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2화. 재회
"대대장님 보고 드릴게 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서류를 작성하던 파비오는 자신에게 보고를 요청하는 다리오의 얼굴을 쓰윽 보더니, 이내 바닥에 엎어진 자신의 아들을 한 번 쳐다보고서는 물었다.
"그래, 보고할게 뭔가?"
"밀비오 장교가 여기 고.레오의 여자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제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였습니다!"
"채찍형을 내린 다음 숙영지에 복귀한 직후 아르베 교단에 넘기겠다"
"이의 있나, 다리오 백부장, 고.레오?"
"없습니다!"
(대대장하고 밀비오하고 진짜 부자관계 맞아?)
"......."
"고.레오, 자네는 따로 생각해둔거라도 있나?"
"대대장님..... 그, 저... 밀비오 장교가 대대장님의 자제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내 말에 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군법을 어김은 물론 제국법까지 어겼으니 이제 밀비오는 내 아들이 아니다"
"알았으면 그만 가보도록"
말을 마치고나서 그는 다시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인정이라고는 눈을 씻고봐도 찾을 수가 없군... 그 점이 나한테 좋은 결과로 이어지긴 했지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처벌을 내려주니깐 맥이 탁 풀렸다. 병사들에게 밀비오를 넘기고서는, 대대장에게 예를 표하고 뒤돌아 갔다. 돌아가는 길에 다리오에게 질문을 했다.
"대대장님하고 밀비오 장교는 평소부터 사이가 안좋았습니까?"
"그냥 대대장과 장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
"밀비오가 그냥 대대장님의 후광을 믿고 깐죽댄것 뿐이지"
"대대장님은 자녀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왜? 만약에 밀비오가 외동이었다면 쉬쉬하고 넘어갔을까봐 그런가?"
"......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남자는 아내와, 아내를 잉태시킬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식을 낳을 수 있지"
"그러니 범법자가 되버린, 성년이 된 자식을 굳이 감싸줄 필요가 없는걸세"
"대대장님처럼 능력있는 남자라면 더더욱, 그리고 파비오 대대장님은 원칙과 규율에 엄격하신 분이시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군요..."
이세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알게 되었다. 다리오와 헤어진 직후 곧장 랄라를 찾으러 갔다. 그녀는 앉아서 손으로 턱을 괸 채 분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니 그녀는 벌떡 일어나 밀비오의 처분에 대해 물었다.
"채찍형을 내리고 아르베 교단에 넘긴대"
"씨발! 그냥 죽여버리면 안돼?"
"교단에서 적절한 처벌을 내려주겠지, 이제 신경쓰지마"
"지금 기분 존나 더러워"
으르렁 거리는 그녀을 달래기 위해, 귓속말로 좀 있다가 보지 문질러 준다고 하니깐 금새 표정을 풀고서는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
진지구축을 완료한 뒤, 소수의 병력만을 남겨둔 채 병사들은 다시 행군에 나섰다. 이곳 금광은 공병군단이 따로 찾아와서 채취작업에 들어간다고 했다.
대대장의 명으로 몸을 홀딱 벗은 밀비오는 밧줄에 포박되어 기병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끌려갔다. 행군내내 그는 추위와 굴욕, 그리고 버려진 것에 대한 상실감으로 온 몸이 너덜너덜해질 것이다.
랄라는 그런 그의 모습에 송곳니를 드러낸 채로 독설을 내뱉었다.
"꼬추도 존나 작은 새끼가 주둥아리만 살아가주고"
"지금이라도 당장 두 손으로 모가지를 꺾어버리고 싶네"
"랄라야 참아, 지금 죽여버리면 쟤한테 좋은 일만 해주는 꼴이라고"
"씨발!...... 남편 꼬추 존나 빨고 싶어"
"물고 빨고 넣고 싶어!"
"나중에, 나중에 하자"
아내한테 못할 말이긴 하지만 발정기라도 온 것인지 그녀는, 내 자지에 정신이 나가 있었다.
< -- 72. 재회 -- >
2대대는 행군을 하면서 괴물의 흔적이라든가 모습이 보이는 족족 고문과 심문을 해가며 서식지를 찾아내, 복종하는 무리들은 살려줌과 동시에 복종하지 않는 무리들은 살육을 감행했다.
흡혈귀와 라미아 같은 음지에 사는 괴물들은 순순히 제국에 복종하면서 자발적으로 다른 종족들의 서식지를 알려주며 생존을 이어갔다. 반면에 인간들, 특히 제국군을 증오하는 켄타우로스나 하피같은 마왕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괴물들은 거센 반항을 하다가 병사들에게 장난감처럼 부려진 연후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피부락을 발견할 때마다 델타 어머니의 존재를, 그 중에서도 델타가 있는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만난 하피 부락에는 소녀의 모습이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해가 뉘였뉘였해질때 즈음 나는, 랄라로부터 좀 떨어진 숲속에서 볼일을 보았다. 강행군에 강행군에 또 강행군에 방광이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황에서, 주어진 휴식시간에 간신히 볼일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쌀 뻔 봤네"
방광에 가득 찬 노폐물들을 내보내는 쾌감이 가히 정액을 토해냈을 때의 쾌감과 얼추 비슷했다. 물론 후자가 더 쾌감이 좋았지만.
볼일을 다보고 꼬추를 탈탈 턴 후 바짓속에 집어넣으려는 찰나,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지더니 내 몸을 깔아뭉갰다.
"뭐,뭐야!"
기습에 놀라 황급히 검을 뽑아들려 했지만 무언가에 의해 팔이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채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큼지막한 새 발톱이 팔목을 꽉 잡고있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깔아뭉갠 존재의 정체를 확인해보니 붉은 색의 긴 머리칼에 노란색 눈동자를 가진 하피가 내 눈을 뜷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커다란 유방과 그 밑에 나있는, 털이 가지런히 정돈된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었다.
양 팔에 달린 붉은 날개를 활짝 핀 하피는, 내 얼굴에 자신의 젖꼭지를 들이밀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자 그녀는 내 입술에 억지로 자신의 젖꼭지를 물리고서는, 엉덩이를 부르르 떨어댔다. 바지를 추스르다가 기습을 당한나머지 밖으로 훤히 드러낸 자지에서 그녀의 떨림이 느껴졌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말로만 듣던 강제 교배인가!!)
하피는 수컷이 없기 때문에 다른 종족의 수컷에게서 씨를 받아 종족을 보존한다. 거의 대부분이 동의 없이 강제로 행해지기 때문에 강제 교배로 불리어진다.
"보고 싶었어... 남편"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에 강제로 물려진 젖꼭지를 빼내며 입을 열었다.
"너 설마... 델타?"
"응! 남편의 아내, 델타"
침으로 번들거리는 젖꼭지를 치우면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었다. 오래돼서 가물가물하긴 했지만 분명 델타의 얼굴과 비슷했다.
"델타...... 맞아?"
"내가 기억하는 델타는 자그마한 체구의ㅡ"
"그때는 어린 시절, 지금은 다 컸어!"
"나 이제 남편 아기 가질 수 있어! 가슴에서 모유도 나와!"
"먹어!"
다시 젖꼭지를 입안에 집어넣으려 하는 그녀의 이런 행동을 제지하려 했지만, 맛없어서 안먹는거냐며 울먹거리는 그녀의 물음에 하는 수 없이 아기처럼 물고 빨았다.
"천천히 먹어, 우리 남편"
그녀는 기쁜 목소리를 내면서 반대쪽 젖꼭지도 물려주었다. 젖꼭지에서는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싱거운 우유맛이 났다. 뭐랄까 아내들의 젖꼭지를 빨고 있으면 가끔씩 내가 어른인지 아기인지 분간이 안간다.
(으응?... 그러고보니 델타가 방금전 날 남편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빠는 것을 중단하고, 방금 전 솟아난 질문의 답을 그녀에게 요구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끼어진 은반지를 보여주며 답해주었다.
"삼 년전, 남편 손에 반지 끼워줬어"
"남편 얼굴에 흉터도 새겼어, 남편... 나만의 수컷"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왼쪽 볼에 길게 난 흉터자국을 어루만져 주었다. 설마하니 이 자국이 하피 세계에서는 결혼의 증표였나보다.
"남편, 뭐하길래 이렇게 오래 걸려?"
이런 상황속에서 수풀 사이로 랄라가 얼굴을 드러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나와 델타를 보고서는, 살기를 내뿜으며 돌진했다. 델타는 내 몸에서 벗어나 그녀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그녀와 비슷한 체구의 델타는 랄라에게 발톱을 내질렀고, 랄라는 그런 그녀의 발톱공격을 건틀렛으로 막은 후 발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
"키야아아악!!!!!!"
배를 맞고 뒤로 발라당 자빠진 델타는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위협적인 비명을 질러댔다.
"이 년이 감히 내 남편한테!!!"
랄라는 그녀의 얼굴에 붕! 소리가 날 정도로 정권을 찔러넣었으나, 델타는 잽싸게 피했다. 피한 직후에는 날개를 크게 펄럭여 공중으로 날라오른 뒤, 그녀의 어깨를 두 발로 잡고는 그대로 바닥에 자빠뜨렸다. 랄라는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델타의 발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고, 델타는 랄라의 이런 저항을 온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누구 하나는 크게 다칠 것 같아 얼른 중재에 들어갔다.
"랄라야 그만 둬, 델타 너도!"
그녀들의 손과 발을 붙잡고 떼어내려 했으나 어찌나 힘들이 센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새년! 네년은 오늘 나한테 뒤졌어!"
"포루로 암캐년, 죽어!!"
서로에게 살기와 증오를 내뿜는 그녀들의 모습에 해결책을 찾던 도중 좋은 수가 떠올랐다.
"아내!"
"왜?!"
"왜?!"
내 부름에 그녀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가주고는 날 쳐다봤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그녀들은 황급히 서로에게서 벗어난 뒤, 질문을 해대었다.
"아내는 난데 왜 네년이 쳐다보는거야?!"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포루로 암캐년"
다시 싸울려고 덤벼들기 전에 황급히 그녀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끝마친 후 랄라는 어이없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델타는 치켜 든 날개를 아래로 떨군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편의 암컷이구나"
"나는 델타, 넌 이름이 분명... 랄라?"
"친근한 척 이름부르지 마, 창년아"
"뭐야?!!!"
랄라의 독설에 그녀는 기다란 손톱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난 창년아니야! 남편이외에 수컷하고 몸을 섞은 적 단 한 번도 없다고!"
"당장 그 말 취소안하면 죽여버릴테다"
"풋ㅡ! 창년이 아니라고?"
"하피들은 남의 수컷을 빼앗아다 강제로 씨를 받아낸다고 들었는데, 창년이 아니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죽여버릴거야!!!"
맹수의 눈빛을 하며 랄라에게 달려드려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렸다.
"델타야, 그만해!"
"남편은... 나보다 저 포루로 년이 더 좋은거야?"
"나... 나,남편 찾으려고 온 숲속을 다 뒤지고 다녔어"
"그,그날 밤 옆의 남편이 사라져 있길래... 얼마나 울었는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려대는 델타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샘솟았다. 그녀의 머리를 가슴팍에 묻고 쓰다듬어주었다. 이러한 모습에 랄라는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토해냈다.
"새년아, 여우 짓 그만 하시지?"
이번에도 델타는 그녀의 시비조에 달려들려고 했지만 내가 엄한 목소리로 다그치자 풀이 잔뜩 죽은 채로 얌전히 안겼다. 랄라에게도 이제 그만 싸우라고 큰 소리를 내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단단히 삐진 듯한 그녀의 표정에 어떻게 풀어줄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
상황이 진정된지 그녀들은 내 양 옆에 나란히 앉아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눈빛만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눈빛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나는 델타에게 질문을 걸었다.
"델타야, 혹시 이 근방에 너희 부락이 있니?"
"응, 여기서 좀만 더 가면 우리 부락이 나와"
그렇다면 2대대에게 발각되는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여기 산맥에 데르트 제국군이 와있는거 알지?"
"..... 알아, 산맥 곳곳에서 피냄새가 진동을 하는걸"
"델타야, 조금 있으면 너희 부락에 제국군이 찾아올 거거든?"
"너희 부락한테 제국군한테 절대로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따르라고 말 좀 전해줄 수 있겠니?"
"어머니는 제국을 증오하고 계셔"
"남편을 내쫓은 이유도 제국군이기 때문에 내쫓은 거라고 설명해줬어"
"제국군? 남편 예전에 제국군이었어?"
"응? 그,그게... 어떻게 된거냐면ㅡ"
놀란 랄라에게, 3년 전 토벌전의 참가했을 때 제국군의 옷을 잠시 빌려입었을 뿐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고, 델타는 반색을 하며 내게 물었다.
"남편, 제국군 아니야?!"
"그러면 어머니도 허락하실거야! 우리 결혼! 내가 남편 아이가지는것도!"
"꿈깨시지, 괴물하고 인간하고 어떻게 결혼을 하냐?"
랄라의 말에 델타는 눈썹을 씰룩이더니, 이내 대꾸했다.
"너도 나랑 같은 괴물이잖아?"
"뭐? 내가 어딜봐서 너랑 같은데?!!"
"인간하고 다르잖아! 그럼 너도 결혼 못하는거 아냐?!!"
"암캐년 주제에 큰소리 치기는!"
"내 손에 뒤질래? 이 씨발년아!!!"
"제발 싸우지들 좀 마"
양 팔에 그녀들을 껴안고서는, 싸움을 말렸다. 수라장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