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그녀들 - 아르베 회당(1) (74/106)



〈 74화 〉그녀들 - 아르베 회당(1)

( -- 루나 -- )





"으으음... 오빠......"

"저기 루나야..."


오빠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오빠의 단단한 가슴팍이 아닌 릴리 언니의 젖가슴에 안겨있었다.

"오빠가 아니구나..."


"루나, 레오 많이 보고싶구나"

"응......"

"흐끄윽! 루,루나야 그ㅡ 흐으윽!"


울컥한 마음에 언니의 가슴에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나보다 작은 체구의 언니는,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겠지만 꼭 귀여운 여동생 같이 느껴져 품에 꼭 안고 마구마구 귀여워해주고 싶을 정도다.


언니에게 한껏 응석을 부린 뒤,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서늘한 아침공기로 인해 실오라기 한  걸치지 않은 살결에서 닭살이 돋았다.

"언니, 오늘은 꽤 춥겠는데?"
"옷 단단히 여미고 가야겠다"


"그래? 외투를 꺼내입을 때가 됐구나"

침대에서 나온 언니는 아까의  행동으로 인해 민감해진 것인지 가슴에 속옷을 조심스럽게 걸쳤다. 그 모습의 살그머니 다가가 그녀의  뒤에서 가슴을 냅다 주물러댔다.

"루,루나야ㅡ 그,그만ㅡ"

"언니, 가슴 커진것 같은데?"
"저번에 만졌던 그 크기가 아니야"


"저,정말?"

자신의 어린애같은 체형탓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던 언니는,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 있어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방금  내 발언은 언니에게 있어서는 희망적인 말로 들려왔을 것이다.

"어,얼마나 커졌는데?"
"나중에 태어날 아이한테 젖 물릴정도는 되려나?"

(역시 그 점을 신경쓰고 있었구나)
"언니, 꼭 가슴이 작다고 해서 젖을  물리는거 아니야"
"언니 가슴이면 충분히 물리고도 남는다고, 오빠도 물렸잖아?"

"그런가? 그렇겠지?"


"물론이지! 뭣하면 내가 대신 물려줄까?"

"그건 안돼! ... 내가 직접 물릴거야"


(귀엽다니깐~)

우리 언니 가슴  커지라고 오래오래 주물러줬다.







( -- 릴리 -- )









오늘은 일곱번째 날, 아르베 회당에 가서 교육을 받는 날이다. 그리고 현재, 남편의 지인 결혼식에서 친밀한 사이가 된 브랙스 씨의 아내인 오스리 씨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그녀와 같이 가고자 한다.

"언니는 교국와서 처음 가보는거지?"

"응"

"언니, 왜 그렇게 긴장하는거야?"

루나의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내 긴장이 얼굴표정에  드러나 있었나보다.


"제국수도나 디트리런에서의 아르베 회당은 어떻게 생겼어?"


"응?... 그... 여기랑 똑같아"

"그렇구나~ 다 똑같은가 보네"


사실 나는 디트리런에 있었을 때 네크로레임의 입학한 이후로는 회당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남들보다는 한참 작은 체형의 내게 꽂혀드는 불쾌한 시선들을 감당해내기가 어려웠다.

예전의 할머니랑 같이 갔을 때에는 그런 시선들을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혼자 가니 그런 시선들이 온 몸으로 느껴져왔다. 같은 나이 또래의 여자애들보다 한참 작은 체형을 가진 내게 저주받은 년이라면서 경멸어린 시선과 더러운 것을 피해가듯이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여덞 살인 내게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용기를 가지고 열한 살때 초급반에 들어가려하자, 수녀님에게 제지당한 것으로 인해 동급생 애들에게 얼마나 많은 조롱을 당했던가. 애들의 비웃는 표정보다 수녀님의 미안해하는 표정이 더 가슴아팠다.

그 후로는 절대로 찾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갑자기 가기가 두려워졌다.

"루나야, 미안 나 약속이 있어서 못갈것 같아"


"갑자기 왜?!"
"언니... 뭔  있었지? 말해봐봐"

"그런거 없어"

"오빠 돌아오면 확 말해버릴거야"
"그전에 빨리 나한테 털어놔봐"

"그......."


레오한테 더 이상 이런  창피스러웠던 과거를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남편한테만큼은... 그래서 여동생같은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루나는 내 말을 다 들은 뒤,  껴안아줬다.


"언니, 미안해"
"그런줄도 모르고..."


"괜찮아, 다 지난 일인데"
"그럼 난 안가는거로ㅡ"


"무슨 소리야? 가는게 당연하잖아"

"응?"

자신의 손을 내 손에 깍지 껴놓은 그녀는, 힘차게 팔을 흔들며 나를 끌고갔다.

"뭐라 하는 년 있으면 내가 막아줄게!"
"나 이래뵈도 이 동네 여성들 중에서 힘 꽤나 쓴다고 소문이 자자해!"


그녀의 해맑은 미소에 마음속에 가득 찼던 두려움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이 옳았다. 언젠가는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줄 가족이 반드시 생길것이라고.


레오와 루나 모두 내 소중한 가족이다. 그런 소중한 가족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


똑똑똑

"오스리 언니, 저희 릴리하고 루나에요"
"안에 계세요?"


문을 두드리고 얼마 안있어 오스리 씨와 그녀의 아이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오스리 씨는 남편이 준 망토를 걸치고 있었고, 그녀의 아이인 델라 역시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그녀들 모두 망토 뒤에는 브랙스 씨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검을 화로에 집어넣고 있는 문양이었다.

"루나 언니!"


델라는 루나에게 안겨들어와서는 응석을 부렸다. 그리고 이내 내게도 안겨들어와서는 마주 볼을 비벼대며 애교를 부렸다. 품에 안긴 아이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져 마음이 포근해져왔다. 이러고 있으니 빨리 남편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 갑자기 허전하게 느껴지는 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남편의 아이를 열 달간  배 속에 품고, 그렇게 해서 마침내 태어난 아이가 내 품에 꼬옥 안긴 채 젖을 열심히 빨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레오는 아직이라고 했으니깐...)

나는 레오의 아내니깐 남편의 뜻을 존중해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게는 아이를 낳을만한 체력이 안된다. 매일매일 운동하면서 체력을 부지런히 길러야 한다.


기쁨의 재회를 마친 뒤, 우리들은 이 근방에 자리한 회당으로 발길을 향했다.

회색 벽돌로 만들어진 돔구조의 널찍한 건물인 회당에 도착함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회당 주변에는 성기사들이 경비를 섰고, 앞마당에는 여자 상인들이 가판대를 차리고서는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일곱번째 날의 아르베 회당은 여성들에게 교육의 장, 사교의 장, 거래의 장이었다.


"사람이 많네..."


"걱정하지 말래두~"

루나는 내 팔에 팔짱을 끼고서는 회당의 입구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중앙에는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있었고, 양 옆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있었다.


어린 소녀들이  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을 보면 1층의 예배당은 기초반인 모양이다.

아르베 회당은 총 4개의 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6세 ~10세 소녀들은 기초반, 11세 ~15세 소녀들은 초급반, 16세 이상의 미혼 여성은 중급반, 기혼여성은 상급반으로 분화되어 교육을 받는다.


기초반은 아르베 대천사님의 가르침과 행해오신 업적들을 배운다.
초급반은 바이벨에 대한 해석과 주석달기, 성교육, 경제교육을 배운다.
중급반은 결혼에 대한 책임과 가정의 의무에 대해 배우며 상급반은 부부간의 관계와 아이 양육에 대해서 배운다.

오스리 씨는 4층으로 올라갔고, 델라는 1층으로, 나와 루나는 3층으로 올라갔다. 레오가 돌아오면 오스리 씨와 같이 상급반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내가 꿈에 바라던 결혼을 하게 되다니... 나랑은 연이 없는 단어인줄 알았는데... 레오가 빨리 돌아오기를. 하루라도 빨리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고싶다.

"오스리 씨는 부럽다~ 상급반에 올라가고"
"나도 상급반에서 교육받고 싶은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흘리며 답해줬다.


"조금만 참으면 돼"


"언니, 우리들은 벌써 결혼한 몸 아니야?"
"그러니깐 상급반에 올라가도 되지 않나?"
"몰래 들어갈까?"


"안돼! 그러다가 아르베님의 분노를 사면 어쩔려고?!"


여성이 아르베님한테 분노를 사게 되면 그날로 끝장이다. 사랑도 가정도 아이도 못가진다. 상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빨리 아르베님한테 사죄의 기도를 올려!"
"레오한테 평생 사랑받지 못하게 되기 전에!"

"아,아,알았어"


뭐 상급반에 들어갔다 해서 아르베님이 분노를 내리시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잔뜩 겁을 주었다. 루나는 나의 이런 으름장에 낯빛이 새파래지더니  눈을 감고  손을 가슴 정중앙에 포갠 뒤, 아르베 님께 용서를 구했다.

"이러면 용서해주시겠지?"

"그럴거야, 아르베 님은 자애로우신 분이시니깐"

불안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까치발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정말이지 못말리는  귀여운 여동생이다.

"그럼 중급반에 들어갈까?"


"으응... 언니, 괜찮겠지?"

"걱정말래두"
"루나, 아르베 님의 가르침을 어긴 적 없잖아?"

"아르베 님께 맹세코  한 번도 없어!"


"그런 루나니깐 분명 귀엽게 봐주실거야"


"그렇겠지?"

몇  다독여주니 여동생은 다시 원래의 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속사포같이 말을 뱉어냈다. 그녀와 한참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3층의 예배당  앞에 당도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운데에 연단이 서있었고, 그 연단 주변을 층별로 이루어진 계단참이 둘러싸고 있었다. 디트리런의 아르베 회당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가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여동생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게 되어 천만다행이었다.


계단참에는 여성들이 무리를 지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에 우리들은 괜찮은 자리에 찾아가 앉아 그녀들과 똑같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빠, 어디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그럴거야"
"레오가 어떤 남잔데"

"하긴 우리 오빠가 좀 강하긴 하지"
"근육질에다 정력도..."


레오와의 성교가 떠올랐는지 여동생은 가슴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오빠의 거칠고 딱딱한 손길이 그리워..."
"오빠... 남편 품에 안겨서 자고 싶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응"


허벅지에  없이 떨어뜨린 그녀의 손길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해주었다. 사실 나 또한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레오가 미친듯이 그립지만, 나까지  죽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루나는 한동안 내 위로를 받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내게 다급히 물어왔다.

"언니, 오빠 임무 복귀하면서 여자   데려오는거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오빠랑 같이 간 포루로 여자 있잖아"

"아~ 랄라 씨?"

"그래,  여자... 오빠한테 반해버리면 어쩌지?"


"설마..."


부정은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능성은 있었다. 나 또한 그의 남성미에 홀딱 반해 처녀를 내주었지 않는가? 자상함도...

"루나는 만약  랄라라는 여자가 레오와 결혼하고 싶다고 부탁해 온다면 어떻게 할거야?"


"흐음... 일단 외모나 성격같은거 보고나서 결정해야지"

"의외네?"
"루나 너라면 그때처럼 화낼  알았는데?"

"그,그건 그때고!"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


"그래? 어떤 이유때문에 그런걸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고있는 그녀에게 꼭 달라붙어서 나긋하게 물어봤다. 여동생은 다리를 꼬고서는 요염하게 미소지었다.


"오빠를 사랑하는 여자가 많을수록 언니와  입지가 단단해질테니깐"

"어째서?"

"오빠의 요구를 허락하면 허락할수록, 우리들한테 꼼짝 못할거 아냐?"
"그리고 나는, 항상 언니하고 여동생을 가지고 싶었어"
"언니는 생겼으니 이제 여동생만 생기면 돼"


"루나는 속이 음흉한 아이였구나"


"후후후, 언니도 만만치 않을텐데~"
"밤마다 오빠 속옷으로 아랫 입에다가 손가락 장난치는건 누굴까나~?"


"내,내,내가 언제?!"


"우리 언니, 정~말 귀엽던데?"


"......"


"언니 화났어?"

여동생한테 그런 저속한 짓을 들켜버리게 되다니, 언니로서의 체면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눈물이  돌았다.


"언니, 미안! 내가 잘못했어"

루나는 날 품에 껴안고서는 달래주었다.

"울지마, 나도 매일매일 오빠 속옷 갖고 하는걸"
"앞으로 다시는 훔쳐보지 않을게, 이제  풀어, 응?"


"그  믿어도 돼?"


고개를 들고 여동생을 올려다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 그녀의 얼굴이 뿌옇게 보였다.

"물론이지! 이 루나를 뭘로 보고"
"그러니깐 화 푸는거다?"


"... 하는거 봐서"


"그렇게 나오시겠다~?"

"흐응ㅡ!"

"이래도, 이래도 화 안풀거야?"

내 가슴을 주물럭대는 여동생의 손길로 인해 신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정말이지 못된 여동생이다. 결국 반즈음 눈이 풀린채로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나중에 따끔하게 혼내주라고 레오한테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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