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73화. 전투의 끝
< -- 84. 전투의 끝 -- >
놈이 죽고나니 온 몸이 다시 통제권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덜렁거리는 왼쪽 팔만 제외하면 모든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격통과 혼란스러움, 두려움과 긴장이 풀려지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델타가 재빨리 내 뒤를 받쳐주어 바닥에 머리를 찧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랄라가 부른 수녀가 내게 다가와 치유를 걸어줬다. 왼쪽 팔도 정상복구되자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힌 랄라에게 웃어보이며, 그녀의 축 처진 귀를 매만져줬다.
그녀들의 부축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목책 위로 올라가 앞을 쳐다보니 마왕의 검은색 덩어리 육체가 말라비틀어져가고 있었다. 놈의 몸에는 수많은 투창과 칼날자국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중에서 놈의 머리부분에 세로로 길게 그어진 칼날자국이 치명타였나보다. 대가리가 반토막이 날 정도의 깊이였다.
저런 상처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하고 궁금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체사레가 온 몸에 검은 액체를 뒤집어쓴채로 시꺼멓게 변한 검을 들고 있었다.
확실히 그가 아니라면 저런 상처를 낼 만한 자는 여기에 없었다. 내가 판단해본바로는 무수히 많은 공격을 받아도 꿈쩍 않던 녀석이 죽어버린 것을 보면, 나의 두 번째 권능이 목책의 아래 놈과 여기 앞의 놈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틀림없다. 마왕의 압도적인 힘의 원동력은 압도적인 에너지의 소유로 인한 것일테다.
괴물들은 마왕의 죽음에 꽁무늬가 빠지도록 숲으로 내달렸으며 땅바닥에는 놈들의 시체와 죽다 만 시체가 즐비했다. 우리가 이겼고, 마왕는 도륙났다. 병사들의 환호성이 진지내를 가득 채웠다. 체사레만이 침묵으로 일관하다 순간 벼락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부서진 목책을 정비하고, 놈들의 시체를 불태워라!"
사령관의 말이 맞다. 놈들이 언제 다시 공격해올지 모른다. 이틈에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까 전 내지른 환호성의 양만큼 전후복구를 하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목책과 땅바닥에 무수히 꽂혀있는 화살과 투창들을 수집하고, 숨을 깔딱대고 있는 괴물놈들의 숨통을 끓어놓으며 시체들을 모아놓은 후 불을 내질렀다. 어찌나 불길이 센지 하늘에 무수히 놓인 별들을 가려버릴 정도였다.
돌덩이에 깔아뭉개진 시체들은 그대로 냅두었다. 어차피 몸이 터진데다 돌덩이에 옴짝달싹을 못할테니 리치에 꼭두각시로서의 역할은 못할터다.
작업은 새벽내내 이루어졌고, 다음날 밤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우리들은 아주 오랜만에 꿀같은 휴식을 취하였다.
"후우ㅡ 피곤하다"
천막에 드러누어서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으며 눈꺼풀은 묵직했다. 랄라와 루나는 내가 길게 뻗은 팔을 베개로 삼은채 드러누웠다. 팔에서 그녀들의 따뜻한 체온과 함께 듣기좋은 숨소리의 떨림이 느껴졌다.
"남편, 커졌어"
"만져줄게"
델타는 다짜고짜 내 바지춤에 손을 집어넣고서는, 나의 발기된 자지를 조물락거렸다. 아직은 안된다며 말리려 했으나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차마 말리기가 힘들었다. 아내가 남편 꼬추 좀 만지겠다는데 말릴 남편이 누가 있겠는가. 어차피 천막 안이라 남이 불쑥 들어올 일도 없다.
"딸의 수컷 있느냐?"
천막문을 열어젖힌 '하피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내 속옷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던 랄라는, 황급히 손을 빼내고서는 불청객을 노려봤다.
"인기척 좀 하시죠?"
"미안하구나, 포루로 암컷아"
"하던거 마저 하거라"
"... 내가 알아서 할테니깐 신경쓰지 말라고"
랄라는 다시 속옷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고환을 어루만졌다. 음경은 델타가 만지고 있었다. 랄라가 으르렁거리니 델타는 마지못해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촉감에 허리가 절로 들렀다. 물론 델타가 만질때도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델타의 어머니는 다리를 배배꼬더니, 이내 내 머리 위에 다가와 앉고서는 젖꼭지를 내 입술에 물려줬다.
"목 마를테니 듬뿍 마시거라"
"젖을 물린 수컷은 네가 처음이니라"
그녀의 아랫입 처녀를 가지진 못했지만, 그녀의 젖을 처음으로 문 수컷이라고 생각하니 랄라의 손에 안겨있는 자지에서 피가 몰렸다.
쭈붑ㅡ 쭙쭙쭙
"아줌마, 남편 입에서 젖꼭지 좀 빼주지?"
열심히 빨아대고 있는 상황에서, 불쑥 랄라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물릴테니깐 아줌마는 빠져있어"
"흐음~ 너는 모유가 나오느냐?"
"... 아니, 그래도 내가 물릴테니깐 나와"
"모유도 안나오는 암컷이 물려봤자 수컷에게 뭐가 도움이 된다고"
"하아... 알겠다, 조금만 더 물린연후에 빼주마, 그러니 눈빛 좀 풀거라"
여자들 사이의 기 싸움에 남자인 내가 끼여들기에는 애매해서 그냥 젖꼭지만 열심히 빨아댔다. 혀에서 느껴지는 싱거움에 만족감이 들었고, 목젓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녀의 모유에 포만감이 충만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은 눈꺼풀에서 환한 빛이 들더니 이내 다시 어두어졌다. 입에 물려진 젖꼭지의 맛이 아까 것하고는 달랐다. 모유도 안나왔다. 이 맛은 필시 랄라의 것이다.
비록 모유는 안나오지만 그녀의 짭쪼름하면서도 말랑말랑한 젖꼭지를 충분히 음미하며 맛보았다. 배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그녀가 만든 손가락 고리안에서 자지를 문질러댔다.
"남편, 넣어줄까?"
"쭙쭙쭙.. 으응.. 쭈부붑"
"흐윽ㅡ! 무,물린채로 해줄까?"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잘 물고 있어야돼"
"흐그윽ㅡ! 하아... 하아..."
음경에서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이 감싸여지더니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허리를 힘차게 흔들자 젖꼭지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이빨로 잘근잘근 물어댔다.
"흐윽ㅡ! 흐윽ㅡ! 남편 사랑해, 사랑해"
"포루로 년, 나도 할거다!"
"난 세 번째, 넌 네 번째"
"자꾸 까분다?"
"으으으... 못된 년!"
세 번째건 네 번째건 순서가 뭐가 중요한가? 어차피 사랑하는 내 아내들인것에 순서는 상관없다. 남편인 나로서는 말이다. 랄라를 밑으로 눕히고서는 성교를 이어갔다. 역시 아내를 밑에 둔 채 하는 것이, 남편으로써의 수컷으로써의 아내에 대한, 암컷에 대한 정복욕을 미친듯이 샘솟게 만든다.
그녀들은 오직 나만을 위한 여자들이다.
-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도 변함없이 목책 위에 서서 숲을 내다보았다.
괴물이 나타날 낌새가 전혀 없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하피들이 구해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포만감에 눈꺼풀이 무거워져오던 그때, 땅바닥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목책 위에서 병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지원군이 왔다!!! 새끼가 쳐 졸고 앉아있네?!"
"빨랑 문 안여냐?!!"
출입문에 선 채 졸고 있던 병사가 헐레벌떡 문을 여니 길게 뻗어있는 제국의 국기가 보이면서 수많은 병사들과 수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체사레와 여러 지휘관들은 그들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말탄 중년남성에게 다가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지원군의 지휘관은,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밝은 미소로 변했다. 필시 마왕이 격퇴됐다는 것을 듣고 기뻐하는 것일테다. 인력과 물자가 증가하자 작업의 속도와 사기는 더욱 진전됐고, 이대로라면 임무를 다시 진행해도 될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제 그만하고 교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랄라가 군장정리를 함과 동시에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속내를 털어놨다.
"솔직히 이 정도 했으면 받은 돈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일한거아냐?"
"젠장.. 난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데"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조금만 더 참자"
"불안하단 말야, 이런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저번에 남편이 그 검은색 액체 새끼가 날린 공격으로 저만치 날아갔을때 얼마나 식겁했는줄 알아? 존나 무서웠단 말이야"
"걱정시켜서 미안, 하지만 이렇게 말짱하게 살아있으니깐 걱정마"
"내가 아내들을 두고 먼저 떠날까봐?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거라고"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서는 볼에다 뽀뽀해줬다. 역시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가보다. 날 걱정해주는 가족이 생기니 삭막했던 삶에 환한 빛이 드리워지는 기분이다. 릴리를 내 여자로 삼았을때부터, 내 삶의 전반을 차지했던 외로움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남편, 이거 먹어봐"
"엄청 맛있어!"
껍질이 말끔히 까진 과육을 내 입에 손수 넣어주며 해맑게 웃고 있는, 델타의 얼굴을 보니 충족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는 '라우라'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라우라'는 델타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지난밤 잠자리를 가질때 그녀가 귓속말로 알려줬다.
"라우라, 힘들텐데 이제 그만 주물러줘도 돼"
"알겠다, 그럼 다음은 꼬추를 주물러주면 되겠느냐?"
"왜 갑자기 꼬추를..."
"고간이 부풀어올랐지 않았느냐?"
"그대로 두면 아프지 않겠느냐?"
맞는 말이어서 그냥 그녀의 손길에 맡겼다.
-
지원군이 속속들이 도착하면서 진지내는 점차 거대한 군사도시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목책은 이제 벽돌벽으로 변모중에 있었다. 정찰조한테 물어보니 이곳에 군사도시를 세운 후에 임무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이제 교국의 시선에 개의치 않은 채 세력확장을 하겠다는 심보다. 뭐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다. 윗놈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 순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날것이다.
그래서 4군단과 함께 교국으로 돌아갈때에는 뛸 듯이 기뻤다.
4군단은 다른 9개의 군단중에서 가장 피해가 심했는데, 인원이 한 개 대대 정도의 규모밖에 안남았다. 5천명이 5백명으로 줄어드는 참사가 일어났다. 마지막에 마왕의 분신을 상대했던 것이 참사가 일어난 원인 중 하나였다.
5백명으로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령관의 지시로 교국에 돌아가는 것이다. 모종의 이유도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내가 알아봤자 무엇에 쓰겠는가? 복귀한다는게 중요한거다. 당연히 나와 랄라도 4군단에 편재되어있으니 복귀해도 문제 없었다. 모험가들 대다수가 군장을 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어보니 자기네들도 교국에 복귀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음을 알려줬다.
돌아가는 길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쁨을 표현했다. 랄라도 기쁜지 내 팔에 안겨들어와서는 귀를 앞뒤로 흔들어댔다. 흐뭇한 마음에 입으로 흔들거리는 그녀의 귀를 살짝 머금으니, 그녀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었다.
의외로 랄라는 애교가 많은 여성이었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때에 나는 정찰조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정찰조는 5명 전원 생존해있었다. 쿠리오도 죽지 않고 살았다.
"목책 앞의 마왕은 체사레 사령관님이 쓰러뜨리신 겁니까?"
"들어본 바에 의하면 사령관님의 공격에 꿈쩍도 않던 녀석이 별안간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집중공격을 당한 끝에 죽었다고 들었네"
알도의 답변에 생각이 깊어졌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다.
(분명 내가 권능을 사용함과 동시에 마왕, 그 놈의 몸에 이상이 생긴게 틀림없어)
(나는 뒤의 놈한테 썼는데, 앞에 놈한테까지 통한 것일테지. 같은 한 몸이니깐)
권능이 통했다는 소리는 쿠쿠스가 체내나 체외에너지를 사용해 그런 무지막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소리이다. 도대체 에너지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알도 씨, 체내 에너지의 등급같은게 따로 있습니까?"
조선제일검이라든가 그런거 말이다.
"있지, 왜 없겠나?"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까... 일단ㅡ"
"출발한다!!"
기가막히게도 설명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행군시작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졌다. 알도는 나중에 설명해주겠다고 말하고서는 대열로 돌아갔다. 나 또한 대열과 멀리 떨어진 앞에서 행군을 시작했다.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1군단 숙영지와 메리온 교국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음으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쌍둥이 탑이 보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들이 있는 도시, 그곳이 바로 내 집이다.
"눈물 날 것 같아"
"나도.. 남편"
의뢰를 나갔다 돌아오면서 수십 번을 봤던 순백색의 벽돌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감탄이 튀어나왔다. 이렇게나 예쁜거였다니...
"뭐하는거여? 안갈려고?"
밀로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의 물음에 차분히 답해주었다.
"저희들은 여기서 좀 쉬었다 가겠습니다"
반디트한테는 미리 말해놨으니 문제없다.
그는 옆에 서 있던 랄라를 흘깃 쳐다보고서는, 마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후 우리들로부터 멀어져갔다. 므훗한 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반은 틀리고 반은 맞다.
널찍한 나무 위에 올라가 랄라에게 구강성교를 받으면서 델타를 데리고 올 라우라를 기다렸다. 델타를 데리고 몰래 교국으로 들어갈 것이다. 개구멍 하나를 알고 있다. 그 구멍을 통해 몰래 들어가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신분증은 돈만 주면 만들 수 있으니 델타의 신원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빨리 릴리와 루나를 보고 싶다. 그녀들과 밤새도록 몸을 뒤엉키고 싶다. 랄라의 입안에 정액을 토해내자 그런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