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58화. 찬바람(2) (58/106)



〈 58화 〉58화. 찬바람(2)

고블린 시체를 매장시킨 뒤, 병사들은 행군을 잠시 중단하고 주변을 탐색했다. 혹시나 모를 매복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와 랄라는 그들보다 앞선 곳에서 주변을 수색하고 있는 중이다.

"고블린들 덕분에 한 숨 돌리겠네"

"씨발..."

병사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오자마자 랄라는 상의를 풀어헤치더니, 자신의 깊은 가슴골을 훤히 드러내놓으면서 자리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담아 물었다.

"어디 아파?"


"어깨하고 엉덩이, 존나 뭉쳤어"
"씨발,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그녀는 자신의 큼지막한 가슴을 두 손으로 받아든 채, 불만을 토로했다. 남자입장에서는 보기좋은 것이지만 여자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건가 보다.

"내가  주물러줄까?"

"응큼하긴"


"싫으면 말고"

"...... 누가 싫대? 빨랑 해줘"


수락에 얼른 그녀의 등 뒤로 가 앉아, 어깨를 주물러줬다. 어깨가 완전 돌덩이에 가까웠다.


"거기 말고, 좀 더 옆에"


"여기?"


"그래 거기..... 기분 존나 좋아~"

(가슴에 수박 두 덩이를 들고 있으니 뭉칠 수 밖에)

"목도 주물러줘"


"시원해?"

"흐으윽... 씨발 좋아"


그렇게 한참을 주물러주다가 돌연 그녀가,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내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고서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가슴 주물러줘, 괜찮지?"

"그걸 말이라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넘치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니 음욕이 솟아올라, 고간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내 몸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그녀는 자신의 엉덩이를 내 묵직해진 고간에 밀착시키고서는 비벼댔다.

"팬티 벗고 해줄까?"

"크으윽... 랄라야 우리 수색중ㅡ"

"이 근방에 괴물은 없어"
"내 코와 귀만 믿으라고"


"그래?... 그러면 팬티 벗어줘"

내 요청에 그녀는 일어나서 바지와 팬티를 벗고서는, 다시  고간에 밀착시켰다. 나 또한 자지를 꺼내놓은 뒤, 그녀의 엉덩이에 갖다 붙였다.


"이번에 내가 할래"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음경의 자신의 조갯살을 얹히고서는 비벼대기 시작했다. 굉장히 느리고 어설펐지만 그게 오히려 성욕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녀의 귀여운 반응을 보고 싶어 꼬리를 살짝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화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서는 말했다.

"꼬리 만지지마"

위협적인 목소리에 무안해져 얼른 꼬리에서 손을 뗐다.


"미안, 많이 아팠어?"


"........"


"랄라야?"


그녀는 아무런 말도 안하다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벗었던 옷들을 입기 시작했다.  입은 후에는 그대로 왔던 길로 되돌아 가버렸다.


"화가 잔뜩 났나본데..."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어버린 그녀의 쌀쌀맞은 태도에 자지가 힘을 잃은 채 추욱 늘어졌다. 씁쓸한 마음으로 바지를 올리고, 저만치 앞서 가고 있던 그녀를 뒤쫓아 갔다.


-



행군내내 그녀는 내 사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귀를 만져주면 좋아하길래 만져주려고 손을 내밀었으나 매몰차게 쳐내고서는, 만지지말라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다시 예전처럼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동시에 화가 나기도 했다. 사람이 사과를 했으면 대꾸를 해주든가 화를 내든가 해줘야하는데 입을 꾹 다물고만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밤이 되고나서야 우리들은 본대인 2대대에 합류했다. 나와 랄라는 아무런 대화 없이 목책 내에 구획된 모험가 숙소로 갔다. 도착한 뒤에는 군단 주둔지에 놔두고 간 군장을 찾아서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행군 중에 분실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랄라, 천막 하나만 펴서 같이 잘래?"


"......"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면서 옆을 스쳐 지나가버렸다. 기분이  상해서 그녀가 세운 천막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천막을 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 대자로 드러누웠다.

"하아... 씨발, 모르겠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리오 백부장을 만나러 갔다.

백부장의 천막안으로 들어가자 다리오는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수고많았네, 고.레오"
"비아데나르를 붙잡았다고 정찰조한테서 들었다네"

얼른 고개를 약간 숙이고나서 답변하였다.

"감사합니다, 백부장님"

"지금 놈을 심문중이긴 한데, 입을 꿈쩍도 안하더군"
"도대체 어떻게 심문을 했길래, 술술 불게 만든건가?"

"제가 모험가 일을 하면서 교단의 청원의뢰를 많이 받았습니다"
"대부분이 신성모독자를 심문해달라는 의뢰였죠, 그때 심문기술이 늘어난  같습니다"

"그렇구만... 우리 군에는 자네같은 인재가 필요해, 심문할 일이 생기면 자네를 찾도록 하지"


"교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쇼"

내 말에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어째서?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겐가?"


"제가 올해 결혼을 해서, 아무래도 아내만 혼자 남겨두고 가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흐흐흐,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이 소리인가?"


(그렇게 되나?)
"그... 얼추 비슷합니다"

"군이란게 어디  곳에 콕 박혀있질 않는 집단이지"
"위에서 가라고 하면 어디든지 가는게 군이고 말이야"

아무래도 또 신세한탄이 시작되나 보다.

"군인은 황제와 제국에 충성을 다하지만 정작 가정에 대한 충성은 소홀히 하곤 하지"
"그 결과가 아내가 부정을 저지르고, 아내가 낳은 딸들을 노예시장에 내다파는 일들을 낳게 만들고 말이야"

"백부장님 아내분ㅡ"


"아내라고 하지 말게!!"


책상에 놓여진 술병을 집어다 바닥에 내던지면서 화난 목소리로 다시 말할 것을 촉구했다.

"... 그 년은 애초부터 처녀성을 잃어버린 년입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창녀였단 소리입니다"


"크하하하!! 맞아, 자네 말이 맞아!!"
"씨발!!!"

그가 책상에 주먹을 내리치니 내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아픈 곳을 건드려버렸구만)

"씨발! 개씨발 창년새끼! 찢어죽일 년!!"
"여태껏 다른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니, 노예시장에 내다 파는게 아니라 내가  년 앞에서 손수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다행이 화는 면했군)
"백부장님 딸들이 다른 놈의 자식이라구요?"

"당연한 소리 아니겠는가? 결혼하기 전부터 다른 놈의 씨앗을 배속에 처집어넣었으니 내 씨가 아닌건 하늘이 알고 대천사가 안다고"
"씨발 년들... 병사들한테 던져주고 난  처벌했어야 하거늘... 아세레우도 거들떠보지 않을정도로 만들었어야 하는 것인데!"

'아세레우'는 쾌락의 권좌에 앉았었던 추방된 대천사였으나 자신의 몸을 제물로 삼아 다시 권좌에 복귀한 대천사이다. 이로 인해 악마와 대천사, 창조물들 모두 '아세레우'를 혐오했으며 욕을 해도 신성모독자로 처벌받지 않는 유일한 대천사다.


자신의 몸을 제물로 삼아 이익을 취한 행동이 매춘부들의 행동과 성격이 비슷해 매음굴에서는 성당까지 세워질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대천사 아르베가 순결과 진실한 사랑을 하는 자들에게 숭배의 대상인 반면 대천사 아세레우는 불결하고 거짓된 사랑을 하는 자들에게 숭배의 대상이다.

다리오가 말한 '아세레우도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라는 표현은 몸도 팔지 못하는 단순한 고깃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근데 같이  여자 모험가 한 명이 안보이는구만?"

"아... 그 모험가는 임무 도중 죽었습니다"


"임무 수행에 차질이 생기거나 하진 않겠나?"

"염려 마십시오"


"그래, 그거면 됐네, 피곤할텐데 쉬게나"
"내일부터 다시 강행군일테니"


"편안한  되십시오"

"잘 자시게"


천막을 나간 뒤, 모험가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당도하자 왠 병사  명이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는 날 발견하고서는 잔뜩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갔다왔나?"


"잠시 다리오 백부장님 천막에 갔다왔습니다만, 혹시 무슨 문제라도?"

"대대장님이 찾으시니깐 얼른 가보라고"

"혹시 무슨 일때문인지 여ㅡ"


"닥치고 빨리 가기나 해"

(말 존나 이쁘게 하네)
"옙!"


대대장이 찾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사로잡은 비아데나르에 관한 건이겠지.


병사의 인솔하에 나는 대대장의 천막에 당도했다. 대대장이라 그런지 천막이 주변 것들에 비해서 매우 큼지막했다. 병사가 빨리 들어가라고 재촉하자 황급히 들어갔다.

천막 내부 왼편에는 황제의 얼굴 조각상과 대대장 자신의 얼굴 조각상이 쌍두 독수리 투구를 쓴채로 놓여져 있었으며, 오른편에는 아르베 대천사의 형상이 세워져 있었다. 중앙에는 널따란 테이블이 있었고, 짧고 검은 머리에 '안드레오 파비오'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송충이 눈썹에 투박한 외모를  그의 표정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황급히 고개를 약간 숙여 예를 취했다.


"자네가 비아데나르를 생포했다던 모험가 본인인가?"


표정만이 아니라 목소리까지 무뚝뚝한 그의 물음에 나는 재빨리 답했다.

"맞습니다!"


"어떻게 생포했지? 자네는 내가 알기로는 철동전이라고 들었는데?"

(여기서 아귀 안맞으면 오히려 내가 위험해진다)
"처음 대면했을시 그는 부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어디 부상을 당했지?"

"왼쪽 허벅지에 칼날로 깊게 베인 상처가 있었습니다"

"눈은?"


"그건 제가 심문을 하던 도중 만든 것입니다"


내 눈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던 그는, 일자로 닫힌 입을 열어 밖에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를 불러들이더니 놈을 이리로 끌고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비아데나르는 병사들 손에 질질 끌려오더니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알몸인 그의 등에는 벌건 핏자국이 나있었고, 군데군데 피부가 벗겨져있었다. 관절이란 관절은  박살이 나서  다리가  없이 축 늘어져있었다.

(심문이 아니라 고문을 했군)

"이 자가 말하기를 자네한테 카밀란스 산맥에 파견된 비아데나르에 대한 정보를 실토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그... 그건.....  자가 거짓을 고하고 있는겁니다"
"저한테 실토한 정보들을 거짓으로 만들려는 계략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자네가 심문해보게"

"예?"

파비오의 지시에 순간 얼을 탔지만, 그의 섬뜩한 파란색 눈동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심문을 시작했다.

"내 얼굴 똑바로 봐라,  알지?"


"누,누..... 군지 모르게,겠...군"

 물음에 그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신앙심이 깊은 녀석들은 상대하기가 참 곤란하다. 강제로 입을 벌리고서는, 덜렁거리는 이빨을 단숨에 뽑아버렸다.

"크으으으으읍ㅡ"


"바른대로 말해,  알고 있다고"
"여기 카밀란스 산맥에 네놈들 열 명이 와서  군단에 한 명씩 정찰을 맡았다고 말하란 말이야!"


"흐흐흐흐"


"이 새끼가 웃어?"


긴 쇠꼬챙이를 그의 콧구멍에 밀어넣었다. 그러자 구멍에서 피가 대량으로 흘러 나오더니 이내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말하란 말이야"

"크아아아악!!!! 씨발!씨빨! 좆까! 쫒까아아!!"


 새끼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의심받는다. 얼른 그의 귓가에 대고  번째 권능을 발현시켰다.

"여기서 살아나가야지, 친구"
"그렇다고 말해"


"그렇다고?"


"실토했습니다"

"대단하구만"

그의 입에서 그렇다라는 말이 나오자 파비오는 손으로 자신의 돌출된 턱을 매만지면서 덤덤하게 칭찬을 해주었다.

"코에 뭔가를 집어넣는다는 발상이라... 미처 생각 못했어"

"신성모독자를 심문하는 일에 도가 튼 몸인지라 이것 말고도 독특하고 기발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눈을 벌리고 속눈썹을 모조리 뜯어발기니 비아데나르의 눈에서 빨간 눈물이 폭포를 이루었다.

"훌륭하군"
"자네가 말한 내용들이 사실로 드러났으니 군단장님께 얼른 이 사실을 알려야 되겠구만"

그는 서기를 불러 자신의 말을 받아적게 한 뒤, 서둘러 전령조를 띄우라고 했다.  일을 마친 후에는 내게 포도주와 구운 고기를 건네주면서 가서 쉬라고 말하였다.


한숨을 돌리고 그의 천막에서 빠져나와 숙소로 향했다. 이걸로 일단락 됐으니 천만다행이다. 받은 음식을 들고 랄라의 천막으로 가서 다시 대화를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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