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69화. 집결 (69/106)



〈 69화 〉69화. 집결

내 고간을 배게삼아 누워있는 랄라와 델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숙영지에 돌아가서 임무를 포기하고 교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들 반디트 그 새끼가 보내주지 않겠지)


한 명이라도 소중한 이때의 이탈자가 나오는 것은 무슨 수를 쓰든지간에 막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모험가라 할지라도. 그렇다면 랄라 말대로 그냥 아무  없이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니지, 그러면 탈주잖아?)
(교국에 제국군이 있는 마당에 복귀했다가는 그냥 개죽음당하는 것 밖에 더 하겠어..)
(아니지, 어쩌면ㅡ)

그러고보니 마왕으로 추정되는 괴물들과 괴물군세가 출몰한 위험한 상황이다. 대전투 때처럼 전략적 후퇴를 감행할지도 모른다. 진짜 마왕이라면 더더욱. 그래도 만약 후퇴하지 않고 막겠다면... 그때는 진짜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이곳에 짱박혀서 상황이 끝날때까지 쥐죽은듯이 있는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그때, 랄라가 내게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

"남편, 난 남편이 무슨 결정을 내리든 따를거야"


"랄라..."


"나도! 나도 따를거야!"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신뢰의 가득찬 눈빛들이  걱정과 두려움을 말끔히 씻겨내주었다.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사랑한다, 랄라, 델타"
"4군단 숙영지로 가자"

일단 부딪혀 보는거다.
그녀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나는 하피의 어머니에게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다.


"장모님, 이번에 제국군을 도와주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제국군을 도와?"
"흥! 내가   녀석들을 도와줘야 되는거지?"
"복종은 했다지만 굳이 도와줄 이유 따위는 없다!"

"제국을 도와주신다면, 그들은 충분한 보답을 해줄 것입니다"
"어쩌면 수인 5종족처럼 씨족으로써 숨어 살지도 않아도 된단 말입니다"


"......."

그녀는 내 말에 탐탁지 않아하는 눈빛을 띠었다. 여기서 그녀를 설득해야만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델타와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에 불편함이 없을 것입니다"
"태어날 아이한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델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아이는 분명 딸일 것이며 하피로서 태어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 생활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므로 어쩔  없이 생이별을 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아이한테 그런 불행을 겪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미래에 태어날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는게 부모로서의 도리 아니겠는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딸아이의 아이라고......"


아이라는 단어에 그녀는 눈빛이 흔들렀다. 하지만 그녀는 완고했다.

"생각해보겠다"

"장모님, 제발"

내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날개를 펄럭이며 절벽 위로 날아갔다. 장모님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



절벽울타리를 떠나 숙영지를 향해 달려갔다. 이 숲은 이제 거대한 전쟁터로 전락해버렸다. 언제 어디서 괴물들이 습격을 해올지 모를일이다.

쉴 틈 없이 달렸고,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해가 밝아올 때까지 나무구멍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구멍안에서 그녀들과 몸을 섞은 후 잠을 청했고, 이내  옆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그녀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숙영지도 만약 괴물에게 공격받고 있으면 어떡하지?)
(그러고보니 검은색 괴물놈은 우리들의 후방이 아닌 전방에서 나타났다)
(그 말인즉슨 앞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건가...?)


모르겠다. 일단 숙영지에 도착하고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머릿속으로 씨름을 해봤자 소용없는 짓이다.

날이 밝아오자마자 우리들은 다시 발걸음을 놀렸다. 그리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 되서야  멀리서 부서진 목책이 보였다. 망루에는 제국의 깃대가 꺾여져 있었으며 백인대의 깃대는 불에 타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중에서도 '4'라는 숫자가 적힌걸로 봐서 4군단의 숙영지에 알맞게 도착한 모양이다.

"여기가 맞는것 같긴 한데..."

"근데   모양이야?"
"혹시 마왕한테 당한거 아니야?"


랄라의 말대로 숙영지는 거의 폐허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랄라, 너 귀에  들리는거 없어?"


"...... 뭔가 질퍽거리는 소리랄까?"
"굉장히 소름끼칠 정도의 소리야"


(질퍽질퍽이라...)


안좋은 예감이 들어 들어가는건 보류하고,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아니나다를까 병사들의 시체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하나같이 도망치다가 죽은 모습뿐이었다.  폐허 안의 병사들을 도망치게 만든 원흉이 있을 것이다.

"잠시 숙영지 안을 살펴보고 올테니깐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줘"

"나도 같이 갈래"

"나도"


"여기 있어"


그녀들의 고집을 꺾고서는 숙영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내들에게 위험을 자초하게 만들 수는 없다.

몸을 낮추고 엉금엉금 기어가며 목책 앞의 당도했다. 무너진 목책 틈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니 호수 가운데에 검은 형체의 누군가가 물 위에 떠있었다. 온 몸이 밤처럼 새까맸으며 얼굴에는 눈, 코, 입이 하나도 없는 민둥민둥한 얼굴 그 자체였다.

뇌에서 즉각적으로 위험경보를 발령했다. 저 놈한테 걸리면 그날로 끝이다. 불과 한 번 쳐다봤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돼)


돌아갈때는 몸을 땅바닥에 밀착시킨 채로 거북이마냥 기어갔다. 느리면서도 매우 차분하게. 그렇게 그녀들에게 당도하니 그제서야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남편,  있었어?"

랄라의 물음에 얼른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왜? 안에 뭐 있어?"


"내가 보고느낀바로 저 안에 있는 녀석은 마왕이 틀림없어"
"놈한테 들키기전에 빨리 여기를 떠야돼"

"교국으로 갈꺼야?"


"........"


마왕이 나타났다. 교단이 제일로 증오하고 혐오하는 악마가 나타났다. 그러니 교국에게 지원요청을 한다는 핑계를 대며 도시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것이다. 길안내를 하라고 하면 그때는 그때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이곳을, 이 산맥을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
"델타야, 이제 교국으로 돌아갈테니깐 로브 단단히 여며"

"응!"

로브에 달린 모자를 머리에 깊게 눌러쓰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이나만 미소가 돌아왔다. 그녀를 상대하고 있으면 왠지 딸을 키우면 이런 느낌이구나 할 정도로 쾌활하고 천진난만했다. 이런 점이 그녀의 매력이긴 했지만.

그녀의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정돈해준 뒤, 교국으로 발길을 향하려던 그때였다.

"자네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다리오 휘하 백인대 2분대와 그들에 의해 부축되고 있는 4백인대 백부장 쿠리오가 서있었다.

"알도 씨?"
"살아계셨군요!"


피 범벅이 된 알도의 얼굴을 보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꼼짝없이 죽으신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자네야말로 언제부터 이곳에 도착했던겐가?"
"우리들도  도착한 마당에 말이야"


"뭐 냅다 뛰었습니다"
"예전의 미끼역할을 많이 했었거든요"

"미끼 역할이라... 그렇구만"


알도는 기진맥진해진 후임들에게 잠시 쉬라고 말하고나서 쿠리오의 상태를 살폈다. 검은색 덩어리와 정면으로 싸운 지휘관들의 생사에 대해 밀로에게 물어보니 그도 모른다고 답했다. 자기 2분대는 그저 나무구멍에 들어가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왔는데, 쓰러졌있던 쿠리오 백부장을 우연히 보게 되어 구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젠장, 그건 그렇고 숙영지는 왜 저꼬라지냐?"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짜증을 내면서 묻는 그의 말에 아르도는 재빨리 숙영지로 뛰어가고자 했다. 그 행동을 내가 잽싸게 막고는 말했다.


"저기에 가까이 다가가시면 안됩니다"


"왜 안된다는거요?"


밀로가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면서 내게 묻자 나는 저 안의 무서운 놈이 있다고 말해줬다. 바로ㅡ


"마왕이 살고 있는  같습니다"


"마왕?!"

"마왕이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는거야?"


내 말에 병사들은 의문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마왕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저 안의 어제 우리를 박살내버린 검은색의 덩어리와 비슷한 느낌의 괴물이 호수 위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필시 마왕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군단의 숙영지로 이동하면 되겠군"

어느새 일어났는지 쿠리오는 날렵한 턱선에 흐르는 피를 뚝뚝 흘리며 말했다.

"저 안에 있는 놈이 정말 마왕이라면 레이번 군단장님은 물론, 다른 군단장님들께서도 지금즈음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을터"
"필시 여기 어딘가에 어디 지점으로 합류하라는 암호가 적혀져 있을 거다, 샅샅이 수색하라"

병사들은 그의 명에 근방을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물론 목책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밤눈이 밝은 랄라와 델타도 합세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근방에 있는 것이라곤 깃대들...


(저기 저 나무 밑에 깃대는 왜 똑바로 꽂혀있는거지?)


다른 깃대들은 비슴듬하게 꽂혀있거나 땅에 엎어져 있는 반면 그 깃대만 올곧게 꽂혀있었다. 그래서 그 깃대에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깃대에 매달린 천쪼가리 뒷면에 무슨 문장이 적혀져있었다. 하지만 암호로 되있는 것인지 읽을 수가 없었다.

"쿠리오 백부장님, 이상한 문장이 적혀져 있는 깃대를 발견했습니다"


 말에 그는 빠르게 달려와서는, 그 문장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이것은 군에서 사용하는 암호인데"
"마왕출현.. 숙영지 철수.. 1군단 숙영지로 집결"
"1군단 숙영지면 산맥의 초입 지점에 위치한 곳이 아닌가?"


"아마도 그곳에서 마왕군과 결전을 벌일 모양입니다"
"교국과도 가까우니 지원을 받기도 용이할테고요"


알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히 1군단 숙영지로 이동할 것을 명했다.

"백부장님, 밤이 깊은데 지금 움직이는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내 물음에 검날을 확인하고 있던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마왕 손이 아닌 괴물들의 손에 죽을것이다"
"괴물들은 벌써 여기 이곳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내 생각으로 봤을때 마왕 그 놈은 교국과의 전면전도 불사할 의지가 틀림없다"

(교국과의 전면전?!)


제국군이 와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싸움을 건 것을 보면 필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할 것일테다. 그렇다면 교국과의 전면전도 불가능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교국에는 아내들이 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교국이 공격당하는 일만은 일어나서는 안된다. 아내들 곁에 내가 있다면 모를까 내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만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이동할 준비를 서둘렀다.









< -- 80. 집결 -- >








우리들은 밤새도록 달렸다. 그리고 동이 트기 전에 무사히 1군단 숙영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거대한 숙영지 내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산재해 있었으며 제국의 깃대와 백인대의 깃대가 질서정렬하게 세워져 있었다.

출입문에서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소규모로 또는 대규모로 병사들이 속속들이 집결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피와 고단함으로 물들어진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다른 군단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나보다.

"빨리 군단장님을 뵈야겠다"

쿠리오와 2분대가 걸음을 움직이자 우리들또한 그들과 같이 동행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들은 후에 남을 것인지 복귀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4군단 깃대가 눈에 보이자 그들은 서둘러 그쪽을 향해 달려갔고, 우리들 또한 그들을 따라가 반디트의 천막 앞에 당도했다.

"군단장님, 4백인대 백부장 쿠리오 외 8명 복귀했습니다"

"2대대는 전멸인줄 알았는데 생존자가 있었군"

천막 안으로 들어가 쿠리오가 복귀신고를 하니 반디트는 아르베 수녀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낮게 말했다. 그가 전멸이라는 단어를 꺼내니 백부장은 안색이 어두워진채로 답했다.

"검은색의 거대한 괴물에 의해 파비오 대대장을 포함한 백부장, 병사들 모두 뿔뿔히 흩어져 생사불명입니다"
"나머지 대대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공병군단을 지원하던 1대대를 제외하고는 복귀한 대대가 없다"
"자네가 유일하다, 쿠리오 백부장"


"그렇습니까..."


"지금 다른 군단에 대대들도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으니 기다려보자구"
"그럼 백부장 쿠리오, 2대대에서 자네들만 복귀했으니 일시적으로 1대대에 편재되어 임무를 수행하도록"

"백부장 쿠리오, 명 받들겠습니다!"
"......군단장님, 4군단 숙영지에ㅡ"

"알고 있으니 구태여 말할 생각 말게"

"알겠습니다!"


쿠리오를 포함한 2분대는 천막 밖으로 나갔고, 현재 나와 랄라, 델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 나가봐"
"고.레오 자네는 남게"

랄라, 델타, 병사들이 모두 나간 후 나는 그의 손짓으로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반디트는 회색 눈동자로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을 뗐다.

"유하연 그 계집은 죽였겠지?"


"군단장님의 명대로 죽였습니다"

"믿어도 되나?"


"죽이고 땅에 묻어버렸으니 염려 마십시오"

"좋아... 보상은 이번 사태를 무사히 넘긴 연후에 지급하도록 하지"


(그 말인즉슨 복귀는 얘기도 꺼내지 말란 소리구나!)

상황이 참 좆같아졌다.


"자네도 1대대에 편재되어 싸우게"

"알겠습니다"


"수고많았어, 나가봐"

고개를 숙이고나서 밖을 나갔다. 나가니 랄라가 심각한 눈빛을 한채 내게 물어왔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복귀는 어려울 것 같아..."


"그래?...... 뭐, 어쩔  없지"
"기왕 이렇게 된거 싸우는 수밖에"
"설마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녀들을 이끌고 모험가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마왕과의 전투... 마왕군과의 전투는 3년  몸소 체감하지 않았던가? 그저깨만 해도 그놈들의 흉포함을 맞닥뜨리지 않았던가?

"랄라, 델타"
"전투가 벌어지면 너희들은 뒤로 빠져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랄라는 내 말에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내 인상을 팍 쓴 채로 물었다.

"설마 우리들은 뒤로 빠지고 남편 혼자만 싸우겠다는 소리야, 지금?"


"맞아, 그게 좋을  같아"

"웃기지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내자마자 그녀는, 내 멱살을 움켜잡고서는 분노를 표출했다.


"나를 그런 비겁한 년으로 만들려는 거야? 그런거야?!"


"뭐하는거야! 남편한테서 떨어져!"


"넌 닥쳐!!"


랄라는 살기를 내뿜으며 델타에게 험악한 말들을 쏟아낸 후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남편한테 나는 그저 귀찮은 존재밖에 안되는거였어?"


"그런게 아니야!"
"나는 그저 너희들이 걱정돼서ㅡ"


"씨발! 걱정안해도 돼!!"
"우리들은 우리들이 알아서 몸간수 잘할테니깐, 알겠어?"

무섭게 타오르는 그녀의 눈빛에 뭐라  말이 없었다. 사실 그녀가 나보다 힘이나 체력면에서 더 강하지 않은가? 그녀의 귀를 쓸어넘겨주면서 알겠다고 말한 후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런 내 미소에 랄라는 화를 푼 것인지 내 팔에 팔짱을 끼고서는 으르렁거리며 주의를 주었다.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이면 남편이고 뭐고간에 한 대 때려버릴거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알면 꼬추나 잘닦고 있으라고"
"오늘 밤에 존나 많이 할테니깐"


"짐승년은 새치기 하지마라!"
"오늘은 내가 먼저다!"


"네년은 빠져!!"


투닥투닥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니 아까 했던 내 걱정이 필요없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들은 나보다 훨씬 더 강인하다. 그러니 나는 그녀들보다 더 강인해져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지 그녀들이 힘들 때마다 내게 기대올 수 있을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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