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55화. 정찰조
< -- 63. 부담 -- >
"뭐하냐니깐?"
랄라의 얼음장 같은 차디찬 목소리에 나는, 벙찐 표정을 지은 채로 침묵했다. 밀려오던 사정감이 금새 사그라들어버렸다.
"내 말 안들려?"
"그게......"
재차 물어보는 그녀의 물음에 까짓것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자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나가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만"
"그걸 내가 몰라서 묻는것 같아? 왜 갑자기 자위를 하는거냐고?"
"그거야 제 마음이죠, 남이 자위를 하든 말든 댁이 뭔 상관이신지?"
"너 내 엉덩이 봤지? 그래서 꼴려서 자위하고 있는거지?"
미친 년이 감은 좋았다. 덕분에 정곡을 찔려서 다시 입을 다물고 침묵을 유지했다.
"말해봐봐, 내 엉덩이가 존나 꼴려서 꼬추 흔들고 있었던 거잖아?"
"내 말이 틀려?"
(안틀렸으니깐 제발 좀 꺼져줘!!)
"...... 말 안할거야?"
"....."
"그럼 말 할때까지 여기 있지 뭐"
그녀가 엎드려 누운 채로 내 자지를 지그시 쳐다보는 모습에 결국 침묵을 깼다.
"아니 씨발! 남 자위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방해를 처하는거야?!!!"
"내가 언제 방해를 했다고 그래? 난 그냥 쳐다볼 뿐인데?"
(하아... 이 년이 죽고잡나?)
"이런 썅!! 그럼 거기서 쳐다보고 계십쇼! 전 마저할테니깐"
아내들의 냄새를 맡으며 다시 자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러면 그녀가 날 환멸하며 가버릴 거라는 생각으로 문질러댔다. 한 번 사그라든 사정감이 다시 몰려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더군다나 여성이 내 자위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들어 발기가 풀릴 지경이었다.
"그,그만 보시고 나가시죠?"
"입다물어"
매몰차게 답한 뒤, 그녀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같은 눈빛으로 내 자지를 뜷어지게 쳐다봤다. 자지에 감싼 내 손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도 같이 흔들렀다. 이 년 분명히 즐기고 있는게 틀림없다.
(보지말자, 보지말자)
눈을 감고서 그녀가 없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자위를 해댔다. 효과가 있었는지 사정감이 몰려오면서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나온다! 나와!)
감았던 눈을 재빨리 뜨고 고간을 내려다보니, 그녀가 내 자지에 얼굴을 들이밀고서는 냄새를 맡고 있었다. 황급히 사정을 지연시키려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녀의 얼굴에 대량의 정액을 토해냈다.
투둑... 툭
그녀의 얼굴에 묻은 내 정액들이 볼을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져 내렸다.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죄송합니다..... 그러길래 왜 얼굴을 가까이 대가주고......"
"....."
"랄라 씨?"
내 물음을 무시한 채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던게 화난 것 같지는 않아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 이제 두 번 다시 밖에서 딸치나 봐라"
바지를 올리고서는 서둘러 그녀를 쫓아갔다.
-
"크흠! 크흠!"
나무구멍안에서 랄라와 같이 있는 이 상황이 숨이 막힐 정도로 불편했다. 그녀는 내 정액을 언제 닦았는지 얼굴이 말끔해진 채로, 앉아서 육포를 씹어먹고 있었다.
"크흠! 저기 랄라 씨... 아까 전 일은 정말 죄ㅡ"
"너, 유하연이라는 년한테도 이런 짓 했지?"
"예?"
육포를 한 입에 욱여넣은 후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니 정액냄새, 저번에 그년 얼굴에서 났었던 냄새하고 똑같아"
"....... 하하하... 그,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어제도 이 짓거리 했지?"
"......"
오늘도 했고, 어제도 했고, 그저께도 했다. 사실 숙영지에 도착한 날을 제외하면 매일매일 딸을 쳐댔다. 한참 막 동정딱지를 벗은데다 신혼인 노총각이 외지에서 끓어오르는 성욕을 풀 방법은 자위말고는 없었다.
"... 뭐 안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몰래 하는건데"
"냄새 나잖아"
"끝나고나서 확실히 닦았습니다, 랄라 씨 종족 특성상 코가 예민해서 그런거라구요"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ㅡ"
"그 냄새 때문에 내가 미칠것 같다고!!"
그녀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옆으로 돌아누워 버렸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외침에 무안해져, 덩달아 대자로 드러누웠다. 아내들 품이 그리워서 미칠 지경인데 이 년이 자꾸 야박을 해대니 몹시 서러웠다. 임무고 나발이고 빨리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들의 곁으로 돌아가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랄라 씨, 앞에 인기척이 느껴지면 얘기 좀 해주세요"
"......"
(다시 시작됐군)
그녀의 손을 치료해준 일로 어느정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어제 일 때문에 다시 원상태로 복구돼버렸다. 나는 말하고, 그녀는 침묵한다. 그런 상황이 그녀가 갑자기 몸을 숙일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랄라 씨, 무슨 일입니까?"
몸을 숙인 그녀의 옆에 살금살금 다가가 물어봤으나,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랄라 씨, 제발 말 좀 해주세요"
(사람 미치게 만들지 말고)
"...... 저 앞의 인기척이 느껴져"
앞을 보았으나 인기척은커녕 바람소리도 안들렀다.
"도대체 뭐가 있다는 겁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작은 돌맹이를 집어다 앞에 던졌다. 그러자 돌연 위에서 창이 매섭게 날라오더니 돌맹이에 적중했다. 창을 맞은 돌맹이는 산산조각이 난 채 조각으로 분해되어버렸다.
(뭐야?!)
"지,진짜였구나"
"난 너처럼 거짓말은 안한다고"
"제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유하연이랑 그렇고 그런 짓 했으면서 안했다고 발뺌했잖아?"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녀를 무시하고서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댔다. 여태까지 걸어온 거리를 따져봤을 때, 이곳은 필시 절벽울타리로 향하는 길목의 중간지점 부근일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여기 어딘가에 정찰조가 매복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랄라 씨는 여기 계십시오"
"아마도 제 생각에는 저 창을 날린 놈들이 정찰조인 것 같습니다"
답변이 없는 그녀를 뒤로 한 채, 품에서 다리오에게 받은 종이를 꺼내어 손에 쥐고서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종이를 위로 들어올리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저는 다리오 백부장의 지시로 이 근방을 수색하고 있던 모험가입니다!!"
"여기 이 종이는 그 분께 받은 것이고요!!"
내 예상이 맞았는지 창이 날라오는 대신에 나무 위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밑으로 열 명의 병사들이 하나 둘씩 내려왔다.
내려온 병사들 중 한 명이 날 뜷어지게 쳐다보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녀석은 분명히 모험가가 맞습니다"
"저번에 백부장님 천막으로 나온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병사는 내가 천막을 나오면서 봤었던,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였다. 아는 얼굴이 보이자마자 나는 연신 입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그때 저보고 백부장님 신세한탄 들어주느라 고생많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확실합니다"
그의 말에 나머지 병사들은 날리려던 창을 거두어 들였다.
< -- 64. 정찰조 -- >
합류한 후 나는 그들에게 비아데나르의 신병을 인도하며, 심문을 통해 알아낸 정보들을 알려주자, 정찰조의 최고참 병사가 내 얘기에 반색하며 말했다.
"그거 참 다행이구만, 본대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습격이라도 있으면 어쩌나하고 고민했는데 말이지"
"그러고보니 본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못 들은겐가?"
"백부장님께서 정찰조와 같이 합류해서 돌아오라고 말만 하셨지, 따로 어디로 가야한다고는 알려주시질 않으셨습니다"
"과연... 예나 지금이나 빈틈이 없으시군, 우리들만 따라오면 돼"
고개를 끄덕인 후에 따라갈 채비를 서둘렀다.
-
대열의 맨 후미에 서면서 우리들은 후방경계를 하며 걸음을 놀렸다. 내 뒤에서 그녀가 귀를 쫑긋세우며 주변을 경계했고, 앞에는 신병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잔뜩 경직된 자세로 고개를 돌려대고 있었다.
(이 녀석을 보니깐 신병놈하고 같이 경계작전 올라갔을 때가 생각나는구만)
그때 신병의 잔뜩 겁먹은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인상깊었다. 어제 막 들어온 신병이 중대 최고참이였던 나하고 경계근무를 선다는게 무서웠었나보다.
아니면 근무지에서 벌어지는 비일비재한 폭행과 부조리가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 선임들하고는 다르게 후임들을 때리거나 하지는 않는데 말이다. 잘테니깐 누구 오면 깨우라고 시킬뿐이지.
해가 지고 땅거미가 질 무렵 병사들은 행군을 중단하고, 2인 1조로 나무구멍에 들어가 야영준비를 시작하였다. 이에 나는 서둘러 야영지 한 가운데에 나뭇가지를 모아다가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군대는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 저기 저 신병녀석이 선임들의 담요를 바닥에 깔고 있는 것처럼.
야영준비가 끝나자마자 병사들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정찰조에 걸렸을 때 존나 좆같았었는데 지금 상황이 되보니깐 계속 하고 싶을 정도야"
"병신아, 좆같은 소리 하지말라고"
"우리가 이렇게 편한건 저 형씨가 비아데나르를 잡아와서 그런거지 아니였어봐? 몇날 며칠을 나무위에서 생활해야 됐다고"
"크크크크! 그건 맞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불에 구운 육포를 뜯어먹었다. 랄라는 어디갔는지 이곳에 없었다.
"이봐 형씨, 이름이 뭐요?"
삭발한 머리에 눈썹이 없는 우락부락한 얼굴을 한 거구의 남성이 내게 물어왔다. 나도 한 덩치는 하지만 여기 있는 삭발한 병사들 모두 거구이다 보니 마치 내가 평균적인 체형인 것처럼 보였다.
"아침의 모험가 조합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아침의 모험가 조합 고.레오입니다"
"고레오? 가문명은 없나봐?"
"고..레오 입니다"
"거참 가문명 한 번 짧구만"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내 소개를 한 뒤, 그는 자신의 계급과 이름을 밝히고서는 다른 병사들을 하나하나 소개시켜주었다. 방금 내가 말한 남성은 '밀로'라는 이름으로 나이는 35살에, 군경력 17년인 '라르스'였다. 이 정찰조의 최고참인 '알도' 다음으로 고참이었다.
"라르스가 뭡니까?"
"모험가들도 모를려나?"
"라르스는ㅡ"
데르트 제국의 군단병들 사이에서는 경력에 따라 각각 호칭을 달리 불리었는데, 15년이상 경력은 라르스, 10년 이상 경력은 테라즈, 5년 이상의 경력은 프리에르, 5년 미만의 경력은 두즈 라고 부른다고 했다. 또한 군단병들은 복무기간 25년 이상을 채워야지만 전역을 할 수 있는데, 전역을 해도 상비군으로 편제되며 군대생활에 익숙해져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다시 재입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한 마디로 고인물 천지라는 소리인가... 이러니 강할 수 밖에)
"25년을 넘게 하다니... 대단하군요, 밀로 씨도 전역하면 다시 재입대하실 생각 있으십니까?"
"일단 전역부터 하고봐야지, 뭘 그걸 지금 생각하고 앉아있겠나?"
"맞는 말이군요"
그 말에 적극 공감했다.
그는 이내 나에 대해서 관심을 끓고서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다리오 백부장님 정말로 불쌍하시지 않냐?"
옆에 있던 테라즈인 지오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을 이어갔다.
"아내가 간통을 저질른 것도 모잘라 결혼하기 전부터 딴 남자랑 놀아나고 있었다니"
"만약 내가 다리오 백부장님이었다면 와... 씨발! 감당 안되겠는데?!"
"결국 감당 안돼서 아내를 교단한테 넘기는 것도 모잘라 딸들마저 노예시장에 내다 판것 아니겠습니까?"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다 처죽여 버렸을텐데 말이지"
이마에 가로로 길게 흉터가 있는 지오의 말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포도주를 들이킨 후 내게 물어왔다.
"형씨는 결혼했는가?"
"이번 임무 마치는대로 결혼할려고 합니다"
"형씨도 잘 알아보고 결혼하라고, 만약 아내가 결혼 전에 딴 남자랑 잔 사실을 알게돼봐? 감당 안돼~"
(오지랖 씨발)
"충고 감사합니다"
"왜 간통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니깐, 그럴거면 결혼을 하지말고 차라리 창녀가 되는게 더 이득이지 않나?"
"걸려서 뒤지는 것보다는 매음굴에 가서 몸도 팔고 돈도 벌고,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건데 말이야"
"하여튼간 이 여자라는 족속들은 자지하고 돈만 주면 가랑이를 쉽게 벌리는 창년들인게 확실해, 바이벨에도 나와 있잖아, 아세레우로 인해 그런 본능을 가지게 된 거라고"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고 있던 그는 신병인 글렌다를 스윽 쳐다보더니 말을 걸었다. 글렌다는 순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안그러냐, 막내야?"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
미소가 걸려있던 그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모습에 막내는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나면서도 소신껏 말을 뱉어냈다.
"다리오 백부장님의 아내 분처럼 아세레우에게 놀아나는 여자들은 극히 소수일 뿐 대천사 아르베님을 따르며 순결을 지키는 여성들이 대다수인데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이날 이때까지 아르베님의 가르침을 훌륭하게 따르고 계십니다"
"....... 막내야, 일로와봐라"
"알겠습니다!"
밀로의 손짓에 막내는 얼른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는 앞에 서있는 막내에게 무릎을 끓히도록 시킨 뒤, 빡 소리가 날정도로 귓방망이를 후려쳤다.
"개새끼가, 빨리 안일어나냐?"
막내는 얼른 몸을 일으켜, 아까 전 그 자세 그대로 무릎 끓었다.
"목에 힘 단단히 줘라, 한 번 더 엎어지면 그때는 두고보자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거푸 막내의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퍽!퍽!퍽!
소리가 마치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으로 때릴 때의 소리처럼 들렀다. 몇 차례 귓방망이를 후려친 그는,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막내의 맞선임이었던 '프리에르'인 아르도를 불렀다.
"씨발새끼야, 막내 교육 똑바로 안시켜?"
그의 앞에서 차렷 자세를 하고 있던 아르도는 굳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 를 큰소리로 외쳤다.
"죄송하다라... 죄송할 짓을 왜 하는거지? 대가리 박아"
"대가리 박아!"
"네놈이나 막내나, 개 씨발 좆같네"
"내가 우스워?"
바닥에 대가리를 박고 있는 아르도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찬 후 그는, 막내의 머리를 우왁스럽게 잡고서는 물었다.
"어디 출신이야?"
"오,오티스 출신입니다!"
"훈련소"
"죄송합니다!.... 스타비아 출신입니다"
"스타비아 출신이란 말이지... 일어나서 투창 날릴 준비"
"투창 날릴 준비!"
벌떡 일어난 막내는 재빨리 자신의 투창을 집어들었다. 그런 막내에게 밀로는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 돌에다 꽂히게끔 해봐, 못하면 뒤질 줄 알아"
언뜻 봐도 단단해 보이는 큼지막한 돌덩이에다 창을 박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체내 에너지가 있다면 모를까.
"실시!"
"실시!"
막내가 날린 투창은 돌벽에 맞고 그냥 튕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막내는 밀로가 날린 주먹에 투창이 있던 곳으로 날라가버렸다. 얼마나 힘이 세면 거구의 남성을 저기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건지... 숙련된 군단병은 체내에너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나보다. 하긴 십 년을 넘게 군에 썩혀있는 몸인데 그까짓 것도 못하면 사람새끼가 아니지.
"씨발... 아르도, 일어서"
"일어서!"
머리에 피가 쏠리면서 얼굴이 시뻘게져 있던 그는, 서둘러 복명복창을 하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니도 스타비아 출신아니냐?"
"그렇습니다!"
"내 동기들 중에 스타비아 출신있거든? 걔네들한테 니들 꼬라지 말해주면 정말 좋아라 하겠는데?"
"고참이 말을 하는데 토를 달다니, 뒤지고 싶어서 그러는건가?"
"죄송합니다! 교육시켜 놓겠습니다!!"
"두고본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고서는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저 멀리 막내가 구역질을 해대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는 모습이 참 보기가 안타까웠다.