷이야?"
"외출복이랑 속옷..."
안을 들여다보니 그녀의 속옷과 셔츠, 반바지 밖에 없었다. 모두 색이 빠지고 다 헤진 상태였다. 내가 자신의 짐을 들여다보자 랄라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마"
그녀는 내 손에서 자신의 짐을 확 낚아채갔다.
살랑거리는 그녀의 꼬리를 매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랄라, 남편이 앞으로 옷 많이 사줄게"
"필요없어"
"옷 같은 거 딱히 신경안쓰니깐"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나중에 같이 옷 사러 가자"
"... 남편 좋을대로"
오늘 옷 가게에서 그녀가 옷들을 빤히 쳐다봤던 모습이 떠올랐다.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랄라는 강인한 여성이지만 속은 무척 여린 여성이니깐.
들고 맸던 짐들을 2층에 놓아두자 아내들이 각자의 짐들을 풀어다 질서있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있을 아내들과의 행복한 생활이 기대가 됐다. 내가 평생 사랑해주고 지켜줄 가정이 생겼다.
짐을 다 정리한 뒤, 루나는 주방으로 내려가 음식준비를 했다. 릴리와 랄라도 그런 그녀를 거들어주었고, 델타는 저수지 옆에 난 식탁을 닦는것을 거들어주었다.
주방으로 가 아내들에게 뭐 도와줄거 없냐고 물으니 루나는, 내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내쫓았다.
"오빠, 주방은 아내들만의 공간이야"
"그러니 앞으로 들어오면 안돼, 알겠지?"
"그래도 내가 도와줄 일들이 있을ㅡ"
"안돼"
그녀의 단호한 말에 입을 닫고서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겨줬다.
"그럼 여기말고 내가 도와줄 거라도 있어?"
자신의 등허리를 팔로 감싸오는 내게 그녀는, 다시 밝은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음... 장작 몇 개 좀 이리로 가져다 줄 수 있을까?"
"한 웅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그거야 문제없지!"
후다닥 창고로 들어가 수북히 쌓여진 장작더미를 끄집어냈다. 길고 묵직한게 그녀들이 사용하기에는 번거로울 것 같아, 옆에 걸려진 도끼를 사용해 알맞은 크기로 적당히 잘랐다. 도끼질을 하면서 문득 그녀의 아까 전 말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주방은 아내들만의 공간이라..)
3년을 살았는데도 아직 이세계에 대해 모르는게 많았다. 지구에 있었을 때 TV프로로 보아왔던 결혼생활과는 뭔가가 달랐다.
(세계가 바뀌었으니 결혼생활도 다른걸테지)
(하긴 여기가 21세기도 아닌데다 지구는 더더욱 아니니깐)
나중에 결혼생활에 대해서 브랙스에게 물어봐야겠다. 나보다 한참이나 결혼선배이니 많은 조언을 해줄 것이다.
장작을 주방에 갖다주고, 음식이 조리되고, 식탁에 식사가 차려지면서 저녁식사를 나눴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들은 안뜰에 자리한 널찍한 소파에 몸을 부대낀 채 담소를 나눴다.
"이 집 너무 좋다"
"포근하고 예쁘고"
"저수지에 비추는 달빛도 너무 예뻐"
"레오, 고마워"
루나의 말과 릴리의 볼뽀뽀로 마음이 아늑해졌다.
랄라의 허벅지를 주물거리며 델타의 큼지막한 알가슴에 머리를 기대고서는 앉아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품에 안겨있는 릴리와, 귓가에 대고 오늘 저녁에 먹었던 음식에 대해 평을 물어보는 루나를 보니 저절로 전신의 피로가 싹 풀려져서는 노곤노곤해졌다.
이세계는 더 이상 내게 감옥이 아니었다.
(가만... 감옥이라...)
감옥하니 유하연이 떠올랐다. 지금도 죄인처럼 그 여관 방에 갇혀지내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퍽 좋지만은 않았다. 에라가 말해줬었던 내가 그녀를 살려줬으니, 내가 그녀에 대해 책임지고 맡아주는 것이 옳다는 그 말. 그 말이 지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기 잠시만 있어봐"
아내들의 품에서 벗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배낭에서 유하연이 준 인형들을 손에 쥐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들은 내 손에 든 인형들을 보며 궁금한 표정들을 지었다.
"남편, 그게 뭐야?"
"인형 같은데... 대체 그런 인형은 어디서 난거야?"
랄라의 물음에 유하연이 준 결혼선물이라고 말해줬다.
"그 여자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여자인지.."
"오빠한테 꼬리 치는거 아니야?"
"내일 따지러 가야지. 감히 내 남편한테 어디서 감히 꼬리를 쳐?!"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매서운 눈매를 지은 루나에게 서둘러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냥, 진짜로 좋은 마음에서 그런거야"
"오해하지 말아줘"
"뭐, 오빠가 그렇다면야..."
"그건 그렇고 되게 귀엽게 생긴 인형이네?"
루나는 똘망똘망한 눈을 한채 내가 내민 남자 인형을 쥐고서는, 요리조리 둘러봤다. 델타는 여자 인형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의 가슴에 꼬옥 끌어안았다.
"델타, 마음에 들어?"
"응, 남편"
"귀여워, 아기 같아!"
인형의 얼굴에 젖꼭지를 들이미는 그녀의 모습에 남심이 요동쳤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윗옷을 벗겨 발딱 선 젖꼭지를 물고 빨고 싶었다. 릴리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엽다고 칭찬해주었다.
"우리 귀여운 델타"
"릴리 언니도 한 번 해봐"
"아기 같아!"
델타가 그녀에게 인형을 내밀니, 그녀는 내 눈치를 슬쩍 보면서 인형의 얼굴을 자신의 젖가슴에 들이댔다.
(미친 도저히 못 참겠다!)
자지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바지의 고간부위가 터질락말락했다.
황급히 일어나서 바지와 속옷을 한번에 홀라당 벗고서는, 우뚝 솟은 귀두를 밖으로 드러냈다. 릴리와 했던 약속이 있었으니 성교는 안되고, 그 대신 손이나 입으로 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젖 물면서 그녀들의 손으로 자지를 문질문질 당하고 싶었다.
내 자리와 제일 가까이 있던 랄라에게 발기된 음경을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랄라, 빨아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내 자지를 한 입 가득 머금고서는, 고개를 앞 뒤로 흔들어댔다. 그녀에게 자지를 빨려지면서,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자세가 좀 그래서 만지는것에 불편함이 들었다. 델타의 손을 잡아 내 쪽으로 우왁스럽게 끌어당겨 안고서는, 풍만한 유방을 쥐어짜듯이 만져댔다.
츕츕츕ㅡ 츄붑ㅡ
사정감이 몰려오자 랄라의 입에서 자지를 황급히 빼내었다. 액이 질질 흘러나오는 자지를 그녀의 콧잔등에 문지르면서 맞은 편에 앉아있던 루나에게 발정난 수컷의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홍조를 띄우면서 랄라 옆에 무릎끓고서는, 입을 벌렸다. 벌려진 입에 사정감이 사그라들고 있던 자지를 집어넣었다.
입맛을 다시고 있던 랄라는 내 고환을 혀로 핥아댔다. 요조숙녀마냥 다소곳하게 앉아서 우리들의 행위를 지켜보던 릴리에게 손짓했다.
"릴리, 남편 곁으로 와"
"... 응"
주춤거리며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에 안달이 나, 손을 확 잡아끌었다. 놀란 표정을 한채 내 품에 안겨진 그녀에게 부탁했다.
"젖꼭지 빨아줘"
"젖꼭지?"
"어, 저번에 했던 것 그대로"
나는 내 웃통을 홀라당벗고, 그녀의 뒷통수를 잡아끌어다 내 유두에 밀착시켰다.
"빨아줘, 릴리"
고간에서는 루나와 랄라가 나의 것을 빨고 핥아대며, 한 손은 델타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한 손은 내 젖꼭지를 빠는 릴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중이다.
"흐웁ㅡ!"
기세좋게 루나의 입안에 정액을 쏟아냈다.
다음은 랄라다.
-
침실에서 아내들을 껴안은 채로 몸을 눕혔다.
루나가 볼에서 쪽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 후 내게 물어왔다.
"스텔라, 그 여자말이야 인형 만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마무리 마감도 잘 처리됐고, 상품으로 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이야"
"귀엽기도 하고..."
(상품이라...)
확실히 그녀의 인형은 당장 어디 내다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것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독특한 형태의 인형이었으므로 그녀의 정체가 발각될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인형을 이 세계의 것과 흡사하게 만든다면...
"너희들이 봤을 때도 그래?"
루나를 제외한 그녀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유하연하고 반디트가 얼굴을 서로 마주칠 일도 없을테고, 더군다나 마주칠 일이 있다해도 그녀의 얼굴은 나도 몰라볼 정도로 많이 바뀌였어)
그녀가 했던 말대로, 유하연은... 스텔라 그녀는 스스로를 죄인처럼 살아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열심히 살아가고자했지만 세계가, 주변이 그녀를 죄인으로 살아가게끔 만들었다. 지구도 이세계도 그녀에게는 그녀 스스로에게 비굴한 마음을 가지게 해줬다. 두 세계도 그녀에게 자신감을, 성취감을 안겨주지를 못했다.
그러니 내가 그녀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게끔 도와주고 싶었다. 같은 아픔을 겪었으니깐. 이세계에서 힘든 삶을 보냈을테니깐. 그녀는 열심히 살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나는 인정을 받았으니깐말이다.
나는 그녀의 열정과 노력을 인정한다. 그녀가 죄인과도 같은 삶을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루나, 그러면 상품으로 팔아보는건 어떨까?"
"판다고? 어디다?"
"여관 앞의 가판대 차리고 팔면 될 것 같은데?"
"보니깐 비워져 있더라고"
나와 말리온이 말랑말랑 여관 앞에 가게세로 부가 수입을 벌고자 가판대를 설치했었다. 세 개의 가판대중 두 개만이 장사를 하고 있으며 하나는 비워져있는 상태다.
"오빠가 임무 나가는 동안 계약이 해지됐거든"
"그래서, 거기에 스텔라 그 여자가 만든 인형을 팔자는 말이야?"
"너희들 모두 마음에 들어하니깐 여자들한테 분명 인기있을 것 같거든"
"어떻게 생각해?"
"흐음...... 오빠 마음대로 해"
"어차피 오빠하고 아빠가 지은거잖아?"
"고맙다, 루나야"
"고맙기는.. 참 오빠 그 여자한테 그 말 꼭 받아내"
그녀의 진지한 표정에 궁금증이 몰려왔다.
"뭘?"
"매출액의 절반은 우리한테 내라고"
"우리 여관에서 방도 내주고 식사도 삼시세끼 꼬박꼬박 주잖아?"
"가판대도 내주고 말이야, 세상에 이런 여관이 어딨어?"
"없지, 없고말고"
"근데 돌보는 대가로 돈 받잖아? 그거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안되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오빠 꼭 말해! 꼭 마ㅡ"
쪽
"알겠어요, 우리 루나 아가씨"
입맞춤을 해줌으로써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혀를 뒤엉키며 타액을 교환해주니 방금 전의 그 당찬 여성은 어디갔는지, 눈이 풀려있는 색기어린 여성이 앞에 자리해 있었다.
-
똑똑똑
"......."
"스텔라 씨, 접니다, 고.레오"
끼이익ㅡ
"무슨 일이세요?"
문을 연 그녀는 죽은 눈을 한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런 그녀에게 커플 인형을 내밀었다.
그녀는 공허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음에 안들었나보죠?"
"마음에 안들면 쓰레기통에 버리시지 왜 굳이 저한테...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이지..."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떨어대는 그녀의 모습에 재빨리 말을 토해냈다.
"그런게 아니라.. 이건 그러니깐ㅡ 사업얘기를 의논할려고 하는데요"
"예?"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에 재빨리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는, 테이블로 유도했다. 자리에 앉고난 뒤, 어제 루나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내 말이 끝날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ㅡ생각하는데, 스텔라 씨 생각은 어떤가 해서..."
"제가 만든 인형을 판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녀의 죽은 눈에서 차츰차츰 생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틈타 재빨리 입을 쏘아댔다.
"제가 어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스텔라 씨 얼굴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데다 마주칠 일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 갇혀있는거 싫잖아요?"
"가판대에 나가 인형도 팔고 사람구경도 하고, 나중에 제 아내들이랑 식사도 같이 하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연이어 쏟아지는 내 말들에 그녀는 벙찐 표정을 지은채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가 돌연 울음을 터뜨렸다.
"흐흑.. 그,그래도 돼요?"
"미,민폐.. 흐흐흑.. 민폐 끼치는 건.."
"이렇게 좋은 날에 왜 우십니까?"
"울지 마세요"
여자의 우는 모습에 당황했다.
황급히 품을 뒤적이며 손수건을 찾아댔다.
(내가 그런 걸 가지고 다닐 고상한 새끼가 아니었지, 참)
쉴새 없이 눈물을 흘려대는 그녀의 울음에 조바심이 났다. 빨리 울음을 그치게 만들고 싶었다. 마치 내가 몹쓸 짓을 저지른 사람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안좋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침대 옆 작은 서랍장 위의 놓여진, 하얀색 손수건을 발견했다. 냉큼 집어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흐흑흐ㅡ흡?"
내가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니깐 당황한 것인지 그녀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얼어붙어버렸다. 서툰 솜씨로 여성의 눈물을 다 닦아준 뒤, 그녀가 울음을 그친 것을 확인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ㅡ 이제 좀 진정 되셨습니까?"
"실은 해야 할 말이 또 있는데..."
루나와 내게 필히 강조했던 말을 전해야만 한다.
"판 값의 절반은 우리들한테 주시면... 감... 조,좋겠을까요?"
"예?"
눈이 퉁퉁 부은 그녀는 내 말에 머리에 의문부호를 띄우듯이 답했다.
".......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푸훗ㅡ! 후후후후후"
갑자기 그녀가 웃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웃는거야?)
"...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그녀가 웃으니깐 나도 같이 따라 웃었다. 영문을 모를때에는 그저 똑같이 행동하면 절반은 간다.
"후후후ㅡ 흐흠흠ㅡ!"
그녀가 웃음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자 나도 웃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내게 밝은 목소리로 말해왔다.
"정말 고마워요, 고.레오 씨"
"저 열심히 할게요"
"아, 예... 그 절반ㅡ"
"후후, 고.레오 씨 좋을 대로 하세요"
"저는 인형을 만들어 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걸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그녀는 내 제안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나 같았았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상했을 텐데 말이다.
"고.레오 씨 한테 보여드릴게 있는데요"
그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서는, 서랍에 종이 뭉치를 꺼내어들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종이에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내 옆에 착 달라붙은 그녀는 종이를 한 장 한 장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이건요, 제가 예전부터 생각했던 도안인데요"
"예..."
처음 보는 그녀의 맑고 순수한 미소에 넋이 나갔다.
(크흠ㅡ! 망상하지 마라, 고.레오)
"저기 스텔라 씨, 인형은 이쪽 세계와 어울리는 그런 인형들로만 만들어주시면ㅡ"
"걱정마세요, 무슨 뜻인지 다 이해해요!"
"저기 그것보다 이거 어때요?"
"예... 괜찮네요, 귀엽고"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녀의 햇살 같은 미소에 눈을 돌렸다.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아니 민망하기보다는 산맥에서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적응이 안되었다.
한참동안을 그녀의 도안설명에 맞장구를 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