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79화. 정세 (81/106)



〈 81화 〉79화. 정세

< -- 91. 정세 -- >



루나는 내 팔에 팔짱을 끼며 올려다본채로 물었다.

"옆집에는 누가 살아?"

그녀들이 마음에 들어한 이 집은 고지대에 위치한 곳으로써 왼편의 내리막길은 짧고 얇은 쇠기둥으로 둘러쳐져 있었으며, 오른 편에는 우리들이 살 집과 같은 크기의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마리모에게 물어보니 저 집에 여성 한 명만이 살고 있다고 했다. 저렇게 넓은 집에 겨우 한 명만 살고 있다니, 무척 쓸쓸하고 고독하겠다.


(원룸이라면 모를까)
"여자 한 명만 살고있대"


"한 명? 뭐하는 여자일까?"


"글쎄? 어느 돈 많은 귀부인이 아닐까?"

"저 넓은 집에서 독수공방이라니.."
"정말 안됐다"

자신이 저 옆집의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그녀의 모습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자신은 자기를 사랑해줄 남편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랄라, 너가 볼때 이 집 어때, 괜찮아?"

루나는 내 품 안에 조용히 안겨있는 랄라에게 물어왔다. 까치발을 들어서 쫑긋 선 그녀의 귀를 매만지는 것은 덤이었다.


"저도 괜찮아요"
"넓고 아늑해서 좋은 것 같아요, 루나 언니"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하거든~"
"랄라야 꼬리 만져봐도 될까?"

"꼬리는.. 저 남자가 가고난 뒤에.."


"아.. 미안, 언니가 실수했다"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루나는 미안함을 전했다. 임무 때는 살벌한 눈빛으로 입에서 거친 말을 쏟아붓던 랄라가 이런 요조숙녀의 모습을 보이니 적응이 안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에 대한 내 욕망을 들끓게 만들었다.

"델타도 마음에 들어하고, 루나나 랄라, 나도 여기가 마음에 들어"
"레오, 여기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

릴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들을 여관으로 돌려보낸 뒤, 마리모와 함께 군단실로 갔다. 매매계약서를 체결한 뒤, 대금을 치룸으로써 집 사기는 끝이 났다. 군단장의 주선과 도움으로 사기 당할 염려없이 저렴하게 살 수 있었으니, 반디트에 대해서 뭐라 미워할 수도 없게 됐다.


인장은 결혼을 하고  후 내 독자적인 가문상징으로 다시 찍어야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친필로 대신했다. 집 문서를 들고 나가려던 도중 마리모가 다급히 나를 불러세웠다.

"주인님께서 자네를 찾으시네"
"얼른 따라오시게"

(개새끼도 아니고 사람을 아주 그냥...)

집 때문에 묵묵히 따라갔다.

"집사한테 들었네, 집을 샀다고?"

반디트는 방금전에 계약한 매매문서를 바라보다가 내 등장에 고개를 들고 물었다.

"꽤나 집을 보는 안목이 좋구만"

"감사합니다"
"군단장님 덕택에 아내들과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무슨"
"앞으로 자네한테 시킬 일들이 몇 가지 생길게야"
"그러니 그것은 내가 자네에게 심어둔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지"

(야 이 씨발새끼야!)
"... 어떤 일들을 시키실 것인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말에 그는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덤덤히 말했다.

"나는 자네의 이런 점이 좋아"
"상황에 순응하는 점이말야, 숙일 줄도 알고 말이지"
"요즘은 자기 분수도 깨닫지 못한 채 까부는 쓰레기들이 많은데 자네는 그렇지 않아"

"과찬이십니다, 군단장 님"

"아직은 자네한테 시킬 일이 없어"
"그러니 평소처럼 모험가  하면서 내가 부를때 냉큼 달려오면 돼"

"알겠습니다"
"재깍 달려가겠습니다"


"집이 꽤 넓은데 청소하기에는 좀 곤란하지 않겠나?"
"노예를 고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마침 내게 여노예가 많은데 원한다면ㅡ"


집사한테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그의 행동에 냉큼 답했다.

"괜찮습니다"

"정말인가?"

"제 집에 다른 사람을 들이는 것을 싫어해서요"


"자네 집이고 자네 가정이니깐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
"추후에 다시 보세"


"좋은 하루 되십시오, 군단장 님!"

허리를 90도로 꺾어접은  군단실을 빠져나왔다. 막혔던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반디트, 그 새끼의 함정에 빠졌지만서도 보수는 넉넉히 지불해줄 것을 생각하니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차피 살육과 광기로 점칠된 인생, 아내들과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치 않을 것이다. 난 용사가 아니니깐.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흔하디흔한 모험가다.

-



 가지 일을 마친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합 건물을 찾았다. 근 한 달여만에 가보는 조합은 과연 어떻게 변해있을지 사뭇 궁금했다. 조합장도 찾아뵈야 하고.


문을 열었다.


"미친 씨발새끼야!"


"네 엄마 창녀!!"


"병신새끼야!! 검 뽑아라!!
"죽여버려 줄테니깐!!"

"미안, 내 좆은 벌써 네 엄마한테 썼걸랑"

"으아아악!!!!"

싸움이 일어나기 일보직전인 두 남성 모험가, 옆에서 말리는 그들의 동료들.


"보지에 집어넣을때는 이렇게 하란 말이야"

"오오ㅡ 그런 방법이!"

테이블에다 자신의 기교를 자랑하는 팬티바람의 남성 모험가와 그것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근육돼지 모험가. 그의 고간은 부풀어 올라 있었다.


변하지 않았다.

(그래, 변하지 않는게 좋지)
(변함 없는 모습, 그게 바로 모험가들이지)
(물론 나는 예외고)

소란스러운 한복판을 유유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휙 둘러봤다. 그러고보니 유달리 사람이 적어보였다. 테이블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놈들도 별로 안보였다.

가판대 앞으로  조합장님 있으시냐고 물어보니, 3층에 있으니 올라가보라고 답했다. 3층으로 올라가면서 2층을 쭉 흝어보니 그곳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없는 위화감을 느낀 채 조합장실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대머리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레오, 자네 왔는가?"

"오랜만에 뵙습니다, 조합장님"

"여기 앉으라고"


소파에 앉아 그와 대화를 나눴다.

"그래, 동메달레스트 건으로 찾아왔나?"


"그렇습니다, 약속은..."


"걱정말게, 자네의 활약은 반디트 군단장님께 들었다네"
"바로 동메달레스트로 승급시켜주지"

"감사합니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드디어 나도 나만의 모험단을 만들 수 있다!
기쁨에 잠겨있던 그때 조합장이 질문을 하였다.

"자네, 모험가 조합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눈치챘겠지?"

"그러고보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비나리 조이와 리그란 루카스가 결혼한 일을 알고있나?"


(왜 갑자기 그년놈들 이름을 꺼내는거지?)
"저번에 결혼식장 확인하러 갔을 때 우연히 봤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그럼 비나리 조이가 간통을 저지른 사실은 모르겠군"

"예?! 조이  여자가 간통을?!"


싸가지 없는 년이긴 했지만 간통을 저지를 년일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루카스 이 새끼, 다리오 마냥 미쳐있겠구만.

"근데 그것이 조합의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입니까?"

"조이 그년이 바람 핀 상대가 내성에 위치한 모험가 조합 사람이라네"


모험가 조합은 내성과 외성의 따라 분위기나 성격이 다르다. 외성에 위치한 조합은 친 제국파 성향의 모험가가 다수 포진해 있다면 내성에 위치한 조합은 친교황파 성향의 모험가가 다수 포진해 있다. 교국은 내성 조합에만 편의를 봐주며 외성 조합은 박한 대접을 해주었다. 이것이 외성을  제국파로 만들게 했으며 내, 외성 조합의 분란을 야기하는 씨앗을 만들었다.

비만 뿌려주면 씨앗은 싹을 틔울 준비가 갖추어져 있던 상태였다.


"고.레오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내성 조합, 그 개새끼들이 우리들 외성 조합을 깔보고 무시한 일이 많질 않았나?"


"그래서 아예 상종조차 안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서로가 마치 없었던 존재인것마냥 대했었지"
"그런데 조이 그 년 때문에 상황이 심각해졌어"
"외성조합이 제국의 청원 의뢰를 받아들인 것 때문에 교국이 각종 제제를 가했거든, 그런 상황에서 조이가 내성 조합의 모험가와 간통을 저지른거야"

씨앗에 비를 주는것도 모잘라 비료까지 퍼부어줬구만.


"가뜩이나 제제로 인해 일도 시원찮은 마당인데 그런 일이 터지니깐 내성조합을 향해 쌓아왔던 감정들이 폭발한 것일세"
"내성조합과 한  벌일 뻔한 걸, 내가 그런 놈들에게 조합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네"

"그래서 사람이 없었던 거군요"

"유혈사태만은 막아야하지 않겠나?"
"싸워봤자 양쪽 다 득 될게 없을테니 말이야"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새인가보다.

"지금은 좀 어떻습니까?"


"얼마전까지만해도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이긴 했었는데, 루카스 그 병신새끼가 갑자기 상간남한테 찢어죽이기를 신청하는 바람에 다시 터져버렸다네"

"교단에 넘기면 되는 일 아닙니까?"


"자존심이 많이 상했나보지"
"내성조합놈이니깐 더더욱 말야"


"조이는 아르베 교단에 넘겼습니까?"


"진작에 넘긴지 오래야"
"상간남만 찢어죽이기때문에 넘겨지지 않고 있고 말야"


"찢어죽이기에서 만약 루카스가 지면..."

"지게 된다면 그때는 진짜 유혈사태가 일어날거야,  장담하지"


개판 5분전이네.

"상간남은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내가 듣기로는 루카스랑 같은 동메달레스트야"

"그렇다면야 뭐, 루카스가 그리 허접하게 당할 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얼마간 대화없이 침묵을 유지하다 그가 말을 꺼냈다.

"내일 아침에 찾아오면 직원이 동메달을 줄걸세"
"모험단은 만들테지?"

"두 말하면 입 아픕니다!"

"그럼 동메달을 받을 때 직원한테 말하게"
"검토할 것도 없이 바로 만들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자네덕택에 차기 주둔군 사령관님께 눈도장을  찍히게 됐으니 오히려 내가 자네한테 감사해야지"

그렇게 한동안 조합장 '일라리오 자벨'에게 교국의 정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뒤, 여관으로 돌아갔다.

-


조용한 밤, 1층에서 들려오던 소란스러움도 사라져버린 방에서 나는 침대에 누어 네글리제만 입고 있는 그녀들의 품속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오늘은 성교를 나누지 않고, 그저 아내들의 따뜻한 살결에 파묻혀 잠을 청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오빠, 결혼식 신청은 어떻게 됐어"

내게 엉덩이를 희롱당하고 있는 루나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이번  일곱번째 날로 정했어"
"기부금내서 꽤 큰 식장으로 골랐으니깐 걱정마"

"오빠, 사랑해!"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는, 내 볼에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델타도 그런 그녀의 행동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눈두덩이에 뽀뽀를 퍼부었다.

"네 번째, 옆으로 좀 가지?"


랄라가 그녀를 팔로 밀어내려하자, 그녀는 잔뜩 화를 냈다.

"싫거든!"
"포루로 암컷 말은 안 들을거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이윽고 그녀들은 내 가슴팍 위에서 힘겨루기를 하였다.  모습에 팔에 안겨있던 릴리가 그녀들에게 호통을 쳤다.

"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남편 앞에서 싸우는거야 지금?!"

릴리의 호통에 그녀들은 황급히 힘겨루기를 멈추고서는, 당황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랄라, 델타한테 네 번째라고 부르지 마"
"델타는 이제 네 동생이잖아?"
"이름으로 불러야지"

"미안해... 언니"

"네 번째라고 부르면 델타가 얼마나 속상해하겠어?"

"다음부터는 그렇게 안부를게"

귀가 축처진 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자 델타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약올렸다.

"꼴 좋다, 포루로 암ㅡ"


"델타, 너도 마찬가지야"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나는 그냥 이 암컷이 자꾸ㅡ"

"또! 혼날래?!"

"릴리 언니는 나만 미워해!"

울음을 터뜨리자 릴리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엄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그녀를 다그쳤다.


"울어도 안봐줘"
"내 얼굴 똑바로 봐"
"남편 쳐다보지 말고"


내게 도움의 눈빛을 보내던 델타는 그녀의 말에 얼른 시선을 뗐다. 릴리는 앞에 눈물젖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델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인자하게 타일렀다.


"나는 델타가 미워서 그런게 아냐야"
"그저 델타, 너가 언니한테 말을 자꾸 험하게 하니깐 혼내준 것 뿐이야"


"언니  안미워해?"

"소중한 여동생인데 왜 미워해?"
"그니깐 울지말고, 뚝하자"


"응... 안 울게"


릴리는 아마도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앞으로 또 언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돼"
"알겠지?"


"알겠어... 릴리 언니"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끝난 뒤, 그녀들은 내 품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잠들었다. 릴리만이 눈을 뜬채 나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눴다.

"레오, 아까는 내가 너무 심했었지?"

물기젖은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자상하게 말해줬다.

"전혀, 그것보다 릴리한테 그런 박력이 있을줄이야"
"누가 낚아채가기전에 내가 먼저 낚아채서 정말 다행이다"


"부끄럽게......."

볼에 홍조가 가득해진 그녀의 모습에, 그녀의 엉덩이 골을 손가락으로 간질거렸다.


"릴리, 옷 벗고  물려줘"

"레오가 원한다면"

일체형인 네글리제를 벗은  자신의 아담한 젖가슴을 내 입안에 물려줬다. 루나, 랄라, 델타와는 다른 맛이다. 이런 생각하면 그녀들이 속상해하겠지만 솔직히 릴리의 가슴이 그녀들의 것보다 더 맛있었다.


아내들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릴리의 흐느끼는 신음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