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63화. 협상
< -- 73. 협상 -- >
상황이 안정된 직후 델타에게 현 상황에 대해 말해주었다.
"델타야, 지금 너희 부락 쪽으로 제국군이 가고 있거든?"
"만약에 너희 어머니를 비롯한 부락민들이 반항을 하게 되면 너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어"
"그러면 남편하고 결혼 못해? 아이 못가져?"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럼 내가 어머니한테 말해볼게"
"너희 어머님이 우두머리시니?"
"응! 우리 부락의 어머니!"
하피들의 우두머리는 '어머니'라고 불리우는데, 설마 델타의 어머니가 그 '어머니'라니. 그렇다면 일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어머니한테 꼭 좀 말해줘, 제국한테 반기를 들지 말라고"
"다른 부락들도 반기를 들었다가 처참하게 몰살 당했다는 것도 말해줘"
"응, 남편하고 결혼할 수 있게끔 내가 어머니를 잘 설득할게!"
"그래, 델타 너만 믿고 있을게"
델타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내 입에 입술을 포개고서는 부락으로 날아갔다.
"남편 나도 입술"
랄라에게 입술을 내주었다. 입술이 자지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행군하고 있던 2대대는 머지않아 델타가 속한 부락을 발견했고, 나는 그 부락을 정찰하여 알아낸 정보를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나무 위라... 우두머리가 꽤 성가신 년이군"
하피들은 보통 육지에서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며 지금까지 만난 하피부락도 주로 동굴이거나 바위 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원래는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생활했지만, 마왕군의 패배와 여러차례의 소탕전, 제국의 침입으로 인해 서식지를 옮긴 것이다.
안장 위에 앉아있던 파비오는 먼곳을 응시한 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돌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이번 우두머리는 말이 통하는 상대일지도..."
"모험가들 중 자진해서 하피들과 협상에 응할 지원자가 있는가?"
2대대에 복귀한 모험가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피며 나서기를 주저했다. 나에게는 잘된 일이다.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역시 군단장님이 추천한 모험가답군"
"제국은 자네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다"
"협상안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복종할 시 살려줄 것이고, 반항할 시 무차별 살육을 감행하겠다"
"복종을 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이곳의 지리를 알려줄 것과 식량을 제공할 것, 그 대신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이며 앞으로의 무력행위도 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겠다"
"알겠습니다!"
"시간은 내일 동틀 무렵까지일세"
"살아서 돌아오길 빌어주겠네"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얘기를 끝마친 후 서둘러 짐을 챙겨 랄라와 같이 하피부락으로 향했다.
-
부락에 도착하자마자 하피들은 우리 위를 선회하며 위협을 해댔다. 하지만 델타의 거센 만류에 위협을 중단했다. 델타의 체구는 다른 하피에 비해 컸으며 풍만했다. 날개는 큼지막했으며 가슴이라든가 엉덩이 부분이 풍만한게...
"남편, 왔어!"
그녀는 땅에 착지한 뒤, 나를 껴안고서는 나무 위를 향해 날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땅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고, 랄라가 그녀의 발을 부여잡은 채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날갯짓을 멈춘 그녀는 나무 위에 지어진 한 둥지에 나를 내려놓았다. 자신의 발에 매달린 랄라는 마치 진흙을 털어내는 것 마냥 탈탈 털어냈다.
랄라와 델타의 싸움을 내버려둔 채 앞을 바라보았다. 델타와 생김새가 꼭 닮은듯 하면서도 어딘가 성숙해보이는 하피가 요염한 자세를 취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이 부락의 우두머리이십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세로로 쫙 찢어진 동공을 번뜩이며 답했다. 3년전 봤었던 얼굴과 똑같았다.
"그래, 내가 여기 '하레인' 부락의 '하피의 어머니'이다"
"그럼 너는 증오스러운 제국군이 맞느냐?"
"저는 모험가이고, 제국군의 협상안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모험가? 델타야, 네가 말한 수컷이 이놈이더냐?"
랄라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델타는 어머니의 물음에 잽싸게, 그녀 곁으로 날라와서는 답해주었다.
"예, 어머니! 이 수컷이 제 남편이에요!"
"예전에 어머니가 제국군이라고 오해하셨던 그 수컷이요!"
"그렇구나...... 그래 제국군이 내건 협상안을 들어보고 싶구나"
나는 그녀에게 대대장이 말해준 협상안을 그대로 전달해주었다. 얘기가 끝마쳐진 뒤, 그녀는 분개한 표정을 지으며 젖가슴을 움켜쥐고서는 답했다. 풍만한 유방의 탄력이 고스란히 보여져서 하체가 뻐근했다.
"여기 산맥은 일찍이 우리들의 터전이거늘, 제까짓 것이 뭔데 감히 허가를 내린다는 말이냐!!!"
"역시나 제국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구나!! 일찍이 내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했을 때부터 알아봤다!"
"어머니 다시 한 번 생각을ㅡ"
"복종은 없다!! 설사 몰살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국놈들에게 순순히 우리들의 터전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델타의 만류에도 어머니 하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델타의 목숨이 위험하다.
"하피의 어머니시여, 지금 상황에서 제국한테 대드는 것은 개죽음일 뿐입니다"
"개죽음?!! 죽고 싶으냐!!!"
날개를 쳐든 채로 내게 달려오려던 그녀는 딸의 만류에 흥분을 가라앉히고나서 나를 노려봤다.
"주변의 배가 볼록한 하피들이 많이 보이던데, 산란기 철인가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국군과 맞서 싸우시겠다는 결정은 우두머리로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제국에게 복종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게 낫다"
"다른 하피들도 나랑 같은 생각일 것이다"
"반기를 들든 말든 제국은 신경도 안쓸겁니다"
"방해가 되면 죽이고, 방해가 안되면 죽이지 않을 뿐입니다"
"일단 살고 봐야되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딸들이 제국군에게 욕보이다가 죽는 꼴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어머니, 제국에게 복종하세요"
"저, 남편이랑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하피의 어머니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임신한 하피들과 새끼를 끌어안고 있는 하피들을 둘러보더니, 이내 내게 물어왔다.
"우리들이 복종한다 하더라도 제국은 우리를 그저 괴물로만 취급할 것이다, 필요가 없어지면 곧장 버리겠지"
"제국은 자신들에게 복종하는 자들에게는 관대합니다"
"예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수 백년전, 데르트 제국이 존재하기 이전에 트레시아 제국이 있었다. 그 제국은 지금의 데르트 제국에 버금가는, 그 이상의 최강대국으로써 카로른 대륙의 세워진 나라들 전체의 맹주였다. 트레시아 제국을 중심으로 여러 종족, 여러 나라들은 대천사들이 만들었다는 방벽에서 마왕과 그의 군세들을 저지하며 공존공생을 이루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들어서면부터 트레시아 제국은 향락과 사치를 일삼고, 다른 나라들을 짓밟고 빼앗으려 들었다. 이에 카로른 대륙의 모든 나라들은 제국의 발 아래서 기다시피 하며 노예와도 같은 삶을 살게됐으며 강대한 무력 앞에 감히 저항 한 번 하지도 못했다.
이를 보다못한 제국의 성주 '비니타 데르트'는 자신이 관리하는 도시에서 정변을 일으키니, 이를 계기로 각 도시의 성주들도 데르트와 마찬가지로 벌떼처럼 정변을 일으키고 한 술 더 떠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국가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대륙의 온 나라들이 이들에게 환호를 보냈으며 지원의 손길을 아낌없이 보내주었는데, 제국의 힘이 아직 강대하여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제국의 영토가 사방팔방 찢겨지는 상황속에서 '비니타 데르트'는 수인 5종족을 비롯한 각종 종족, 나라들이 자신들에게 복속의 뜻을 전해오자 현 정치체제를 무너뜨리는 것보다는, 이참에 자신도 새로운 나라를 수립하는게 좋겠다는 판단하에 데르트 왕국을 창시했다.(수인 5종족은 늑대 '포루로', 양 '쿠티안', 사자 '렌', 개 '훈드가', 쥐 '톤'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이 밖에도 다른 수인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알려진 수인은 이들이 전부다. 나머지는 방벽 너머에서 마왕군에 가담해 싸우고 있거나 음지에서 들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성장해가는 데르트 왕국.
트레시아 제국의 마지막 일인자로 불리우는 '트레시아 에흐리스 트리부스'가 제국의 기강을 바로잡고 잃어버린 영광을 다시 되찾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감행했다. 이에 숲의 요정, 하피, 난쟁이, 켄타우로스 등 일찍이 트레시아 제국의 밑에서 터전을 이루며 살아갔던 무수히 많은 종족들이 그의 행진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르트 왕국은 산발적으로 세워진 독립국가를 모조리 흡수한 뒤, 제국의 수도를 포위하기에 이른다. 좌절해버린 트리부스는 자결을 했고, 이로 인해 트레시아 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트리부스를 무찌르고 트레시아를 멸망시키며 명실공히 카로른 대륙의 일인자가 된, '비니타 에흐리스 데르트'는 가문명 뒤에 트레시아 제국 황제의 존칭을 붙임으로써 제국의 정통성을 이어받는다. 이후 트레시아 제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배가 아닌 공존을 중점으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개선시켜나갔고, 점차 힘이 강대해짐에 따라 공존에서 지배로 다시 바뀌었지만, 동맹국에 대한 내정간섭은 일체 금하며 속국에게는 관리를 파견하지 않고 기존의 왕이 다스리게 하는 대신 충성을 맹세하게 하는 것으로써 분란의 씨를 없애고자 했다. 속주에 대해서는 그 지역에 맞도록 세와 법률을 정비했다
또한 서부에만 지배력을 펼치며 나머지 북, 동, 남쪽 대륙의 국가들에게 자립할 수 있게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함과 동시에 행정력과 군사력의 과다 분산을 줄임으로써 내실을 튼튼히 다잡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 대륙의 강대국이 된 데르트 제국은 에흐리스의 자리를 둘러싸고 두 혼라리스가 내전을 일으키게 된다. 병사들, 동맹국들, 종족들은 각자 자신들이 따르는 혼라리스의 편에 들어가 전쟁을 벌였으며 결과는 두 번째 혼라리스가 에흐리스에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첫 번째 혼라리스를 따랐던 자들은 종족에 상관없이 처형되고 추방되었으며 거기에는 빛의 요정, 하피, 켄타우로스 등 트레시아 제국에서 데르트 제국으로 복속된 종족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난쟁이와 수인 5종족 등의 중립을 지킨 자들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으며, 어둠의 요정은 내전승리에 일등공신으로써 족장의 딸이 에흐리스의 비니타(황제의 본처)가 되니, 이후 그들 씨족은 지속적으로 비니타를 배출하는 명문 종족이 되었다.
제국에 추방당한 괴물들은(제국에 속하거나 복종한 종족들은 괴물이 아닌 씨족이라 불리우며, 추방당하거나 마왕군에 가담한 종족들은 현재 마왕군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부락에 상관없이 괴물이라 불리운다 - 서대륙에만 해당) 현상금 사냥꾼들을 피해 숲속에서 숨어 지내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로 복종만 한다면 제국은 언제라도 받아들일 의사가 충분했는데, 이는 제국 내의 오랫동안 살아온 씨족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있어 대항마로서 작용하기 위함이다.(동북부 대륙에서는 빛의 요정이 세운 국가가 있다. 이를 통해 같은 종족, 부락이라도 지역과 세력에 따라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리부스와 데르트에 얽힌 이야기들은 광대와 이야기꾼 사이에서는 최고의 판매거리였으며 아이들에게는 모험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만한 것으로써, 흥미롭고 교훈이 될 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광활한 대륙을 좌지우지했던 그들이니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국에게 복종의 뜻을 전한다면 이렇게 숨어 지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흡혈귀와 라미아 일부 부족들도 복종을 한 뒤, 제국으로부터 앞으로 일체의 무력행위를 가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보장받았습니다"
"현재 그들은 저희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결국 제국에게 복종하겠다는 뜻을 내게 전했다.
"훌륭하신 판단이십니다! 그럼 저는 얼른 이 사실을 대대장님에게 알리러 가보겠습니다"
"남편! 내가 데려다줄게!"
델타의 도움하에 나는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랄라도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땅으로 내려오고서는 그녀에게 욕을 한바가지로 퍼부었다.
어둑한 밤에 랄라에게 의지한 채로 대대장에게 달려가, 하피 부락이 복종의 뜻을 밝혔음을 보고했다. 파비오는 만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날이 밝는대로 그곳에다 진지를 구축할 것을 병사들에게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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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산등성이로 올라옴과 동시에 2대대는 하피부락으로 향했다. 부락에 도착했을 때에는 모든 하피들이 땅에 내려와 병사들을 뜷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우두머리는 나와라"
파비오의 말에 하피들 사이로 델타의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의 국기에 입술을 맞추어라"
그의 손짓에 옆에 서있던 기수가 자신이 들고있는 쌍두 독수리 조각상이 박힌 창대를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조각상에 입술을 맞추었다. 그 모습에 파비오는 병사들에게 진지를 구축할 것을 명했고, 그렇게 하레인 부락은 순식간에 제국군의 전초기지로 전락해버렸다.
이따금씩 병사들은 나체의 하피들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봤으나 지휘관들의 엄격한 통제하에 감히 함부로 치근덕 거리지 못했다.
제국의 길잡이 역할을 맡던 흡혈귀 무리의 우두머리 '에레만 라이가'와 '하피의 어머니' 사이에서 말다툼이 일어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밤이 되자 병사들은 진지 내에서 휴식을 취했고, 나는 델타의 손에 이끌려 나무위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물론 랄라도 같이였다.
"남편, 아기 만들기 하자!"
델타는 내 고간에 자신의 음부를 비벼대며 유혹을 해왔다.
"델타야 아기는 아직ㅡ"
"멍청하긴, 아직도 인간하고 결혼한 생각을 품고 있는거냐?"
"제국한테 복종했으니깐 이제 결혼할 수 있어!"
"그리고 너도 괴물이잖아! 똑같은 말 하게 만들지 마!"
랄라의 발언에 발끈한 그녀는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고서는 답했다. 그녀의 젖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멍청하긴! 나는 포루로고 너는 하피야"
"나는 씨족이지만 넌 괴물이지, 그게 바로 나와 너의 차이라는 거야!"
"내 말 알아듣겠어?"
"이제 우리도 씨족이야! 너희들이랑 다를 거 하나 없다고!!"
"아~ 그래? 그러면 나랑 같이 인간 도시에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 없겠네?"
"뭐?"
"나랑 다를거 하나없다매? 그럼 아무런 문제 없는거아냐?"
"그... 그건..."
"이제서야 네 처지를 이해하겠어?"
"너도 스스로는 하피가 인간도시에서 살아가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거지?"
"아니면 설마 남편이 여기서 너랑 같이 살기를 바랬던거야? 한심하긴!"
"남편은 나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아내들이 여럿 있다고, 그런 상황에서 과연 너하고 같이 여기서 살 것 같아? 꿈 깨시지"
"........."
갑자기 내 뒷통수를 껴안고 있던 그녀의 팔이 풀리더니, 얼굴에서 젖냄새가 멀어져갔다. 델타는 침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남편... 나랑 결혼한다고 약속했잖아?"
"나 그거만 믿고 다른 하피들이 임신해도 꾹 참았어"
그때는 그녀의 의도를 몰랐지만 지금에서야 알게됐으니 책임을 지는게 옳았다. 하지만 랄라의 말대로 그녀하고 같이 인간 도시에서 사는건 불가능했다. 지금의 하피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괴물로 인식될 뿐이었다.
"델타야...... 랄라 말이 맞아, 같이 사는건 아직 힘들ㅡ"
"싫어! 같이 살고 싶단 말이야!!"
"다른 하피들처럼 수컷하고 애만 가지는 관계로 끝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어리광 그만 부리시지? 안되는건 안되는 거라고"
랄라의 그 소리에 델타는 돌연 자신의 날개를 손톱으로 뜯기 시작했다. 뜯겨져나간 부위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거만 없으면 나도 인간도시에서 살 수 있어"
"그러면 남편하고 같이 살 수 있어!"
"델타야 그만둬! 그만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아니야! 된다고!!"
자신의 팔을 붙잡은 내 손을 뿌리치고서는 미친듯이 날개를 뜯어내려 했다. 이 비참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독하게 나가기로 했다.
"델타야... 너가 이렇게 나오면 난 너랑 결혼할 수 없어"
"나랑 결혼 안하겠다고?"
내 으름장에 그녀는 행동을 멈추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재차 물었다.
"나랑 결혼 안하겠다고?"
"그래, 너가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다시 고려ㅡ"
"그럼 죽어"
그녀의 손이 내 목을 강하게 조르기 시작했다. 랄라가 달려들어와서는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그녀가 펼친 거대한 날개로 인해 저만치 구석으로 날라가버렸다.
델타의 눈에는 이미 이성이 사라지고 없었다.
"날 배신했어... 날 속였던거야... 용서못해"
"끄으으읍ㅡ"
"남편을 죽이고나서 나도 같이 죽을게"
"하레인 님의 곁으로 가면 같이 살 수 있을 거야... 아무런 제약도 안받고"
"나랑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살자, 그래... 그게 낫겠어"
"빨리 죽어줘... 죽으란 말이야!"
"델타야 그만두렴"
저승 문턱까지 다다를 때즈음 기적적으로 목에서 조임이 풀리더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에서는 델타를 껴안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다.
"허어억... 허어어억...... 우웨에엑ㅡ!"
숨이 한꺼번에 들어와서인지 구역질이 밀려나왔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정신을 차린 후 그녀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피의 어머니는 딸에게 어떤 허름한 로브자락을 넘겨주었고, 딸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로브자락을 몸에 걸추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외형이 평범한 여성으로 바뀌었다. 팔에 난 날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손과 발은 인간의 것으로 탈바꿈했다.
(이게 대체...)
"남편... 이러면 나 남편이랑 같이 살 수 있는거지?"
졸려진 목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환하게 웃고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좀 전의 그 소름돋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할지 몰랐다.
"남편, 미안해... 많이 아팠지?"
그녀는 다시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묻고서는, 쓰다듬어줬다. 귀에서 랄라의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씨발년이! 넌 뒤졌어!!"
"아까는 미안했어, 사과할게"
"이제는 같은 남편의 아내니깐 친하게 지내면 안될까?"
"뭔 개소리야!!"
"니 아까 남편 목 졸랐잖아!!"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의 나는 남편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내인걸~"
"이 년이 돌았나?"
"남편, 이제 아이 가지자"
내 상체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히고서는, 바지를 내려줬다. 빨딱 선 자지가 그녀의 콧잔등을 툭하고 쳤다.
"크,크다... 어머니, 이런게 내 안에 들어가는거야?"
"너는 처음이라 아플테니 천천히 집어넣으렴"
상황이 획획 바뀌니 머리가 따라가지를 못했다. 랄라를 쳐다보니 그녀는, 다른 하피들에 의해 구속된 채 멍하니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편,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델타는 자신의 조갯살에 내 자지를 천천히 밀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